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인

생명공학 분야 연구데이터의 활성화를 위한 법정책적 과제

한국법제연구원 정원준 부연구위원

연구데이터는 일반적으로 각종 실험, 관찰, 측정, 분석 등의 결과로 발생하는 다양한 정보와 자료로서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된 것을 의미함. 연구데이터는 연구의 기획·선정 단계에서 선행 연구와의 중복 여부 판단을 위해 사용되기도 하고, 연구 과정을 통해 도출된 결론에 대한 검증 자료로 사용되거나, 연구의 부산물이 아닌 연구 성과물로서 잠재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함.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존 연구데이터 활성화 정책과 같이 단순히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 확대만으로 데이터의 2차적 사용(secondary use)과 재이용(re-use)을 담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상기하여 전반적인 연구데이터 정책의 범주를 확대할 필요가 있음.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연구데이터는 더 이상 연구부산물이 아닌 연구성과물로서 학술 활동을 위한 핵심 기반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음. 생명공학이 생명현상을 정보처리의 현상으로 이해하여 그 기초 원칙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학문인데 반하여, 최근 급부상한 합성생물학은 생명공학 연구를 통해 축적된 정보와 데이터를 새롭게 조합하여 배열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연구데이터와 소재 자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됨.

그간 정부는 생명공학 분야의 생명연구자원을 통합 수집·활용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옴. 2020년 5월 발표한 「제3차 국가생명연구자원 관리활용 기본계획」에서는 범부처 데이터를 통합 수집·활용하기 위한 바이오데이터스테이션 조성 계획을 발표하였고, KOBIS(국가생명연구자원통합정보시스템), 유전체 관련 데이터 등록시스템인 KoNA(Korean Nucleotide Archive), BioData(생명정보 연구성과 등록시스템)와 국가연구데이터플랫폼인 DataOn을 통해 다양한 연구데이터를 공개·개방하고 있음

본 연구를 통해 제안하는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핵심적인 법적 과제는 다음과 같음. 첫째, 연구데이터 개념의 불명확성은 산출된 연구데이터의 권리관계 설정 및 연구성과로서의 법적 성격의 모호함으로 이어져 데이터를 공유·확산하는데 있어서 장애요인이 되므로, 현 「국가연구개발정보처리기준」 상의 정의규정을 보다 세분화하여 정의할 필요가 있음. 둘째, 생명연구자원법에서는 “생명공학연구의 기반이 되는 자원으로서 연구 또는 산업적으로 실질적, 잠재적 가치가 있는 동물, 식물, 미생물, 인체유래 연구자원 등 다양한 생물체의 실물(實物, 유전자원을 포함한다)과 관련 정보 등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어 ‘실물’과 ‘관련 정보’ 등 구문의 불명확성이 문제되며, 디지털 기록물로 정리된 연구데이터를 상정하고 있다고 보기에도 어려우므로, 다양한 형태의 생명연구자원과 연구데이터를 포괄할 수 있도록 개념 확대 필요. 셋째, 연구데이터는 중간산출물에 해당하거나 최종산출물의 검증자료로서의 성격이 있고, 연구의 핵심 성과물로서 성과 귀속이 이루어지기도 하므로, 각각의 유형별 특성에 따른 관리체계를 세분화하여 정책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음. 넷째, 연구성과로서 연구데이터에 대한 권리관계 명확화를 통해 거래·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데이터 공유·활용지침(가칭)”이나 각 영역별 특수성이 반영된 “데이터 공개·활용 표준협약서(가칭)” 마련 필요. 마지막으로 최근 국회에서 「국가연구데이터 관리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정필모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24559, 2023.9.19.)이 발의되었는데, 동 법안은 연구개발활동을 통해 생성된 연구데이터에 한정하고 있어 보다 폭넓은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 입법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