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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바이오미래유망기술의 이야기 - 제6화 “암 오가노이드 연계 면역세포 치료기술” 편

2019 바이오미래유망기술의 이야기 - 제6화 “암 오가노이드 연계 면역세포 치료기술” 편

  • 발행일 2019-07-26
  • 출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 담당자 김무웅 ( 042-879-8375 / moongkim@kribb.re.kr )
  • 조회수 9405
  • 키워드
    #암오가노이드 #오가노이드 #면역세포치료 #바이오미래유망기술
  • 첨부파일

개요


 

[바이오로 열어가는 2035 미래사회 – “암 오가노이드 연계 면역세포 치료기술”편]

 

 

 

제6화 “험난한 여름휴가 일정”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서 지난 1월에 발표한

 

'2019 10대 바이오 미래유망기술(클릭)' 에 대해서 10화의 소설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바이오가 열어가는 행복하고 희망찬 미래상 제시를 통해

 

바이오 미래유망기술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강현과 권하선, 두 사람은 고민 끝에 나란히 휴가원을 내기로 작심했다. 업무가 과중하다 보니 같은 연구실에서 일하는 두 사람이 동시에 휴가를 내는 건 동료 연구자들의 질책을 한몸에 받을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1000일 기념일’마저(2019 바이오미래유망기술의 이야기 1화 참조) 야근으로 보내야 했던 두 사람은 일만 계속하다간 몸보다 정신이 먼저 망가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며칠이라도 좋으니 일 걱정 없이 두 사람이 함께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이런 욕심은 연구자로서의 책임의식을 아득히 멀리 날려 보낼 충분한 힘이 있었다. 

 


 

현은 이번 한 번만 둘이 함께 휴가를 다녀오게 해 달라고 상사인 나형욱 단장을 일주일 전부터 졸라댔다. 나 단장은 “휴가를 둘이 꼭 함께 가야겠느냐”고 몇 번이나 만류해 봤지만 현의 의지는 강력했다. 결재를 보류하면 다음 날 다시 찾아갔다. 더구나 지난번 현에게 속아 가족휴가까지 다녀왔던 나 단장은 야멸차게 거절할 명분을 찾기도 힘들었다. 


“설마 이러려고 저번에 나 휴가 보냈던 건 아니지?” 

“일생의 소원입니다. 단… 아니 형님.” 

“공사 구분 잘 하는 사람이 왜 이래. 무섭게.” 

“둘이 같이 가기로 한 시점에서 이미 그런 거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렵게 결재를 받은 현은 단장실을 빠져 나왔다. 복도에서 쾌재를 부르지는 못하고 그저 한쪽 손을 조용히 꽉 쥐어본 현은 성큼성큼 잰걸음으로 자신의 연구실 책상 앞으로 돌아왔다. 마침 공용 실험장비를 사용하기 위해 맞은편 자리에 잠시 앉아있던 하선이 책상 가림 막 너머로 고개를 살짝 내밀고 물었다. 

 


“결재 잘 됐어요?” 

“응. 그런데 나 혼 많이 났어. 다녀와서 둘이 제대로 만회해야 할 것 같아.” 

“알았어요.” 

 

 

 

novel_6_01.jpg

 

 

 

하선은 살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현은 손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재가 났으니 휴가를 떠날 대책을 세워야 했다. 먼저 밀린 일을 어느정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개인용 정보 단말기를 책상 앞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에 꽂고선 자신에게 쏟아져 들어와 있던 각종 e메일이나 보고용 파일, 논문서식 등의 서류를 맹렬한 속도로 보기 시작했다. 

 


 

휴가 날까지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겨우 일주일. 하지만 쌓여있는 파일을 보면서 그는 짧게 한숨을 내 쉬었다. 굵직한 연구야 차근차근 진행하는 거니 어떻게든 조정이 가능했다. 하지만 새로운 연구를 기획하는 일, 기존의 연구성과를 정리하고 보고하는 일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이런 일은 대부분 일정에 맞춰 어떻게든 서류를 꾸며 넘겨야 한다. 얼핏 보니 평소에 가지고 다니던 50페이지짜리 전자서류 바인더 두 개에 옮겨 넣고 처리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아 보였다. 급한 대로 현은 눈앞에 있는 하선이 가지고 있던 100페이지짜리 전자서류 바인더까지 빼앗듯이 빌려왔다. 그리고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속에 보이는 수많은 파일들 중에서 당장 급한 것부터 찾아내 전자서류로 하나씩 던져 넣기 시작했다. 

 


 

2030년대가 되면서 사람들의 컴퓨터 사용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겉보기엔 먼 옛날처럼 서류 뭉치를 들고 다니면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겉보기에 거의 완벽히 A4용지 꾸러미 같았고 둘둘 말거나 접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실상은 언제든지 원하는 대로 내용을 바꿀 수 있는 전자잉크 서류라는 점이 달랐다. 보통은 50페이지, 혹은 100페이지 정도씩 전용 바인더로 묶어 한두 개씩 가지고 다니는 게 전부였다. 당장 일할 분량을 옮겨 넣을 수 있었고, 그 종이 위에 전용 팬이나 가상키보드로 글씨를 쓰거나 메모를 하면 원본 파일까지 한 번에 바뀌어 저장됐다. 영상을 보거나 수식을 계산하는 등의 복잡한 일도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영상제작이나 설계 등의 전문적 작업을 하는 사람들, 옛날 방식이 좋아서 여전히 키보드와 마우스를 쓰는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면 책상 위에 모니터를 놓고 쓰는 사람은 드물었다. 현처럼 꼭 필요할 때만 홀로그램 장치를 이용해 파일을 관리했다. 

 


“이건 다녀와서 해도 되고. 이건 내일 보내야 하고, 그리고 이건…” 

“너무 서두르지 말아요. 나도 도와줄게요.” 

 


 

책상 위 홀로그램 영상을 보며 마치 복싱이라도 하듯 두 팔을 휘젓고 있는 현을 바라보고 있던 하선은 안쓰럽다는 듯이 말했다. 


“자긴 자기일 있잖아. 이렇게 구분만 해 놓으면 내일부터 연구 중에 짬짬이 챙기면 될 거야.” 

“다음번에 갈 걸 그랬나 봐요. 미안해지네.” 

“아이고. 안 바쁠 때가 있어야 다음에 가지.”

 


 

현은 손을 바쁘게 움직이면서 투덜대고 있었지만 내심 하선과 단둘이 휴가를 간다는 생각에 입꼬리는 살짝 웃고 있었다. 

 


 

************ 

“앗.” 

 


 

그렇게 한참을 파일을 넘겨대던 현의 눈에 맘에 걸리는 e메일 하나가 눈에 들어오자 현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신경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 김형진이 보낸 파일이었다. 제목란엔 ‘두개 내 원발 간엽성 연골육종 사례 찾았음’이라고 적혀있었다. 간에서 생겨난 ‘육종’이라는 악성 암이 뇌로 전이된 환자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치켜 올라가 있던 현의 입 꼬리는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는 즉시 스마트 안경을 찾아 쓰고 형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안하다. 답이 늦었지. e메일을 지금 봤어. 이거 상황 좀 알려줘.” 

“네가 부탁한 거 찾았다고. 야 이거 고생했다. 네 말 생각나서 내가 제주 분원까지 달려갔다 왔어.” 


 

형진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사코마(Sarcoma, 육종)는 암 중에서도 항암제가 안 듣기로 유명하다. 일반 암을 카시노마(Carcinoma, 상피종)라고 부르며, 대부분의 항암제는 이 암을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된다. 그러나 시대가 발전하면서 항암제 기술이 발전해 육종의 항암치료도 가능해졌다. 오가노이드(장기유사세포, 줄기세포로 만든다)를 면역세포 항암치료 개발에 응용할 수 있는 ‘암 오가노이드 연계 면역세포 치료기술’이 5년 전부터 완전히 실용화되면서 가능했다. 환자의 몸에서 뽑아낸 물질로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이 세포를 이용해 가장 효과가 높은 면역세포 치료제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뇌는 2035년인 지금까지도 어느정도 걸림돌이 있었다. 혈뇌장벽(오염물질이 뇌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 얇은 막. 약물의 전달까지 막아버려 항암치료의 걸림돌이 된다)을 해결하는 것도 문제였고, 뇌 조직에 꼭 맞는 면역세포를 만드는 방법도 골칫거리였다. 만약 육종이 전이되어 뇌 속에 발견될 경우 일반 육종과 두뇌 육종, 두 가지 특수성을 모두 고려해 치료제를 만들어야 한다. 현은 나 단장과 공동으로 이 분야 연구 역시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뇌 부외에서 육종이 발생한 환자에게 신선한(?) 암 세포를 얻어 오는데 혈안이 돼 있었다. 


“환자를 찾았는데,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아. 다행히 환자는 연구에 도움이 된다면 수술 중에 떼어낸 조직을 기증한다고 했거든.”

 


 

형진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 

“수술 날은 다음 주 금요일이고, 그날 병원에 오면 깨끗한 조직표본을 넘겨줄 수 있어. 환자의 암은 물론 간, 뇌세포도 일부 얻을 수 있을 거야.” 

“금요일? 야. 저… 내가 그날 안 가면 안 되겠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네가 여기서 줄기세포 뽑아내서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잖아. 뇌종양 자체가 다른 암에 비해 드물고, 다른 곳에서 생긴 암이 다시 뇌로 넘어와서 두개골 내에 이렇게 딱 맞게 생긴 사례는 그중에서도 0.2%도 안 된다고. 이런 샘플 네 평생에 다시 찾기 힘들 텐데.” 

“휴. 야. 냉동 보관해 주면 안… 되겠지?” 

 

 

 

현은 다시 한번 우물쭈물 물었다. 

 

 

“좋을 리가 있냐. 웬만하면 네가 와서 바로 가져가.” 

“알았어. 잠시만. 내가 다시 전화해 줄게.” 

“오케이.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나는 환자 치료만 하면 돼. 그다음엔 해달라는 대로 해 줄 테니까 결정하고 알려줘.” 

 


 

************ 

 


 

전화를 끊고 현은 혹시 하선이 통화 내용을 엿들었을까 싶어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하선은 자기 자리로 돌아갔는지 공용 책상엔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다. 현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다시 얻기 힘든 실험자료를 포기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휴가가 둘 사이에 더없이 소중한 것도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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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꺼버렸다. 그리고 오가노이드 실험계획서가 올라가 있는 전자서류를 빤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새삼 다시 볼 필요 없는 파일이지만 그는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그 서류를 들여다보는 것 이외에 다른 행동을 할 생각이 나질 않았다. 

 


 

몇 분이 더 흘렀을까.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하선이었다. 

 


“깜짝이야. 어디 갔다 왔어? 자기 자리 돌아간 줄 알았더니.”

 


 

하선은 말없이 현에게 전자서류 두 장을 내밀었다. 제목란엔 ‘휴가철회원’이라고 적혀있었고, 맨 밑엔 각각 현과 하선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나 단장의 사인은 이미 올라가 있었다. 

 


“이게 뭐야. 왜 이런 걸 가지고 왔어.” 

“아까 통화하는 걸 들었어요. 휴가 못 가는 거죠?” 

“아니. 꼭 그런 건 아니야… 잘 찾아보면 방법이….” 

“자. 자. 이걸로 여기다 사인하면 서버에 바로 올라가니까 철회결제 즉시 끝나요. 내가 단장님 다시 졸라서 이거 받아오느라고 애 먹었다구요.” 

“하지만….” 

“빨리요. 우리 팔자가 그렇지 뭐.”

 


 

하선은 별일 아니라는 듯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To be continued..

 


 


 


 

글 : 전승민(前, 동아사이언스 기자)

 

삽화 : 조진호(NC문화재단)

 

감수 : 김태돈(한국생명공학연구원)

 

기획 및 편집 : 김무웅, 남연정(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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