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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미니어처 장기, 오가노이드··· 인체 대신 약물 평가
- 등록일2020-09-15
- 조회수2327
- 분류기술동향 > 생명 > 생명과학
[바이오리포트] 시험관 미니어처 장기, 오가노이드··· 인체 대신 약물 평가
손명진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영화 아일랜드에서는 자신과 동일한 DNA를 가진, 같은 연령의 복제인간을 만들어 이식용 장기 생산에 활용한다. 영화에서처럼 인간 전체를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필요한 장기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바로 ‘오가노이드’이다. 오가노이드는 organ (장기) + -oid (~와 같은)의 합성어로 장기유사체, 미니장기, 유사장기 등으로 불린다.
개인 맞춤 미니어처 장기
오가노이드를 이용하여
인체 및 동물 모델을 대신하여 약물 평가
◆ 줄기세포 이용해 다양한 오가노이드 제작
우리 몸의 장조직은 3일에서 5일만에 모두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고 할 정도로 재생 능력이 뛰어나다. 장조직 내에 새로운 세포를 계속해서 공급해 줄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검진시와 같이 대장 내시경을 통해, 이 줄기세포가 포함된 상태로 장 조직을 조금 얻은 후, 줄기세포가 몸 속에서처럼 기능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성장인자들을 첨가하고 3차원 환경을 모사해 주면, 시험관 내에서도 실제 장과 같은 다양한 세포들이 만들어지면서, 3차원 형태의 융모 구조를 가지고, 흡수하는 기능을 가지는 ‘미니 장’이 만들어진다.
그럼, 재생이 잘 안 된다고 알려져 있는 뇌는 오가노이드를 어떻게 만들까? 이 경우에 바로 능력이 훨씬 뛰어난 배아줄기세포나, 배아줄기세포처럼 무한 증식하면서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2012년 노벨상을 받은 기술로, 피부세포와 같은 체세포를 배아줄기세포와 같이 만능성을 가지도록 유도하여 만들어내는 줄기세포이다. 배아줄기세포가 가지는 윤리적인 문제는 없으면서 기능은 거의 동일한 개인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 이 세포를 이용하여 엄마 뱃속에서 배아줄기세포로부터 아기의 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재현하여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다. 몇 년 전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뇌가 작은 소두증 아기가 태어난 사례가 보고되었다.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면서 지카 바이러스를 감염 시켜 보았더니 실제 뇌 오가노이드가 작게 만들어지는 것이 관찰되었다. 지카 바이러스는 특이적으로 신경 전구세포에 감염되어 세포사멸을 일으켰는데, 태어난 이후에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괜찮고 태아의 뇌 발달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를 바로 ‘미니 뇌’ 모델을 통하여 이해하게 되었다. 이처럼, 산모, 태아, 신생아 등 임상 시험이 쉽지 않은 대상을 대신하여 오가노이드는 특히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 인체 대신 약물의 독성과 효능 평가
이러한 연구를 위하여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에서는 다양한 장기의 오가노이드를 제작하고 있다. 연구진은 최근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증식 가능한 인간 간 오가노이드를 개발하는데 성공하였다. 현재 약물 평가에 사용하고 있는 인간 간세포는 인간 간 조직으로부터 수득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험관 내에서 전혀 증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간 오가노이드는 1년 넘게 계속 증식하고 있으며 동결∙해동도 손쉽다. 특히 기존 2차원 평가 모델에서는 독성을 나타내지 않아 신약으로 출시되었으나 시장에서 간독성에의한 사망 사고를 일으키고 퇴출된 약물들에 대하여, 본 연구진이 개발한 간 오가노이드에서는 독성을 정확히 검출할 수 있었다. 특히, 간에서의 약물 대사의 경우 동물과 인간과의 반응 차이가 커서 동물에서는 독성을 보이지 않았지만 인간에게 치명적인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위험성을 약물 개발의 초기 단계에서 줄여주는데 간 오가노이드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또한 동물 실험을 줄여 나가고자 하는 전세계적 흐름에도 부합하는 모델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간 질환 모델을 제작할 수 있는데, 본 연구진은 지방간 오가노이드를 제작하여 환자가 보이는 다양한 질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지방간 치료 약물을 찾아내는데 성공하였다.
또한 현재 우리 일상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연구에도 오가노이드는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주요 타겟 장기인 폐 뿐만이 아니라 장, 신장, 뇌, 간 오가노이드 등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모델을 만들어 바이러스의 감염 기전을 규명하고 치료제를 개발하기위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오가노이드에는 다양한 바이러스 수용체가 인체와 유사하게 발현되어 있어 감염병 연구에 좋은 모델이 된다. 간염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인체 간 세포에만 있는 수용체를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동물모델에서 연구하기 힘든데, 간 오가노이드를 이용하면 인체를 대신하여 감염 모델을 만들어 치료제 개발에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앞서 언급한 지카바이러스 뿐만이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 등 다양한 신종 감염병 연구에도 쥐나 원숭이와 같은 모델동물에서뿐만이 아니라 인체와 더욱 유사한 오가노이드 모델을 이용하면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을 빨리 개발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오가노이드는 특히 기존에 모델 개발이 힘들었거나 임상 적용이 쉽지 않은 환자들을 대신하여 사용될 수 있는 현재 수준에서 가장 진보된 인체 대체 모델 시스템이다. 나아가 미니장기 기술을 확장∙보완하여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환자들에게 직접 이식 가능한 대체 장기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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