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인

인공지능(AI)-바이오과학 협력회의 참가기

Bio-resource Insight Vol.11(2024.12)

◈본문

- 들어가는 글

ChatGPT라는 대화형 AI 서비스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필자는 이것의 효용에 대해서 반신반의하는 입장이었다 . 우리 주변에는 이미 얼마나 많은 구독형 서비스가 존재하는가? 모든 서비스가 그렇듯 , 처음에는 무료로 사용할 기회를 주어서 사람들이 익숙해질 무렵이 되면, 매월 일정 금액의 요금을 내는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게 만든다. ChatGPT 하나라면 별 부담은 없을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지불하는 휴대폰 요금이나 OTT 등과 더불어서 몇 개 서비스 또는 앱의 월 구독제 요금을 전부 합치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 된다. ChatGPT 역시 있으면 조금 편하겠지만 지금까지 이것 없이 살아오면서 들인 약간의 수고를 지속한다면 앞으로도 필자의 생활은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몇 달 전 급한 문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그리고 호기심으로 유료 플랜을 시작하여 어느 정도 이 생태계에 익숙해지고 나니 ChatGPT가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가 어려워졌다. 웹사이트나 문서를 입력하여 요약본을 작성하고 시사점을 도출해 낸다거나, 언제 어디에 실렸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뉴 스 또 는 논문의 출처를 찾고자 할 때 이보다 편한 것이 없었다. 이번 국제회의를 참석하는 동안에는 음성을 인식하여 텍스트로 전환하고 이를 요약까지 하는 앱(otter.ai)까지 1년치를 구독하게 되고 합성 미디어 생성 서비스(synthesia.io)까지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질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지금까지 인류가 쌓은 모든 지식을 학습하여 어떤 질문이든 답을 하는 인공지능과, 무엇이든 원하는 기능을 갖춘 바이오 분자 또는 생명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최신 바이오기술이 서로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이번 10월 31일부터 11월 1일 양일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AI-바이오과학 협력회의(AI-Bioscience Collaborative Summit, AIBC)에서는 바로 이러한 시대를 맞이하여 안전하고 책임 있는 AI 기술 기반 바이오기술 혁신을 위한 국제협력 증진을 목표로 하였다. 이 글을 통하여 대한민국 대표부의 일원으로 AIBC에서 참석하여 논의되었던 바를 공유하고자 한다.

- 회의의 배경

2023년 11월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제1회 AI 안정성 정상회의(AI Safety Summit 2023)가 열렸다. 여기에서는 미국, 중국, 한국 등 28개국과 유럽연합(EU)이 참여하여 고도의 능력을 갖춘 AI가 잠재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음에 동의하고 각국이 정책을 세우고 서로 협력해야 함을 강조한 '블레츨리 선언'이 발표되었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서 2024년 5월 서울에서 AI 서울 정상회의(AI Summit Seoul 2024)가 열렸다. 여기에서는 AI의 안전, 혁신, 포용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AI 거버넌스에 대한 국제 논의에 이렇나 우선순위를 포함하는 것을 인식한 'AI 서울 선언'이 발표되었다. 최근에 열린 AIBC 역시 급속하게 발전하는 AI에 안전한 활용을 도모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볼 수 있으나 미국 국무부가 주도했다는 점이 이전 국제 회의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AIBC에는 한국과 G7, EU 등 13개 국가 및 협의체 대표가 참석했으며 중국은 참석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교부와 과기정통부를 비롯하여 한국연구재단,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 한국바이오협회 및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전문가가 참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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