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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포만감의 신경과학: 식욕을 조절하는 장-뇌 신호전달
- 등록일2021-07-05
- 조회수4415
- 분류기술동향 > 레드바이오 > 의약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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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발간일
202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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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 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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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신호전달 #물리적포만감#신경과학
물리적 포만감의 신경과학: 식욕을 조절하는 장-뇌 신호전달
◈본문
먹고 마시는 것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필수 조건이다. 모든 동물은 적절한 양의 영양분과 수분을 섭취하여 에너지와 수분, 전해질의 항상성을 유지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친 양을 먹거나 마시게 되면 소화관 조직을 물리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고, 소화 및 배설 기관에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에너지와 체액 항상성을 저해하게 된다. 과다한 식사가 계속되면 위장병이나 비만, 당뇨 등의 대사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고, 지나친 음수 행위는 저나트륨증, 뇌수종, 발작 등 치명적인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 몸은 어떻게 먹고 마시는 것을 적절히 끝내어, 이처럼 건강을 해로운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일까?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생리학의 매우 기본적이면서도 근본적인 현상으로, 19세기 중반부터 여러 과학자들을 사로잡은 중요한 연구 주제였다.
한 세기 너머에 걸친 연구의 결과로, 현재 우리는 섭식과 음수 시 입, 인두, 식도, 위장 등 소화관 장기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내부감각(interoception) 정보가 관여됨을 알고 있다(1-6). 특히 이들 신호는 뇌로 전달되어 음성 되먹임(negative feedback) 신호로 작용하여, 음식물의 섭취량과 섭취 속도를 모니터링하고, 또 포만감을 일으켜 음식물 섭취를 적절한 선에서 제한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이러한 감각 신호들 중 맛, 삼투농도, 영양분 등에 대한 화학적 감각 신호와 달리, 소화관의 팽창 등에 대한 물리적 감각 신호는 섭취물의 화학적 조성에 관계없이 전체적인 섭취량과 섭취 속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소화관에 가해진 물리적 자극이 뇌에 도달해 포만감을 일으키는 과정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고 있을까? 미국의 생리학자들인 Eugene Towbin, Neal Miller 등은 1940-1950년대에 수행한 실험에서, 개나 랫트(rat)의 위장에 풍선을 넣고 부풀려 주어 위장을 물리적으로 팽창시켜 주면 동물이 먹고 마시는 양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을 관찰하였다(1,2,4-6).
또한 이들의 실험이나 후대의 실험에서, 위장을 크게 팽창시키는 것은 불쾌한 감정을 일으키며, 위장에서의 신호가 뇌로 전달되어 식욕 조절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미주신경(vagus nerve)과 척수신경(spinal nerve) 경로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몸에 있는 어느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지도 모를 만큼 이 기본적인 현상의 원리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현상 자체는 이미 임상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고도비만의 치료를 위한 위풍선술(gastric balloon therapy)이 그 대표적인 예다(7).
위풍선술은 2015년에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시술법으로, 고도비만 환자의 위장에 풍선을 넣어 식사 초기에 포만감을 빨리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한편, 최근 몸-뇌 신호전달(body-brain communication)에 대한 연구가 각광을 받으면서, 미주신경의 다양한 뉴런들 중 Glp1r 유전자를 발현하는 뉴런들의 일부가 위장의 팽창에 반응하며(8), Glp1r 뉴런 집단 전체를 자극하면 식욕이 억제된다는 것이 밝혀졌다(9).
그러나, 뇌 안에서 위장을 포함하여 소화관에 가해진 물리적 자극에 반응하는 특정 뉴런 집단은 발견된 바 없으며, 소화관에서의 신호가 뇌로 전달되어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식욕을 억제하는지 역시 미지로 남아 있다.
입, 인두, 식도, 위장 등의 소화관은 4종의 뇌신경(cranial nerve V, VII, IX, X)과 척수신경들의 신경말단들로 촘촘하게 덮여 있어, 물리적 감각을 포함한 다양한 내장 감각 정보가 뇌로 전달될 수 있다. 이들 신경을 통해 전달된 소화관의 감각 신호는 뇌간(brainstem)의 고립로핵(nucleus of the solitary tract)에 처음으로 전달되고, 고립로핵은 이 정보를 이어서 뇌교(pons)의 조그마한 지역인 부완핵(parabrachial nucleus)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완핵은 소화관의 물리적 감각 정보뿐 아니라 소장에서의 영양분 감지 신호나 혀에서의 맛 감각 정보, 통증 신호, 혈당량 정보 등 매우 다양한 내부감각들이 전뇌 지역으로 전달되기 전에 지나가는 부위로, 부완핵의 뉴런들은 시상하부의 거의 모든 세부 영역을 포함하여 수많은 중뇌 및 전뇌 지역으로 축삭말단을 뻗고 있다. 따라서, 부완핵은 소화관에서의 물리적 감각을 받아들여 식욕을 조절하는 다른 뇌 지역으로 이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식욕을 감소시키는 핵심적 회로 노드(node)로 기능하기에 최적의 연결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부완핵은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십수 가지의 하위 지역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같은 하위 지역에서도 모양, 유전적 구성, 연결성, 기능 등이 다른 다양한 타입의 뉴런들이 혼재되어 있다. 이들 중 소화관의 물리적 자극에 반응하여 식욕을 떨어뜨리는 뉴런의 정체는 무엇일까?
최근 필자의 연구진은 부완핵 내에서 프로다이놀핀(prodynorphin)을 발현하는 뉴런들이 섭식과 음수 시 강하게 활성화되며, 입, 인두, 식도, 위장 등 상부 소화관에 가해진 물리적 자극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발견하였다(10). 이광자 현미경(two-photon micros)를 이용한 뇌심부 칼슘 이미징(deep-brain Ca2+imaging)으로 이 뉴런들을 단일세포(single cell) 단위로 관찰한 결과, 부완핵 프로다이놀핀 뉴런의 대부분은 상부 소화관 전체에 걸쳐 통합된 물리적 자극을 이용하여 섭식과 음수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필자의 연구진은 위장에서의 팽창 신호는 척수신경이 아닌 미주신경을 통해 이 뉴런들로 전달된다는 것을 보였으며, 이 뉴런들이 활성화되면 불쾌하고 십여 분 이상 지속되는 식욕 억제 신호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반대로 이 뉴런들을 억제시켰을 때는 병적인 과식, 과음이 관찰되었는데, 여러 추가 실험을 통해 이 뉴런들은 섭식 시 발생하는 음성 되먹임 신호를 매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아가 이 뉴런들은 시상하부 등 섭식 및 음수 행동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뇌의 여러 지역으로 투사하는데, 특히 국내·외의 여러 연구진들에 의해 식욕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시상하부 실방핵(paraventricular nucleus)으로 가는 회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근거도 얻을 수 있었다. 이 발견은 섭식과 음수 시, 음식물에 의해 소화관에 가해지는 물리적 자극의 감각이 뇌로 전달되어 음식물 섭취를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해 주고, 또 식욕을 억제하게 되는 한 가지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혔다는 의의가 있다.
물론, 소화관에서의 물리적 감각 신호는 단독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섭취물은 입에서부터 소화관을 따라 내려가며 물리적 자극 외에도 맛, 영양분, 삼투 농도 등 다양한 화학 감각 및 내부감각 수용기를 활성화시키며, 이 정보는 말초신경을 통해 뇌로 빠르게 전달되거나 호르몬, 혈액 내 성분의 변화 등을 통해 보다 천천히 전달된다.
소화관 각 부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신호들은 어떤 경우에는 동시에 발생하여 시너지를 일으키거나, 어떤 경우에는 순차적으로 발생하며 섭식과 음수를 적절히 조절할 것이다. 소화관에서 발생한 다양한 신호들이 어떻게 통합되고, 또 뇌로 전달된 신호는 배고픔, 목마름 신호와 어떻게 합쳐져 먹거나 마실 것인지, 말 것인지 하는 행동을 결과적으로 결정하는지는 향후 연구되어야 할 중요한 연구 주제이다.
임상적으로도, 소화관에서의 물리적 감각 신호가 어떻게 발생되고 포만감을 일으키는지 연구하는 것은 현재 물리적 포만감을 응용하고 있는 위풍선술, 위 절제술 등의 수술법의 원리를 밝히는 의미가 있고, 또한 비만 등 대사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표적을 제공해줄 수 있다.
필자의 연구실뿐 아니라 국내·외의 여러 연구진이 이와 같은 재미난 질문들에 답을 얻고, 식욕을 조절하는 더 좋은 방법을 개발하고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최근 장뇌축 신경회로를 비롯하여 몸-뇌 의사소통과 통합적 생리학(integrative physiology) 연구에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매년 더 많은 연구자들이 이 주제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 향후의 발전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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