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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호 vol.659] 과기정론｜과학기술의 사회적 자본

◈본문

인구 절벽과 과학기술 인력

2023년 우리나라의 공식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역사상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저출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인구 감소, 인구 절벽의 위기를 넘어 국가 소멸의 위기를 걱정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작금의 인구 문제는 사회 여러 분야에서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경고음을 강하게 울리고 있다. 

당연히 과학기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제조업 중심의 국가이다. 반도체, IT 가전,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바이오제약 등 우리나라를 21세기의 선진국으로 올려놓은 산업 분야이지만, 이들 분야를 이어갈 인재가 사라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과학기술 연구인력 부족 인원이 2019~2023년 800명에서 2024~2028년 4만 7천 명으로 약 60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결국 해법은 급속히 줄어드는 미래 세대의 모든 구성원을 최고의 창의력과 과학기술적 소양을 갖추게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생애주기에 걸친 사회적 지원 체제를 마련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본으로서의 과학기술

2010년대 영국 킹스칼리지 과학교육 연구팀은 런던 과학관과 에너지 기업 BP와 함께 청소년들의 과학적 참여와 열망에 초점을 맞춘 ASPIRE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들은 과학자본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 이는 프랑스 문화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자본 개념에 기초한 것이었다. 이들이 말하는 과학자본은 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 경험, 태도, 미디어 소비, 가족 환경, 행동 및 대화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개인이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과학 관련 경험과 가용 자원의 총량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과학교육의 정책이 아동의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증진하는 것에서 벗어나 과학자본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AI와 기술혁신이 일상화된 오늘날 STEM의 세부 분야 간 경계는 무의미해지고 있다. 학문 분야 간 교류와 중첩은 지속해서 증대되고 있고, 기술, 공학과 분리된 과학을 이야기할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자본보다는 과학기술자본이 더 적절한 용어에 해당할지 모르겠다. 과학기술 중심의 융합 시대에 우리나라의 청소년에게는 얼마나 풍부한 과학기술자본이 제공되고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증진할 방안은 무었인지 검토해봐야 할 시점이다.  

 참여와 실천을 강조하는 과학교육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의 과학교육은 과학에 대한 참여와 실천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과학 지식과 탐구를 강조했던 전통적 과학교육으로부터 프로젝트 기반 협력 학습, STEM 융합 교육, 과학 관련 사회적 쟁점 등으로 그 범위가 확장되고 융합적 접근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과학의 이해와 적용을 넘어, 학생들의 주체적 참여를 의미하는 'engagement' , ' partici-pation', 'practice' 등의 용어와 개념이 과학교육의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나라도 2019년 '미래 세대 과학기술표준'을 개발했으며, 그 핵심 아이디어는 2022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에도 많이 반영되었다. KSES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은 '과학적 소양을 갖추고 더불어 살아가는 창의적인 사람' 이다. 여기서 과학적 소양은 '과학 관련 역량과 지식을 지니고 개인과 사회의 문제해결에 민주시민으로서 참여하고 실천하는 태도와 능력' 을 의미한다. 학생과 시민으로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학교 및 학교 밖의 과학 활동 및 과학 문화에 참여하고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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