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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과 커뮤니티 케어 시대의 지역사회 보건의료 외

지역사회 건강과 질병 2023.3월호

◈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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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건강 논단

(23-03-가-1)

만성질환과 커뮤니티 케어 시대의 지역사회 보건의료

김수영(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 의료기관의 경쟁적 환자 유치 모델이 아니라 지역사회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 방안을 구현해야 한다.

· 커뮤니티 케어 시대를 맞아 동네의원이 지역사회 보건의료에 참여하고 주치의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지역사회 보건의료가 커뮤니티 케어에 유기적으로 통합되도록 해야 한다.

2022년 OECD 보건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병원 병상은 인구 1,000명당 12.7개로 OECD 평균(4.3개)의 3배이고, 국민 1인당 외래 진료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평균(연간 5.9)의 2.5배였다. 이는 과잉진료가 만연한 민간 병·의원 중심 의료제공체계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병·의원들은 지역사회 보건의료 개념과 무관하게 환자를 경쟁적으로 유치하는 데 머물고 있고, 공공보건조직인 보건소·보건지소·보건진료소와 보건행정당국은 해당 지역의 병·의원들을 지역사회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협력체계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역사회 보건의료의 발전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보건소·보건지소·보건진료소의 노력만으로는 지역사회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소득수준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교통도 획기적으로 발달했고, 무엇보다 보건의료에 대한 지역주민의 기대 수준이 현저하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공보건조직 중심의 지역 사회 보건의료체계만으로는 장수 시대의 복합만성질환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또 2026년부터 전국의 모든 시·군·구에서 거동불편 인구를 대상으로 ‘커뮤니티 케어’가 전면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따라서 달라진 지역사회와 보건의료 환경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지역사회 보건의료 모델을 조속히 제도화해야 한다.

OECD(2012)는 “병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은 장차 고령화로 국민의료비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므로 조속히 지역사회에 기초한 일차의료체계(지역사회보건의료)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그런데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Myers(1965)는 바람직한 보건의료의 조건으로 접근성, 질, 지속성, 효율성을 제시했는데, 이들 네 가지 항목은 국가보건의료체계의 성과를 평가하는 잣대일 뿐만 아니라 장차 지역사회 보건의료가 달성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결국 지역사회 보건의료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서는 공공보건조직의 활성화와 함께 동네의원을 지역사회 보건의료제도에 참여시켜야 한다.

그동안 그런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1995년 ‘가족등록제’ 시행 방안을 발표했고, 대한의사협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자 그해 5월 이것을 ‘주치의등록제’로 개명해서 다시 추진했다. 1996년 정부가 주치의등록제 시범사업 지역(서초구, 안성군, 파주시)까지 발표했지만, 결국 대한의사협회와 해당 지역 의사회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1997년 대선에서 주치의등록제가 김대중 후보의 대선공약에 포함되었고, 이후 ‘단골의사제’라는 이름으로 제도의 도입을 시도했으나 2000년 의약분업 실시로 초래된 정부와 의료계 간의 극한 대립으로 인해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이처럼 정부 주도로 시도되었던 지역사회 보건의료 관련 정책들은 결국 제도화되지 못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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