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동향
플라스틱을 다시 자연의 품으로
- 등록일2020-08-19
- 조회수2338
- 분류기술동향 > 생명 > 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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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발간일
202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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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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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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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플라스틱 분해#미세플라스틱#플랑크톤
- 첨부파일
[바이오리포트] 플라스틱을 다시 자연의 품으로
이용재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공장연구센터
일상생활 속의 플라스틱
현대인이라면 누구라도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일상 속에서 플라스틱이 아예 사용되지 않은 장소나 물건을 찾으라면 그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아침에 식사를 하고 양치를 했다면 플라스틱으로 된 칫솔을 사용했을 것이고, 신발을 신고 출근을 했다면 역시 플라스틱을 사용한 것이다. 대중교통이나 자동차에도 수많은 플라스틱이 있고 컴퓨터 모니터, 마우스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이제 플라스틱이 없는 삶은 어쩌면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보다 더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플라스틱은 열이나 압력을 가해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는 고분자 물질(특정 화학구조가 아주 많이 반복된 물질)을 의미하는데, 대부분 가격이 저렴하고 원하는 특성에 맞게 가공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들이 개발되었다. 편의점이나 마트, 카페에서 음료의 플라스틱 포장은 투명하고 가벼우며 물에 대한 내구성이 강한 페트(PET)를 사용한다. 택배상자 속에는 가볍고 푹신해서 충격을 완충시켜 줄 수 있도록 폴리스티렌(PS)을 부풀려 만든 스티로폼을 사용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종류의 플라스틱을 개발해 왔고, 사용하고 있다.
쌓여가는 플라스틱
아인슈타인은 아마 자신이 발견한 상대성이론이 무시무시한 핵폭탄을 개발하는데 사용될 것이라고 예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플라스틱 또한 처음에는 지구를 괴롭히는 골칫덩이가 될 것이라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중합반응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이것의 반대 반응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높은 열과 화학 물질의 처리를 통해 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자연의 상태로 돌아가기가 어렵다. 일반폐기물이 분해되는데 보통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린다면 플라스틱은 수백 년이 걸린다.
여기에서 몇 가지 질문이 생긴다. “플라스틱은 분리수거를 통해 배출되고 모두 재활용 되는 것 아닌가요?” 혹은 “플라스틱을 녹여서 다시 원하는 형태로 가공해서 활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플라스틱에는 열가소성 플라스틱과 열경화성 플라스틱이 있는데, 열가소성 플라스틱은 열을 가해서 형태를 변형해도 성질이 크게 바뀌지 않아 재활용이 용이하지만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처음에 만들어진 형태를 가공하기 위해 열을 가하면 완전히 성질이 변한다. 한 번 익힌 계란이 다시 액체 상태로 돌아가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또한,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이라 할지라도 음식물과 같은 이물질이 섞여 있으면 곤란하다. 음료수 병이나 배달용기를 배출할 때 잘 세척해야하는 이유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PET 재활용 기술의 발전에 따라 2010년대 초반까지는 미국의 PET 재활용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최근 수년간 무분별하게 증가되는 소비량과 세척하지 않고 배출되는 문제로 재활용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미세플라스틱과 생물농축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이 점점 지구를 뒤덮고 있는 것만으로도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더 큰 위협이 있다. 해안가의 바위가 바람과 파도에 의해 모래가 되는 것처럼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들도 점점 작은 조각으로 쪼개진다. 이것이 미세플라스틱이다. 폼클렌징이나 스크럽 제품에 사용하기 위해 처음부터 작은 크기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도 있는데, 이 또한 미세플라스틱이다.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어류 등 수생생물들은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하여 섭취하게 되고 먹이사슬을 따라 결국에는 사람에게까지 전달된다. 중금속이나 방사능처럼 사라지지 않고 체내에 축적되는 것이다. 또한, 먹이사슬의 위로 올라갈수록 먹이 섭취량이 제곱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서 섭취한 한 조각의 미세플라스틱은 결국 수천, 수만 배 이상 농축되어 사람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더욱 위협적이다. 이러한 현상을 생물농축이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연구원에서는 최근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식물플랑크톤을 개발했다. 식물플랑크톤은 수생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가장 아래인 1차 생산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생물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식물플랑크톤을 상위 포식자가 섭취하면 체내에 누적되는 미세플라스틱을 분해하여 체외로 배출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클로렐라, 스피루리나 같은 식물플랑크톤은 이미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인체에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있다. 물론, 플라스틱 분해산물에 따른 세포독성이나 환경 영향 등에 대한 평가와 기술 개발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겠지만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단서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바이오 기반의 플라스틱 분해기술
사실 미생물이나 곤충 등을 이용한 바이오기반의 플라스틱 분해 연구는 꽤 오래 전부터 이루어졌다. 최근 들어서 점점 심각해지는 플라스틱 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또 해외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의 규제가 심해지면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박테리아나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에 존재하는 큐티나아제 등과 같은 효소는 원래 식물성 고분자를 분해하는 효소이지만 고온의 조건에서 PET와 같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곤충에 의해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생체 내의 복잡한 물질대사에 의존하는 플라스틱 분해 메커니즘과 특이 조건에서만 작동하는 효소의 활성 등 실제 환경에 적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과학계의 전반적인 평가였다. 최근 바이오기반 플라스틱 분해기술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는 데는 2016년 발견된 PETase라는 효소가 큰 역할을 하였다. 일본 연구진에 의해 발견된 이네오넬라 사카이엔시스(Ideonella sakaiensis)라는 박테리아로부터 분리된 새로운 효소인데, 섭씨 30~40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높은 플라스틱 분해활성을 보이고 단일 효소만으로도 PET를 단량체 단위까지 분해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 발견을 시작으로, 과학자들은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새로운 효소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비교적 분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올레핀계 플라스틱을 바이오 분해기술로 처리하는 연구 사례도 보고되었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자연에서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연구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생물로부터 생물학적 분해가 가능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직접 합성하는 연구부터 전분이나 단백질 같은 바이오매스를 기존 플라스틱 재료와 혼합하여 화학물질의 사용을 줄이고 더 쉽게 분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연구 등이 있다.
누구나 느끼고 있는 것처럼 플라스틱은 인류의 생활 전반에 걸쳐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급격히 증가된 수요와 무분별한 폐기로 우리의 삶을 위협하기도 한다. 하지만,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는 있어도 당장 전혀 사용하지 않을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인류와 자연 그리고 플라스틱의 평화로운 공존을 오랫동안 누리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통해 플라스틱을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게 해야 하는 이유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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