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동향
우리 뇌는 소금 섭취를 어떻게 조절하는가? [KSMCB 2020년 6월호]
- 등록일2020-06-23
- 조회수4882
- 분류기술동향
-
자료발간일
2020-06-16
-
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 원문링크
-
키워드
#소금 식욕#신경회로
[KSMCB 2020년 6월호]
우리 뇌는 소금 섭취를 어떻게 조절하는가?
손종우 (KAIST 생명과학과)
소금은 음식의 맛을 내는 조미료이면서도 우리 몸의 체액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체액은 혈액, 간질액 등을 포함하는 세포외액과 세포내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소금의 주요 성분인 나트륨 이온은 세포외액에 국한되어 분포하면서 삼투 현상에 의해 세포내액에 있는 수분을 끌어당긴다. 따라서, 나트륨 이온은 개체가 부피 성장을 하는 데 꼭 필요하다. 그런데, 체내에 나트륨 이온이 필요 이상으로 존재하면 혈액과 간질액의 부피가 증가하여 혈압 상승, 부종 발생 등이 일어날 수 있어 적정한 수준으로 소금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소금 섭취가 증가하면 신장에서 나트륨의 배설을 증가시키는 기전을 작동시켜 체내 나트륨 양을 유지할 수 있지만, 신부전 등과 같이 체액량 조절이 중요한 질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이 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과도한 소금 섭취가 치명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음식에 첨가된 소금이 가지는 매력 때문에 소금 섭취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서 많은 의사와 과학자들이 소금 섭취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왔다.
최근 뇌의 기능을 연구하는 유전학적 방법이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면서, 우리는 동물의 행동과 뇌 신경세포의 활성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하여 동물이 원하는 행동을 하게 할 수도 있다. 우리 몸에서 체액량이 부족하면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경로가 활성화되는데, 알도스테론은 나트륨의 재흡수를 촉진하는 동시에 나트륨의 섭취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 기전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2017년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교의 리처드 팔미터(Richard Palmiter) 교수는 숨뇌 고립로핵(nucleus tractus solitarius, NTS)에 위치한 알도스테론 반응성 신경세포 흥분성의 증가가 체액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소금의 섭취를 증가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1]. 같은 해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브래드포드 로웰(Bradford Lowell) 교수와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의 조엘 기어링(Joel Geerling) 교수는 알도스테론 반응성 신경세포가 소금의 섭취를 증가시키려면 이들 신경세포에 대한 안지오텐신의 작용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고하였다[2]. 이들 연구에서 알도스테론 반응성 신경세포에서 분계섬유줄핵(bed nucleus of stria terminalis, BNST)으로 가는 신경 회로가 소금 섭취 증가 효과를 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그림]. 분계섬유줄핵은 근처에 있는 뇌활밑기관(subfornical organ, SFO) 안지오텐신 반응 신경세포의 지배를 받아 소금 섭취를 증가시키기도 하기 때문에[3], 분계섬유줄핵이 소금 섭취를 증가시키는 중요 뇌 기전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9년 초에는 칼텍(Caltech)의 유키 오카(Yuki Oka) 교수 그룹이 다리뇌 청색반점전핵(pre-locus ceruleus, pre-LC)에 있는 프로다이노르핀 발현 신경 세포가 소금이 결핍되었을 때 흥분성이 증가하여 소금 식욕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4]. 이 연구에서는 소금 결핍 시에 청색반점전핵을 지배하는 분계섬유줄핵의 억제성 신경 세포 흥분성이 감소하는 것이 소금 식욕 촉진의 기전으로 제시되었다.
이와 같이 최근 3년 남짓 한 짧은 기간 동안 소금이 결핍되어 체액량이 감소한 경우에 소금 식욕을 증가시키는 분자 기전에 대한 이해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임상적으로 더 중요성을 가지는 이슈는 소금의 과다 섭취이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우리 뇌에 소금의 섭취를 억제할 수 있는 기전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져왔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다리뇌 가쪽팔곁핵(lateral parabrachial nucleus, LPBN)에 위치한 세로토닌 반응성 신경 세포의 기능에 주목하였다. 오랜 기간 동안 팔곁핵과 세로토닌은 소금 식욕의 조절에 관여하고 있다고 알려져 왔으나, 그 구체적인 기능에 대한 연구가 수행되지 않고 있었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가쪽팔곁핵의 세로토닌 반응성 신경 세포 흥분성이 소금 과다에 의해 증가하고 반대로 소금 결핍에 의해 억제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5]. 특히, 체액량이 정상인 경우에도 세로토닌 반응성 신경 세포 흥분성을 증가시키면 소금 식욕이 줄어들고, 반대로 억제하면 소금 식욕이 증가하였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가쪽팔곁핵의 세로토닌 반응성 신경 세포가 평상시에 소금 식욕을 억제하고 있으며, 이 신경 세포의 활성을 조절하여 소금 식욕을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 신경 세포는 중심편도핵(central amygdala, CeA)으로 축삭을 보내어 소금 식욕을 억제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분계섬유줄핵으로 가는 축삭은 소금 식욕을 조절하지 않았는데, 이는 소금 식욕을 촉진하는 신경 회로와 억제하는 신경 회로가 뇌 안에서 구별되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재 활발한 연구 활동을 통해 소금 식욕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개별 신경 회로가 속속 밝혀지고 있으나, 실제로 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소금 식욕을 통합적으로 조절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소금 식욕의 병태생리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려면 향후 연구는 이들 신경회로의 상호작용이나 계층성을 규명하여 생리적 조건이나 소금 과다 또는 결핍 상태에서 이들 신경회로의 활성이 어떻게 조절되어 소금 식욕이 나타나는지에 주목하면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고립로핵 알도스테론 반응성 신경 세포는 가쪽팔곁핵으로도 신경지배를 한다는 것이 보고되어 있으므로[1], 가쪽팔곁핵에서 소금 식욕 조절의 통합이 일어날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소금은 우리 몸에서 꼭 필요한 물질이나 지나치면 건강을 헤칠 수 있다. 소금 식욕을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는 노력을 통해 고혈압, 신부전, 심부전 등의 질환 치료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소금 식욕을 조절하는 뇌 속의 신경회로.소금 식욕을 촉진하는 신경회로를 빨간색 실선으로, 소금 식욕을 억제하는 신경회로를 파란색 실선으로 표시하였음. 신경지배가 확인되었으나 그 기능이 확인되지 않은 신경회로를 회색 파선으로 표시하였음. 숫자는 참고문헌을 나타냄. 뇌신경핵의 영문 약자는 본문 참조.
...................(계속)
☞ 자세한 내용은 내용바로가기 또는 첨부파일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관련정보
동향
- 정책동향 [R&D Brief] 생리현상과 본능적 행동의 신경회로 2022-11-17
- 기술동향 젊은 과학자의 눈으로 바라보다, 과학기술 2050 2021-12-27
- 기술동향 만성 통증 신경회로의 Top-down 조절기작 2018-12-13
- 기술동향 감정 기억의 저장과 회상을 관장하는 편도체(Amygdala)의 신경회로에서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 기억 심상(Engram)과 신경망 진동(Network oscillation)의 중요성 2018-11-12
- 산업동향 두뇌 신경회로모방 뉴로모픽 칩 2018-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