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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동향

녹조 미생물 네트워크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

  • 등록일2019-10-17
  • 조회수2210
  • 분류기술동향 > 생명 > 생명과학
  • 자료발간일
    2019-10-17
  • 출처
    한국경제
  • 원문링크
  • 키워드
    #녹조 미생물#빅데이터#미생물
  • 첨부파일
    • hwp 한국경제_밝혀지지 않은 ‘녹조 발생의 비밀’ … 빅데이터·AI로 풀... (다운로드 226회) 다운로드 바로보기

 

 

[바이오리포트] 녹조 미생물 네트워크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


안치용 책임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공장연구센터


우리나라 녹조가 심하다고 하지만, 중국은 정도와 범위에서 더욱 심각하다. 서울시 면적의 4배에 달하는 대형 호수인 중국 태호의 경우, 2007년 녹조 대발생 시기에 이를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도시의 수도 공급이 일주일 간 중단된 사례도 있었다. 이때부터 중국 정부는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폐수처리 시설 확대, 오염 시설의 이전, 수많은 녹조 연구과제 수행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직접 보고자, 그리고 중국 연구자들과의 공동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2015년 5월 국내의 녹조 관련 공무원들과 중국 태호에 방문하였다. 가장 인상적이고 부러웠던 부분은 녹조가 발생하는 태호 현장에 연구소가 운영되고 있고, 따라서 필요한 현장실험을 연구소 바로 앞에서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식수대란 이후 8년간 녹조 관련 연구과제가 3,000개 넘게 수행되었고, 그해에만 300개 이상의 연구과제가 진행중이라고 하였다. 생각해 볼 수 있는 모든 방식이 시도되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최첨단이라고 하지만, 중국이 상당 분야에서 추격 내지는 추월하였다. Scopus 데이터베이스 기준으로 2009년부터 녹조 연구 논문 편수에서 중국은 미국을 넘어 섰으며, 최근 3년간 출간된 녹조 연구 논문의 약 1/3은 중국 연구자에 의해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부영양화의 주요 지표인 총질소(total nitrogen, TN)와 총인(total phosphorus, TP) 농도를 2007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조의 발생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평균 수심이 2 m 정도로 얕고, 바닥에 이미 상당량의 질소, 인이 축적되어 있어, 바람에 의해 쉽게 부유하여 오염원으로 작용하는 것이었다.


녹조 문제가 언제쯤 해결될 수 있으리라 전망하냐는 나의 질문에, 태호현장연구소의 소장이며 녹조 문제의 세계적 권위자인 친보챵(Qin Boqiang)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녹조 문제가 100%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식수와 직접 연결되어 있고, 언제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할지 알 수 없으며, 보다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녹조 발생의 메커니즘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여전히 너무 적다."

과장없이 솔직하고 담백한 답변이었다. 생각해 보면, 비교할 바 없이 더 많은 연구비가 투여되고 더 많은 연구자가 집중하는 암도 여전히 정복되지 않고 있으며, 치매, 지구 온난화 등의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도 십 년 내에 해결을 기대하는 이는 없다. 물론 여름철 높은 수온과 영양염류 유입에 의한 부영양화가 녹조의 직접적인 원인임은 오랫동안 잘 알려져 왔다. 따라서 질소, 인 등 영양염류 유입의 저감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남조류(또는 남세균, cyanobacteria)가 어떻게 그처럼 잘 번성하여 녹조를 발생시키는지에 대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너무나 적다. 현재까지 녹조의 물리적인 수확, 제거기술 개발 이외의 대부분의 녹조 관련 연구는 수질자료, 환경자료, 남조류 세포수와 남조류 독소 농도 자료를 이용하여, 생태모델링 기법으로 어떤 요인이 남조류에 의한 녹조를 유발시키는데 기여했는지 밝히거나 녹조의 발생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주된 방법론이었다. 나름의 성과가 있었으나, 더 이상 새로운 통찰을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많은 연구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기존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접근법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 미생물학계에서는 핫이슈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과 이들이 갖는 모든 유전자 정보를 총칭하여 이르는 용어이다. 이 관점에서 인간은 단일한 생명체가 아닌, 미생물과의 공생체 형태로만 생존이 가능한 “인간+미생물” 복합체이다. 특히 장내 미생물의 구성에 따라 일반 질병뿐만 아니라 감정과 정신질환도 연관되어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본 연구팀에서는 녹조의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의 대표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가 어떤 미생물들과 어떤 상호작용을 통해 녹조를 일으키는데 도움을 받고 있는지, 또는 어떤 미생물이 녹조가 사멸하는데 기여하고 있는지 밝혀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위해서는 녹조가 발생하는 수역의 물을 녹조 발생시기를 중심으로, 주기적으로 채취하여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확보된 물 속에 존재하는 박테리아, 고세균(또는 고균, Archaea), 식물플랑크톤, 동물플랑크톤 등 모든 미생물의 DNA를 추출하여,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어떤 미생물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분석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이후부터는 컴퓨터를 이용한 데이터 분석이다. 확보한 샘플 수와 분석하고자 하는 유전자 수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데이터 하나하나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아닌, 일련의 명령어에 의해 최소 수십, 수백만 개의 데이터를 일괄적으로 처리한다는 점에서 빅데이터 분석에 다름없다. 생물학은 오랫동안 실험과 관찰에 기반한 경험적 학문을 대표하였으나, 생물학은 이미 데이터 학문으로 진화 중이다. 녹조 연구에서도 이런 흐름은 세계적으로 이미 시작되었다.


미생물들 사이의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녹조 발생시기의 미생물 구성과 연결망을 확인해보니, 마이크로시스티스 역시 다양한 미생물과의 공생 관계에 있었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수십 종의 미생물과 하나의 팀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팀의 구성은 녹조 발생 이전에 다수를 이루는 다른 미생물 팀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또한 녹조 사멸 시기의 미생물 팀과도 달랐으며, 겨울철과도 뚜렷하게 구별되었다. 녹조 발생시기에 마이크로시스티스와 같은 팀을 이루는 미생물들은,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을 서로 간에 열심히 누르면서 응원, 협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시스티스가 모두 같은 마이크로시스티스는 아니었다. 대장균도 유전적 구성에 따라 병원성과 비병원성 등 수 많은 변종이 있고, 개도 푸들, 치와와 등 다양한 품종으로 나뉜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유전자의 구성과 염기서열에서의 차이가 그 어떤 박테리아보다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팀을 이루는 마이크로시스티스이지만, 그 안에서도 유전형이라는 이름으로 분파가 나뉜다. 유전형의 차이는 유전자 염기서열의 차이에 기인하며, 독소 생산능력, 최적 생장조건, 특정 미생물과의 관계 등 생리, 생태적 특징이라는 표현형의 차이로 드러난다. 대청호의 경우, 10가지의 유전형이 전체 마이크로시스티스 유전형의 90% 이상을 차지하였다. 여름철 녹조가 극심할 때와 가을철 약한 녹조 시기의 우점하는 유전형 종류에 차이가 있었으며, 독소를 생산하는 독성 유전형은 여름에, 독소 합성 유전자가 없는 비독성 유전형은 가을에 우점하는 차이를 보이기도 하였다. 또한 유전형에 따라 생산하는 독소의 종류에서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된 상호작용 박테리아 종류도 마이크로시스티스 유전형에 따라 겹치거나, 달라지기도 하는 등 네트워크의 구성은 유전형 수준에서는 더 세밀하게 분화되었다.


이처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이전의 전통적인 생리, 생태학 연구와는 다른 차원의 정보 추출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DNA 염기서열이라는 빅데이터는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이름으로, 생태, 환경 연구에서도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현상에 대한 해석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이걸로 당장 뭘 해결할 수 있는데 라는 질문에 속시원한 해답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아직은 많다. 19세기 마이클 패러데이가 전자기 유도를 처음 발견했을 때, 정부관리가 이걸로 뭘 할 수 있느냐, 돈이 되겠느냐고 질문했다. 패러데이는 “갓난아이가 뭘 할 수 있죠? 그러나 훗날 정부가 전기에 세금을 매길 날이 올 겁니다”라고 했다 한다. 녹조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어린 아이지만, 점차 축적 속도가 가속화하는 생태 바이오 데이터의 증가와 이를 처리하는 전산기술(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의 발전이라는 영양분을 바탕으로, 조만간 당당한 성인이 되어 녹조 문제를 해결할 독창적인 시각을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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