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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동향

생명복제기술의 윤리적 문제와 대안

  • 등록일2004-05-01
  • 조회수101115
  • 분류제도동향 > 종합 > 종합
  • 자료발간일
    2004-05-01
  • 출처
    한국정책지식센터
  • 원문링크
  • 키워드
    #생명복제기술
  • 첨부파일

생명복제기술의 윤리적 문제와 대안


 
                                      진교훈
                                      서울대학교 국민윤리교육과 명예교수, 철학
                                      khchin@snu.ac.kr
 

 Ⅰ. 머리말
 
   주지하다시피 이미 소와 돼지의 생식세포에 의한 복제는 축산계에서는 일반화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아무런 법적 규제도 없다. 단지 생명윤리학자들, 특히 동양사상가들과 일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만이 자연법에 어긋나 보이는 유전자조작에 대해서 우려하거나 반대의사를 표명했을 뿐이다. 필자는 생명복제는 생물종의 다양성의 존립을 위협하고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동물복제의 시행과 선택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윌머트 박사팀이 양을 복제한 것은 단순히 지금까지 생물학계에서조차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성장한 포유동물의 체세포를 가지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복제를 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포유동물인 인간의 복제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않을 수 없다.


   프린스턴 대학 생물학과 리 실서(L. Shilser) 교수는 이번 암양복제 성공은 이제 기본적으로 복제기술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돌리를 복제한 윌머트(I. Wilmut)도 복제기술을 이용하면 심지어 죽은 사람도 다시 탄생시키는 일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말 했으며, 러시아 생물구조학연구소장 발레리 비코프(V. Bikov)는 레닌(구소련의 공산당의 비조)의 시신에는 세포구조와 유전자 암호(DNA)가 보존되어 있어서 집중 연구만 한다면 죽은 레닌을 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하기도 했다. 만약 죽은 사람을 복제시킨다든가, 라엘리안의 주장처럼, 인간개체복제가 이루어진다면, 이것은 결혼제도 등의 사회문제와 윤리적 문제 외에도 영혼의 유무 등 인간의 본질과 정체에 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금년 2월 science지에 발표된 황우석 교수팀의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주의 개발은 역사적인 사건으로 돌리 복제 이상의 센세이숀을 일으켰다.


   필자는 이 발표에서 생명복제의 문제점을 복제양 돌리의 문제점과 인간배아복제를 중심으로 고찰해 보려고 한다.
 

 

Ⅱ. 생명복제의 문제점
 
   지금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동물 및 인간의 복제(cloning)는 한 마디로 미수정란의 핵을 체세포의 핵으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유전적으로 똑같은 동물 및 인간을 만들어 내는 기술을 의미한다. 따라서 동물복제 및 인간 배아복제는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DNA와 난모세포(卵母細胞: oocyte)만 가지고 어미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동물 및 인간배아를 생산하는 것을 가리킨다.
 
 1. 돌리 출현의 문제점
 
   그러면 이러한 돌리의 출현에 대해서 왜 그토록 많은 우려가 쏟아져 나왔으며, 이것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가를 우리는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양에서 채취된 체세포는 정상상태의 배양액에서 배양된 것이 아니라, 저농도 영양상태 배지에서 배양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세포를 굶겨 세포분열을 정지시키고, 정상활동을 하여야 할 유전자들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저하시켰다. 이처럼 비정상 영양상태에서 배양된 세포들은 변이(變異, mutation)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 비정상적인 양을 출산할 확률도 매우 높다. 이것은 당초에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변종의 생산도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둘째, 핵이식기법에 의하여 포유동물을 복제하려면 체세포에서 핵만, 특히 유전정보를 가진 DNA만 순수 분리하여 핵을 제거한 난모세포와 융합시켜야 한다. 그러나 윌머트 팀의 돌리를 만들 때 사용한 체세포 중에는 체세포 이외에 다른 종류의 세포들도 다량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윌머트 팀은 순수한 핵만 이용한 것이 아니라 핵 이외에도 다른 세포성분들이 함유되어 있어 이들 성분들이 배자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정확한 것을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체세포와 난모세포 융합시 인위적으로 전기자극을 주어 세포융합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 전기자극이 배아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아직까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


   넷째, 공여자의 핵과 수용자의 난모세포간의 세포주기 부적합(cell cycle incompatibility)에 의한 염색체 이상(chromosamal abnormality)의 발생가능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다섯째, 복제된 양은 다른 일반적인 양과 같은 수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기 노화현상이 와서 6년 7개월만에 일찍 죽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섯째, 돌리를 얻기 위해서 무수한 양의 희생이 있었으며 실제로.  동물복제는 성공률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일곱째, 수컷의 정자 없이 행해지는 단성생식(처녀생식,parthenogenesis)은 신의 창조질서와 자연법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것이다.
 
 
Ⅲ. 인간배아 복제 및 실험의 문제점
 
   우리나라에서도 인간개체복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소수 있긴 하나, 인간개체복제허용을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생명공학자는 아직까지 나타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인권을 가지고 있는  배아를 연구하는 생명공학자들 중에는 인간배아복제의 허용을 강렬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난치병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서는 인간배아의 복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드디어 황우석 교수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에 의하여 체세포핵이식에의한 인간배아복제가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생명공학자들이 줄기세포 획득에 열광하는 이유는 배아줄기세포가 인간의 어떤 기관조직도 만들 수 있는 만능세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되기 전 초기배아기, 즉 포배기의 단계에 있는 배아줄기세포는 장차 분화조절하는 인자만 밝혀진다면 인간의 모든 신체조직의 부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공학자들은 앞 다퉈 되도록 많은 줄기세포를 얻어내려고 진력하고 배아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배아복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줄기세포는 여러 가지 출처로부터 추출해 낼 수 있으나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흔히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로 불리우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성인줄기세포'(adult stem cell)라고 불리워지는 것이다. 문제는 배아줄기세포는 배아복제를 통하여 배아의 훼손으로 얻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윤리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볼 때 심각한 생명권의 남용을 초래한다는 점이고, 성체(성인)줄기세포의 경우엔 배아를 따로 만들거나 배아를 파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윤리적, 종교적, 사회적으로 거의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윤리적 문제점에 대해서 살펴보자.


   첫째, 죽은 태아의 조직으로부터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방법은 낙태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설사 의도적으로 낙태를 조장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낙태와 같은 부도덕한 행위를 이용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낙태에 대한 윤리적·사회적·법적 반대를 점차적으로 무력화하고 종내에는 반생명적인 낙태를 정당화하는 구실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생명윤리안전법에서도 이를 금하고 있다.


   둘째, 잔여배아들로부터 만들어진 배반포(blastocyst)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해당 배아를 파괴하게 된다. 따라서 배아가 인간존재와 동등한 도덕적 지위를 갖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방법을 이용할 수 없다. 이 방법은 배아공여자가 상업적으로 자신들의 배아의 이용권을 주장할 수도 있고, 잔여배아를 고의로 많이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종교계에서는 반대를 하나 우리나라와 몇몇 나라에서는 이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셋째, 출산목적이 아니라 연구목적으로 인간배아를 창출하는 행위는 고귀한 생명체인  인간 배아를 과학연구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게 되므로 비윤리적이다.


   넷째, 체세포복제기술을 사용하여 복제된 배아를 창출해 내는 것은 수정의 과정을 실제로 거치지 않으며, 체세포 핵을 제공하는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하여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식한 후의 조직 거부반응의 문제를 극복하기 쉬운 장점을 가지고 있다. 황우석 교수팀은 이것을 처음으로 성공시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것은 다음과 같은 윤리적 문제와 안전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1. 복제된 인간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면 바로 인간개체복제가 되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2.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배아 복제를 통해서 줄기세포주를 추출해 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배아를 살해하게 된다.  황교수 등에 의한 인간복제배아줄기세포주의 개발에서 30개의 인간배아가 살해된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것은 인간배아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취급하는 것이므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종교계와 윤리학자들은 이 점을 매우 중시했을 뿐만 아니라 독일의사협회에서도 이 점을 지적했고 국제적으로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인간복제 배아줄기세포주의 생성을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인간배아는 이미 생명을 지닌 온전한 생명체이고 완전한 인간으로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인간배아를 실험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은 분명히 성장한 인간을 실험도구로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비윤리적인 행위이다. 엄밀히 말하면 모든 인간복제는 인간배아복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복제된 개체의 생존을 배아상태로 한정하여 사용하는 것을 일컫는 인간배아복제도 실상은 일종의 인간복제라고 윤리신학자들은 주장한다.
  

3. 황교수팀이 세계최초로 인간배아복제줄기세포주의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조건부이긴 하지만 인간배아 복제실험을 허용하고 있는 영국과 일본을 포함하여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인간배아복제에 관한 연구논문이 발표된 적은 없다. 그렇다면 인간배아 복제에 관한 연구논문이 발표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이미 양이나 소와 같은 동물복제 실험에서 드러난 것처럼 배아 발생률이 매우 낮으며, 유산율, 기형율이 매우 높아서 배아세포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인간배아복제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인간배아줄기세포는 윤리적 문제를 수반하지 않는 인간성체줄기세포와는 달리 럭비공이 튀는 것처럼 분화과정이 쉽지 않고 분화 후 다시 역분화되어 종양세포(암세포)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4. 인간배아복제를 치료에 이용하고자 시도할 경우, 매번 여성으로부터 수 백 개의 난자를 채취해야만 하는 어려움과 여성의 인권 문제와 윤리적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난자매매, 복제된 배아의 소유권 문제, 난자확보를 위해 불임클리닉들에 가해질 압력, 난자의 과배란 유도, 난자 채취 시에 발생할 수 있는 조직의 손상, 난소절제술의 남용 등, 여성의 몸의 도구화, 그리고 구하기 어려운 인간난자 대신에 쉽게 구할 수 있는 동물난자를 이용하는 이종간교잡행위에 사려 깊지 못한 생명공학자들은 쉽게 말려들 수 있는 위험성 등이 발생한다.
  

 5.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배아복제에서 인위적인 난자활성화시도를 할 때 전기자극법과 그밖에 단백질 합성억제제 등을 사용 할 때의 부작용은 없는가? 공여된 체세포의 핵이식에서 소위 세포시계를 휴지상태로 유도할 때 이것이 장차 복제될 배아에 미칠 부작용은 없는가? 탈핵과정에서 난자와 체세포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이것이 나중에 복제배아줄기세포주에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 않는가? 배아복제과정에서의 높은 유산율과 거대태아증은 배아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Ⅳ. 성체줄기세포연구의 적극적 장려
 
   우리는 난치병의 치료를 위해서 줄기세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많은 윤리적 및 안전문제를 가지고 있는 인간복제배아줄기세포외에도 다행스럽게도 윤리적 문제를 수반하지 않는 치료목적의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이 있다. 성체줄기세포연구는 외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직 치료율이 높지 않고 면역거부반응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고 하나 배아를 훼손시키는 배아줄기세포와는 비교할 수 없다.
 

V. 맺는 말
 
   발표자는 인간개체복제는 금지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전에 예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의 과학교육 내지 의학교육의 기초학으로서 생명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생명윤리교육이 실시되는 것이 선결요건(先決要件)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은 할 수 있다고 해서 무엇이든지 다 시도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과학기술과 의료기술의 시행에 윤리적으로 제한을 두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첫째의 제한은 어떤 경우에도 생명은 결코 숭고한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즉 재료나 상품(商品)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의 제한은 의학과 생명과학은 병리(病理)를 다루어야 하지만, 결코 생리(生理)를 함부로 임의로 변경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는 이를 위해 생명과학의 연구범위를 제한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과학자들이 자율적으로 생명연구의 한계를 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지만, 생명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는 윤리학자의 생명존엄성에 대한 가르침과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발표자는 생명공학연구에 윤리적 제한을 두는 것이 결코 우리나라의 생명과학의 발전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명과학자들로 하여금 안심하고 자랑스럽게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끝으로 발표자는 개인적으로 황우석 교수와 그와 함께 하는 연구자들의 연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높이 평가함을 부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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