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센서 연구에 앞서가는 환경생물공학연구실
환경 감시의 첨병, 빛나는 박테리아

중금속이나 독성 물질을 만나면 빛을 내는 신기한 박테리아!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국내 연구실에서 실제로 재현되고 있다. 공상영화 속의 괴물은 방사능이나 중금속, 독성물질에 오염되어 대개 공포의 대상으로 인간에게 다가오지만, 일명 바이오 센서라 불리우는 발광 박테리아(대장균)은 환경 감시의 첨병 역할을 하는 고마운 존재가 될 전망이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하여 오염 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발광 박테리아를 만들어 이를 바이오 센서로 활용하는 연구는 국내 수준이 곧 세계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계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2001년 국가지정연구실 사업으로 지정되어, “유전자재조합 형광/발광 세포를 이용한 환경 바이오센서 개발 및 응용”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광주 과학기술원의 환경생물공학 연구실 구만복 교수팀이 그 주인공이다.
구만복 교수팀이 사용하는 박테리아는 유전자를 조작한 대장균이다. 이 대장균은 독성물질이 있으면 빛을 내기 때문에, 이 것을 바이오 센서로 이용해서, 폐수처리장이나 상수원의 독성물질의 유무를 알아낼 수가 있다.
박테리아를 이용한 유전자 재조합이라고 하니, 혹여나 조그만 실수로 돌연변이가 출현하거나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질병이 발생할 우려는 없는가 하는 의문을 제시하니, 모든 연구나 실제 사용이 폐쇄된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워낙 조심해서 운영을 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는 구만복 교수(43)의 시원한 대답이 돌아온다. 실험 과정에서 생성된 항생제에 저항하는 유전자가 외부로 유출되어, 일반 생태계에도 항생제에 저항하는 박테리아가 생겨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관리는 철저하게 되고 있다.
흔히 생각하는 돌연변이는 자연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나므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결과만 분석할 수 밖에 없지만, 유전자 조작은 우리가 의도한 대로 변이를 시키는 것이고, 대부분은 예측대로의 결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현재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이론이 성립되어어있고, 잘 정립된 사실에 근거해서 실험을 하게 되므로 다른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또한 박테리아를 이용해 걸러진 샘플들도 철저하게 살균된다고하니, 유전자를 재조합한다고 하여 우려할 필요는 전혀 없을 듯 싶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박테리아 안에 있는 유전자는 모두 4,300여개. 여기에 세포 내의 노화를 일으키는 물질이라던지, 솔벤트류, 유기화학물질들, 중금속 등에 세포가 접촉하면, 세포내에 단백질을 생성시키는 RNA의 양이 변하게 되고 이를 분석해서, 4,300여개 중에 독성 물질에 접촉했을때 어떤 유전자가 많이 증가하고 감소하는지 알 수 있다. 이 중 많이 생성되는 유전자가 외부 유해환경과 접속했을 때 민감한 유전자가 된다. 박테리아에 대해서 민감한 유전자를 스트레스 유전자라 하는데, 이를 스위치처럼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것을 프로모터라고 하고, 여기에다 빛을 발생시킬 수 있는 유전자를 연결하는 것이 유전자 조작이 된다.
스트레스 프로모터 유전자를 유전자 칩에서부터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작업이고, 찾은 유전자를 빛을 발생시키는 유전자와 연결하는 것이 또 하나의 복잡한 유전자 조작기술이다. 유전자 조작을 한 다음에는 원래 박테리아에 다시 집어넣는다.
이들 대장균은 특정한 독성물질을 만나면 스트레스를 받아 스위치가 켜지고 빛을 내도록 만들어져있으며, 또한 항상 빛을 내다가 독성이 들어오면 빛이 감소하는 대장균들도 함께 활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독성별로 반응하는 유전자 변형 대장균을 이용해서 독성을 쉽게 감지해 낼 수 있는 바이오 센서로 사용되고 있다.
박테리아 하나가 내는 빛의 양은 얼마 되지 않기때문에, 보통 5만개에서 10만개 정도의 박테리아를 모아서 사용해야 현재 구비하고 있는 장비로 쉽게 측정할 수 있다. 그것보다 양이 적을때는 더 민감도가 좋은 장비가 필요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이 연구의 첫 번째 큰 토픽이다. 또한 바이오 센서를 통해 측정한 박테리아의 발광 상태가 독성에만 유일하게 반응하는 함수이면 문제가 쉽겠지만, 실제 측정한 빛은 세포의 상태, 숫자, 온도, ph 등 많은 것의 복합적인 함수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또 다른 중요한 2단계 연구의 스텝은 다른 조건들은 다 없애고, 발생하는 빛이 오직 독성만의 함수가 되도록 센서를 꾸며주는 것이다. 시스템에 세포를 넣기만 하면 다른 변수는 모두 최적화 하고 독성만의 함수를 측정할 수 있게 된다.
하나의 칩에다 서로 다른 종류의 미생물들을 1~5만 개 정도 고정화하여 독성 물질과 접촉시키면, 독성 물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빛이 나오는 위치가 달라지므로, 다양한 종류의 독성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이 쯤 되면 유전자 재조합을 이용한 바이오 센서와 기존의 화학적 방법의 차이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겨날 법 하다.
화학적인 측정방법은 시료를 채취해서 실험실에서 분석하여 결과를 얻기까지 보통 몇 시간에서 며칠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러나 바이오 센서는 오염의 실시간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으로 두 가지 방법을 잘 활용하면 환경오염, 특히 수질오염 문제에 있어서는 거의 완벽한 감시가 가능해 진다는 것이 구 교수의 전망이다.
예를 들어 상수원 취수탑에서 일정거리를 둔 상류지점에 바이오 센서로 수질감시 장치를 설치하면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즉시 경보를 울리게 되어 취수를 중단하거나 정화작업을 신속히 할 수 있다.

구 교수팀이 연구개발 결과로 제시한 2단계 연속 수질 독성 탐지 시스템은 첫 단계에서 빛을 내는 박테리아를 배양하고, 두번 째 단계에서 측정하고자 하는 시료가 연속적으로 유입되는 형태로 연속적인 측정과 실시간 감시가 가능하다. 구 교수팀은 이 시스템과 아울러대기 중 독성 가스 탐지를 위한 시스템, 토양 오염 독성 모니터링을 위한 시스템, 휴대용 독성 탐지기 등의 개념 설계와 연구 개발도 마무리 한 상태. 남은 것은 현장에서의 활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상수원의 조기 경보체제, 강물의 실시간 감시, 식품의 일단계 스크리닝용 바이오 센서 등 환경적 측면에서 용도는 무궁무진하며 산업화를 위한 준비도 완료된 상태다. 또한 인체에 대해서도 활용 가능해서, 발광 박테리아를 이용해서 인체의 질병이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형상화 시켜주는 데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처음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보니, 세계 학계의 관심도 높다. 시스템 자체도 학술적 연구의 대상이 되어, 급기야는 영국의 한 대학에서는 구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모델로 제시하고, 그 결과를 분석한 논문까지 나왔다니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 독일 베를린 라인강의 폐수처리장, 호수 등에 현지 연구실 개념으로 공조하여 유전자 재조합 바이오 센서를 설치하여 운영해보기도 했다. 현재 독일에서는 물벼룩이나 물고기를 이용하여 수질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데, 물벼룩이나 물고기의 반응은 때때로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고, 반응 시간이 좀더 긴데 비해, 박테리아를 이용한 방식이 생물체보다 독성 분류를 더 잘해내고 민감하고 빠르다. 상시체제로 운영되어 강물을 실시간으로 감시하여 연속 모니터링을 함으로써 오염에 대한 조기 경보가 가능하고, 채널에 따라 독성 물질에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되므로, 반응에 따라 어느 공장이나 시설에서 나온 오염 물질인지도 알 수 있다. 비용적인 면에서도 초기의 기술 개발에 대한 감가상각만 된다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유지가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같이 협조해서 할 수 있는 체제가 미비한 상황이고, 유전자 재조합을 이용한 센서 시스템을 현장에 설치하는 것에 대해 아직 법 체계가 없는 관계로 산업화는 아직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정책적 결정이 안되어서 답보되고 있는 상태이지만 언제든 실용화할 수 있는 준비는 갖추어져있다고 한다.
한강이나 낙동강 등에 설치해서 운영하고자 하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난점이 있는 현실이다. “좋은 연구 결과를 좀 더 빨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긴다. 특히, 한번 오염되면 되돌리기 힘든 환경 문제가 아닌가.”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총 독성 평가제 하게 되어 있다. 유전자 재조합으로 만들어진 바이오 센서 시스템이 안전한 기준으로 현장에 설치될 수 있는 허가가 명확하게 나오길 기대해본다
현재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허가만 떨어지면 산업화를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되어있는 상태이며, 더 효율적인 센서 배열을 위해서 박테리아 자체의 재조합을 이용해 배양하고 새로운 종류의 박테리아를 만드는 일은 계속 하고 있다.

유전자 칩 연구도 앞서가고 있으나, 아직은 연구 단계이다.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유전자가 총 4,300개의 유전자 중에서 200개 이상이며, 하우징 시스템을 이용, 센서화 시키는 일은 상당히 진도 나가있는 상황이다.
유전자 칩이나 바이오센서 개발은 앞으로도 일관되게 집중적으로 할 예정이라며, 지금까지는 개별 센서를 연구했다면 다음부터 array 타입으로. 수십 종 이상의 미생물을 가지고서 수십 종 이상의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하는 array 칲 개념의 센서로 많은 연구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이나 과학에 취미가 많아 이공계를 택하게 되었다는 구 교수는 콜로라도 대학에서 동물 세포를 이용한 연구로 박사 과정을 밟은 후 우연히 바이오 센서의 가능성에 대한 델라웨어 대학 교수의 세미나를 듣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시종일관 소탈한 스타일이, 학생들과도 격의없이 어울릴 것 같아 보이는 구 교수는, 아니나다를까, 학생들과 얘기도 많이 하고 친구같이 어울리다보니, 자식들보다 학생들을 더 챙기는거 아니냐고 집에서 투정아닌 투정도 듣는단다. 대규모 학회 발표 등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함께 가서 일과가 끝나고 저녁 시간에 함께 어울리며 단합을 도모하기도 한다는데, 10년 가까운 연구실 운영을 통한 노하우일지도 모르겠다.
최근의 과기부의 위상 변화나 정책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현재 과기부가 맡고 있는 사업이 타부처로 이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초 과학 쪽의 지원 주체가 없어지는 느낌이다. 제도 개선을 해가면서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현재 과기부가 수행하는 사업이 공정하고, 성과도 잘 나오고 있어, 신뢰도가 높은 상황인데, 뒤바뀔 가능성에 다소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좋은 전통이었다면 그대로 이어 가는 것이 좋지 않은가”라며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을 표하기도 했다.
국가지정연구실 사업을 수행하면서 겪어던 애로점이나 개선 사항을 알려달라는 요청에, NRL 제도는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고 칭찬부터 앞선다.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 제도가 가장 편하게 연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제도라고 평가되고 있으며, 더 확대되어야한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좋은 연구에는, 그만큼 더 많은 지원이 따라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뒷받침해주어야하며, 그에 따른 공정한 평가와 운영이 KISTEP의 몫이라는 책임감이 다시금 들지 않을 수 없겠다.
우리 기술 수준이 곧 세계 수준인 이런 미개척 분야의 연구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구만복 교수팀이 앞으로도 빛을 내는 박테리아 연구로 세계에 빛나는 업적을 기록하기를 기대해본다.
취재/정리: 정흠수, 장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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