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동향
슈퍼박테리아가 슈퍼재난이 되기전에 할 일
- 등록일20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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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류기술동향 > 생명 > 생명과학
[바이오리포트] 슈퍼박테리아가 슈퍼재난이 되기전에 할 일
류충민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 연구센터장
유난히 더웠던 지난 여름, 실험실에서 박사학위를 한 제자 한명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사실 다른 일 때문에 전화를 했지만 전화 말미에 아내가 요로결석으로 입원해 간단한 수술을 하고 퇴원했다가 몸이 좋지 않아 다시 입원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틀 후 다시 연락을 받았을 때 제자의 아내는 항생제 내성 세균감염으로 의심되는 패혈증 쇼크로 심정지가 왔었다고 한다. 항생제 내성을 연구하고 있지만 바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하여 너무나 안타까워했었는데, 지금은 다행히 회복되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최근 전해왔다.
지난해 11월 8일 로이터통신이 전 세계로 전한 소식은 우리를 더 긴장하게 한다. 매년 미국에서 항생제 내성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숫자를 밝힌 미국 CDC의 2만 4천명에 대비하여 유럽 전체에서의 숫자를 집계해 본 결과 2만 3천명이었다는 보고를 냈다. 이후 10년이 지난 작년 연말에 다시 그 숫자를 집계해본 결과 3만 3천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을 보고 했다. 이것은 유럽 전체의 감기, 결핵, HIV 감염에 의한 전체 사망자 보다 많은 숫자이다. 이것이 더 우리를 긴장하는 이유는 2016년 발표된 영국 ‘항생제-내성 대책 위원회 보고서’에서 지금 추세라면 205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한 해 1천만 명이 단순히 항생제 내성 세균 감염으로 목숨을 잃을 것이며, 한화로 11경원에 해당되는 사회적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감염병은 바이러스나 세균(박테리아), 곰팡이(진균) 등이 인간의 몸에 침투해서 이상을 일으키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지속해서 이 미생물들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제일 큰 특징 중에 하나는 감염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병원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하여 인류는 치료제를 지속해서 개발해 왔다. 100세 시대가 오게 된 것도 이러한 병원균과의 싸움에서 어느 정도 승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세균 병원균에 대한 공격은 일찍이 플레밍이 개발한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의 개발로 인류는 대승을 거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NDM-1이라는 유전자를 가진 세균처럼 사용가능한 모든 항생제를 처리해 봤지만 무용지물인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전 세계 당국자들은 이 점을 심각하게 바라보기 시작했고 WHO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각국의 보건당국에서는 대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한 가지씩 문제와 해결책을 살펴보도록 하자.
왜 갑자기 슈퍼박테리아가 출연하게 되었을까? 박테리아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외부의 다양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박테리아 입장에서도 외부에서 갑자기 특별한 화학물질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항생제는 세균의 가장 중요한 생명현상을 방해(억제)하는 방법으로 개발되었다. 화학물질인 항생제의 공격에 대항하여 박테리아의 세 가지 극복방법을 알아보면 첫 번째, 먼저 세포 속으로 들어온 항생제를 빨리 밖으로 내보내는 분비시스템을 활성화하여 생명현상을 방해하기 전에 밖으로 뿜어 버린다. 두 번째, 항생제가 세포 속에 들어오더라도 이를 곧바로 분해하여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다. 세 번째로는 항생제가 공격하는 세포벽이나 세포벽을 만드는 효소의 항생제 공격 포인트(분자타깃)를 변형시켜 항생제가 들어오더라도 아무런 일을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우리가 박테리아를 죽이려고 노력하는 동안 박테리아도 죽기 살기로 이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슈퍼박테리아에 의한 사망자가 얼마나 될까? 답은 “모른다”이다. 더 정확한 답은 정확한 숫자를 알기 위한 사업이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유럽 등 의료체계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는 슈퍼박테리아에 대한 위협을 일찍이 인지하고 제일 먼저 실시한 것이 사망자 숫자를 집계하는 것이었다. 국내의 경우 결핵은 환자가 내원해서 결핵으로 판단되면 그 숫자가 바로 집계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슈퍼박테리아의 경우는 현재 KOR-GLASS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어 조만간 그 숫자가 집계될 것으로 보인다. 이 숫자가 정확하게 나오면 왜 슈퍼박테리아를 막아야 하며, 슈퍼박테리아를 막기 위한 일이 얼마나 시급한 일인지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이런 감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2013년도 1월 31일자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이후로 전 세계에 인간의 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심어준 논문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럽 요양병원 내 노인들에게 문제가 되는 설사병인 클로스트리이움 디피실이라는 세균을 제어하기 위해서 다양한 항생제를 사용했지만 내성균만 늘어나는 효과를 보였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의 변을 풀어서 먹였더니 80%이상의 완치율을 보이고 재발도 일어나지 않았다. 6년이 지난 지금은 국내 병원에서도 원하면 시술을 받을 수 있고 냄새만 빼면 이만큼 좋은 치료가 없다고 의사들이 말한다. 이를 균형 맞추기 전략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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