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동향
유전자 전사 종결 후 재생 및 재개시(Transcription Recycling and Reinitiation after Termination) [KSMCB 2020년 6월호]
- 등록일2020-06-22
- 조회수6277
- 분류기술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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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발간일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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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 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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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유전자 전사#전사인자
- 첨부파일
[KSMCB 2020년 6월호]
유전자 전사 종결 후 재생 및 재개시(Transcription Recycling and Reinitiation after Termination)
강창원(KAIST 생명과학과)
머리말
모든 생물체가 생명을 유지하고 번식하는 데에는 유전자의 발현과 그 조절이 필수적으로 중요하다. 유전자 발현의 조절은 DNA에 따라 RNA가 합성되는 과정에서 주로 일어나는데, 이 RNA가 합성되는 단계에 관해서 오랫동안 생명과학 교과서에 실려왔던 기존의 학설을 바꾸는 연구 논문이 금년 초에 전문학술지에 게재되었다. 그 연구 내용을 여기에 간단히 소개하고, 교과서가 어떻게 수정될 지를 초보적 수준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모든 생물체가 생명을 유지하고 번식하는 데에는 유전자의 발현과 그 조절이 필수적으로 중요하다. 유전자 발현의 조절은 DNA에 따라 RNA가 합성되는 과정에서 주로 일어나는데, 이 RNA가 합성되는 단계에 관해서 오랫동안 생명과학 교과서에 실려왔던 기존의 학설을 바꾸는 연구 논문이 금년 초에 전문학술지에 게재되었다. 그 연구 내용을 여기에 간단히 소개하고, 교과서가 어떻게 수정될 지를 초보적 수준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모든 세포에서 RNA 합성은 DNA 유전자 발현의 첫 단계이다. RNA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어떤 RNA는 단백질 합성에서 전령 역할을 하고, 다른 RNA는 그 자체로 다양한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한다. RNA 중합효소가 DNA 거푸집(template)의 염기쌍 순서에 따라서 핵염(nucleotide)을 차례로 중합하여 중합체 RNA 전사물(transcript)을 합성한다. 이렇게 RNA 합성은 DNA 유전정보를 RNA에 옮겨 쓰는 과정이어서 전사(轉寫 transcription)라고 한다.
지금의 생명과학 교과서에는, 유전자 전사 과정이 개시(initiation), 연장(elongation), 종결(termination) 세 단계로 진행되는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 종결 단계는 중합효소·거푸집·전사물의 복합체(그림 1)로부터 전사물 RNA가 방출될 때 거푸집 DNA도 함께 분리되면서 전사 과정이 마무리되는 것으로 설명한다. 또한 개시 단계에서 세균(bacteria) RNA 중합효소에 반드시 필요한 시그마(σ)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가 개시 단계를 마친 후에 중합효소로부터 분리되어야 전사복합체가 비로소 연장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림 1. 전사복합체. RNA 중합효소(왼손 모양)가 거푸집 DNA(진한 파랑) 두 가닥을 벌려 염기서열을 읽어서 핵염을 중합하면서 전사물 RNA(옅은 파랑)가 합성되며 길어진다.
이렇게 교과서에 소개되던 유전자 전사의 기본적 분자 기작(mechanism)에 관한 학설 몇 가지가 금년 초 두 편의 연구 논문에 의해 바뀌게 되었다 [1, 2]. (1) 종결 단계에서 RNA가 방출된 후에도 예상과 달리 RNA 중합효소와 DNA의 결합이 유지되는 것이 발견되었다. (2) 개시 단계에서 연장 단계로 진입하면서 세균 중합효소로부터 분리된다고 알려졌던 시그마가 연장 단계에서도 중합효소와의 결합을 유지하고, 심지어 종결 이후에도 유지한다는 게 밝혀졌다. (3) 종결 후 DNA에 남은 중합효소가 DNA에 붙은 채 움직이면서, 전사를 다시 개시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사 개시 단계의 기존 학설
최근의 새로운 발견을 소개하기 전에, 전사 과정의 전반에 관해 기존에 알려진 기작을 먼저 알아본다 [3, 4]. 전사 과정은 개시, 연장, 종결의 단계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긴 RNA 분자 하나가 합성된 후, 다시 개시, 연장, 종결의 단계가 또 한 차례 진행되면서 또 하나의 RNA 분자가 합성되는 식으로 여러 차례 반복된다. 이로써 하나의 DNA 분자로부터 수 백 내지 수 만 개의 RNA 분자가 합성되는 순환 증폭이 일어나게 된다.
최근의 새로운 발견을 소개하기 전에, 전사 과정의 전반에 관해 기존에 알려진 기작을 먼저 알아본다 [3, 4]. 전사 과정은 개시, 연장, 종결의 단계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긴 RNA 분자 하나가 합성된 후, 다시 개시, 연장, 종결의 단계가 또 한 차례 진행되면서 또 하나의 RNA 분자가 합성되는 식으로 여러 차례 반복된다. 이로써 하나의 DNA 분자로부터 수 백 내지 수 만 개의 RNA 분자가 합성되는 순환 증폭이 일어나게 된다.
RNA 합성 과정은 RNA 중합효소가 DNA의 특정 구간을 반복적으로 읽어 그 염기서열이 전사물 RNA의 염기서열에 발현되는 것이다. RNA로 발현되는 DNA 구간을 유전자(gene)라고 하고, 나머지 구간은 비유전자구간(intergenic region)이라고 한다. (다만, 세균 단백질의 경우, RNA가 아니라 단백질로 발현되는 DNA 구간을 유전자라고 한다.) 전사가 시작되는 곳을 전사원점이라고 부르며 '+1'이라고 표기한다. 전사가 끝나는 곳은 전사종점이라고 부른다. 즉, 전사원점에서부터 전사종점까지가 유전자이며 전사물로 발현되고, 그 이외의 구간은 발현되지 않는다.
개시 단계의 핵심은 유전자의 전사원점이 RNA 중합효소와 결합하여 개시복합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개시복합체의 형성 여부에 따라 전사가 일어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개시복합체 형성 이후 단계에서도 전사의 진행이 조절되기도 하고, 전사 과정 이후 RNA의 솎기(splicing) 등 가공(processing) 과정, 단백질 합성의 번역(translation) 과정, 단백질의 가공 과정에서 조절되기도 하지만, 유전자 발현의 시공간적 조절이 개시복합체 형성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유전자 발현 과정에서 맨 마지막 단계인 단백질의 가공을 조절하는 것이 그 단백질의 기능이 필요할 때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민한 기작이지만, 이는 필요 없을 때도 비활성 단백질을 합성하므로 비경제적이다. 이와 달리 맨 첫 단계인 전사 개시를 조절하는 것은 필요할 때 유전자 발현의 처음부터 끝까지 긴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대응이 오래 걸리고 느리지만, 매우 원천적이며 경제적이다. 전사 개시 조절 중에서도 개시복합체 형성 조절이 가장 원천적이고 경제적이다.
전사원점을 포함하면서 개시복합체가 형성되는 DNA 구간을 촉진자(promoter)라고 부른다. 촉진자에 RNA 중합효소뿐 아니라 개시인자들이 아주 정교하게 결합하여 개시복합체를 완성한다. 개시복합체의 구성이 세균과 진핵생물에서 다르고, 생물에 따라 아주 간단한 것부터 아주 복잡한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세균의 전사에서는 여러 종류의 시그마 인자 중 하나가 RNA 중합효소에 붙어야 비로소 촉진자의 염기서열을 인지하고 결합한다.
진핵생물(eukaryote) 단백질 유전자의 전사 개시에서는 아주 많은 전사인자가 개시복합체에 참여한다. DNA 촉진자에 결합하는 기본전사인자(general transcription factors, TFIID, TFIIA, TFIIB, TFIIF, TFIIE, TFIIH) 및 DNA 증폭자(enhancer)에 결합하는 특이전사인자(specific transcription factors)와 더불어, 기본전사인자와 특이전사인자를 연결하는 활성보조인자(coactivators)로서 매개인자(Mediator), 염색질(chromatin)을 개조하거나 변형하는 효소 등이 참여한다. 대략 100개 정도의 단백질 소단위(subunit)가 거대한 개시복합체 형성에 참여한다.
완성된 개시복합체에 핵염이 첨가되면서 RNA 중합효소가 핵염 중합 반응을 촉매하여 짧은 RNA가 처음 합성된다. 여기에 핵염이 추가되면서 RNA가 길어진다. 짧은 RNA는 개시복합체와의 결합력이 낮아서 잘 떨어져나가고, 일정 길이 이상으로 커져야 비로소 안정적으로 붙어있게 된다. 개시 단계에서는 RNA 중합효소와 DNA 촉진자의 접촉이 별로 변하지 않은 채 RNA만 길어진다. RNA가 일정 크기에 이르면 촉진자와의 접촉이 떨어지고 DNA 접촉 부분이 이동하기 시작하여 촉진자가 비게 된다. 촉진자비우기(promoter clearance)까지가 개시 단계에 해당한다.
전사 연장 및 종결 단계의 기존 학설
RNA 중합효소가 촉진자를 벗어나 그 아랫부분 DNA의 염기서열을 읽어 그에 합당한 핵염들을 중합하면서 RNA의 길이가 꾸준히 늘어난다. 이를 연장 단계라고 하는데, 개시복합체보다 연장복합체의 안정성(stability)이 훨씬 높은 것이 특징이며, 높은 안정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전사가 시작하면 핵염 1억개가 중합할 때까지도 연장복합체가 와해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연장 속도가 일정하지는 않다. DNA 구간에 따라서 잠깐 멈추었다가 진행을 재개하기도 하고, 심지어 뒤로 후진(backtrack) 했다가 적절한 조치 후 다시 앞으로 전진하기도 하는 등 단조롭지 않다. 연장의 속도나 지속성, 연장복합체의 안정성 등을 연장인자가 조절하기도 한다.
RNA 중합효소가 촉진자를 벗어나 그 아랫부분 DNA의 염기서열을 읽어 그에 합당한 핵염들을 중합하면서 RNA의 길이가 꾸준히 늘어난다. 이를 연장 단계라고 하는데, 개시복합체보다 연장복합체의 안정성(stability)이 훨씬 높은 것이 특징이며, 높은 안정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전사가 시작하면 핵염 1억개가 중합할 때까지도 연장복합체가 와해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연장 속도가 일정하지는 않다. DNA 구간에 따라서 잠깐 멈추었다가 진행을 재개하기도 하고, 심지어 뒤로 후진(backtrack) 했다가 적절한 조치 후 다시 앞으로 전진하기도 하는 등 단조롭지 않다. 연장의 속도나 지속성, 연장복합체의 안정성 등을 연장인자가 조절하기도 한다.
연장복합체가 전사종점에 이르면 연장을 끝내고 생산물 RNA가 복합체에서 방출되는 종결 단계에 돌입한다. 연장복합체의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복합체의 와해에 에너지가 필요하기도 하고, 개시 단계에 못지 않게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기작에 의해서 종결이 일어나고 시공간적으로 조절된다. 종결 기작이 세균과 진핵생물에서 다르고 생물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5]. 세균 전사의 경우 RNA 중합효소만으로 일어나는 종결이 있고(내재종결 intrinsic termination), 종결인자가 있어야 일어나는 종결이 있다. 또한 진핵생물 RNA 중합효소의 종류(I, II, III)에 따라 종결 기작이 아주 다르다.
다양한 전사 종결 기작에 기본적인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1) 모든 전사 종결이 연장복합체의 일단 멈춤(pause)으로 시작한다. 전사물 RNA 또는 거푸집 DNA에 일종의 걸림돌(roadblock)이나 특별한 신호가 있어서 전사복합체가 전사종점에서 멈춘다. (2) 멈춘 복합체에 구조 변화가 생겨 복합체가 와해되는데, 특히 RNA와 DNA의 혼성체(hybrid) 길이가 짧아지고 결합이 아주 약해져서 RNA 방출이 쉬워진다. (3) 풀기효소(helicase)나 핵산분해효소(nuclease)가 RNA를 타고 RNA 중합효소를 쫓아가서 전사 종결을 유도하는 등 종결인자가 필요하기도 하다.
전사 재생 단계의 발견
전사 반응의 핵심 효소인 RNA 중합효소가 전사 과정의 생산물인 RNA와 거푸집인 DNA로부터 해리되어 홀로 되면 촉진자를 새로 찾아 전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고, 이 전사 반응을 되풀이 함으로써 유전자 발현이 증폭된다. RNA 중합효소에서 RNA 전사물이 방출되는 것과 DNA 거푸집이 떨어져 나오는 것을 실험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종결 기작의 모든 학설에서 이 두 가지를 뭉뚱그려서 종결 단계에서 설명해왔으나 [3, 4, 5],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전사 반응의 핵심 효소인 RNA 중합효소가 전사 과정의 생산물인 RNA와 거푸집인 DNA로부터 해리되어 홀로 되면 촉진자를 새로 찾아 전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고, 이 전사 반응을 되풀이 함으로써 유전자 발현이 증폭된다. RNA 중합효소에서 RNA 전사물이 방출되는 것과 DNA 거푸집이 떨어져 나오는 것을 실험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종결 기작의 모든 학설에서 이 두 가지를 뭉뚱그려서 종결 단계에서 설명해왔으나 [3, 4, 5],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RNA 방출과 DNA 분리를 동시에 측정한 단일분자 형광실험 연구의 논문 두 편이 한 전문학술지에 금년 2020년 1월 23일 동시에 발표되었다. 한국 공동연구팀(KAIST 생명과학과 강창원 교수 연구실과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홍성철 교수 연구실) [1]과 미국 공동연구팀(Brandeis 대학교 생화학과 Jeff Gelles 교수 연구실과 물리학과 Jane Kondev 교수 연구실) [2]이 각자 별도로 수행한 두 연구에서 세균 RNA 중합효소 전사의 내재종결 기작을 연구한 결과 똑같은 결론을 얻었다. RNA 방출 이후에 RNA 중합효소가 대부분 DNA에서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다는 것이 두 연구에서 재현되었다 [1, 2].
한국 연구팀은 기본적으로 RNA와 DNA에 각기 다른 형광물질을 붙여서 측정하였고(그림 2), DNA 대신에 시그마 인자를 형광화하거나, 형광 DNA 탐침(probe)으로 RNA를 측정하기도 하였다 [1]. 미국 연구팀은 중합효소와 DNA에 각기 다른 형광물질을 붙여서 측정하면서, 또 다른 형광물질이 붙은 DNA 탐침으로 RNA를 측정하였다 [2]. 두 연구 결과가 거의 똑같기에 여기서는 한국 연구팀의 실험 데이터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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