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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저널은 안녕한가

분류 기술동향 > 종합
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조회 2037
자료발간일 2019-09-20 등록일 2019-10-29
내용바로가기 http://www.ksmcb.or.kr/webzine/1909/content/research_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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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저널은 안녕한가

 


Secret Lab of Mad Sciencitst (SLMS)

남궁석


들어가며.


과학자에게 자신의 연구 결과를 논문의 형태로 발표하는 것은 연구 활동의 핵심이다. 실제로 논문의 형태로 완성되지 않은 연구 결과는 작가의 머리 속에만 있고 실제로 글로 안 씌여진 소설만큼이나 무의미하다. 학자는 논문을 발표하여 자신의 연구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 존재 이유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떠나서, 오늘날 한 사람의 과학자로써 학위를 마치고 독립 연구자가 되고,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논문을 발표해야 한다. 단순히 논문을 내는 것을 떠나 현실적으로 저널 중에서 가능한 높은 위계에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싣는 것이 학계에 자리잡고, 또한 연구비를 수주하여 연구 활동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논문 출판’, 특히 ‘좋은 저널에 논문을 내는 것’ 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지만 정작 학술 저널의 본래의 취지인 ‘연구 결과를 신속하게 동료들에게 전파하는 것’ 이 현행의 시스템에서 과연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만큼 관심이 없다. 이 글에서는 학술 저널과 피어 리뷰 (Peer Reviews)의 간략한 역사와, 현대에서 저널 기반의 과학 정보 유통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점에 대해서 알아보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들에 대해서 간략히 알아보도록 한다.

 

학술 저널의 역사


르네상스 이후 근대 과학이 유럽에서 태동한 이후, 연구자가 과학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주된 수단은 책 출판이었다. 혈액 순환의 원리를 처음 규명한 윌리엄 하베이 (William Harvey)의 연구 결과는 1628 년 ‘De Motu Cordis’ 라고 통칭되는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며, 로버트 후크 (Robert Hooke)의 현미경에 의한 미시세계의 관찰 결과는 ‘마이크로그라피아’ (Micrographia)로 출간되어 소개되었다. 즉 연구자가 수년, 수십년에 걸쳐 수행한 연구를 단행본으로 정리하여 출판하는 것이 과학 연구 결과를 전달하는 기본 수단이었다.


그러나 단행본 출판을 위해서는 수년, 수십년의 연구결과가 축적되어야 하고, 따라서 연구가 수행된 시점과 이것이 동료 과학자들에게 전달될 때까지 엄청난 시간 간격이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단행본 분량이 되지 않는 단편적인 관찰이나 간략한 주장은 쉽게 출간되기가 어려웠다.


최초의 과학전문 학술저널이라고 알려져있는 영국 왕립학회 회보(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는 과학 연구 결과에 대한 신속한 정보 교환의 목적으로 탄생하였다. 1665년 왕립학회 서기 헨리 올덴버그 (Henry Oldenburg)의 개인 출판물로 출발한 왕립학회 회보는 초창기에는 현재의 과학 저널보다는 취미 활동 동호인의 ‘동인지’와 더 비슷한 모습이었다. 학회 회원들 및 회원이 소개한 사람들이 보내오는 과학 연구 내용을 담은 ‘편지’ 를 올덴버그의 선별과 편집을 통하여 출판되는 형식이었다. 전문 과학자가 아닌 직물상이었던 네덜란드의 안톤 판 레벤후크 (Antonie Van Leeuwenhoek, 1632-1723)은 취미로 만든 렌즈로 관찰한 미생물을 발견한 결과를 왕립 학회에 보고하였는데, 아무런 학술적인 훈련을 받지 않았던 레벤후크는 자신의 모국어였던 네덜란드어로 자신의 연구결과에 대한 편지를 써서 왕립학회 편집장인 올덴버그에게 보냈고, 올덴버그는 이 결과를 요약하고 번역하여 왕립 학회에 실었다[1]. 즉 최초의 과학 저널은 당시의 단행본 위주의 과학 연구 전달의 한계를 넘어선 빠른 정보 전달을 위한 뉴미디어로 출발한 것이다.


초창기 과학 저널의 형식은 20세기 초반에서 중반까지도 계속되었다. 즉, 과학 저널은 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소수의 과학자들이 정보 교환을 빠르게 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저널의 개제 여부는 오늘날과 같은 외부 연구자들에 의한 피어 리뷰 (Peer Review)보다는 저널의 편집장 혹은 편집진 (Editorial Board)등 소수의 직권에 결정되었다. 때로는 특정한 학술 기관에서 발행되는 저널은 이 기관에 소속된 연구자들이 신속하게 논문을 발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였다.


과거의 저널이 얼마나 신속하게 최신 과학 연구 결과를 소개하였는지는 유명한 DNA 의 이중 나선 구조 논문의 출판 과정에서도 엿보인다. 왓슨(James D Watson)은 1953년 1월 런던의 킹스 칼리지 방문에서 로절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이 찍은 유명한 DNA 회절 사진을 보고 DNA 의 이중 나선 아이디어를 얻고 동료인 크릭 (Francis Crick)과 함께 한달 정도의 시간 동안 DNA 이중 나선 모델을 구축한다. 이들과 킹스 칼리지의 윌킨스 (Morris Wilkins), 프랭클린이 쓴 3편의 논문은 1953년 4월 25일자 네이처 (Nature)에 나란히 실린다[2]. 연구 결과가 도출된 지 한두달 안에 출간된 논문의 형태로 세계적인 과학 저널에 개제되어 전세계의 과학자들에 공개되는 것은 현재는 상상하기 힘든 빠른 속도이다.


또한 이전의 논문은 요즘과 같이 ‘모든 연구가 완결된 다음에 연구의 전체 스토리가 한꺼번에 공개되는’ 방식이기보다는 연구의 진행 사항이 단계별로 신속하게 출판되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1960년대 유전 암호 (Genetic Code)가 규명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마샬 니렌버그 (Marshal Nirenberg) 는 1961년 유전 암호 규명에 대한 실험을 최초로 보고한 이후 유전 암호가 전부 규명되는 1966년까지 모두 22편의 논문을 통하여 유전 암호가 규명되는 과정을 단계별로 출판하였다[3]. 이렇게 연구 진행 과정을 일년에 수 편의 논문으로 단계별로 보고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현대의 많은 생명과학 연구는 적어도 몇 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한번에 몰아서 기승전결이 완성된 스토리를 논문화하지 않는다면 저명한 저널에 논문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논문을 투고하더라도 수많은 지적 사항과 여기에 따른 수정, 그리고 게제 거부 및 재 투고 과정을 생각하면 연구가 시작되어 최종적으로 논문이 공개되기까지는 수 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17세기에 처음 등장한 과학 저널이라는 새로운 매체는 기존의 단행본이 연구 결과를 보고하기 위하여 수 년의 시간이 걸리는 단점을 보완하여 신속한 과학 연구의 소개를 위하여 만들어졌고 그러한 역할을 수백년 동안 잘 수행하여 왔다. 그러나 정작 정보통신이 발달한 21세기에 과학 연구를 세계의 동료 과학자들에게 저널을 통해 공개하기 위해서는 수 년의 시간이 걸린다. 즉 이전에 단행본으로 연구 결과를 소개할 때와 거의 비슷한 시간을 들여서 저널에 논문을 내는 것은 일종의 퇴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는 어디서 기인하는가? 여기에는 매우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

 

피어 리뷰의 명과 암


오늘날 왜 과학 연구의 결과가 출판되는데는 왜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나? 오늘날 연구 결과가 저널에 출판되기 위해서는 동료 연구자들의 피어 리뷰 과정을 거쳐야 하고, 소위 ‘권위있는 학술지’ 의 경우 피어 리뷰 후 논문 수정 (Revision), 혹은 개제 거부 후 다른 저널에의 재 투고는 일상사이다.


현대 과학자들은 피어 리뷰는 논문 과정에 필수적인 것이고 과학의 발전 과정과 함께 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피어 리뷰가 저널에 논문을 싣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된 것은 20세기 중반 이후였다. 가령 아인슈타인은 1930년대 미국물리학회의 '피지컬 리뷰' (Physical Review)에 투고된 논문이 자신의 동의 없이 외부의 익명 리뷰어에게 리뷰되었다는 것에 분노하여 스스로 논문 투고를 철회하는 일도 있었고[4], 네이처에 실리는 논문에 외부 전문가의 피어 리뷰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은 1967년의 일이었다.


20세기 중반 이후에 저널들이 논문의 평가를 편집진이 아닌 외부 리뷰어의 피어 리뷰에 의존하게 된 데는 몇 가지의 이유가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 과학의 급속한 발전과 분야의 세분화 때문에 더 이상 몇 명의 편집장이나 편집진이 투고되는 논문을 전문성을 가지고 평가할 수 없게 되었고, 과학 연구에 대한 국가의 투자가 증가함에 따라서 투고되는 논문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증가된 투고 논문을 평가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외부의 리뷰어를 활용했다는 측면도 있다[5]. 어찌되었든 20세기 후반 이후 피어 리뷰에 의한 논문의 평가가 논문의 출판에 필수적인 요소가 됨에 따라서 논문의 출판에 필요한 시간은 길어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세분화된 현대의 과학 연구에서 특정한 분야의 논문을 가장 잘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논문과 가장 유사한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일 수 밖에 없고 많은 경우 논문의 출판 여부가 해당하는 논문과 거의 유사한 연구를 하는 경쟁자, 혹은 논문에서 주장하는 주장과 다른 주장을 한 논문을 이전에 낸 사람이 리뷰어가 되는 일이 생긴다. 자신의 연구와 상충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라면 해당 연구를 저명한 저널에 빨리 출간하도록 돕기보다는 지연하거나 논문 개제를 거부하는 것이 유리할 것임은 자명하다. 더 문제는 피어 리뷰 과정에서 입수한 경쟁자의 연구에 대한 정보를 이용하여 리뷰어 자신도 거의 동일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경쟁자의 논문에 까다로운 추가 실험 요구를 하여 논문 출간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동시에 거의 비슷한 연구를 진행하여 원래의 논문과 거의 비슷하게 출간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는 것은 많은 연구자들이 경험한 일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대의 과학 현실에서 저널 편집진 이외의 외부 연구자에 의한 피어리뷰는 논문의 평가에 필수불가결하게 되었지만, 피어 리뷰는 다른 요인들과 함께 과학 연구 결과를 다른 연구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저널의 서열화


연구 논문과 저널의 숫자가 급증함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학술 저널에도 서열화가 일어났다. 이러한 저널의 ‘서열화’ 를 결정적으로 부추긴 요인 중의 하나로는 ‘저널 임팩트 팩터’ (Journal Impact Factor, JIF)가 있다. JIF는 애초에는 대학 도서관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구독할 저널을 선택하는 기준을 제공하기 위한 수치였다. 그러나 오늘날 JIF는 특정한 저널의 수준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처럼 여겨지기도 하며, 해당 저널에 실린 논문 자체나 연구자를 평가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문제는 JIF를 결정하는 인용빈도 중 상당수가 인용이 많이 되는 일부 논문의 인용에 의해 크게 결정되며 저널에 실린 인용 빈도의 ‘평균’ 인 JIF 가 개별 논문의 인용빈도, 혹은 개별 논문이나 논문저자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 즉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이 거주하는 동네의 주민들의 소득세를 동네의 평균 소득(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에 의해서 월등히 높아진) 에 기준하여 모두 균일하게 부과하는 것과 임팩트 팩터에 의해서 개별적인 논문이나 연구자를 평가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가끔 극소수의 논문이 엄청난 인용수를 기록하고, 해당 저널의 JIF가 급상승하여 많은 연구자들이 해당 저널에 논문을 많이 투고하였으나, JIF 급등의 원인이 되는 논문이 JIF 집계 기간이 지난 후에 JIF가 급락하는 해프닝도 생긴다. 단백질 결정학 - 구조생물학 분야에서 오랜 전통의 저널인 “Acta Crystallographica Section D” 라는 저널은 이전까지 JIF 2-3 정도를 유지하고 있던 저널이었다. 그러나 단백질 결정학 분야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던 소프트웨어 소개 논문이 여기 나온 후, 모든 연구자가 해당 논문을 인용하게 되자 해당 저널의 JIF가 2011년에는 12.6, 2012년에는 14.1로 급등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그 이후 JIF를 업적 평가에 중요하게 사용하던 몇몇 국가 연구자들이 이 저널에 급격히 많은 논문을 투고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JIF는 원래의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해당 저널에 많은 논문을 투고하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2018년의 비트코인 광풍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일이다.

 

저널의 서열화는 앞에서 이야기한 과학 연구가 공개되는 시간을 증가시키는데에도 영향을 준다. 저명한 저널에 논문을 출판하는 것이 연구자 개인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가급적이면 ‘상위 저널’ 에 출판하려고 하나 높은 경쟁 때문에 필연적으로 대부분의 논문들은 개제 승인을 받지 못한다. 이러한 논문들은 ‘차상위 저널’ 에 다시 투고되고 이러한 사이클은 반복된다. 결과적으로 논문 투고-개제 거부-재투고의 사이클이 계속될수록 과학 연구는 더 늦게 공개된다.

 

저널의 상업화 : 저널은 누구의 노고로 돈을 버는가


연구 결과의 공개가 늦어진다는 것 외에도 현행 출판 시스템의 문제는 있다. 현재 저널에 실리는 거의 대부분의 연구결과는 국가의 공적자금이나 자선재단 등에서 지원받는 연구비로 만들어지지만, 그 연구 결과의 결정체인 논문의 저작권을 가져가고, 이를 이용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Springer/Nature, Elsevier, Wiley 등의 거대 출판기업이다. 연구를 수행한 당사자인 연구자와, 세금으로 수행된 연구를 후원한 납세자는 높은 비용의 저널구독을 비용한 기관 소속이 아니라면 연구 결과를 자유롭게 보기도 어렵다는 문제가 생긴다. 또한 대부분의 저널에 실리는 논문의 평가는 학계 연구자들에 의한 피어 리뷰에 의해서 선별되고, 역시 학계 연구자들로 구성된 에디터리얼 보드에 의해서 유지되지만 이들은 자신의 노력에 대한 댓가를 지급받지 못하는 ‘재능 기부’ 를 하는 셈이다. 여기에 덧붙여 논문 게재를 위해서는 논문의 저자는 개재료를 지불해야 하고 이는 역시 연구비를 통하여 지불된다. 결국 국가의 공적 연구비로 생산된 최종 결과물인 연구 논문은 상업적인 출판사의 영리 목적에 이용되고 상업적인 출판사는 별다른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지 않은채 불로소득을 영위하고 있는 셈이다.

 

현 상황의 개선책


그렇다면 이렇게 연구 결과가 저널을 통하여 전달되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고, 공적 자금으로 지원된 연구의 결과가 상업적 출판사의 이익 창출에 사용되고 이러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 연구자들과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먼저 저널의 내용을 출판에서 돈을 지불한 기관 구독자나 개인적으로 비용을 낸 사람만 이용가능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오픈 억세스’ (Open Access) 운동이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다. 즉 온라인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논문을 참조할 수 있게 하되, 연구자가 내는 저널의 게재 비용을 기존보다 높여 (논문당 1,500달러에서 4,000달러 수준) 저널의 유지비용을 댄다는 개념이다. PLOS (Public Library of Science)라는 비영리 단체에서 시작한 오픈 억세스는 이후에 여러 단체로 확산되었으며 기존의 상업적인 출판사에서도 오픈 억세스 옵션을 제공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픈 억세스는 기존에 도서관이나 기관에서 부담하던 비용을 연구자 (또는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지원 당국) 에게 전가하는 것 뿐이라는 비판도 있어왔으며, 또한 오픈 억세스를 빙자하여 높은 개재료만 내면 논문을 실어주는 소위 약탈적 저널 (Predatary Journal) 의 창궐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있었다.


정부 차원의 대책으로는, 미국 국립보건원 (National Institute of Health) 에서 연구비를 지원받는 연구로써 출판되는 논문은 1년내에 펍메드 센트럴 (Pubmed Central) 이라는 데이터베이스에 논문원고를 공개하는 것을 의무로 하였다. 유럽의 연구비 수혜 기관은 적극적인 오픈 억세스 장려대책인 ‘플랜 S’ (Plan S)를 시작하였는데 이는 2021년부터 연구비를 받고 수행된 모든 연구결과는 오픈 억세스 저널 혹은 오픈 억세스 플랫폼에만 출간되고 즉시 공개되어야 한다는 매우 강력한 규정이다.


이러한 오픈 억세스 운동은 분명히 연구 논문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는데는 큰 보탬을 주고 있다. 그러나 현행 학술 출판계의 또 다른 문제인 연구 결과가 공개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에 대한 해결을 제공해 주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어떤 것이 시도되고 있을까?


의생명과학계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일이었지만 물리학, 수학, 천문학 등의 분야에서는 ‘프리프린트’ (Preprint) 라는 이름으로 논문 출간 전 원고를 온라인에 공개하는 것은 일찍부터 일반화되었다. 특히 1991년 시작된 ‘arXiv’ (http://arxiv.org) 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온라인 저장소 (Online repository)에는 물리나 수학 분야의 거의 모든 학술 논문이 피어 리뷰를 거치는 학술 저널에 출간되기 전에 먼저 업로드되고, 연구의 우선권도 종종 arXiv에 프리프린트를 올린 순서로 결정되기도 한다.


의생명과학계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았던 프리프린트 문화가 의생명과학계에 일반화된 것은 2013년 미국의 콜드스프링스하버 연구소 (CSHL)에서 설립한 ‘BioRxiv’이 설립된 이후부터였다. BioRxiv가 설립된 지 5년만에 약 37,648건의 프리프린트가 공개되었으며 BioRxiv에 공개되는 프리프린트의 건수는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프리프린트가 공개함으로써 과학 연구의 결과는 얼마 정도 빨리 공개되는 것일까? 2019년에 출간된 BioRxiv 의 프리프린트의 논문화를 추적한 연구에 의하면, bioRxiv에 공개된 연구는 166일(중간값) 에 저널에 논문화되었고, 특히 네이처 제네틱스 (Nature Genetics)에 출판된 논문들은 BioRxiv 에 공개된 이후 272일 이후에 출판되었다고 한다[6]. 결국 프리프린트는 저널에 비해 9개월 빨리 최신의 연구 결과를 알려주는 셈이다.


프리프린트와 함께 기존의 ‘출판 전 피어 리뷰’ 관행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즉 논문 평가가 비공개적으로 소수의 리뷰어에 의해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프리프린트로 공개된 논문을 다수가 읽고 평가하며, 프리프린트에서 호응을 받아 좀 더 권위있는 저널에 출간되기도 한다. 사실 많은 과학자들이 출판 전 피어 리뷰가 저널에 출판되는 논문의 퀄리티를 보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소수에 의한 피어 리뷰는 완벽하지 않다. 가장 높은 기준을 가졌다는 ‘네이처’ 등의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도 종종 연구 결과 재현성 문제가 불거지며, 심지어 연구 부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진 2014년의 ‘STAP 세포’ 소동에서처럼 심각한 문제가 있는 논문들이 피어 리뷰 과정을 통과하여 정식 저널에 출간되곤 한다[7]. 그러나 이러한 논문의 오류들은 출판 전 피어 리뷰에서는 교정되지 못하였지만 논문 출판 후 동료 연구자들의 비평에 의해서 오류가 교정되었다. 이를 감안하면 출판 전 비공개로 소수에 의해서 밀실에서 진행되는 피어 리뷰보다는 프리프린트 형식으로 공개된 논문에 대해서 진행되는 ‘출판 후 피어 리뷰’ 가 논문의 질을 보장하는데 유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현대 정보화 사회에 17세기 영국 왕립 학회에서 확립된 절차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저널이라는 형태로 연구 결과를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연구자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유전체학이나 생명정보학 등의 분야에서는 논문 출판보다 이전에 소프트웨어나 데이터의 공개가 일반화되어 있으며, 논문은 공개 이후 보통 수년이 지난다음에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출간된다. 그리고 아직 논문의 형태로 출판하기에는 이른 단편적인 연구 결과를 타인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인 ‘Figshare’ (https://figshare.com) 도 등장하였다. 즉, 완성된 논문이 아닌 단편적인 데이터를 SNS 등을 통하여 공개하고, 다른 연구자들의 코멘트와 교류를 통하여 연구를 진행하여 완성하고, 연구가 어느정도 마무리되면 프리프린트의 형식으로 논문 원고를 공개하는 ‘오픈 사이언스’ (Open Science)는 결코 미래나 이상의 모습이 아닌, 지금 현재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실천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현재 저널을 중심으로 하는 과학 연구의 유통 체계는 신속한 연구 정보의 유통이라는 애초의 과학 저널의 등장 취지와도 잘 맞지 않는 왜곡된 체계이며 과학 연구 결과의 신속한 유통을 방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앞으로 과학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의 정보화사회에 잘 부응하지 못하는 현재의 과학 정보 유통체계에 대한 혁명적인 개선과 이를 위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과연 국내의 과학계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저널의 임팩트 팩터가 발표되면 주요 저널의 임팩트 팩터와 그 순위를 소숫점 3자리까지 외우고 다니는 연구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세태를 보면서, 과학계의 적폐에 불과한 과학 출판 재벌의 이익 추구에 놀아나기보다는 지금 현재 지구의 다른 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과학 정보의 유통 과정의 개선에 대한 논의에도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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