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동향
초저온-전자현미경(cryo-EM) 기술 혁명
- 등록일2020-02-19
- 조회수2434
- 분류기술동향 > 생명 > 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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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발간일
202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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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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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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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초저온-전자현미경#cry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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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리포트] 초저온-전자현미경(cryo-EM) 기술 혁명
- 이젠 생명 기초과학과 신약개발 혁명으로 -
김명희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지금 인류는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ID-19) 확산으로 인해 초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800여 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을 일으키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재앙 이후 1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예측불허의 신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대비가 미흡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인간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나라도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을 옮기는 ASF 바이러스로 인해 큰 재난을 겪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지구가 존재하는 한 종식이 어려울 듯하다.
이러한 바이러스 재앙에 대처하는 과학의 힘은 대단하다. 재앙 물질의 생김새, 즉 입체구조를 정확하게 알면 약점인 부위를 찾아낼 수 있어 이를 이용한 신속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 중국 과학자들은 지난해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초저온-전자현미경 기술(cryo-electron micros, cryo-EM: 단백질 등의 생체 물질을 초저온으로 급속하여 얼려 본연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자빔을 이용하여 고해상도로 입체구조를 분석하는 방법)로 ASF 바이러스의 정확한 입체구조를 규명하여(Science, 2019) 백신 개발에 희망을 주었다. 사실 cryo-EM은 이미 태아소두증을 일으키는 지카 바이러스의 백신 개발로 획기적인 파급효과가 입증된 바가 있다. Cryo-EM 방법으로 지카 바이러스의 입체구조가 밝혀진 2016년(Nature, Science, 2016, 그림 1) 같은 해에 바로 백신 개발에 성공하여 2017년 임상 2상에 들어간 사례가 있다. 현재 겪고 있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입체구조도 cryo-EM 기술로 곧 규명될 것을 기대해 본다.
Cryo-EM 기술은 세 명의 과학자 즉, 자크 두보쉐, 요아킴 프랭크 그리고 리처드 헨더슨이 이룬 기술 혁명으로 2013년을 기점으로 “Resolution Revolution(해상도 혁명)”을 일으켜 그동안 기술적 한계로 알지 못했던 생명체의 구성 물질들에 대한 상세한 이미지를 고해상도로 영상화할 수 있게 되었다. 바이오 분야를 비롯한 화학, 재료 분야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기술로 인정받아 비교적 빠르게 2017년 세 명의 과학자들은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다.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의 주체 물질인 단백질들의 입체구조 분석은 주로 엑스선결정학(X-ray crystallography: 단백질을 결정화하여 구조를 규명하는 방법)이나 핵자기공명법( Nuclear magnetic resonance: 용액에 녹아있는 작은 사이즈의 단백질의 구조를 밝히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들은 단백질을 결정화해야 하고 고농도의 단백질을 사용해야 하는 제약들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생명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거대 단백질 복합체나 막단백질들의 입체구조들은 대부분 밝혀지지 않아 여전히 생명 현상은 많은 부분이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고 있다.
Cryo-EM의 기술 혁명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였다. 자크 두보쉐는 샘플을 초고속 초저온으로 유리처럼 얼려 본연의 성질을 유지하면서 전자빔에 의한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개발하였고, 요아킴 프랭크는 전자빔에 쪼인 샘플로부터 얻는 모호한 2D 이미지들을 고해상도 3D 이미지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을 그리고 리처드 헨더슨은 cryo-EM으로 단백질의 입체구조를 고해상도로 규명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러한 기술들을 통해 결정을 만들지 않고 소량의 샘플로 막단백질과 거대 단백질 복합체의 고해상도 입체구조를 규명할 수 있게 되었다(그림 2).
엑스선결정학 기술은 1953년 DNA의 이중나선 입체구조를 규명하여 생명현상의 비밀을 밝힘으로써 고전생물학을 현대생물학으로 이끈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 엑스선결정학 기술로 밝힌 단백질들의 입체구조들은 그 중요성으로 인해 최근까지 여러 번의 노벨화학상과 노벨의학상의 대상이 되어왔다.
Cryo-EM은 엑스선결정학이 해결하지 못한 생명의 비밀을 풀 수 있는 기술로 가까운 미래에 2차 현대생물학 혁명을 이끌 기술로 전망된다. 또한, 엑스선결정학의 사례들처럼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을 배출할 기술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세포막에 존재하면서 물질 수송이나 외부 신호감지 등 중요한 생리기능을 담당하는 막단백질은 다양한 질병과 연관성이 있어 신약개발의 주요 타겟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막단백질 생산 및 결정화가 매우 어려워 대부분 구조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전문가들은 cryo-EM 기술이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함으로써 질환 치료제 개발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cryo-EM 기술은 기초과학으로부터 신약개발에 이르기까지 생화학과 구조생물학을 비롯한 생물학 모든 분야와 의과학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기술적 파급효과를 일찌감치 감지한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은 이미 cryo-EM 연구 환경 조성에 과감한 투자를 하여 과학자들의 신명 나는 연구를 통해 우수한 성과들을 창출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국내는 cryo-EM 기술 환경 조성에 늦장을 부리고 있어 이러한 과학적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시급하게 고성능 cryo-EM 장비 도입, 전문가 양성 및 연구 인프라 확장을 통해 국내 과학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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