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동향
임상실험에서의 안전과 윤리문제
- 등록일2000-06-01
- 조회수17026
- 분류제도동향 > 종합 >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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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발간일
200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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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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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임상실험
임상실험에서의 안전과 윤리문제
국립보건원 종양연구과 남명진
작년말 미국 펜실바니아 대학에서 유전자치료 임상실험을 하던 중 환자 1명이 갑자기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고가 보도된 후 사고의 원인에 대하여 감독기관, 의회가 조사하였고, 이로 인해 수행되고 있는 모든 유전자치료 임상실험에서의 안전과 윤리문제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험실에서의 연구결과를 임상실험 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안전성:
인체 안전성이야말로 가장 중요시 고려되어야 할 요소이다. 헬싱키선언을 비롯한 국제윤리규정에서는 어떤 물질이 사람에게 위해한가 를 알기 전에 반드시 동물실험을 먼저 수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즉, 쥐와 같은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임상실험 결과를 가지고서 실 험하고자하는 물질의 인체안전성을 미리 유추할 수 있으므로 실험동물을 통한 안전성검사를 해야 한다. 실험동물을 통한 전임상실험 이 적당하지 않을 수 있고, 또한 가능한 동물실험이 없을 경우도 있다. 그러하더라도 인체에서의 안전성을 미리 예측하는 것은 반드 시 필요하고 안전성에 대하여 일치된 의견이 나온 뒤에 임상실험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실지로 제1상 임상실험은 실험하고자하는 물 질의 안전성을 검사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제2상에 와서 물질의 유효성을 측정하게 되는 것이다.
실험설계:
안전성이 입증되고 유효성이 있다하더라도 임상실험은 필요성이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잘못 설계된 임상실험을 수행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임상실험결과가 원하는 방향이든, 아니든지, 과학적인 해답을 말해줄 수 있는 설계가 이루어져야지 그렇지 아니하면 불필요하게 인체를 연구위험에 노출시키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떠한 상태에 있는 환자를 임 상실험에 참여시킬 것인가, 선택된 환자를에게 어떠한 순서와 방법으로 처치할 것인가 등은 매우 중요한 실험설계의 요소이다.
환자의 동의:
환자의 동의를 받아서 임상실험 을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환자가 임상실험에 동의하기 전에 환자 스스로가 임상실험 연구계획 을 정확히 이해하여야 한다. 환자 자신이 임상실험에 참여하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고, 이러한 임상실험이 기존의 다른 치료방 법과 어떻게 다른가 등을 알아야 한다.
작년도에 일어난 유전자치료 사고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면 위에 열거한 원칙에 얼마나 부합되게 실험이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1999년 9월 17일에 유전자치료를 받던 17세의 Jesse Gelsinger 가 갑자기 사망하였다. 사고가 일어난 후 Jesse Gelsinger의 유전자치료를 수행하였던 펜실바니아대학의 Wilson 박사는 청 문회에 출석하여 사망사고의 전말에 대하여 증언하였으며, NIH의 Office of Biotechnology Activities 소장인 Patterson 박사는 유전자치료 관리에 관한 향후 대처방안을 보고하였다. Gelsinger의 사망은 유전자치료의 국 가관리에 대하여 많은 의구심을 갖게 하였고, 유전자치료 연구에 치명타로 작용하게 되었다.
사고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Gelsinger는 유전질환인 ornithine trancarbamylase (OTC) 결핍증 (간에서 암모니아등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효소인 OTC가 선천적으로 부족한 희귀병으 로 혈중 암모니아 수준이 높음)을 앓고 있었다. 이 증상은 식이와 약으로 약화될 수 있지만 Gelsinger는 유전자치료 임상실험에 지원 하여 펜실바니아 대학에서 아데노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치료를 받게 되었다. 그는 OTC 유전자가 포함된 아데노 바이러스 를 가지고서 치료를 받던 중 치료시작 후 4일만에 호흡곤란으로 사망하게 되었다. 사망하게 된 이유는 아데노 바이러스 투여에 의한 면역 독성 때문이라고 밝혀졌다. 투여된 아데노 바이러스가 목표장기인 간 뿐 아니라 다른 장기까지 침투되었고 이로 인하여 수 시간내에 면역성이 증가되고 염증반응을 보여 환자체온이 화씨 104.5까지 올라갔다. 다음날에는 환자가 혼수상태가 되었고, 이에 인공호흡기을 부착하였으나 폐는 흉수로 가득찼고 더 이상 혈액을 산화시킬 수 없게 되어 사망하게 되었다.
이 사고에서 제기할 수 있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① 펜실바니아 팀은 Gelsinger에게 3.8 X 1013 라는 매우 많은 바이러스 입자를 투여함으로서 Gelsinger는 사망하였다. 원래의 연구계획서에는 낮은 용량을 사용 한다고 되었는데 왜 갑자기 사전에 승인없이 계획을 바꾸었나?
② 치료전에 Gelsinger의 암모니아 수준이 연구계획서에 서술된 수치보다 높았음 에도 불구하고 사전 승인없이 치료를 강행하였는가? Gelsinger의 혈중 암모니아 수준은 연구계획서에서 언급된 최 대허용치보다 50%이상이었다. Gelsinger는 높은 암모니아수준 때문에 임상실험대상자가 아니었다.
③ Gelsinger에게 매우 많은 바이러스 입자를 투여하였음에도 1%의 유전자만이 간세포에 전달하게 된 것이다. 동물실험에서는 매우 효과적으로 아데노 바이러스가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왜 임상 실험에서는 효율성이 낮았나?
④ 유전자치료 중에 환자에서 부작용이 일어나거나 환자가 사망하면 연구책임자 는 RAC (Recombinant DNA Advisory Committee)에 알려야 하며, sponsor는 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 즉시 보고하여야 한다고 지침에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침을 따르지 아니하였다. 실지로 Gelsinger 사건이 일어난 후 유전자치료 임상실험에서 6명의 사망이 RAC에 보고되지 아니한 것으로 드러났다.
⑤ Gelsinger는 임상시험동의를 받기 전에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충분한 설명 을 듣지 못하였다. 특히, 2마리의 원숭이가 전임상실험에서 죽었다는 것을 사전에 듣지 못하였다. 그러나 Gelsinger 가 치료받기 전의 환자가 유전자치료에 의해서 증상이 호전된 것을 여러번 들었다는 것이다.
⑥ 펜실바니아 대학은 Gelsinger의 죽음을 유전자치료에 의한 사고사라기 보다 는 원래의 질병으로 인한 단순 사망사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사고가 발생한 후 FDA는 금년 1월에 펜실바니아 대학에서 수행되는 OTC 임상실험을 포함한 모든 유전자치료 임상실험 (cystic fibrosis, mesothelioma, melanoma, breast cancer, muscular dystrophy, glioma)을 중단시켰다. 중단사유는 펜실바니아 대학이 유전자치료 임상실험 의 감독과 monitoring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임상실험 환자의 자의성이 서술되지 아니하였으며, 환자의 동의절차가 적절하지 아니하였으며, 전임상실험에서 두 마리의 원숭이가 죽었음에도 FDA에 통보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임상 실험을 하기 위한 SOP (standard operating procedure)도 작성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감독기관인 FDA가 임상실험 중단조치를 취 하는 사이 의회에서도 이 사고에 대단한 관심을 가지면서 2월2일 상원 청문회가 열려 유전자치료의 적절성을 논의하였다.
펜실바니아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안된 금년 2월에는 유전자치료 임상실험에 참여했던 20여명의 소아암환자가 HIV와 C형 간염바이러스에 노출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임상실험은 테네시주 멤피 스에 소재한 St.Jude 소아병원과 텍사스주 휴스턴에 소재한 Baylor 의대연구팀에 의해서 시행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FDA는 그 시험을 중지시켰으며, 그 임상실험이 지침에 위배되면서 진행되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예비검사결과 바이러스에 의한 오 염의 증거를 발견하였고, 환자에 사용된 벡터가 필요한 quality control 검사를 거치지 아니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모든 환자 에서 암이 재발되어 거의 사망하였으며 극소수만이 살아있음을 밝혀졌다.
실험의 결과를 조작한 경우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이다. 남아프리카 공 화국의 Witwatersrand대학 연구진이 1999년 미국임상암학회 (ASCO)에서 발표한 고용량항암화학요법후 조혈모세포이식술 (high dose chemotherapy with haematopoietic rescue)의 치료결과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이 치료법은 이론적 으로 가능하였지만 실제로 환자의 생명이 연장되었다는 연구결과는 없었다. 그러나 이 대학의 Bezwoda 박사는 154명 의 유방암환자를 대상으로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기존치료법으로는 35%의 환자가 사망하였지만 고용량항암화학요법후 조혈모 세포이식술을 받은 그룹은 사망률이 11%로 감소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획기적인 연구결과에 고무되어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대대 적으로 이 연구를 확대하여 환자에 적용하려고 계획하였다. 하지만 연구책임자에 불리한 결과를 의도적으로 페기하였다는 내부자의 고 발이 제기되면서 고용량항암화학요법후 조혈모세포이식술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시작되었다.
국내에서도 윤리적 문제점으로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언론을 통한 의료의 과대보 도이다. 이제 겨우 신약개발의 초기단계인 물질을 가지고서 세계최초라는 문구를 사용하며 병으로 신음하는 환자에게 굉장한 가능성을 심어주는 것이다. 1999년 8월 1일 주사 한번으로 간암을 완치시킬 수 있다는 기적의 암치료법이 언론에 소개되었다. 연구팀은 암의 크기가 5㎝이상으로 진행된 간암환자에게 방사성 동위원소인 홀뮴과 키토산 복합체를 주입시키는 치료법으로 큰 효과 를 얻었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홀뮴 치료법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높아져 가는 가운데 그해 8월 24일 대한간학회에서는 이 치료법에 대 한 반박문을 발표하였고, 전국의 간 전문의 27명으로 구성된 평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홀뮴치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대한간학 회는 홀뮴치료법이 아직 초기 임상시험 단계이고 부작용을 알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면서 홀뮴치료법의 유효성에 대하여 쉬운 판단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이렇게 홀뮴치료법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가운데 홀뮴치료법에 대한 보도를 들은 수백명의 간암 환자 들이 병원으로 몰려오는 등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1998년 9월 어느 한방병원에서 기적의 한방항암제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이 보도 되었다. 암세포를 깨끗이 치료하고 전이를 막을 수 있다는 항암제 개발 뉴스를 듣고 전국 각지에서 수십명의 암환자 들이 병원으로 몰려들었다. 백운초라고 하는 약은 암세포에만 작용하여 암세포의 세포자살을 유도하기에 정상세포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 지 않는다고 설명하였다. 병원측은 이 한방치료제를 2백여명의 환자들에게 시험한 결과 암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으 나 임상결과가 공인된 것은 아니었다. 객관적인 검증도 없이 보도되는 치료법은 오히려 환자들에게 절망감과 불신감만을 가져다줄 뿐이었다.
99년 5월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 마침내 암을 완치할 수 있는 꿈의 치료제를 개 발해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고 전세계의 의학계와 암환자들은 흥분의 도가니속에 싸여였다. 그러나 쥐에서처럼 과연 인체에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 뒤 국내에서도 미국의 치 료제를 능가할 수 있는 항암제가 개발되었다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Angiostatin과 Endostatin, 이 약 물들이 임상시험을 거쳐 실제로 환자들에게 적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 결과가 전문가들의 공인을 받기 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실지로 금년 5월에 7개월간의 Endostatin 제1상실험의 중간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으나 기대했던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4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중인 제1상 안전성 검증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지난 96년 발표된 P53 유전자치료법은 당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간암으 로 투병하던 한국 최초의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이었던 김 기수씨도 P53 유전자치료를 받아서 상당히 호전된 것으로 보 도되었지만 김 기수씨는 이듬해인 97년 6월 간경화로 사망하였다. 이 P53 유전자치료법은 암환자 뿐 아니라 학계에도 엄청나는 파문 을 몰고 왔다. 학회에서는 이 치료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 연구내용이 학회나 학술지의 발표를 통해서 공인과 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학회에서는 그 연구 사실을 정식 연구결과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용한 시료의 안전성이 검증이 안된 채 환자들 한테 사용했다는 것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동물실험도 없이 환자에게 바로 사용한 것은 일반적인 임상실험의 규정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각종 치료법들, 그러나 성급한 보도들은 오히려 환자들 에게 불신감만을 심어줄 뿐이다. 쥐와 같은 동물실험에 의해서 나온 연구결과를 인간한테 적용하기란 쉽지 아니하다. 왜냐 하면 쥐한테는 암 자체를 만들어놓고 하지만 우리 인간의 면역체는 이와 다르기 때문이다. 의료보도는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 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중하고 정확해야 하며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이와 같이 국내외에서 임상실험의 안전과 윤리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면서 임상 실험 전반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임상실험 대상자인 환자는 본인이 참여하고 있는 임상실험에 대하여 확실하게 알 고 이에 대처하여야 한다. 대중매체에 의한 의료정보가 대중화되고, 환자들의 알권리가 크게 신장되고 있는 현재의 현실에서 임상실험을 수행하려는 연구책임자와 감독행정기관도 이에 대응하여야 한다. 연구책임자는 임상실험지침을 확실히 이해하고, 감독기관은 세계적인 흐름 과 국내현실을 적절히 조화시켜 지침을 개정하고 실질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국내에서 이루어진 임상실험을 국제사회 에서 인정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