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동향
급변하는 바이오신기술에 대응하는 합리적이고 능동적인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 등록일2021-09-15
- 조회수3021
- 분류제도동향 > 종합 >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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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발간일
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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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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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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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규제 개선#유전자변형기술
[바이오리포트] 급변하는 바이오신기술에 대응하는 합리적이고 능동적인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김기철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장
필자가 소속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서는 지난 8월 ‘유전자변형생물체의 활용은 탄소중립 실현에 바람직한가?’를 논제로 고등학생 찬반 토론대회를 주관하였다. 이 논제는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의 기본 업무 대상인 유전자변형생물체라는 용어에 최근 국내외적으로 이슈가 되는 탄소중립이라는 주제를 결합한 것이다. 전문가들이 논의하기에도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학생들이 잘 준비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한 토론대회는 최신 트렌드에 맞춰 유전자가위, 합성생물학, 바이오해커, 탄소중립 등 논제를 매번 바꾸어 가고 있는데 참가한 학생들을 지켜본 결과 그들은 어떠한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유전자변형생물체와 최신 바이오 이슈를 빠르게 인식하면서 잘 판단하고, 토론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급변하는 바이오기술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규제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다. 특히 향후 5~10년 이내에 등장할 새로운 바이오산물은 현재의 규제 시스템 내에서는 처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다방면에서 제기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바이오기술을 통해 농업, 식품, 의약, 화학 등 각 분야 현안을 해결하고 혜택을 누리려면 그러한 신기술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은 올바른 정보에 따른 균형이 필요하고 규제와 제도의 능동적인 변화도 필요하다.
최근 유전자변형 주곡 작물로서는 세계 최초로 상업적 재배가 승인된 일명 ‘황금쌀(Golden Rice)’이 화제다. 지난 7월 필리핀에서 승인한 황금쌀은 옥수수의 유전자를 도입하여 비타민A를 강화한 빛깔이 노란 쌀이다. 비타민A 결핍으로 인한 면역력 약화와 실명 유발을 주곡 작물인 쌀의 섭취를 통해 해결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런데, 황금쌀이 필리핀 국제쌀연구소(IRRI)에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지금부터 20여 년 전인 2001년부터이다. 연구진들은 그 동안 황금쌀의 개발뿐만 아니라 유전자변형생물체로서 승인을 받기 위해 각종 실험과 정보 수집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한다. 과학적 근거를 갖춘 위해성평가 자료 생산뿐만 아니라, 그 사이 필리핀에서 새롭게 제정된 관련 법률에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까지도 고려해야 했다. 황금쌀 승인이라는 결과는 소비자에게 직접적 도움을 주는 영양개선 유전자변형 주곡작물이 오랜 기간을 거쳐 승인된 첫 사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그린피스 등 국제적 환경단체와 필리핀 농민단체 등에서는 유전자변형기술의 안전성 문제와 대기업들의 쌀시장 참여로 인한 부작용 등을 염려하면서 황금쌀 재배승인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을 극복하면서 황금쌀이 본격적으로 필리핀 농가에서 재배, 유통되려면 빨라야 2023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을 거쳐 규제 허들은 극복하였지만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인식 변화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규제와 인식의 변화가 더딘 사이에 유전자변형을 둘러싼 기술적 측면의 발전과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박테리아 같은 다른 생물체의 유용 유전자를 콩, 옥수수 등에 도입하여 원하는 형질을 만들어 내는 일반적인 유전자변형기술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기술을 활용해 외래 유전자의 도입 없이 자체 돌연변이를 유도해 원하는 형질을 얻는 새로운 바이오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가고 있다.
혁신적인 신기술인 유전자가위기술을 이용한 돌연변이 산물에 대해 미국 농무부(USDA)는 기존 육종 산물과 차별성이 없다는 의미에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세큐어룰(SECURE RULE)을 작년 5월에 도입하였고, 식품의약청(FDA), 환경보호청(EPA) 등도 잇달아 유전자가위기술 관련 규제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일본 역시 외래 유전자가 없으면 카르타헤나법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 개선을 2년 전부터 추진하였고, 최근 고혈압 개선 등에 도움을 주는 가바(GABA) 성분 함유량을 높인 유전자가위 토마토를 상업화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은 최근 집행위원히 보고서를 통해 유전자가위산물에 대해 유전자변형생물체와 차별화된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밖에도 브라질, 호주, 아르헨티나 등도 유전자가위기술의 규제 개선을 적극 추진하거나 완료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산업부, 농식품부, 과기부 등 유전자변형생물체 안전관리 부처를 중심으로 유전자가위기술을 둘러싼 국내 기술 여건, 국제적 규제 조화 등을 감안해 몇 해 전부터 전문적 검토 과정 등을 통해 규제 개선 절차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유전자변형생물체법 총괄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말, 외래 유전자 도입이나 잔존이 없는 바이오신기술 산물에 대해 사전검토제를 도입하여 위해성심사 등 규제를 면제할 수 있는 절차를 담은 유전자변형생물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6월 말에는 공청회도 개최하여 국민 의견을 수렴하였다. 이때 GMO반대를 표방하는 시민단체는 유전자가위기술 적용 산물 역시 일반적인 유전자변형생물체에 해당하기 때문에 동일한 안전관리 절차가 필요하다며, 사전검토제 신설과 같은 규제 완화 정책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였다. 한편 과학계와 산업계는 외래 유전자 도입이나 잔존이 없는 돌연변이 산물은 전통적인 육종 산물과 같은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 아예 속하지 않는다며 과학적 근거에 따른 합리적 제도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시민단체 입장과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동일한 개정법안을 두고 한 쪽에서는 규제가 완화되었다고 주장하고, 또 한쪽에서는 규제가 오히려 강화되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어떠한 기술이든 이용에 따른 잠재적 위험과 예상되는 혜택이 그 적고 많음과 관계없이 공존하고, 그러한 위험과 혜택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연구계와 산업계는 바이오신기술이 어떤 이득과 잠재적 위험이 있는지 양면을 명확히, 능동적으로 알려 주어야 한다. 이를 소비하는 시민(단체)는 다양한 정보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하면서 이득과 위험을 이해하여야 한다. 정부는 국민이 느낄 수 있는 불안감을 줄이면서, 위험과 이익의 균형 속에서 합리적·과학적으로 규제 개선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보았을 때 유전자가위기술을 둘러싼 다양한 여건에 맞춰 정부에서 추진한 이번 유전자변형생물체법 개정안이 국민의견수렴 결과 등을 잘 반영하고 국회에 제출되어 빠른 시간 내에 통과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바이오안전성정보포털(www.biosafety.or.kr)에서는 유전자변형생물체를 중심으로 바이오신기술, 바이오안전성 등에 대한 각종 정보를 바르고, 빠르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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