본문으로 바로가기

산업동향

바이오 제약산업의 미래

  • 등록일2010-12-21
  • 조회수13139
  • 분류산업동향 > 종합 > 종합

바이오 제약산업의 미래

 


김성욱(한올바이오파마 대표) 

  

제약업계의 미래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 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주로 제너릭 사업에 관한 내용이지만 몇몇 실패사례를 들어 신약사업도 이러한 암울한 전망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의 신약 연구개발은 경쟁력이 없다’라는 생각, 특히 해외(특히 미국)에서의 신약허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 상황 등이 한국제약업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요인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의료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사업은 이 지구상에 없습니다. 현재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는 질환은 전체 질병중 2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간단한 예로, 우리나라 인구중 평균 30%가 암으로 인해 사망합니다. 암의 완치율은 30년 전에도 비슷했다고 합니다. 현재 유명한 표적항암제, 암백신들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치료비용으로 진행암 환자의 수명을 3~5개월 연장합니다. 과연 치료제인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전 세계적으로 치료되지 않는 병(unmet medical need)은 정말 많습니다. 과학은 매일 같이 새로운 발견들을 쏟아내며 계속 발전해갑니다. 이렇기 때문에 창의적인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희망이 있습니다.

 

질병을 연구하는 의사라면 환자치료를 위해 고민하던 가운데 신약아이디어를 한 가지쯤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제약기업은 이 정보에 최신과학을 적용하여 치료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의료인과 협업을 통해 신약을 만들 의무가 바이오 제약기업들에게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는 그동안 경험을 통해 느낀 점과 고견을 주신 분들과의 대화 가운데 접하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바이오 제약산업(주1)’의 경쟁력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경쟁력은 세계 일등주의 문화와 대학교육 수준입니다.

 

해마다 세계의 경제, 문화, 학문의 중심인 미국으로 조기유학, 박사과정 유학 등을 떠났던 많은 분들이 국내로 돌아와 한국은 이제 세계의 지식중심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한 정보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대학은 국제경쟁력이 강화되고 있으며, 특히 의학, 약학, 기초과학의 종합적인 수준은 혁신신약을 개발하기에 충분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인재의 힘을 들 수 있습니다.

 

인구당 박사학위 비율 세계 1위가 우리나라임을 증명하듯이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교육 인프라는 자연히 뛰어난 인재들을 육성하게 됩니다. 현재 국내 최고 수준의 인재가 1980년대 이후 의학, 약학, 과학계에 포진하고 있으며, 국제화를 통해 신약개발을 위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환자진료를 중심으로 한 의료의 질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세 번째로는 경험자본, 제약회사의 존재입니다.

 

현재 신약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연간 500억원 이상의 매출, 연간 50억 이상 연구개발비 조달능력이 있는 회사가 국내에만 50여개가 있습니다. 또한 10여개의 회사가 글로벌 신약을 연구 개발 중에 있습니다.

 

반면 미국, 유럽의 연구벤처회사들은 최근 경제위기로 80% 가까이 사라졌거나 회사 매각을 준비하는 상태에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이들이 전임상과 임상 1상을 진행해 다국적 제약사에게 공급해주던 개발 공급체인이 완전히 무너졌으며,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자립형 중소 제약사는 없이 거대 다국적사만 남아 임상 3상에만 집중하고 있어 임상 1,2상 개발 제품을 공급할 플레이어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네 번째로는 정부의 힘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50여 년간 섬유, 중화학, 조선, 전자산업 분야 등에서 성공한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는 이러한 산업을 기획, 육성해서 국내업체들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공시킨 노하우와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산업육성의 역사를 함께 한 정치지도자들과 공무원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사실 정부는 지난 10년간 바이오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이렇다 할 차별적 전략을 내놓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획기적 제약기업 육성전략을 내놓고 있으며, 업계 종사자나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로 세계 제약업계의 경향을 간파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8일 정부가 규제개혁 위원회 및 관계장관 합동회의에서 의결한 ‘신개발 의약품의 신속한 시장진입 촉진방안’이 그것입니다. 이는 세계화에 도움이 되는 전략까지 제시하는 내용으로서 미래를 모색하는 많은 제약사들에게 필요한 시기적절한 제약산업 육성정책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질병으로 고통 받는 수많은 환자들을 위한 정책이기도 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바이오 제약산업이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충분한 잠재력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미래 역시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프라와 경쟁력이 성과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전략수립을 통한 실행이 이뤄져야만 합니다. 전략과 관련해서 최근의 미국 사례와 필자의 회사 사례를 들어 부연하고자 합니다.

해외에는 ‘희귀의약품지정 전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을 받게 되면 곧, FDA측에서 배정하는 담당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아 허가를 위한 여러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가게 됩니다. 희귀질환이므로 안전성 이슈 등 많은 면을 고려할 때 규제당국의 코디네이터의 조언은 허가를 받기 위한 절대적인 요소입니다.

 

가장 빠른 경우 2년 안에 임상 2상까지 성공하여 판매가 가능하며, 글리벡의 사례는 8개의 적응증을 희귀의약품으로 차례로 승인 받아 매출액 3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가 되었습니다.

 

미국, 유럽의 다국적 기업들도 이제는 제품을 당뇨나 진통제 적응증 등으로 처음부터 블록버스터 적응증으로 개발하는 것을 무모한 일로 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후보물질이 ‘바이옥스’ 사건이후 방대한 추가 안전성 자료를 요구하는 FDA에 의해 좌절되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성공한 약물들 대부분이 희귀의약품 허가과정을 통해 허가를 득하고 적응증을 하나씩 넓혀가 어느새 조 단위의 블록버스터가 된 제품들이었습니다.(예 : 엔브렐, 허셉틴) 60년대 기형아출산 부작용으로 악명 높았던 탈리도마이드도 희귀암치료제로 허가를 받아 서 매출이 발생했고 이를 조금 변형한 후속물질이 블록버스터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볼 때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하는 개발방향은 분명해집니다. 처음부터 블록버스터 적응증으로 개발을 시작하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허가과정이 덜 까다로운 희귀의약품이나 난치암 치료제를 타켓으로 개발해서 점진적으로 적응증을 넓혀 나가는 전략이 실패 확률을 줄이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 길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법인을 설립한 필자의 회사도 4년간 색다른 환경, 정보를 경험하며 처음 계획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희귀의약품과 난치암 치료제 개발입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도 관심 없었던 개발방향이지만 놀랍게도 미국에서는 사업성이라는 측면에서 회사규모에 상관없이 추진하고 있었기에 한올도 우선순위 변경, 과제 구조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희귀, 난치암 신약으로 임상을 하여 2상 자료를 만들고 그 데이터로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생산비용과 임상비용 등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또 한국 임상 데이터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미국 임상파트너를 찾기가 쉽고, 임상진행도 매우 수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우리나라 규정은 희귀의약품에 대해서나 난치암에 대해서도 별 배려가 없어 애로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내용을 보면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이번에 확정된 합리적인 규제완화는 제약사의 임상개발 시간과 비용의 감소를 통해 희귀병, 난치암 치료제 개발시도를 늘리게 될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무수한 시도들로 인해 성공사례가 점차 많아질 것이며, 이러한 성공사례 데이터를 토대로 미국시장 진출도 가속화되어 해외 허가 사례도 많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임상개발 5년간 총 500억 원이 드는 개발시도를 한 회사가 5건 이상 하기는 어렵지만 임상개발 3년간 총 50억 원이 드는 시도는 보다 많은 국내 제약사들에게 신약 개발의 문턱을 낮춰 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현재 국내 30위권 회사라면 누구나 5건 정도의 개발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개발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 5건 정도는 시도해야 1, 2건 정도의 성공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희귀의약품의 국내허가를 미국과 비슷하게 간소화, 합리화하여 촉진하는 전략은 대단히 현명한 전략입니다. 정부가 이 같은 혁신적인 규제개혁을 통해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세계화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분명 큰 성과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탄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희귀병, 난치암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제공하려는 연구개발 회사들의 멈추지 않는 노력입니다. 그리고 희귀의약품 임상비에 관한 정부연구비의 보조입니다. 미국에서는 국민보건에 기여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40%에 해당하는 희귀의약품이 정부의 보조를 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치료제 개발 성공으로 국내 제약회사들이 우리국민 및 세계인들의 질병치료에 기여함으로써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21세기 차세대 국가경쟁력을 갖추어 나아가는데 일조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소망합니다.

 

관련정보

자료 추천하기

받는 사람 이메일
@
메일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