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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동향

[KRIBB focus 9호]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위기시대, 신품종 개발로 돌파한다

  • 등록일2021-05-03
  • 조회수4954
  • 분류기술동향
  • 자료발간일
    2021-04-16
  • 출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 원문링크
  • 키워드
    #기후문제#식량위기 #신품종#한국생명공학연구원#식물 시스템 공학
  • 첨부파일

 

[KRIBB focus 09] Biology for sustainable world 

 ◈ 목차
 
논단 
환경을 지키는 생명과학, 인류를 지키는 생명과학
 
커버스토리
Biology for Sustainable World
어떤 종류의 대기오염에도 대비한다.
환경의 위협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생명연의 연구자들
 
INSIDE KRIBB
리서치 하이라이트
페트병 분해하는 식물 플랑크톤 개발
환경 유해물질을 분리하는 단백질의 작용 원리 밝혀내다
과학으로 환경보전과 미래 인류 건강 보호할 해법 찾는다 
안전을 위한 규제와 자요로운 연구 사이에서 

우수연구원 인터뷰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위기시대, 신품종 개발로 돌파한다 -  곽상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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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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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수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재해가 전 세계를 신음하게 하고 있다. 맹렬한 산불, 폭우와 잦은 태풍, 멈출 줄 모르는 해빙, 끝없는 가뭄까지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유엔이 발행한 ‘2000~2019년 세계 재해 보고서’에 따르면 20년 동안 세계에서 7348건의 재해가 발생해 약 123만 명이 사망하고 3400여 조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재해 건수는 앞선 20년보다 1.7배 증가했으며 주요 원인은 역시나 기후변화였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식물 개량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곽상수 박사는 세상을 살리는 과학연구와 함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없으면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고 말한다. 
 
 
식량 위기는 이미 왔으며, 해결책은 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작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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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미치는 악영향은 평등하지 않다. 폭우, 폭염, 가뭄, 산불 같은 극단적인 재해는 토양의 손실과 사막화를 가속화해 세계의 식량 공급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부유한 국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는 현재 만성적인 식량 부족과 영양 결핍으로 고통 받고 있다. 미래 전망도 불투명하다. UN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인구는 약 97억 명이 될 것이며 지금 추세대로 식량을 소비하면 에너지는 지금보다 약 5배, 식량은 1.7배가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곽상수 박사는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사료용 곡물포함)은 1960년대 90%에서 현재 21%로 급락했습니다. 소득 증가로 육류 소비가 늘었고 농지가 산업단지나 도로 건설로 잠식되었기 때문이지요. 이런 변화는 에너지 소비 증가와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과 맞물려 국가의 식량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 될 것입니다.” 
 
 
곽상수 박사는 식량 안보의 위기를 중국이나 일본의 사례를 보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2016년에 세계 3대 종자 회사 중 하나인 ‘신젠타’를 55조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400만 헥타르(ha)에 이르는 농지에서 세계 6위 규모의 GMO 작물를 재배한다. 중국의 목표는 근미래에 곡물자급률을 95%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국가에서 ‘국가식량안보중장기계획요강’을 발표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자국 농지에 3배에 달하는 농지를 해외에 1200만ha나 확보해 식량 자급율 100%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역시나 중국처럼 국가에서 장기적인 식량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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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나라를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해 지속 가능한 사회로 만들고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은 무엇일까? 곽 박사가 선택한 것은 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식물 개발 연구이며, 그 중에서도 고구마이다. 왜 고구마일까? “제가 국제 학술지에 처음으로 고구마 연구 논문을 게재한 것이 1994년이니까 올해로 27년째 고구마 연구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왜 고구마라고 묻는다면 단연코 고구마야말로 위기에 강한 식물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벼, 감자, 옥수수와 비교해 척박한 토양에서 잘 자랍니다. 둘째, 마찬가지로 다른 작물과 비교해 단위면적당 가장 높은 수확량을 보장하며 단위면적당 탄수화물 함량도 가장 높습니다. 셋째, 폭우에 따른 토양 유실을 막는 기능을 합니다. 넷째, 비타민C, 카로티노이드, 토코페롤 같은 항산화물질이 풍부해 건강식품으로도 상품화하기 좋습니다. 이 외에도 고구마가 가진 여러 장점이 저를 이른바 ‘고구마 박사’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몰두하게 만들었지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곽상수 박사 연구팀은 오늘날처럼 고구마의 특성과 항산화물질이 주목받기 전부터 고구마를 개량하고 신품종을 만드는 연구를 계속해 왔다. 모든 생물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활성산소를 만드는데, 이것이 생물을 늙고 병들게 한다. 고구마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이유는 고구마 내 항산화물질이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환경 스트레스에 잘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구마에 풍부한 항산화물질이 인간의 노화를 늦추고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다른 연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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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수 박사 연구팀은 고구마에 있는 ‘오렌지 단백질(IbOr)’이 각종 스트레스 조건에서 단백질의 변성을 막아주는 샤페론 활성을 가지면서 항산화물질인 카로티노이드 축적에 관여함으로써 고구마가 환경 스트레스에 내성을 갖게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해 냈다. 이 연구는 오렌지 단백질의 기능을 기초적 수준에서 밝혔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재해내성 산업식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고구마 오렌지 유전자를 자색고구마에 도입한 결과 47도의 고온에서도 견디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게다가 이 유전자를 다른 콩과식물인 알팔파에 넣으면 마찬가지로 건조한 환경과 높은 염도에도 내성을 지니도록 형질이 전환되었습니다.” 이는 오렌지 유전자가 고온, 건조, 높은 염도 같은 스트레스 조건에서도 카로티노이드 생합성에 중요한 ‘PSY 유전자’와 광합성에 관여하는 ‘PsbP 유전자’의 기능을 보호하여 카로티노이드를 축적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실험식물학회지(Journal of Experimental Botany)> 등에 게재되는 쾌거를 올렸다. 국내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는 국내외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과 생태계 보전에 대한 문제가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일임을 깨달은 것과 관련이 깊다.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평생의 과제로 삼아
 
곽상수 박사는 학부부터 박사 과정까지 농학과 식물학 외길을 걸어왔다. 그를 이렇게 이끈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잘 사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로 농촌에서 자랐기에 열심히 일을 해도 배를 곯을 수밖에 없는 모습을 많이 봤죠. 어떻게 하면 먹는 문제를 해결해 모두를 잘 살게 할 수 있을까가 제 평생의 과제였습니다. 농학과 식물학은 정직합니다. 애정과 노력을 들이면 산소, 식량, 의약품, 산업소재를 생산해 주지요. 그런데 문제는 환경 파괴와 에너지 낭비로 식물이 사라져간다는 것입니다. 방법은 하나입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을 만들어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박사 과정 때는 일본으로 떠나 동경대 식물호르몬 화학연구실에서 식물의 키를 크게 하는 호르몬인 ‘지베렐린(GA)’ 연구로 3년 만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곳에서 곽 박사는 GA 생합성 핵심효소를 분리 정제하는 데 성공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 후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이화학연구소 리켄(RIKEN)에서 2년 동안 특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1990년 3월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부임했다. “처음 5년 정도는 식물이 생산하는 항암물질을 세포배양에서 양산하는 연구로 1995년에 책임연구원이 됐고, 1996년에 조직개편으로 식물생화학유니트의 장을 맡으면서 평생의 연구로 고구마를 택하게 됐습니다. 21세기는 환경과 식량이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여 고구마의 특성에 매료됐을 뿐만 아니라 고구마를 통해 핵심가치기술을 개발하고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정부출연연구소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연구 방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곽상수 박사는 단지 고구마의 분자적 생리를 밝히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산화스트레스 유도성 유전자를 기업에 이전하고 세계의 척박한 토양에서 고구마를 생산하기 위해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이 기술을 확산시켜 전 지구적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왔다. 이에 식물을 재배하기에 불리한 조건을 가진 중국, 카자흐스탄 연구기관과 협력해 고구마 재배를 이용한 사막화 방지 공동 연구를 수행 중이다. 특히 중국과는 2009년 중국과학원 물토양보존연구소와 한중사막화방지생명공학공연구센터를 설립하고, 2012년 중국농업과학원 고구마연구소와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고구마를 핵심으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곽상수 박사는 사막화 문제에 특별히 집중했다. 이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맞닥뜨린 현실적 문제였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 토지 면적 약 149억ha 가운데 51억ha가 사막으로 변했거나 사막화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는 토지 면적에 3분의 1에 해당하는 어머어마한 크기이다. 대륙별로 따지면 전체 토지 면적에서 아시아는 32.3%, 아프리카는 24.9%, 아메리카는 24.9%, 호주는 12.5%가 사막화되었다. 특히 인구 밀도를 고려할 때 아시아 지역의 사막화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와 운명 공동체인 아시아가 사막화로 식량 기근을 겪게 된다면 우리 국민의 안전과 풍요도 보장할 수 없다. 곽 박사는 “사막화는 농민을 포함한 인근 지역민의 가난으로 연결되며, 가
 
난은 환경 훼손을 부르고 이는 다시 사막화를 재촉하는 악순환을 만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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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화를 막기 위해 각국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를 심고는 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사막화 방지와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고구마가 제격이었다. 그렇게 해서 곽상수 박사와 현지 연구원들은 중국의 현지 품종을 사막에서도 잘 자랄 수 있도록 품종을 개발하는 연구에 들어간 것이다. 
 

 
처음에는 한국과 중국의 연구원들이 진행하는 작은 공동 연구였지만 지금은 사막화 방지를 위해 공동으로 협력하는 센터가 설치되고 생명연이 책임기관이 되는 어엿한 성과를 일구었다. 센터장으로 재직한 곽상수 박사는 중국의 연구소를 설득해 고구마를 심어본 적이 없었던 내몽골 자치국 사막에도 자신이 개량한 고구마를 심었고 1차 재배 성공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또한 한중일고구마협의회를 설립해 2015년부터는 고구마 유전체 완전 해독에 들어갔고 그 결과도 내년 초에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는 넓지만 척박한 땅을 가진 터키, 파키스탄, 중동에도 고구마를 재배하고자 계획 중이다. 
 
 
기후변화 대응에는 국제 사회의 협력과 함께 개인적 실천도 뒤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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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렇게 고구마 품종 육성을 위한 국제 고구마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중일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환경, 식량, 에너지, 보건문제에서 같은 운명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문명을 구축하고 안락을 추구하면서 기아와 질병으로부터 점진적으로 해방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에너지의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늘어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지구의 자원을 착취하면서 환경 파괴가 전방위적으로 발생했고 이는 다시 식량 부족과 감염병 확산이라는 태초의 문제로 연결됐다. 다시 말해 기아와 질병에서 벗어나고자 애써왔던 인간의 활동이 다시 똑같은 문제를 불러오는 역설적 상황에 처한 것이다. 
 
 
“현재 기후변화는 기후위기, 기후재앙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코로나19팬데믹과 함께 기후위기는 생명의 공멸을 부를 수 있어요. 국제 사회는 이제 생태 중심의 가치관을 기반으로 생태계 보전이라는 근본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때 식량 문제는 환경 문제, 보건 문제와 연결된 것으로서 식량 문제의 해결은 다른 문제의 해결로 이어지는 것이죠.” 이제는 더 이상 환경 문제를 뒤로 미룰 때가 아니다. 국제 사회가 기후변화와 식량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공멸할 위기에 처했다. 
 

 
곽 박사는 개인적 차원에서도 생태계 보전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운전을 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음식은 절대로 남기지 않는다. 여러 신문사에 기고하는 칼럼에서도 국민 모두가 솔선수범해야 하며 기후위기시대 국가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정책을 우선적으로 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이런 실천 의식은 곽 박사의 연구 철학에 기반을 둔다. “과학자는 언제나 연구 결과로 평가 받아야 하며 연구가 얼마나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를 고려해야 하지요. 국가와 국민의 신망을 얻는 사람으로서 사람과 지구를 살리는 그런 과학 연구가 최선의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자는 특혜 받은 사람이며 세상에 그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고구마 칸을 꿈꾸는 행복한 과학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아직도 농촌을 잘 살게 만들겠다는 소년의 마음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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