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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IN + Professional) : 전문가의 시각에서 집필한 보고서 제공코로나 팬데믹의 영향과 과제
- 등록일2021-05-03
- 조회수4840
- 분류생명 > 보건의료학, 레드바이오 > 보건・간호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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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속
정인석/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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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일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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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코로나#팬데믹#코로나19# pandemic
- 첨부파일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과 과제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정인석
1. 들어가며
코로나 팬데믹의 기세가 최근에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이 시작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끝은 보이더라도 그 끝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우리는 지난 1년, 상상도 못했던 엄청난 경험을 했다. 병에 대한 두려움에 움츠려 살았고 거의 모든 일상의 활동이 제약을 받았으며, 소상공인과 비정규직 근로자 등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방역 과정에서 이해의 충돌과 갈등을 있었고 격리된 생활로 정신적 피폐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세계에서 모범적으로 방역을 잘한 국가로 칭찬을 받았다. 초기 중국 밖에서는 가장 먼저 확산이 일어나면서 우리의 대처에 세계가 주목하였다. 선진국과는 달리 전면적 록다운 없이 적극적인 검사와 추적 방식으로 병의 확산을 억제하는데 성공적이었다. IT 기술의 활용, 보건 당국의 면밀한 방역 전략, 일반 국민들의 이해와 동참이 K 방역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방역과정에서 많은 이슈가 제기되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보건의 영역을 넘어 거의 모든 사회경제적 활동에 영향을 주는 만큼 다양한 학문적 시각에서 그동안의 과정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본 고는 이런 취지에서 출발하여 몇 가지 관점에서 코로나 위기 과정을 회고하고자 한다. 단지 역사적 나열이 아니라 우리가 더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과제들을 발굴하는 것이 이 글의 주된 목적이다. 필자가 여기에 제기하는 쟁점들에 대한 완벽한 해답을 가진 것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같이 고민해 보자는 차원에서 서술하였다. 아래에서는 방역, 경제정책, 디지털 전환과 그린경제, 바이오 혁신을 소주제로 하여 각 주제의 쟁점들을 정리하고 필자의 소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방역
K 방역이 서구에 비해서 성공적인 성과를 보인 데에는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한 몫을 했다. 메르스 경험으로 감염병에 대한 대처방안이 마련되어 있었다.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이용하여 신속하게 진단키트를 개발하였고 긴급승인의 과정이 있었다. IT 기술을 이용하여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고 확진자를 생활치료센터에 격리함으로써 병의 확산을 줄일 수 있었다. 선별진별소의 운영을 서둘렀고, 드라이브 스루 검사 방식을 도입했다. 정부의 대응 외에도 방역에 기여한 여러 요인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공동체에 대한 연대의식, 타인을 걱정하는 이타주의, 성숙된 시민의식, 유럽과는 달리 국경통제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 마스크 착용에 거부감이 없다는 점, IT 인프라의 발달로 언택트 활동으로의 전환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간의 과정에서 쟁점들도 많았다. 초기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해당지역을 봉쇄해야 하는지, 또한, 중국의 우환지역은 봉쇄했으나 이를 중국 전역 또는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도 국경을 봉쇄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방역 정책에 과학자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고, 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도 있었다. 접촉 추적과 확진자 동선 정보 제공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누출되어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있었으며 이와 관련하여 유교문화에 대한 외국의 비판도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조정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의견의 차이도 있었고, 최근에는 백신 확보에 관한 정책에 대해 비판과 논의가 진행 중이다.
감염병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문제는 쉽지 않다. 일정 기간 전면적인 록다운으로 병을 완전 차단하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주장도 있었으나 유럽에서 보듯이 일시적 록다운이 병의 완전 차단에 실패하였고, 그 기간 거의 모든 활동의 중단으로 인한 여러 피해가 막대하였다. 스웨덴의 경우 집단면역을 추구했으나 결국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방역의 단계를 구분하고 일정한 기준을 설정하여 상황에 따라 단계를 조정해 가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성과가 좋았으나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방역 정책을 더욱 치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 가지 제안하는 것은 보다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선별진료소 또는 임시검사소를 설치해놓고 확진 의심자들이 자발적으로 방문 검사받도록 기다리거나 확진자와의 접촉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검사를 받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바이러스의 확산이 상당히 진행된 다음에야 이를 알게 되는 문제가 있다. 사람들의 이동성, 확진자의 지역적 분포 또는 시간적 추세 등 보다 다양한 지표들을 개발하고 AI 등의 도구를 이용하여 확산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방역체계를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또한, 방역의 룰은 가능한 한 명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불만과 갈등의 소지가 작다. 정부는 모든 정보를 충분히 일반에 공개하여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리더쉽이 손상되고 대응과정이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초기에는 방역이 거의 유일한 정책 목표였으며 다른 모든 요구 또는 사회적 가치가 이것에 희생되었다. 이는 감염병이 단기에 끝날 수 있다면 충분히 타당하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와 같이 방역이 완벽할 수 없고 장기화되면 다른 요구와 가치를 계속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라서 여러 요구와 가치를 어떻게 조화롭게 유지하느냐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사람들의 생각과 원하는 바가 다르기 마련이어서 쉽게 정치적인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방역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통제에만 의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람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위험성을 인지하고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통제하느냐는 것이 정부의 대응 못지않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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