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동향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담당하는 생각하는 세포 뉴런
- 등록일2000-05-30
- 조회수21033
- 분류기술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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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발간일
200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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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bio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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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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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세포 뉴런#뉴런
'뇌'의 시대를 향한 해명이 진행된다
기억이나 감정, 마음을 담당하는 뇌의 기능의 기본이 되는 것은, 신경 세포 뉴런이다. 급속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뉴런은어디까지 해명되었는가?
21세기는 ‘뇌’의 시대라고 한다. 생물학이 폭발적으로 발전한 지금도 뇌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습이나 기억, 감정 그리고 마음의 메커니즘은 그 대부분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것을 해명하는 일이 이제부터 생물학이 목표로 하는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
뇌의 작용의 기본이 되는 것은 뉴런이라고 불리는 신경 세포이다. 뇌에는 약 140억 개의 뉴런이 있고, 그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복잡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따라서 뇌의 기능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뉴런이란 무엇인가’를 알아야만 한다. 급속히 행해지고 있는 연구의 제일선에서 ‘생각하는 세포 뉴런’은 어디까지 해명되었는가를 살펴보자.
1. 과학자는 어떻게 뉴런에 도달하였는가?
2. 뉴런을 둘러싼 골지와 카할의 논쟁
3. '뉴런설'이 옳다는 것을 전자 현미경이 증명하였다
4. '생각하는 세포' 뉴런의 정체
5. 시냅스의 불가사의. 이어져 있지 않는데 어떻게 신호가 전달되는가?
6. 뉴런끼리의 네트워크가 뇌의 기능을 푸는 열쇠였다
7. 뉴런의 연결 방식이 변함으로써 기억이 형성되는 것 같다
8. 뉴런의 활동이 연상을 일으킨다
9. 우리는 '눈'이 아니라 '뇌'로 사물을 보고 있다
10. 망막에 비친 2차원의 상은 어떻게 입체적으로 보이는가?
11. 뇌는 정보를 대충 받아들인 다음 자세한 처리를 하는 것 같다
12. 악보를 '보는' 데 청각에 관계된 장소가 활동한다?
13. 앞으로의 뇌 연구는 분자 수준의 세계로 넓어져 간다
1. 과학자는 어떻게 뉴런에 도달하였는가?
인간의 뇌에는 약 140억 개의 뉴런(neuron, 신경 세포)이 있고, 이들이 기억이나 학습, 더 나아가 감정이나 마음이라는 고도의 정신 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인간에서만 볼 수 있는 이러한 현상이 뉴런의 작용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을 아는 데까지는 19세기 후반부터 행해진 다양한 연구의 역사가 있었다.
인간의 뇌가 다른 동물과 비교해 가장 다른 것은 대뇌 피질이라고 부르는 부분이 발달해 있는 점이다. 뇌의 연구는 먼저 이 대뇌 피질에서 시작되었다. 대뇌 피질을 밖에서 보면, 어디나 같아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장소에 따라 기능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프랑스의 외과 의사 브로커(P. Broca;1824~1880)이다. 실어증연구를 하고 있던 그는 1861년, 대뇌 피질에 말을 하는 기능을 지배하는 장소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장소가 손상되면 말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 후 독일의 신경학자 베르니케는 문자를 읽거나 언어를 듣거나 이해하는 중추의 장소를 발견하였다.
당시의 연구는 뇌의 일부에 병변이 있는 환자의 증상을 통해 상실된 기능을 담당하는 장소를 추정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어, 1934년에는 크라이스트에 의하여 대뇌 피질의 기능 지도가 만들어졌다.
한편 1870년에 독일의 프리추와 히티히는, 원숭이의 대뇌 피질의 일부에 전기 자극을 가함으로써 근육 등을 움직이는 기능을 담당하는 장소를 발견하였다. 20세기가 되어 뇌외과가 발전하면서 뇌 수술 중에 뇌의 일부를 자극함으로써 대뇌 피질의 장소에 따른 기능의 차이를 밝히는 일도 실시되었다. 인간의 대뇌 피질의 어느 장소가 운동이나 감각을 담당하고 있는가를 조사한 캐나다의 뇌외과 의사 펜필드는, 1952년 대뇌 피질의 어느 장소의 어느 부분이 손이나 발, 머리 등에 대응하는가에 대한 정밀한 지도를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이렇게 하여 뇌의 어느 장소가 어떤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가가 조금씩 밝혀지게 되었다. 그러나 세포 수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는 알지 못한다.
2. 뉴런을 둘러싼 골지와 카할의 논쟁
뇌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에 관한 연구는 우선 현미경을 사용하여 행해졌다. 세포가 가지는 돌기, 즉 ‘신경 섬유’가 발견되고 더욱이 세포 본체도 자세히 관찰되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뇌의 세포에 ‘뉴런(neuron)’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1881년의 일이었다.
뉴런의 어원은 그리스 어로 ‘건(腱;힘줄)’, ‘강(綱;밧줄)’을 나타내는 말이다.
1873년에 이탈리아의 신경학자 골지(C. Golgi;1843 ~1926)에 의하여 질산은으로 세포를 염색하는 방법이 고안되자, 뉴런을 더욱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골지와 에스파냐의 동물 조직학자 카할(S. R. Cajal;1852~1934)은 뉴런의 구조를 현미경으로 상세히 조사한 연구로, 1906년 노벨 의학 생리학상을 받았다. 두 사람이 함께 상을 받기는 했지만, 뉴런에 대한 생각은 전혀 달랐다.
현미경으로 포착한 뉴런을 보고, 골지는 ‘세포끼리 돌기에 의하여 이어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카할을 ‘각각의 세포는 독립된 존재로서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설을 제창하였다. 골지의 생각은 ‘망상설(網狀說)’, 카할의 생각은 ‘뉴런설’이라 불리고 있다. 1906년 당시는 아직 ‘망상설’과 ‘뉴런설’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래서 카할과 골지 모두에게 노벨 상이 주어진 것이다.
3. '뉴런설'이 옳다는 것을 전자 현미경이 증명하였다
‘망상설’과 ‘뉴런설’의 논쟁에 결말을 내린 것은 바로 전자 현미경이었다.
‘뉴런설’을 주장하고 있던 카할은, 1911년에 출판한 저서에서 놀랄 만큼 정밀한 뉴런의 현미경상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광학 현미경에는 한계가 있어서, 빛의 파장보다 작은 것을 볼 수 없다. 뉴런의 더욱 자세한 구조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광학 현미경을 넘는 장치가 필요하였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1932년에 발명된 전자 현미경이다. 전자의 파장은 매우 짧아서 광학 현미경보다 훨씬 작은 것까지 볼 수 있었다.
전자 현미경으로 뉴런을 자세히 관찰한 결과, 세포끼리는 이어져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카할의 ‘뉴런설’이 옳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로 뉴런은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다른 세포와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알았다. 즉 뉴런의 세포체에서는 ‘축색(軸索)’과 ‘수상 돌기(樹狀突起)’라는 돌기가 뻗어 있었다. 그리고 이들 돌기를 통하여 다른 뉴런과 정보를 주고받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정보의 교환이야말로 뇌의 기본적인 기능이고, 인간다운 활동의 원천이다.
4.‘생각하는 세포’ 뉴런의 정체
아직 해명되지 않은 부분은 있지만, 현재 뉴런의 형태나 그 기능에 관한 기본적인 것은 알고 있다. 뉴런은 세포체(세포의 본체)와 거기서 뻗은 수상 돌기 그리고 축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상 돌기와 축색은 다른 세포에는 없는 뉴런만의 독특한 것으로 그들을 이용해 뉴런은 신호를 받고, 그 신호를 다음 뉴런에 전하고 있다. 우리가 물체에 닿거나 무엇을 보면, 주어진 자극은 전기적 신호로서 감각 기관에서 뉴런으로 전해진다. 수상 돌기가 그 자극을 받는 부분이고, 수상 돌기는 이것을 세포체에서 축색으로 전달한다.
뉴런의 세포체에서 길게 뻗은 축색은 이 전기적인 신호를 다음 뉴런에 전하는 전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축색에는 매우 긴 것이 있어서, 1m에 이르는 것도 있다. 신호가 전해지는 속도는 1초에 100m 정도이다. 많은 축색에는 ‘미엘린초(myelin)’라고 부르는 세포가 감겨 있다. 미엘린초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이다.
축색이 전선과 전혀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전선을 통과하는 신호는 전기 저항에 의하여 점점 약해지지만, 축색에는 신호가 언제까지나 약해지지 않는 메커니즘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뉴런에 전기적인 자극이 가해지면 세포막의 전기적 활동이 활성화되고, 전위의 상승이 축색을 전해져 간다. 그래서 신호는 약해지는 일없이 전달된다. 이 현상에는 나트륨 이온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축색의 말단은 ‘시냅스(Synapse)’라 불리고 있다. 시냅스는 원래 그리스 어로 ‘접합(接合)’을 의미하는 말이다. 물체에 접촉하거나 보는 일로 생긴 신호는 이 시냅스를 통해 다음 뉴런으로 전해진다.
5. 시냅스의 불가사의. 이어져 있지 않은데 어떻게 신호가 전달되는가?
이미 이야기한 바와 같이 뉴런끼리는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뉴런과 뉴런 사이에는 아주 미세한 틈이 있다. ‘시냅스 간극’이라고 부르는 이 틈은 전자 현미경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 거리는 약 50분의 1μm(1μm는 1000분의 1mm)이다. 축색을 지나온 전기 신호는 이 곳을 뛰어넘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음 뉴런으로 신호가 전달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답을 준 것이 ‘신경 전달 물질’의 발견이었다. 시냅스에는 세포체에서 운반되어온 소포(小胞)가 있다. 전기 신호가 시냅스까지 오면, 소포 안의 화학 물질(신경 전달 물질)이 시냅스 간극으로 방출된다. 이 신경 전달 물질이 신호를 받는 쪽의 뉴런에 있는 리셉터(receptor,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전기 신호가 전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뉴런과 뉴런 사이의 신호 전달 방식은 ‘전기적 신호→화학적 신호→전기적 신호’라는 형태를 취한다. 시냅스에서 화학 물질에 의하여 정보가 전해지는 것을 처음으로 밝힌 사람은 1921년, 미국의 약리학자 로위였다. 이제까지 발견된 신경 전달 물질은 도파민(dopamine)과 아스파라트산(aspartic acid) 등 수십 종이다.
6. 뉴런끼리의 네트워크가 뇌의 기능을 푸는 열쇠였다
축색은 여러 가닥으로 갈라져 있다. 그리고 갈라져 나온 앞쪽 끝에 각각 시냅스가 있고, 다른 뉴런과 이어져 있다. 비교적 작은 뉴런에서도 시냅스가 500개 정도이다. 대뇌 피질에 있는 피라미드 모양을 한 ‘추체 세포(椎體細胞)’라는 뉴런처럼, 수만 개의 시냅스를 가진 것도 있다.
140억 개에 이르는 대뇌 피질의 뉴런에는 평균 약 1만 개의 시냅스가 있으며, 뉴런은 서로 시냅스로 이어지면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뉴런의 이 네트워크야말로 뇌의 작용을 해명하는 열쇠였다. 네트워크 안을 전기적인 신호가 오고 감으로써, 뇌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수상 돌기나 세포체의 표면에 전기적 신호가 전해지면, 뉴런의 세포막의 전기적 활동이 폭발적으로 높아진다. 그 결과 뉴런은 ‘발화(發火)’한 상태가 되고, 전기적 신호가 축색으로 보내진다. 이 신호는 축색 앞쪽 끝의 시냅스에서 이어져 있는 모든 뉴런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신호의 주고받음은 뉴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신호가 들어오면 뉴런은 그에 대하여 반응한다. 이 반응에는 뉴런을 흥분시키는 것과, 뉴런을 억제하는 것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뉴런은 아무 일도 없을 때에는 1초 동안에 1-5번 정도의 전기적 신호를 보내지만, 일단 흥분하면 발화의 빈도가 증가하여 1초 동안에 50~100번 이상의 신호를 내보내는 일도 있다. 1초 동안에 500번이라는 것은 컴퓨터에 비하면, 100만 분의 1 정도의 처리 속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뇌는 비록 전기적 신호는 적지만 컴퓨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한 정보 처리를 할 수 있다.
뇌에서는 매우 많은 뉴런이 복잡하게 연결된 네트워크 안을 무수한 신호가 끊임없이 날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에 의한 정보 처리로 ‘학습’이나 ‘기억’이 이루어지고 시각이나 청각이 작용한다.
7. 뉴런의 연결 방식이 변함으로써 기억이 형성되는 것 같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학습하거나 그것을 기억할 때 뇌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이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로서 아직도 자세한 메커니즘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단 뉴런의 네트워크 변화, 즉 뉴런끼리 연결 방식이 바뀌는 일이 학습이나 기억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940년대 말 심리학자 헤브는 ‘뉴런의 활동에 의하여 뉴런끼리의 결합 방식의 세기가 변하여 뉴런의 네트워크가 변화하는 일이 학습이고, 그 네트워크의 변화를 지속하는 일이 기억이다’라는 설을 제창하였다.
시냅스에 되풀이하여 전기적 신호가 통과함으로써 장기간에 걸쳐 시냅스를 지나는 정보의 전달 방식이 좋아지는 현상은 ‘장기 증강’이라 한다. 또 반대로 장기간에 걸쳐서 정보의 전달 방식이 나빠지는 현상은 ‘장기 억압’이라 한다. 헤브의 가설 이후, 학습이나 기억에 이 현상들이 관계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지만, 실제로 ‘장기 증강’이나 ‘장기 억압’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발견을 목표로 세계 각국의 연구자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마침내 1973년 미국의 프리스와 레모가 ‘토끼의 뇌의 해마라는 곳에서 장기 증강을 발견하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후 장기 억압도 발견되었다.
어떻게 장기 증강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정보를 보내는 쪽의 뉴런으로부터의 신경 전달 물질이 늘어난다’는 설과 ‘신경 전달 물질의 양에 관계 없이 정보를 받는 쪽 리셉터의 감도가 상승한다’는 설이 있다. 분명한 것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아마 그 양쪽이 모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어찌되었거나 뉴런의 새로운 네트워크가 형성됨으로써 우리는 사물을 학습하고, 그것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8. 뉴런의 활동이 연상을 일으킨다
뉴런의 실제 활동을 ‘연상(連想)’이라는 현상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연상은 어떤 것을 생각해 냈을 때 그 기억에 관련된 다른 일을 떠올리는 현상이다. 어떤 배우가 TV에 나온 것을 보면, 그가 이전에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 나왔는가를 생각한다. 또 시험 공부를 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신소리 다시 말해 어떤 성구의 음에 같지 않은 다른 말로 만들어 외우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연상 기억’이라 불리며, 기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상 기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조사하기 위하여 원숭이를 이용해 실험을 하였다.
모두 24개의 도형을 2개씩 짝을 지어 12조로 만들고, 각각 짝을 이루고 있는 도형을 원숭이가 외우도록 시켰다. 그리고 원숭이의 측두엽에 전극을 꽂아 도형을 보이면서 뉴런의 활동을 조사한 것이다. 측두엽은 도형이나 풍경 등과 같은 시각 이미지의 정보를 저장해 두는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실험 결과 ‘어떤 짝의 도형 중 한 쪽의 도형을 보여 주었을 때 활동하는 뉴런은, 다른 한 쪽 도형을 보여 주어도 곧바로는 활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뉴런은 천천히 활동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실제로는 다른 도형을 보고 있어도 연상에 의하여 뉴런이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리’라는 말을 듣고, 그것이 강을 건너는 ‘다리’인지 몸의 ‘다리’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억양과 함께 이야기의 전후 관계도 중요하다. 앞뒤 문맥에서 말을 연상해 가는 것이므로 연상 기억을 일으키는 뉴런의 활동은 우리 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
9. 우리는 ‘눈’이 아니라 ‘뇌’로 사물을 보고 있다
뉴런의 네트워크에서는 다양한 정보 처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본다’는 행위는 매우 고도의 정보 처리이다. 우리가 사물을 볼 때 사실은 ‘눈’이 아니라 ‘뇌’로 보고 있다는 것이 최근의 뇌 연구로 밝혀졌다.
사람의 안구 구조는 카메라와 비슷하다. 렌즈에 해당하는 각막과 수정체를 통과한 빛은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에 상을 맺는다. 망막은 말하자면 스크린이고, 그 상이 무엇인가를 인식하는 기능은 없다. 그것은 뇌의 역할이다.
뇌는 우뇌와 좌뇌로 갈라져 있다. 우뇌는 좌반신, 좌뇌는 우반신의 운동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시각에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오른쪽 눈에서 받아들인 정보가 모두 좌뇌로 들어가지 않는다. 눈으로 보이는 범위를 시야라고 하는데, 오른쪽 눈으로 본 정보 중에서 오른쪽 절반의 시야 정보는 교차하여 좌뇌로 진행해 간다. 반대로 왼쪽 절반의 시야 정보는 우뇌로 간다. 한편 왼쪽 눈으로 본 정보 중에서 왼쪽 절반의 시야 정보는 우뇌로 가고, 오른쪽 절반의 시야 정보는 좌뇌로 간다. 결국 뇌에는 양쪽 눈의 시야의 오른쪽 절반의 정보가 좌뇌에, 왼쪽 절반의 정보가 우뇌로 가는 것이다.
시각 정보는 우선 후두엽에 있는 ‘제1차 시각령(視覺領)’이라 부르는 부분으로 보내진다. 거기에서는 색깔이나 형태, 입체시 등에 대한 정보가 인식된다. 그 정보는 ‘제2차 시각령’등 더욱 고차의 시각령에 보내져 처리된다고 생각되고 있다.
10. 망막에 비친 2차원의 상은 어떻게 입체적으로 보이는가?
우리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물체를 입체로서 포착하고 있다. 얼핏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어려운 문제로서 시각에 관한 중요한 테마가 되고 있다. 그 어려움에 처음 주목한 사람은 영국의 수학자 마였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어렵단 말인가?
우리가 입체를 인식하는 방법은 두 눈의 시차에 의한 입체시만이 아니다. 한쪽 눈으로만 보아도 음영이나 그 밖의 정보에 의하여 우리는 물체의 입체감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정보는 망막에 2차원(평면)의 상으로서 비치게 된다. 당연한 일로 망막에서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되어 뇌에 보내지는 정보에도 2차원의 정보, 결국 실제보다도 적은 정보밖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놀랍게도 뇌에서는 그 2차원의 정보를 바탕으로 3차원의 정보를 복원하여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에서는 2차원의 정보를 3차원으로 복원할 수 없다. 3차원에서 2차원으로 변환했을 때 반드시 정보의 일부가 사라진다. 그러한 2차원의 정보를 3차원으로 복원하려면 정보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 되어 계산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뇌에서는 어떻게 3차원으로의 복원이 가능한 것일까? 마는 35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는 그러한 어려운 문제를 푸는 신경 회로의 이론적인 모델을 제창하였다. 현재는 그의 모델에서 발전한 몇 가지 모델이 제안되고 있다. 뇌 안에서는 계산을 몇 차례 되풀이함으로써 문제를 풀고 입체시가 되는 것 같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모른다.
11. 뇌는 정보를 대충 받아들인 다음 자세한 처리를 하는 것 같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식별하는 데는 얼굴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뇌가 얼굴을 어떻게 식별하고 있는가를 원숭이를 이용하여 조사하였다.
얼굴이나 물체를 인식하기 위한 중추는 측두엽이라고 부르는 부분에 있다. 측두엽의 뉴런은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제1차 시각령을 통하여 받아, 식별을 위한 처리를 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측두엽의 뉴런은 얼굴을 본 직후에 ‘사람인가, 원숭이인가, 도형인가’라는 식의 대강의 정보를 유지하고 약 0.05초 늦게 누구의 얼굴인가, 어떠한 표정을 하고 있는가 등의 상세한 정보를 유지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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