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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동향

평범한 식물을 약초(藥草)로 바꾸는 기술: 식물 바이오 공장

  • 등록일2020-05-20
  • 조회수2011
  • 분류기술동향 > 생명 > 생명과학
  • 자료발간일
    2020-05-20
  • 출처
    한국경제
  • 원문링크
  • 키워드
    #식물 바이오 공장#약초#백신개발
  • 첨부파일

 

 

[바이오리포트] 평범한 식물을 약초(藥草)로 바꾸는 기술: 식물 바이오 공장



이효준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시스템공학연구원


전염병과 백신


작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유행을 일으키며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일반적인 독감 바이러스와 유사한 형태를 가진 바이러스이다. 하지만 일반 독감 바이러스처럼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고 개발된 치료제가 없으며, 백신도 개발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최선의 방법은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거나 걸리더라도 자신의 신체가 극복하기를 바라며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위기의식을 느낀 만큼, 백신을 개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유럽 등 과학기술이 발전한 국가들에서 모든 과학적 역량과 자본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긍정적인 개발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백신의 개발 속도는 왜 느리며 바이러스 백신 개발이 어렵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백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재난영화의 희망 아이콘인 백신


재난영화, 특히 바이러스가 유행하여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고, 또 공격받은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좀비영화들에서는 주인공들이 마지막 희망으로 백신을 이야기한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서는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디스토피아로 변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이 대부분이 좀비로 변해버린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사람은 찾아볼 수 없고 폐허가 된 도시 속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윌 스미스는 유일한 친구인 개와 함께 낮에는 도시를 누비며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나 식량을 찾고, 밤에는 집에 숨어 지낸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총을 가지고 다니며 다양한 액션을 보여 군인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바이러스를 치료할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과학자다. 그는 다양한 백신을 실험해 보고 연속된 실패에 좌절하지만, 치료 가능성이 있는 백신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이 영화 뿐 아니라 다양한 좀비영화 장르물에서는 백신만 개발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비춰진다. 실제로도 백신이 개발되면 전염병의 박멸이 가능할까?


백신은 대부분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가진 단백질이다. 동물은 체내에 바이러스나 병원균이 침투할 경우, 이들이 만들어 내는 단백질을 인식하여 이들을 제거하기 위한 무기를 만든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공격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외부에서 침투한 생물이 자기 자신과 다른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만 이들을 공격하여 제거하기 위해 이러한 ‘인식’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이 과정이 없다면, 많은 경우 실수로 자기 자신을 공격할 수 있다. 실제 이렇게 면역 반응이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하며 심각한 증상을 유발한다.


백신의 개발이란, 바로 우리 몸이 인식할 수 있는 바이러스나 세균의 단백질을 개발하는 것이다. 대신 바이러스나 세균이 가진 감염성이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부분은 제거한다. 따라서 우리 몸이 인식할 수는 있으나 딱히 증상은 일으키지 않는 단백질을 말한다. 이러한 백신이 우리 몸에 들어올 경우, 우리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이에 저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이것이 향후 진짜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투했을 때 큰 방어막 역할을 하여 병에 걸리기 전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제거되어 면역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백신은 병에 이미 걸린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용도로 개발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병에 걸리기 전에 병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따라서 영화에 등장하는 백신은 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기보다는 생존자들이 병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백신의 개발과 보급


백신을 개발한다는 것은 바이러스나 세균의 단백질 중 어느 부분을 이용할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변이가 쉽게 일어나는 바이러스의 경우 백신의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단백질의 모양이 변이에 의해 쉽게 바뀌기 때문이다. 우리가 먼저 바이러스의 단백질 종류와 구조를 알고 어떤 특정한 단백질을 백신으로 개발했다고 상상해 보자. 처음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해당 단백질의 모양이 바뀔 수 있다. 보통 백신으로 이용하는 단백질은 우리 몸에 문제를 발생시키면 안되기 때문이 별다른 기능이 없고 단순히 바이러스의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분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분은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도 바이러스의 원래 기능에는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쉽게 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백신의 개발을 위해서는, 변이가 생기기 어려운 단백질을 찾아내거나 바이러스의 기능에 중요하지만 우리 몸에는 큰 영향이 없는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따라서 변이가 심할수록 백신의 개발이 어려울 수 있다.


만약 백신을 만들었다면 이를 대량생산하여 전 세계에 보급하는 것이 다음 과제일 것이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주인공이 최후에 백신을 소량 만들어 내기는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대량 생산하여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영화는 최초로 개발하는 것 까지만 보여 주고 다음 내용은 생략한 채로 해피엔딩을 맞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백신의 대량 생산 및 생산 방법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DNA 구조가 밝혀지고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재조합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이후로도 오랜 세월이 지났다. 이제 우리는 어떤 백신을 만들지만 정해진다면 해당 백신의 DNA를 재조합하여 다양한 생물에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손쉽게 유전자 재조합이 가능하고 대량생산이 빠른 시간 내에 가능한 박테리아를 대부분의 백신 생산 공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지도’인 DNA를 박테리아에 넣어주고 박테리아를 잘 키워서 양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면 박테리아가 알아서 ‘지도’인 DNA를 보고 백신을 생산하여 자신의 몸 속에 쌓아놓는다. 우리는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박테리아를 파괴하고 속에 든 단백질(백신)만을 쏙 빼가는 방식이다.


백신 식물공장의 가능성


박테리아는 굉장히 빨리 자란다. 일상생활에서도 체험해 볼 수 있는데, 과일이나 음식이 조금 상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며칠 뒤 도저히 먹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변해 있다. 단 며칠 만에 음식 속 박테리아가 증식하였기 때문에 우리 눈에도 보일 만큼 상태가 시시각각 변하게 된다. 따라서 박테리아에서 백신을 만든다면, 빠른 시간 내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백신은 결국 우리 몸 속에 집어 넣어야 하는 물질이다. 만약 박테리아를 우리 몸 속에 그대로 주입한다고 하면 당연히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박테리아를 파괴하고 그 속에 들어 있는 백신만 잘 골라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아무리 정성을 들이고 좋은 기술력으로 골라낸다고 해도, 완벽하게 백신만 골라낼 수는 없다. 우리는 백신의 가격도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타협해서 백신을 뽑아낸다. 그런데 박테리아에는 독성을 가진 물질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만약 백신을 골라내는 과정에서 독성 물질들이 남아있다면 우리 몸에 넣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세심한 노력과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모든 생물은 자신의 몸 속에서 만든 단백질에 일종의 ‘표시’를 해 둔다. 이는 화학적으로 인산기나 당류를 단백질에 붙여 놓는 방식이다. 이러한 ‘표시’는 생물마다 다른데, 문제는 이러한 ‘표시’에 의해 단백질의 기능이 바뀔 수 있다. 같은 백신이라도 어떤 생물을 이용해서 만드느냐에 따라 그 기능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박테리아가 아닌 식물에서 백신을 생산하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식물의 경우 박테리아와 전혀 다르고 생산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될 위험이 적으며 생산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미국의 ‘Mapp Biopharmaceutical’ 이라는 회사에서 에볼라 백신인 ZMapp을 식물에서 추출하여 상용화시킨 예가 있다. 많은 국가들에서 식물을 이용한 백신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생물을 박테리아와 식물 두 종류 확보하고 있다면 보다 확실한 백신을 생산하기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연구용 식물인 애기장대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식물을 이용한 미래 전염병 대응 모델


우리가 백신을 개발하였을 때, 지금까지는 이들의 DNA 지도를 만들고 박테리아에 넣어 사용하였다. 박테리아는 많은 영양분이 들어 있는 물 (배지)에서 자라기 때문에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큰 수조가 필요하다. 아무리 수조가 거대하다고 해도 하나의 시설을 구축해야 하며 많은 수의 국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시설의 수도 많아져야 할 것이다. 또한 대용량의 배지 속에서 박테리아를 분리 정제 하기 위해서는 또 그만큼의 시설이 요구된다. 따라서 박테리아를 이용한 백신의 생산은 어느 정도 분량 까지는 용이하지만, 지금같이 전염병이 크게 유행했을 때 전 국민에게 단기간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시간도, 시설도, 비용도 매우 많이 요구된다. 또한 전염병에 유행하지 않을 때에는 대용량의 배지를 저장할 수 없으므로 박테리아가 포함된 소량의 배지만 극저온에 얼려 보관한다. 만약 갑자기 전염병이 유행한다면, 얼려 놓은 소량의 박테리아를 대량으로 늘리기 위해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백신의 생산이 가능한 식물이 있다면 이야기가 간단해진다. 해당 백신의 DNA ‘지도’를 가지고 있는 식물을 잘 키워서 씨앗을 대량으로 확보해 놓으면 된다. 씨앗은 굉장히 장기간의 보관이 가능하며, 또한 부피도 작아 얼마든지 많은 양을 확보해 놓을 수 있다. 만약 전염병이 빠르게 퍼질 경우, 이들 씨앗을 뿌려 식물을 땅에서 키운 뒤 약 한 두달 뒤에 잎을 수확하여 백신을 뽑아낼 수 있다. 박테리아에 비해 소/중량 생산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정말 많은 양의 백신을 원한다면 훨씬 빠르고 간편하게 확보가 가능하다.


따라서 식물을 이용한 미래 전염병 대응 모델은 다음과 같다. 평소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다양한 전염병 백신에 대해 종류별로 식물을 만들어 씨앗을 대량으로 확보해 저장해 놓는다. 이후 갑작스러운 전염병이 퍼진다면, 해당 종류의 씨앗을 땅에 대량으로 뿌려 단기간에 전 국민에게 공급할 만큼의 백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식물에서 백신을 발현시켜 약으로 사용하는 일이야말로 일반적인 식물을 약초(藥草)로 바꾸는 현대판 진화가 아닐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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