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인

해양은 지구의 70%를 차지하며 모든 생명의 근원은 해양으로부터이다. 이러한 해양의 미세조류는 해양 생태
계를 좌우하는 일차 생산자로 그 수와 량이 방대하며 '미지의 세계' 그 자체이다.

우리는 모두 바다를 동경하고 미래 인류의 희망이라 하면서도 바다를 실제로 열고 그 속으로 깊숙히 들어
가 구석구석을 분석하고 밝혀내는 데에는 적극적이지 못했다. 이와 같은 면에서 '해양미세조류은행' 설립
은 차세대 중요한 개발 분야인 해양연구의 초석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해양미세조류의 폭 넓은 활용을 위해서는 우선 해양미세조류의 순수배양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
는 숙달된 전문인력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해양미세조류를 필요로 하는 기관에 다양한 종류
를 공급할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은행 운영이 중요하다. 특히 1992년 UN환경개발회의에서 생물다양성협약
이 체결되면서 각 선진국은 유용유전자원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국의 천연자원에 대한 주권을 인정하고, 유전자원을 취득할 기회를 정하는 권한이 원산국(Country of
Origin)의 정부에 속한다는 생물다양성협약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 연안에서 서식하는 고유의 해양미세
조류의 연구와 개발은 국가적 차원의 중요한 과제이다. 해양미세조류가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의 1차 영양 단
계가 되므로 해양동물의 생활사, 계통발생, 식성, 번식, 종간 특성 등에 관한 구체적인 생리·생태 연구는
해양미세조류의 순수배양을 통하여 가능하다.

이와 같이 해양미세조류의 배양은 순수기초생물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양
식을 위한 먹이생물, 인간의 식량 및 의약품 원료, 환경독성학에서의 실험 생물 및 수질평가 등에 널리 이
용되며, gas교환을 이용한 폐수처리, 잠수함·우주선 등에서의 공기정화 등에 이르기까지 산업적인 활용범
위는 대단히 넓다. 최근에는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통한 해양미세조류의 형질변경을 통한 유전공학의 첨단
연구도 활발하다.

이러한 목적이외에도 해양미세조류의 배양은 초·중등학교와 대학교 학생들의 해양생물학 또는 지구과학의
교육재료로 매우 유익하게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도 해양미세조류와 관련된 연구, 산업, 교육계의 인
프라가 지금보다 더욱 큰 규모로 확대되어야 하며 이는 '한국해양미세조류은행'의 발전을 통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미세조류 순수분리·배양·분양

한국해양미세조류은행은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다양한 미세조류를 순수분리, 배양, 관리하며 유용한 해
양미세조류의 탐색과 이들 종류에 대한 유전자 확보 및 생물화학적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필요로 하는 연구
·교육 및 산업기관에 보급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은행에서는 동, 서, 남해의 연안과 외해 그리고 조간대, 기수호, 염전, tidal pool, 강하구 등의 해역에
서 다양한 해양미세조류를 채집하여 단일종으로 순수분리한 후 정확한 종 분류와 최적배양환경요인을 구명
하여 연구소재로 등록하고 있다.

확보된 해양미세조류에 관한 생물·화학적 정보는 분양을 받아 연구한 결과물과 기타 문헌 자료를 DB화하
여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등록된 소재는 e-mail 분양 신청 요구에 따라 3일 이내에 우편
으로 발송하고, 배양하기가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위탁 대량 배양 분양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미세조류의
배양에 관한 교육, 기술지도 등의 서비스를 통해 보다 많은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해양미세조류은행은 우리나라 연안 고유의 해양미세조류를 1,500종 이상 확보하고 각 종의 유전 정
보는 물론 생물·화학적 특성을 파악하여 국·내외 적으로 폭넓게 활용되는 세계적인 은행으로 발전하고자
한다.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우선 소재가 다양해야 하며 각 소재의 정보 DB가 세계적인 수준이어야 합
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장기적이고 충분한 예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해양미세조류는 현재의 단계에서는 의약이나 공업분야에 비해 산업구조가 취약하므로 필요한 예산을
은행차원에서 스스로 확보하기란 불가능한 실정이므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집중지원되어야 할 것이라고 해
양미세조류은행 허성범 교수는 말한다. 은행 설립 이후 다양한 미세조류의 개발로 현재 확보종이 1,244
strains에 달하며 분양 실적역시 은행설립이전 10년간(1985∼1995)에는 108회에 걸쳐 250 strains을 분양했
으나, 은행설립이후 7년간 312회, 1,446 strains을 분양하여 크게 신장되었다.

은행설립 이전에는 주로 수산양식 업체와 국립수산과학원 등의 연구기관에 주로 분양되었으나 최근에는 대
학과 출연연구소의 생물공학, 환경공학, 미생물학, 의약학, 일반생물학, 해양학 등 다양한 연구분야에서 소
재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해양 미세조류의 산업화와 관련된 생물공학 및 환경공학 분야의 벤쳐회사
와 초·중등학교에서의 교육용 분양요청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벤처산업화되고 있는 예로 (주)알진텍
(http://www.kbtg.com)을 볼 때 국내에서도 해양미세조류를 이용하는 인프라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을 보
여준다.

우리나라 연안의 다양한 미세조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다양한 해역에서 다양한 계절에 채집이 가능
해야 하는데, 은행의 인력과 예산으로는 충분한 채집 자체가 제한적입니다. 이에 해양미세조류은행에서
는 국내 수·해양관련 대학 및 국립연구소의 선박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또 채집된 다양한 종을 순수분리한 후 그 종의 분류학적 위치를 구명해야 하는데, 이는 국내 각 대학 및 연
구소에서 활동하는 분류전문가로 구성된 '분류자문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는 해양미세조류 분류 학자가 부족한 실정이므로 이 분야의 전문가 육성은 물론 외국 학자들과의 공동연구
도 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오염에 생태계 변화 대책 연구 계획

최근 연안오염 또는 이상기후 등으로 연안 해양 생태계가 급속히 파괴 또는 변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
경요인의 변화는 일차적으로 기초생산자인 해양미세조류의 조성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에 은행은
인위적으로 조절된 실내 환경에서 해양미세조류를 배양함으로써 현재 자연 해양 생태계 변화의 원인과 진행
과정 그리고 대책을 파악할 수 있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과학기술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기 분야와 비인기 분야로 구분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모든 과학기술이 서로 연관성을 갖고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은 장기적인 안목
을 갖고, 각 분야의 균형잡힌 연구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는 허 교수는 연구자의 입장에서도
일시적인 유행에 따르는 듯한 연구보다는 한 분야를 초지일관 깊게 연구개발할 때 타 분야의 과학기술 발전
에 공헌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문 의 : 부경대학교 해양미세조류은행 소장 허성범 교수(E-mail : hurs@mail.pknu.ac.kr)

(과학재단소식지 2003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