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동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설화 어떻게 가야 하나
- 등록일2010-12-07
- 조회수7129
- 분류정책동향 > 기타 > 기타
-
자료발간일
2010-12-02
-
출처
디지털타임스
- 원문링크
-
키워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 과학기술 기획ㆍ조정 강력한 권한 부여해야"
정략적 판단말고 '개정안' 국회통과 서둘러야
부처와 업무 중복 고려 큰 틀에서 컨트롤을
정부출연연 통합 이끌 구체적 비전제시 중요
실종된 국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세우기 위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상설화 개편은 올해 국내 과학기술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정부가 11월30일 국과위 개편 내용을 담은 `과학기술기본법` 및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의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변화의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12월 중순 중 안을 상정해 처리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계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과학기술인 국회 방문행사를 갖고, 국과위 개편 등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정치계에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정권이 출범해 변화를 시도하기 전 적어도 2∼3년간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공백현상을 더 견뎌야 한다는 급박함 때문이다.
이에 국과위 개편의 핵심 쟁점사항을 점검하고 향후 추진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좌담회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이준승)과 공동으로 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참석자
김대경 중앙대 약대 교수(국과위 사회기반기술전문위원장)
김윤수 전남대 총장(국과위 민간위원)
박원훈 과학기술한림원 부회장(전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이준승 KISTEP 원장(국과위 민간위원)
정광화 충남대 분석기술대학원장(전 표준과학연구원장)
(이상 가나다 순)
이근형 디지털타임스 정경과학부 부장(사회)
△사회=최근 국과위 위원장을 대통령이 맡는 것에서 장관급이 맡는 것으로 정부안이 조정됐다. 이런 변화가 국과위의 위상과 리더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관련 의견을 얘기해달라.
△이준승=사실 당초 개편안도 1안은 장관급 위원장안, 2안은 대통령 위원장안이었다. 그 중 이번에 1안으로 방향이 모아진 것이다. 대통령이 일일이 여러 업무를 챙기기 힘든 만큼 여러 업무변화에 유연성 있게 대처하려면 위원장을 장관급이 맡되,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부처에 휘둘리지 않을 강한 힘을 가지면 오히려 이 안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본다. 강한 리더십을 갖고 대통령과 수시로 접촉해 의사결정을 받아낼 수 있는 분이 되면 더 유연성 있고 강력한 조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대경=그동안 국과위는 투자방향과 예산 제시 등의 일을 했지만 역할이 한정적이었고, 계획하고 의견을 제시한 게 기획재정부에서 반영이 안 돼 허탈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국과위 위상강화에 전적으로 환영한다. 장관급 위원장이 대외적 대표권을 가져도 실제로 대통령이 위원장 됐을 때처럼 강한 조정력을 갖는 게 핵심이다. 국무회의 참여, 국회 발언권 확보 등에 그치지 않고 행정, 제도적으로 강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통령 버금가는 조정력을 행사할 수 있게 내용을 시행령 등에 담아야 한다.
△정광화=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과학기술처는 장관급이었지만 참여정부의 과기부총리보다 위상이 높았다. 대통령의 의지가 높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아주 신임하는 장관에게 7∼8년간 일을 맡겼다. 전두환 대통령 역시 절대적으로 신임하는 장관을 5∼6년간 뒀다. 중요한 것은 정례화를 통해 국무회의가 아니더라도 대통령과 항상 독대하는 체제를 갖는 것이다. 또 청와대와 국과위를 연결하는 툴이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힘있고 대통령이 절대적으로 신임한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처음 대통령이 위원장을 하겠다는 의지를 초지일관 보여줘야 한다.
△박원훈=대통령이 왕위원장 역할을 하기 전에는 다른 부처를 이기기 힘들 것이다. 대통령이 계속 관심을 갖고 왕위원장 역할을 해야 한다.
△사회=장관급 국과위가 리더십을 가지려면 예산 권한을 확실히 가져야 한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의견이나 지적할 사항을 얘기해달라.
△김대경=국과위 개편방안에서는 대통령령(시행령)이 정하는 주요 국가 R&D 사업의 예산 배분ㆍ조정내역을 국과위가 기재부에 통보하고, 기재부는 이를 반영해 차기 연도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 사업 중 일부는 예산규모를 조정하고, 나머지는 투자등급을 제시하는 방안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국과위의 예산 배분ㆍ조정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할 게 아니라 과학기술기본법에서 구체적으로 명시해 조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국과위가 어떤 사업은 예산규모를 조정하고, 또 어떤 사업은 투자등급을 제시하고, 또 이에 대해 기재부가 각 사업예산을 편성하는 시스템은 다소 복잡한 만큼, 국과위가 전체 국가 R&D사업을 종합 조정하도록 일원화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본다.
△김윤수=이제 특정 부처가 독점적 지위를 갖는 시대는 끝났고, 전문가 집단을 믿고 충분한 권한을 줘야 한다고 본다. 국과위가 상설화되면 관료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예산편성권을 국과위에 주는 게 법적으로 힘들다면 확실히 예산 70%는 국과위가 알아서 한다든지 명시해야 한다.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는 인상은 주지 않아야 한다.
△사회=국과위가 상설화되면 교과부든 지경부든 상당 부분 기능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또 교과부, 지경부 등 기존 부처와 국과위간의 업무조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상설 국과위가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보는가.
△박원훈=국과위는 관리보다는 기획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교과부만 R&D를 하는 게 아니라 지경부, 농림부, 복지부 등 18개 부처가 연구비를 갖고 있고, 계속 예산이 늘고 있다. 국과위는 기획을 통해 무슨 연구에 얼마를 투입해야 한다는 기획을 해야 하고, 큰 테두리, 나무줄기를 해야 한다고 본다. 너무 세부적으로 하면 각 부처의 집행기능을 죽일 수 있다. 국과위에 사람을 너무 많이 두는 것도 안 좋다. 교과부와 업무중복은 없다고 본다. 국과위는 각 부처가 연구를 수행하는 것과 차별화해서 큰 틀에서 기획해야 한다.
△김윤수=같은 생각이다. 국과위가 컨트롤타워라면 조정자, 기획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파워를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잘 될 것 같다.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한 발자국 물러서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국가 과학기술 방향을 잡아주는 기능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권한과 위상을 줘야 한다.
△정광화=각 연구기관이 악기 연주자라면 컨트롤타워는 지휘자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무슨 곡을 연주할지 컨센서스를 모으든지 누군가가 제창해야 한다. 미국이 과학기술 발전을 이룰 때 캐네디 대통령이 우주개발에 국가 GDP의 엄청난 비중을 쏟아부었다.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 일을 하지만 한 방향을 바라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 정부출연연들끼리 협력이 안 된다고 하는데, 그들을 통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전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국과위에서 해줘야 한다.
△사회=지금은 정권 초반이 아니라, 후반기에 접어들었고 내년 이후에는 대선정국에 들어서게 된다. 이 시점에서 상설화를 추진하는 게 맞는지 야당 등에서 반발이 있는 것 같다. 지금 이 시점에라도 꼭 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박원훈=현 정부 들어서 교육부와 과기부를 합친 게 잘못이었다. 국과위 상설화는 이를 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과학기술 분야에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잘못했다는 평가를 받을 게 분명하다. 출연연도 둘로 나눠 부처에 나눠줬는데 지금까지 한 곳에 모아 관리하던 것을 역행한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시정해야 한다. 합리성은 거기서부터 찾을 수밖에 없다. 잘못한 것을 시정하는 조치다. 새로 만드는 게 아니다. 야당은 조금만 기다리면 정권이 바뀐다며 레임덕을 지적하는데 그건 반대를 위한 반대다. 집권당이 잘못을 그대로 지고 대선에 임하라는 정략적 판단이다. 과학기술을 정략적 아이템으로 잡는 것은 야당도 잘못이다. 과학기술계의 염원이 담긴 안인 만큼 빨리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이준승=부처, 청을 포함해 35개 기관이 다 따로 R&D를 하면서 서로 다른 관리 룰을 적용하고 있다. 효율성과 합리성을 생각해야 한다. 또 기업R&D까지 국가가 다 담아서 볼 수 있어야 한다. 국과위가 강제성은 못 띄더라도 그것까지 보면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사회=국과위 개편과 함께 출연연 개편 문제도 과학기술계 현안이다. 출연연 개편과 관련해 꼭 지켜내야 할 최우선 원칙은 무엇으로 보는가. 법인통합에 대한 우려도 많은데 의견을 얘기해 달라.
△김윤수=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자면 지금은 출연연 정체성의 위기다. 단순한 구조조정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출연연 틀을 독일에서 가져오면서 국가가 하려는 빅사이언스와 국가 발전의 견인차를 위한 연구는 출연연에 주고 교수들은 자유로운 연구를 하도록 했다. 그런데 빅사이언스도, 국가 현안 연구도 대학이 하겠다고 하면서 섞였고, 출연연은 지난 10여년간 정체성을 상실했다. 국가발전을 위한 연구는 주로 출연연이 하고 대학은 하고 싶은 연구를 하면서 인력양성을 하도록 정립돼야 한다. 너무 대학이 욕심이 많고 다 먹었다. 출연연 정체성 위기에 대해 대학도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 아카데미와 연구소간 벽도 너무 높다. 정부가 왜 돈을 대서 출연연을 만들었는지 초심으로 돌아가고 대학과 출연연 공조체계를 만들도록 고민해야 한다.
△박원훈=출연연의 미션을 조정해야 한다. 임무를 국가가 줘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못하는 것이나 미래과제를 하든지, 기업을 도와줘야 하는데 그걸 출연연이 해야 한다. 출연연을 국과위 산하로 통합하면서 1개 이사회로 만들어 출연기관의 법인을 없앤다는 안인데, 법인을 없애는 것은 원래 연구회 만들 때 계획했던 것이다. 그 방향대로 가는 것이다. 다만 26개 기관을 하나의 법인체로 만드는 것은 우려가 되고, 분야가 다 다른 만큼 2개 연구회를 유지하든지, 아니면 그룹장 비슷하게 적어도 2, 3개로 가야 컨트롤 범위가 맞다고 본다. 또 이번에 출연연을 그대로 두고 국과위만 개편한다고 하는데 국과위 법에 출연연을 갖다 놓고 나중에 조정해야 한다. 따로 분리돼 있던 것을 하나로 관리하려면 5년의 간격은 너무 크다. 이번에 못 하면 세월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정광화=법인을 없애는 데 대해 연구원들이 반대한다는 데 이해가 안 간다. 법인이 있는지 없는지는 기관장이 상관 있지 연구원들과는 관계가 없다. 지금도 사실 법인이 하나인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현재의 행정인력을 합치면서 법인통합을 한다면 나도 반대한다. 행정조직을 모아놓으면 관료화되고 경직화된다. 지금처럼 행정조직은 따로 두되 이사장이 컨트롤할 수 있는 여지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박원훈=행정원들이 법인통합으로 구조조정 등의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행정원들이 부족하기 때문에다 외국은 연구기관에서 행정원 비중이 40% 정도 되는데 우리는 20%가 안된다. 더 늘려야 한다. 우리는 행정조직이 부족해 연구원들이 행정업무까지 하고 있다.
△정광화=지금 국과위에 출연연을 먼저 갖다놓고 민간위 안대로 가야 한다. 산업기술연구회와 기초기술연구회를 갈라놓아서 `베를린장벽'이 생겼다. 분리돼 있으면 어쩔 수가 없다.
정리=안경애기자 naturean@
사진=김동욱기자 gphoto@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