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기술동향

식물도 촉각이 있을까?: 식물과 물리적 자극

  • 등록일2019-07-11
  • 조회수8994
  • 분류기술동향 > 그린바이오 > 농업기술
  • 자료발간일
    2019-06-18
  • 출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한경헬스
  • 원문링크
  • 키워드
    #식물#촉각#물리적 자극
  • 첨부파일

                              



20190711092927_jwehftwk.png

 

                                                                                                                                       

 

다운로드.png

이효준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만지면 움직이는 식물


  동물들은 주변 환경에 민감하다. 위험을 피하고 식량을 얻기 위해 동물과 사람은 주변 환경을 인식할 수 있는 다양한 감각들을 진화적으로 개발하였다. 특히 물리적인 자극을 굉장히 빠른 시간내에 인식할 수 있는 촉각과 통각은 치명적인 위험으로부터 동물을 보호하는 중요한 자극이다. 하지만 식물은 어떠한가? 한 장소에 뿌리를 내리고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식물은 주변 자극에 굉장히 둔감해 보인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손으로 건드려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상처를 내도 그저 당하고만 있다. 과연 식물은 동물과는 달리 촉각이나 통각이 없는 것일까?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이미 식물이 촉각을 인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대중매체를 통해 여러 번 소개된 ‘파리지옥’과 ‘미모사’를 접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굉장히 촉각에 민감한 식물이다. ‘파리지옥’의 경우 ‘트랩’이라고 불리는 잎의 안쪽에 있는 작은 털을 만지면 매우 빠르게 ‘트랩’이 작동하여 안쪽의 생물을 가두려고 한다. ‘미모사’ 또한 물리적인 자극이 가해지는 즉시 잎을 오므리고 줄기를 아래로 내려 자극을 피하려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등나무와 같은 덩굴식물들은 줄기가 단단한 막대를 만나면 천천히 막대를 휘감아 스스로를 지탱한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이 생긴다. ‘파리지옥’이나 ‘미모사’는 어떻게 만져지는 것을 알까? 덩굴식물은 단단한 막대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또한 만져도 움직이지 않는 대부분의 식물은 이들과는 어떻게 다를까?



식물의 전기신호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456화에서 이와 관련된 사건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일본의 한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선인장이 유독 범인 앞에서만 독특한 전기신호를 발생하여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1966년 미국의 거짓말탐지기 업무를 하던 백스터 (Backster)는 사무실의 식물에 거짓말탐지기를 연결한 뒤 식물에 물을 주자 식물이 기뻐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하였다. 물론 이들 사건은 비과학적이다. 식물이 범인 앞에서 특정 신호를 보였다고 하기에는 수많은 검증 요소가 필요하며, 신경과 뇌가 없는 식물이 감정을 느꼈을리 만무하다. 그러나 이들 사건에는 공통적으로 최근 식물학계에서 주목하는 특성이 등장한다. 바로 식물의 전기신호이다. 식물은 신경계가 없기 때문에 동물처럼 빠르게 전기신호를 전달하지 못하여 오랜 세월동안 식물의 전기신호에 대한 연구는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파리지옥’이나 ‘미모사’같은 식물을 연구한 결과 이들은 물리적인 자극 받은 직후 빠르게 전기신호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심지어 이들 식물을 만지지 않고 오직 전기만 흘려보내도 만진 것과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이들 식물은 신경계 없이 전기신호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파리지옥’이나 ‘미모사’와 같이 물리적인 자극에 특화된 움직임을 보이는 식물뿐 아니라 거의 모든 식물이 사실은 접촉이나 상처와 같은 물리적인 자극을 인식한다. 식물을 건드리거나 상처를 줄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식물 세포 속 칼슘 이온(Ca2+)의 농도가 높아진다. 높아진 칼슘 이온은 세포 내에서 자극에 대한 반응을 일으키는 신호 역할을 하며, 또한 주변 세포에게 신호를 전달하여 칼슘 이온의 연쇄적인 농도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칼슘 이온은 전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기적인 성질을 갖는 물질이다. 식물은 칼슘 이온을 통해 전기신호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식물은 동물과 같이 빠르게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신경계가 없기 때문에 전기신호의 전달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칼슘 이온의 농도 변화를 이용하여 식물은 촉각과 통각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다운로드 (1).png

 

 

식물의 촉각을 이용하는 방법


  식물도 동물의 촉각과 비슷한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주변 환경에 대응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도 신기하고 학술적인 연구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식물의 촉각을 인간에게 유용한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식물의 촉각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식물이 물리적 자극을 받을 경우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먼저 단순히 만지는 것과 상처를 주는 것은 둘 다 물리적인 자극이고 전기신호를 발생시키지만 식물은 다른 반응을 보인다. 사람이 단순 촉각과 통각에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과 같다. 식물에 지속적인 터치(touch)를 가하면 식물은 주변 환경이 혹독하다고 느낀다. ‘파리지옥’과 같이 특화된 식물이 아닌 대부분의 일반적인 식물에게 터치는 바람과 같다. 즉, 지속적인 터치는 식물로 하여금 현재 바람이 많이 부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느끼게 한다. 따라서 식물은 바람에 의해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너무 길쭉하게 성장하면 바람에 의해 쉽게 쓰러질 수 있으므로 지상부의 성장을 억제한다. 대신 지하부를 강화시키기도 하고, 내부를 단단하게 강화시켜 바람에 대응하고자 하기도 한다. 또한 바람은 수분 부족과 같은 스트레스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안토시아닌과 같은 색소를 합성하여 항산화 기능을 보강한다. 따라서 우리는 터치 자극을 통해 식물의 성장 정도와 내부 영양소를 변화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기른 식물과 자연 속에서 강하게 자란 식물의 겉모양과 맛, 영양분이 서로 다른 이유를 터치 자극에 대한 반응에서 찾을 가능성이 있다. 아직 초기단계의 식물연구이니만큼 수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미래에는 터치 자극을 통해 온실 속에서도 ‘자연산’과 비슷한 식물을 재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식물은 상처를 받으면 주변에서 누군가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식물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자연 환경에서 초식동물(곤충 포함)에게 쉽게 공격당할 수 있는 생태계적 위치에 속해 있고, 심지어 공격당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식물은 상처에 민감하며 상처를 받는 즉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신호를 식물의 모든 부위에 전달한다. 해충이 소화하지 못하거나 해충이 싫어하는 물질을 합성하기도 하고 해충의 천적을 유인하는 냄새를 만들어 공기 중으로 확산시켜 간접적으로 해충을 제거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식물의 상처 반응이 어떤 원리로 일어나는지 아는 것을 통해 식물의 해충 저항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처 반응을 전달하는 핵심 물질을 외부에서 살포하는 것만으로 상처 없이 해충 저항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식물은 상처를 받을 경우 동물과는 달리 경이로운 재생 능력을 보인다. 영화 ‘아이언맨3’에서 등장하는 빌런은 진보된 과학기술을 통해 식물의 재생능력을 인간에게 이식시켰다는 설정이다. 따라서 이 빌런은 매우 빠르게 회복하며 심지어 팔이나 다리가 잘려도 이를 재생할 수 있다. 물론 영화에 나오는 설정은 불가능한 것이지만, 식물의 재생능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상상 가능한 설정이다. 식물은 상처를 받을 경우 상처 부위에서 식물의 전체를 재생하여 만들어낼 수 있다. 작은 잎을 잘랐을 때 생기는 잎의 단면에서 식물의 잎, 줄기, 뿌리까지 재생되어 새로운 복제식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사람에 대입해본다면, 팔이 잘렸는데 잘린 단면에서 사람의 전체 신체부위가 만들어지는 기괴한 모습이다. 식물의 이러한 특성은 식물 재분화라고 불린다. 식물 재분화는 식물의 한 세대를 거칠 필요 없이 복제 식물을 굉장히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식물체 교배를 통해 매우 훌륭한 개체의 식물을 얻을 경우,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를 대량생산할 수 있어 산업적으로 유용한 기술이다. 이런 식물의 재분화는 대부분의 경우 식물의 상처 부위에서 시작된다. 현재의 조직배양 기술은 식물 호르몬을 상처 부위에 처리하여 재분화를 유도하지만, 왜 상처부위에서만 재분화가 가능한지는 아직 모르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식물 상처반응에 대한 이해는 효율적인 조직배양기술의 개발로 이어져 관련 산업의 비약적인 발달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식물 기초연구의 미래

 

  식물은 가장 기초적인 식량자원으로써 인류가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연구되어온 생물이다. 그러나 농업적인 성공을 통해 안정적인 식량자원이 확보되면서 식물 기초연구는 동물에 비해 느리게 발전되었다. 하지만 현재 세계의 기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식물이 서식하기 적절하지 않은 환경으로 바뀌는 지역이 많고, 그로인해 ‘스마트팜’과 같이 폐쇄된 환경에서 식물을 재배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식물에 대한 기초연구는 보다 다양하고 효율적인 식물의 개발 및 재배를 가능하게 해주는 주춧돌이다. 아직 시작 단계에 있는 연구인 식물의 물리자극 연구는 전통적인 식물 재배방식을 넘어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해 줄 수 있다. 인류보다 오랜 기간 진화한 식물은 우리가 모르는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우리 주변의 식물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미래 식물기술의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자세한 내용은 내용바로가기 또는 첨부파일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관련정보

자료 추천하기

받는 사람 이메일
@
메일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