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동향
불확실성의 시대, 과학기술과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 등록일2025-02-26
- 조회수659
- 분류제도동향 > 종합 >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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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발간일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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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 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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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불확실성#과학기술#인류#미래
불확실성의 시대, 과학기술과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2025년 신년호(겨울호)
◈본문
현실이 된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
●정치적 불확실성과 양극화 심화에 ‘과학’도 위기
●미·중 과학기술 경쟁 심화 속 유럽·아시아 도약 추진
21세기의 1분기가 끝나가는 지점, 그리고 30년간 이어져 온 세계화(Globalization) 시대가 저무는 지금, 다가오고 있는 새로운 조류는 무엇일까?
가장 유력하게 떠오른 것은 역시 인공지능(AI)이다. 2025년 1월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주제는 ‘지능의 시대를 위한 협업(Collaboration for the Intelligent Age)’이었다. 하지만 세부주제나 발표된 보고서에서 AI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현실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AI에 영향을 끼쳤던 과거와 반대로 이제는 AI가 모든 과학기술 분야에 기본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으며, AI를 활용하여 다른 분야가 재편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AI에 따른 일자리 문제, 과학 발전을 위한 AI 활용 등을 논의했지만, 올해는 포용적이고 공정한 경제와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성장 모델의 재구상, 지능 시대의 산업, 인재의 재교육과 역량 강화, 변화하는 기후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 전략, 분열된 세상에서의 협력을 논의하는 국제적 신뢰 회복 등이 테마로 선정됐다.
한편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네이처지와 사이언스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AI 관련 뉴스 못지않은 빈도수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과학연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여러 분석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 다소 비관적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 절차에 돌입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고, 이어 국립보건원(NIH)의 연구비 및 보조금 검토 회의 등을 취소했다. 미국 내에서는 대선 공약에 포함된 ‘NIH 예산 28% 삭감’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정책의 폐기가 공식화 되면서 미국의 과학기술 인재 확보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의 외국인 연구자에 대한 의존도는 1980년대부터 우상향을 그리고 있으며, 2023년 기준 과학 및 공학 박사학위 졸업생의 1/3 이상이 외국인 학생이었다. 특히 미국 내에서는 과학기술정책이나 연구자금이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는 것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월 네이처에 실린 ‘미국은 과학강국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까?’ 기사에서 헨리 브래디 UC버클리 교수는 “양극화되는 사회에서도 과학은 대중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예외의 영역이었지만, 백신부터 지구온난화까지 다양한 문제에서 분열이 심화되고 과학계와 학계가 정치적 이념적 활동으로 변한다면, 과학도 생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중국 역시 미·중 간의 경제와 무역 탈동조화,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과학기술 봉쇄와 제재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각자의 전략을 세우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창립 75주년을 맞아 중국 과학기술 발전의 주요성과를 발표했는데 '국가 중장기 과학기술 발전 계획(2021~2035년)'이 기초연구 강화와 과학기술 자립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중국의 정책연구기관들은 미국이 자국 기업의 중국 내 첨단기술 투자와 중국의 미국 자산 구매를 엄격히 금지함으로써 과학기술의 탈동조화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며 ‘대 중국 계획(China Initiative)’을 시행하여 양국 대학 간의 교류도 방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과학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만큼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없다. 유럽은 지난해 12월 1일 5년 임기의 새 EU 집행위원회가 출범했다. ‘경쟁력 나침반 (Competitiveness Compass)’ 이니셔티브에는 △미국·중국과의 혁신 격차 해소 △탈탄소화·경쟁력 강화 위한 공동계획 △EU 안보 강화·의존도 감소 등을 목표로 담고 있다. 특히 미국 및 중국과의 혁신 격차 해소를 위해 연구·혁신·기술개발·과학을 경제발전의 핵심요소로 관련 투자를 강화하고자 하며, EU 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한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 EU는 지금까지 탈탄소화 등 전지구적 정책을 선도해 왔으나 계속되는 불확실성의 위기 속에서 향후 규제 간소화와 산업 보호에 보다 힘쓸 것이라는 전망과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대의 과학기술이 기업에서 탄생하다
●NVIDIA·구글·애플·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 과학기술 선도
●기업 비중 높고 대학 비중 낮은 우리나라에 맞는 맞춤 전략 필요
이러한 전세계적인 불확실성 속에서도 첨단 과학기술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2025년 1월 초, 최첨단 기술들의 향연의 장이 된 ‘CES 2025’가 개최됐다. 올해도 다양한 기술과 제품이 세상에 소개된 가운데, 올해의 주인공은 젠슨 황 NVIDIA CEO가 차지했다. 젠슨 황은 “유용한 수준의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려면 2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이 말 한마디에 양자컴퓨터 기업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역시 양자컴퓨터 상용화가 아직 먼 이야기라는 의견을 내비쳤고, 파장이 이어졌다.
전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양자컴퓨터를 비롯한 양자기술 분야를 핵심 산업으로 선정하고 R&D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CEO의 말 한마디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AI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NVIDIA의 전략적인 답변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일반 대중들에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바탕에는 NVIDIA가 단순히 규모가 큰 기업이 아니라 그동안 AI 분야에서 보인 압도적인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지난해 10월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와 존 점퍼 구글 딥마인드 수석연구원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에도 놀라움은 있었지만 의심은 없었다. 이제는 기업의 기초연구 역량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 시대 과학기술의 헤게모니가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총 연구원 수는 2022년 기준 601,530명이며, 이 중 상근상당 연구원(FTE, Full Time Equivalent, 연구개발 업무에 전념하는 연구원 수)은 488,774명으로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다. 상근상당 연구원 수를 소속 주체별로 분류할 경우 기업(82.6%), 대학(9.7%), 공공연구기관(7.7%) 순이다. 이 중 기업 소속 비율은 일본, 독일, 영국, 중국 등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이러한 정량적 수치는 기업 연구역량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선 고무적이나, 반대로 취약한 부분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 소속 연구원의 비중은 9.7%로 20% 전후 비중의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즉 선도적 연구의 다양성과 그 숫자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으며, 기업으로의 연계 역시 약하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비중과 예산을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생태계에 대한 정확한 특성 파악과 이에 맞는 최적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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