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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동향

바이오테러 연구의 빛과 그림자

  • 등록일2003-11-05
  • 조회수9057
  • 분류제도동향 > 종합 > 종합
  • 자료발간일
    2003-11-05
  • 출처
    biozine
  • 원문링크
  • 키워드
    #바이오테러

바이오테러 연구의 빛과 그림자


김경근 (한경비즈니스)



미국의 세인트루이스 대학은 최근 논란을 일으킬만한 연구결과를 한가지 발표했다. 세인트루이스 대학 연구진이 백신이 통하지 않는 천연두 바이러스를 만들어 낸 것. 마크 볼러 교수는 유전자를 조작, 천연두 바이러스의 일종인 '마우스팍스(Mousepox)'를 탄생시켰다. 마우스팍스는 쥐에게만 감염되는 천연두 바이러스다.
 
백신을 맞은 쥐도 마우스팍스에 감염되면 100% 죽는다. 볼러 교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인간에게 전염 될 수 있는 천연두 바이러스까지 만들었다. 볼러 교수의 연구에 대해 일부에선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만약 실험 도중 마우스팍스를 보유하고 있는 실험용 쥐가 연구실을 탈출하거나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 되면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전혀 필요가 없는, 오히려 없어져야 할 슈퍼 천연두를 만들어 낼 이유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볼러 교수가 거센 반대를 무릎 쓰고 위험한 연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의 실마리는 '바이오테러 (Bioterror)'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2001년 월드트레이스센터(WTC)테러와 탄저균 소동을 겪은 미국은 바이오테러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테러는 수 천, 수 만 명의 민간인을 한 순간에 몰살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다른 어떤 형태의 테러보다 치명적이고 잔인하다. 바로 바이오테러에 대한 미국인의 우려가 볼러 교수를 비롯한 과학자들을 바이오테러 관련 연구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테러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정부 지원 영향이 크다. 미국 정부는 9·11 이후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바이오테러 관련 분야에 쏟아 붓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연방정부는 바이오테러와 관련해 11억 달러를 썼다. 올해는 8억 7,000만 달러를 투입했다. 지난 2년 새 무려 20억 달러 가까이 바이오테러 연구와 바이오테러 대비 시스템 및 인프라 구축에 쓰여졌다. 바이오테러 지원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바이오테러에 사용될 수 있는 바이러스와 이에 대한 예방을 연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바이오테러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인프라 구축이다.

미국 대학 연구소들은 정부의 바이오테러 지원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바이오테러 관련 연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바이오테러 감지 및 예방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전국에 2개 국립 연구소, 9개 지역 연구소 설립키로 했다. 규모가 총 1억2,000만 달러에 달한다. 국립 연구소는 보스턴 대학, 텍사스 대학에 설치되고, 지역 연구소는 시카고대학을 비롯해 콜로라도, 뉴저지, 노스캐롤라이나, 미주리 등에 세워진다. 개별 대학 연구소들도 대규모의 연구비를 지원 받고 있다. 듀크대학을 비롯한 8개 연구 센터는 향후 5년 동안 천연두와 탄저병 백신 개발에 3억5,000만 달러를 지원 받는다. 그 외다른 대학 연구소 상당수도 각종 지원을 받아 바이오테러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 지원 덕분에 바이
오테러와 관련 있는 바이러스 연구가 때아닌 활기를 띄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테러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에도 상당한 자금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 바이오테러가 일어났을 때 신속하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병원시설을 늘리고, 바이오테러 관련 인력 교육을 강화하는데 정부 지원금이 쓰이고 있다. 유타주 1,500만 달러, 위스콘신주 2,500만 달러 등 각 주(州) 정부가 연방정부의 바이오테러 지원금을 받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정부의 바이오테러 지원금 덕분에 관련 분야 연구가 활발해 진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에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이오테러에 정부 지원이 몰리면서 정작 중요한 국민 보건 분야가 소홀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건강에 쓰여져야 할 돈이 바이오테러 연구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오테러 분야와 대조적으로 국민보건 분야는 정부 보조가 줄어 고전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의 경우 국민보건 관련 예산이 최근 2년 동안 30%가 줄었다. 학교 보건 프로그램 예산이 작년 3,800만 달러에서 올해 1,300만 달러로 줄었고, 금연 프로그램 예산은 무려 97%가 축소됐다. 그렇지만 바이오테러와 관련한 천연두, 탄저병 연구 지원은 2,100만 달러가 늘었다.

국민보건 분야 인력도 바이오테러로 옮겨가고 있는 분위기다. 보스턴의 질병 예방 관련 기관에서 일하던 브래드 코헨씨는 정부 지원이 줄면서 올해초 일자리를 잃었다. 코헨씨는 그러나 최근 바이오테러와 관련된 일을 제의 받았다. 코헨씨의 사례는 정부가 질병예방과 건강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줄이고 바이오테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바이오테러 자체에 대한 비판도 일어나고 있다. 바이오테러의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9·11 이후 바이오테러 희생자는 5명에 그쳤다. 그나마 테러리스트의 소행이 아닌 미국이 일으킨 범행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 한해동안 암과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무려 150만명에 달한다. 바이오 테러에 대한 과도한 우려로 당장 절실하게 필요한 곳에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이오테러 연구는 뜨거운 감자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연구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자금을 쏟아 부을 수도 없다. 물론 바이오테러가 일어나게 되면 수 천명에서 수 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 따라서 바이오테러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바이오테러에 너무 치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국민보건을 소홀히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공중보건협회(America Public Health Association)의조지 벤자민 박사는 유행성 감기로 사망하는 환자가 바이오테러와 사스(SARS) 피해자를 합한 것보다 훨씬많다며 정말 중요한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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