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동향
[한림원의 창 2024년 가을호] 장벽에 갇힌 과학기술
- 등록일2023-12-01
- 조회수2127
- 분류제도동향 > 종합 >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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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발간일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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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 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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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과학기술#기생충 연구#미래 교육
장벽에 갇힌 과학기술
[한림원의 창 2024년 가을호]
◈ 목차
● COVER STORY
테마_ 장벽에 갇힌 과학기술
[① 미래시나리오] : 제로섬 사회가 된 2050년 한국 과학기술계
[② Intro] : 기술결합에서 사회문제 해결 플랫폼으로: 각국 융합연구 전략 분석
[③ 기고] : 융합형 인재양성과 융합연구 활성화 방안
● 좌담
[한림원 좌담회] : 각 분야 석학들이 바라본 ‘정년연장제도’
● 한림원 인사이드
[❶ Nobel Prize Dialogue Seoul 2023] : 노벨상 수상자들과 ‘한국의 미래 교육’을 논하다
[❷ InterAcademy Workshop] : 기초과학네트워킹센터, 선도연구자들의 국제적 리더십 강화
[❸ SCA 2023 총회] : 아시아 지역 18개국 과학기술인 한자리
[❹ 김유항여성과학자상] : AASSA, 아시아 젊은 여성과학자의 국제 학술 활동 지원
● 사람들
[❶ 회원인터뷰] : “기생충 연구 무궁무진, 아직 연구는 끝나지 않았다”
[❷ 회원인터뷰] : “연구의 99%는 좌절의 순간…궁극의 질문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❸ Dr.Y의 노트] : “제도개선보단 시스템의 변화 만들고 싶다”
● 쉼표
[전문가기고] : 인구 감소 시대에 고경력 여성과학기술인 활용 방안
[과학문화산책] : 역사를 바꾼 과학자들의 삶
◈본문
제로섬 사회가 된 2050년 한국 과학기술계
의대 쏠림인가, 의대생 확보 경쟁인가
2050년. 우리나라는 4,300만 명의 인구로 21세기 후 반전에 돌입했다. 2030년대 연간 20만 명, 2040년대는 그 두 배인 연간 40만 명으로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은 결과였다. 수십 년에 걸쳐 합계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천 문학적인 예산이 투여되었으나 ‘역대 최저치’는 매년 갱 신되어 이제는 0.5명을 지키기도 위태로워졌다.
경제성장률 역시 예상대로 2040년대부터 0%대로 돌 입, 2050년대는 0.8%까지 하락했다. 초저성장이 ‘뉴 노 멀’로 자리매김했고, 정부 재정도 급격히 악화됐다. 정부 의 수입보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복지 등의 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모든 분야에서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 투자도 마찬가지 여서 매년 ‘현상 유지’가 과기계의 숙원이 되었다.
그나마 20세기와 21세기 초반에 걸친 고도 경제성장 으로 축적한 국부에 의지해 아슬아슬 선진국 지위를 유 지하고 있지만 젊은 층의 사고방식은 과거와 다르다. 초 저성장의 시대에 학창시절을 보내며 ‘비용편익분석’이 익숙한 세대에게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기까지 10여 년의 인내가 필요한 과학기술계는 매력적인 직종이 아 니었다. 청년층의 낮아지는 과학기술계 선호도는 고경력 과학기술인들의 대거 은퇴와 맞물려 국내 과학기술계의 심각한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다.
수험생의 의대 선호와 쏠림 고착화는 자연스러운 현 상이었다.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 추세 속에 글로벌 산 업지형은 소비 여력이 있는 노년층 대상의 바이오헬스 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됐고 관련 인력의 수요만 나 홀로 성장을 거듭했다.
1990년대 이후 40%를 넘긴 의사 출신 연구자의 노 벨생리·의학상 수상 비율은 최근 10년간 80%에 육박하 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과대학이 상위권 성적의 인재를 흡수했음에도 여전히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의학계와 과학기술계는 여전히 설전 을 벌였다. 의대 쏠림을 막고 과기계로 유인해야 한다, 의 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 의사들의 근무조건과 연구환 경의 미비 문제다, 협업이 안 되고 있다 등 도돌이표처럼 문제분석단계에 머무르고, 합의를 바탕으로 한 해결책에 이르지 못했다.
시대는 이미 바뀌었는데 사고는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마치 대학입학성적 1등을 확보해야, 의대생을 유치해 야 탁월한 연구를 하고 노벨상을 탈 수 있는 것처럼.
‘분류표’ 안의 과학기술
2023년 정부가 33년 만에 R&D 예산 삭감에 나섰을 때 과기계는 총력을 기울여 예산 복원에 나섰다. 몇 년간 이러한 노력은 상당한 성과가 있었으나 ‘뉴 노멀’을 거 스를 수는 없었다. 인구 감소 및 인구구조 변화와 더불어 정부 재정이 악화함에 따라 2040년부터는 정부 R&D 예산 감축이 당연한 기조였다.
다행히 민간부문의 R&D는 위축되지 않았으나 대학 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직업교육’은 학문적 성숙을 위한 ‘고 등교육’에 저해가 된다는 상아탑의 주장은 한동안 주류 를 차지했으나 위기를 넘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학교 정원과 예산 지원으로 정책 추진의 힘을 얻으려 했고, 학교 안에서는 학과별 전임교수 수, 학생 수 등에 연연하는 사이 인재들은 떠나갔다. 2020년 우리나라의 의·약·보건학 연구원 수는 전체 과학기술 연구원의 6% 를 차지했으나 2050년 25% 수준으로 증가했다. 늘어난 비중만큼 이공계열, 특히 이학계열이 꾸준히 감소했다. 빠른 취업이 가능한 공학 분야는 상대적으로 소폭 감 소로 선방했으나 기초학문은 이미 존폐의 기로에 들어 섰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현황도 다르지 않았다. 서로 간 의 장벽을 없애고 융합연구를 활성화하려는 여러 시도 가 있었으나 기관별 영역을 지키려는 각개전투 분위기 는 바뀌지 않았다.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전국 곳곳에 신설된 분원들이 문을 닫을 때만 해도 큰 영향이 없었으나 2040년 대형 연구원 1곳이 해체되면서 과기계는 큰 충 격에 빠졌다.
그러나 건전재정 기조가 계속되며 정부 R&D 예산 이 줄어들자 과학기술계는 제로섬게임(zero-sum)을 하 는 양상으로 흘러 학문 분야 간 연구비 확보를 위한 경쟁 이 심화했다.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체계’라든가 ‘학술 연구분야분류’에 기반한 연구활동조사 결과에 더욱 예 민하게 대응했고, 과제제안서 심사에도 공공연하게 반영 되었다. 분류표에 없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하던 연 구자들도 이내 포기하고 연구주제를 유행하는 학문에서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논문의 수는 여전히 상승 곡선이고 R&D 과제 성공률은 100%에 수렴했으나 한국 과학기술계 전체는 실패를 거 듭하고 있었다.
21세기 초반부터 계속되어 온 연구 분야 간 장벽 허물 기와 융합연구의 정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 이 다시 제기되고 있지만, 융합연구 촉진 예산과 지원이 넉넉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분위기는 하늘과 땅 차이일 수밖에 없었다. 좀 더 일찍 이 시대 연구의 목적을 함께 고민하고, 융합연구에 대한 진정성 있는 논의를 이어갔 다면 지금의 혼란과 이전투구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2050년, 그들의 사일로는 튼튼하게 지켜졌지만, 모두의 곳간은 텅 비어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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