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재조합 식품의 과학적 안전성과 사회적 논란
박선희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미생물학과 보건연구관 유전자재조합식품은 안전한가라는 논의에 앞서 우리는 유전자재조합식품에 대해 얼마나 알 고 있는가. 지금 논의되는 유전자재조합 식품은 유전자재조합 농작물에서 유래하며, 유전자재조합 농작 물이란 유전자재조합기술을 이용하여 품종 개량한 것이다. 따라서 유전자재조합 식품을 이 해하고, 농작물의 품종개량에 있어서 지금까지의 방법과 유전자재조합기술에 의한 방법과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생태계에서 진화라는 것과 그 속에서 하나의 생물체인 농작물이 갖는 의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식량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발달사에서 각 시대의 기술발달이 인간생활 환경뿐만 아니라 지구환경에 미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이 유전자재조합 기술이 갖는 의미를 알아야 한다. 왜냐면 유전자재조합 기술이란 아직까지는 새로운 기술로 인식되고 있으며, 어느 시대에서 나 새로운 기술로 인식되고 있으며, 어느 시대에서나 새로운 기술과 과학적 진리는 종교적 인 관점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쉬웠다. 그러한 시대적 오류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서는 보 다 논리적으로 이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유전자재조합 농작물과 유전자재조합 식품은 다르다. 유전자재조합 농작물은 식품 이 외에도 사료나 화훼용, 또는 의약품으로도 개발될 수 있다. 개발목적이 식용이라고 해도 그 유전자재조합 농작물이 반드시 식품으로서의 상품가치를 갖 는 것은 아니다. 이는 과거 육종학자가 끊임없이 연구해왔지만, 연구된 모든 품종이 신품종 으로 상품화되지 안았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유전자재조합식품이란 유전자재조합 농작물 중 안전하고 영향학적으로 만족하다고 판단된 것을 식품으로 이용한 것이다. 따라서 유전자재조합 식품이라고 하면 식품으로서 안전해야 하고 안전하다는 확인이 된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유전자재조합 식품은 안전한가라는 물 음은 이러한 농작물과 식품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모든 유전자재조합 농작물은 식품으로 이 용할 수 있는가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현행 식품위생법과 같이 제도적으로 식품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기본적으로는 통상 적으로 먹어 온 것이냐 아니냐가 되지만, 통상적으로 먹어 온 것이 아닌 경우 과학적인 안 전성 평가 자료를 근거로 안전성이 확인된 것이어야 한다. 어떤 소재가 식품으로 안전한지 를 검토할 때 우선 먼저 그 소재의 성분의 종류와 양을 분석한다. 특정 성분에 대해서는 기 능도 확인한다. 대개 어떤 성분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일정한 양이 필요하며, 그 함량에 따라서 는 유해할 수도 유익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하나의 농산물도 수만 가지 이상의 다양한 성분으로 되어 있어 모든 성분을 분석하고 안전성을 판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더욱이 각 성분은 개별적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서로 상승 또는 억제작용도 하므로 성분분석만으 로 안전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한 식품은 자연상태로 섭취하기도 하지만 가열조리하여 섭취하는 경우가 많아, 인체에 대 한 안전성 판단은 원료로서가 아닌 섭취하는 형태로 이루어져야한다는 점도 일반 의약품 등 화학물질의 안전성평가와는 다르다. 그뿐만 아니라 섭취시 체내 소화관에서 물질의 소화흡수과정에 따라서나 개개인의 생리적 특성에 따라서도 영향정도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유전자재조합식품의 안전성 평가는 식품 그 자체의 성분, 섭취방법, 섭취량, 섭취대상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학자들의 연구분야가 다양해지고 분석기술이 발달하여, 식품소재의 특정성분들에 대한 다양한 기능의 분석결과가 직접적으로 건강에 나쁘다는 식으로 소비자에 게 전달되어 소비자를 혼란시키고 있다. 한 예로 달걀의 노른자는 콜레스테롤 흡수를 막으므로 성인병과는 무관하다는 설을 들 수 있다. 또, 고사리에는 발암성물질이 많아 인체에 해롭다고 하는 설도 있었다. 최근에는 대두 의 식물성호르몬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것이 천연 내분비장해물질이라 한다. 이러한 소위 과학적이라는 연구결과의 단편적 정보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현대 사람 들을 혼란시키고 있으며, 유저자재조합식품에 대한 단편적 정보도 이러한 오류룰 낳고 있다. 유전자 재조합 농작물의 식품으로서의 안전성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는 쉽지는 않으 나, 위에서와 같이 우선 먼저 지금까지의 통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안전성개념을 과학적 인 분석개념으로 바꾸어 모든 것을 재정립해야 한다. 지금까지 식품으로서의 안전성 문제는 주로 생산이나 유통과정에서 이용되는 농약의 잔류문 제, 생산지역 특성에 따른 유해중금속 등의 오염문제, 또는 미생물 오염문제다. 그러나 유전자재조합식품의 안전성 문제는 식품 그 자체가 갖는 오랜 경험과 습관에 의해 안전성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식품에 대해서도 분석기술이 발달하여 식품 소재 그 자체가 가지는 성분특성에 대한 화학물질로서의 안전성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놓고 국제적으로 전문가가 모여 지금까지 안전하다고 생각해온 식품과 유전 자재조합식품을 같은 위치에 놓고, 각각의 성분, 섭취방법, 영양학적 효과, 독성학적 차이 등 을 비교·분석하여 식품으로서의 상대적 안전성과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현재 국제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과학적 평가자료에 근거하여 유전자재조합 농 작물이 식품으로서 안전하다고 평가된 것이다. 따라서 유전자재조합식품이 안전하다는 것은 이러한 과학적 평가를 근거로 한 것으로, 이에는 독성, 알레르기성 및 항생제유전자 등의 표 식유전자에 대한 안전성평가도 포함되고 있다. 그 결과 유전자재조합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평가 과정을 거쳐 현재 유통되고 있는 유전자재조합식품을 섭취하여 건강상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 고는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다. 유전재재조합식품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미지의 위험성은 식품 그 자체의 안전성 문제보다 는 우리 사회 전반의 기술산업발달에 의한 환경파괴와 생태계의 파괴에서 생겨난 경각심 때 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과학적 정보의 체계적인 이해의 부족은 대중의 그러한 두려움을 증폭하기 쉽다. 그러므로 과학기술의 발달은 대중의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며,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의한 유전자재조합식품이 그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대중사회에서의 올바른 이해가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중의 이해를 위한 종합적인 정보가 제공될 수 있는 과학사회의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1999/가을 p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