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동향
미세조류, 빛으로 가동되는 미래사회의 원동력
- 등록일2019-03-20
- 조회수2377
- 분류기술동향 > 생명 > 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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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발간일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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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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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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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미세조류#대기오염#이산화탄소
- 첨부파일
[바이오리포트] 미세조류, 빛으로 가동되는 미래사회의 원동력
김희식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공장연구센터장
미세조류는 빛을 이용해 성장하는 광합성 미생물로 식물과 함께 지구상의 산소를 생산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중들에게 미세조류는 해마다 찾아오는 여름의 불청객인 녹조, 적조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유해 조류로 분류되며, 학술적으로는 광의(廣義)의 미세조류에 속하지만, 사실은 훨씬 더 많은 종류의 ‘진정한’ 그리고 ‘유익한’ 미세조류들이 존재한다. 미세조류는 빛과 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서 산소와 당을 만들어 내는데, 성장에 필요한 만큼의 당을 소모하고 난 후에는 세포 내에 지질 혹은 전분의 형태로 축적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동시에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지질이나 전분을 축적하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학자들의 관심은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한 미세조류의 활용 기술에 집중되었다. 이렇게 미세조류는 ‘녹색 황금’으로 불리우며 바이오연료 생산의 대표주자로서 화려한 전성기의 서막을 열었다.
▶ 미세조류, 고부가물질 생산용 광합성 세포공장으로
이제 미세조류를 활용한 연료생산은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닌 현실이다.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바이오디젤부터 항공유 생산까지 기술개발이 완료되었다. 화석연료와의 가격 경쟁이 남아있는 해결과제이지만 이 부분도 균주개량과 배양최적화 등을 통해 멀지 않은 시간에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세조류 기반 유용물질 생산기술의 발전도 여기에서 시작된다. 바이오연료의 경제성을 제고(提高)하기 위해 미세조류 유래의 유용물질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고, 현재에는 바이오연료와 별개로 다양한 소재 생산 분야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세조류에서 생산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유용물질은 카로테노이드 색소(色素)이다. 루테인, 베타카로틴, 라이코펜은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로 널리 알려져 있는 항산화 기능이 높은 카로테노이드로 주로 식물에서 추출하는데, 미세조류를 활용하면 계절이나 경작지에 구애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수만 종 이상의 다양한 미세조류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색소를 발견하고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 카로테노이드 외에도 파이코빌린, 클로로필(엽록소) 등의 색소를 미세조류로부터 얻을 수 있으며, 다양한 생리활성이 알려져 있어 기능성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색소뿐만 아니라 불포화지방산인 DHA와 EPA의 생산에도 미세조류가 활용된다. 이러한 불포화지방산들은 흔히 오메가3로 알려져 있는데, 주로 생선에서 추출하는 동물성 오메가3와 비교해서 비린내가 적고, 저온 추출을 통해 변질을 방지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항비만 소재인 푸코잔틴을 미세조류에서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유효성분 함량이 높아진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빛으로 가동하는 바이오의약 공장, 미세조류
바이오기반의 고부가물질 산업에서 빼놓지 못할 분야는 바이오 의약품이다. 바이오 의약품은 인슐린, 인터페론 등의 1세대로 시작해서, 암, 자가면역 질환에 사용되는 2세대 항체 의약품, 최근에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3세대 유전자 치료제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2세대 바이오 의약품까지 상용화되어 판매되는데, 대부분은 포유동물세포에서 생산되며, 일부분은 대장균과 같은 미생물(세균)에서 생산된다. 포유동물세포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는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하기 유리하지만 높은 기술개발 및 생산비용이 소요되어 의약품 보급의 장애물이 되곤 한다. 반대로 미생물 기반의 의약품 생산기술은 비교적 낮은 비용을 요구하고, 미생물의 빠른 성장속도 덕분에 의약품 보급율을 높일 수 있지만, 진화적으로 하등하기 때문에 복잡한 구조를 갖는 의약단백질을 생산하는데 한계가 있고, 인체에 해로운 생체독소(endotoxin)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미세조류는 두 가지 생산 숙주의 중간단계로 볼 수 있는데, 포유동물세포에 비해서는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단시간 내에 의약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으며, 미생물보다는 복잡한 구조의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하는데 유리하다. 또한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로 인정받은 미세조류(클로렐라 등)를 활용하면 생체독소의 문제로부터 자유롭게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 미세조류를 기반으로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개량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미세조류는 다른 생산 숙주에 비해 선행연구 수준이 비교적 미흡한 것이 바이오 의약품 생산의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모델 미세조류인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 reinhardtii) 기반의 유전자 개량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여 인슐린, EPO(erythropoietin) 등 1세대 바이오 의약품부터 2세대 항체까지 생산에 성공하였다. 실제로 미국의 Triton Algae Innovations 社 등 여러 해외기업에서 다양한 의약 단백질을 생산하여 상용화하기 위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미세조류는 식물과 비슷한 광합성 생물로,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데 이를 활용한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식물 기반의 의약품 산업에서 가장 유용한 분야 중 하나는 식용백신인데, 예를 들어 ‘개량된 감자나 바나나를 먹기만 해도 B형 간염에 대한 면역이 형성되는 기술’ 등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식물을 이용한 식용 백신 기술은 투여량 조절(dosage control) 등의 문제로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미세조류를 활용하면 조금 더 빠르고 쉽게 기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 미세조류 산업화는 곧, 심각한 대기오염의 해결책
미세조류는 생소할지라도 지구온난화,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의 공통된 키워드는 대기오염이고, 분석하자면 다양한 원인들이 존재하겠지만 결국에는 연소기관의 배기가스로 귀결된다. 쉽게는 공장 굴뚝이나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을 생각할 수 있다. 배기가스에는 분진(粉塵)과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런 물질들이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의 주범이 된다.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아지면서 공장에는 집진기가 설치되고 자동차 매연은 배기 기준이 철저하게 강화되었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이상기후와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 산업혁명 이후에 인간은 이산화탄소를 생산하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 전기를 만들고, 공장을 세우고, 자동차를 개발하고, 비행기를 타고 전세계를 누비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냈고, 이제는 흔하게 사용하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 하나까지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여 얻어진 현대문명의 이기(利己)적인 이기(利器)이다.
어쩌면 미세조류는 이미 해결하기 어려울 것처럼 보이는 대기오염 문제의 해결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구상 모든 물질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여 얻어질 때, 미세조류는 꿋꿋하게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고, 산소를 뿜어내며,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내고, 미세먼지 원인의 하나인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도 제거할 수 있다. 이미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지만 고도로 발전된 합성생물학 기술과 접목한다면 인류에게 필요한 모든 것, 그 이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미세조류는 수 마이크로미터의 작은 몸집에서 물, 빛, 이산화탄소만으로 수십만 가지의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신비의 생명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미세조류에 대한 끊임 없는 탐구로 더욱 효율적인 조절과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우리의 건강으로부터 생활의 편리함, 지속 가능한 환경보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한 단계 더 진보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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