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동향
극저온 전자현미경, 생체분자기계 연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다
- 등록일20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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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류기술동향 > 레드바이오 > 의료기기기술
[바이오리포트] 극저온 전자현미경, 생체분자기계 연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다
구본수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질환표적구조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단백질'이라고 하면 삼겹살의 주성분 혹은 운동선수들이 즐겨먹는 근육 생성의 재료물질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실제 우리의 몸 속에서 단백질은 그것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 내에서는 수많은 생체반응들이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 즉 생명체의 생존 및 정상적인 작동을 위해서는 유전자를 복제하고 그 내용을 해석하며, 각종 내외부 신호를 받아서 전달하고, 다양한 물질들을 필요에 따라 만들고 분해하며, 그 와중에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를 찾아서 제거해야 하는데, 세포 안팎에서 이러한 과정들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단백질로 구성된 생체분자기계들이다. 그리고 부품 하나만 잘못 망가져도 기계의 가동이 멈출 수 있듯이, 이러한 단백질들이 돌연변이로 인해 고장나면 생체분자기계들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곧 암, 대사질환, 퇴행성 뇌질환 등 수많은 질병들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따라서 생명현상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각종 질병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단백질에 대하여 연구해 왔다. 공장의 기계와 마찬가지로 생체분자기계 역시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위치에 필요에 맞는 모양을 갖춘 부품이 있어야 하며, 따라서 단백질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분석하는 구조생물학은 단백질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분야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단백질 구조생물학은 크게 두 가지 방법에 의존해 왔다. 첫번째는 병원에서 골격 혹은 내부 장기를 촬영할 때 사용하는 X-선을 활용하여 단백질을 분석하는 X-선 결정학 방법이다. 두 번째는 병원에서 사람 몸 속을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할 때 사용하는 MRI 기법을 응용하여 단백질을 분석하는 핵자기공명법이다. 과학자들은 이 두가지 방법을 통하여 수많은 단백질들의 삼차구조를 분석하여 왔지만, 이러한 방법들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즉 기존 방법들로는 단백질 부품 하나하나의 생김새와 역할은 알아낼 수 있었지만, 부품 수십개, 때로는 수백개가 모여 이루어지는 거대 생체분자기계의 전체적 모양과 작동 방식을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수십년의 노력을 통해 극저온 전자현미경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었고, 마침내 기존에는 확인이 불가능했던 수많은 생체분자기계들의 거대구조가 이러한 새로운 기법을 통하여 최근 10년동안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이에 2017년 노벨상 위원회는 이 방면의 선구자 세 명에게 노벨 화학상을 수여하여 이들의 공로를 치하한 바 있다.
이러한 극저온 전자현미경의 위력의 위력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 바로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삼차구조를 빠르게 규명함으로서 코로나19 대응 백신 개발과정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것이 바로 이 극저온 전자현미경이었다. 또한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할 때마다 과학자들은 곧바로 각각의 변이 바이러스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이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어떻게 바이러스가 면역반응을 회피하는지를 곧바로 추적하여 밝혀냄으로서 인류가 변이 바이러스 맞춤형 전략을 짤 수 있게 핵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미국, 중국 등 생명과학 분야의 선도국가에서는 백여 대 이상의 극저온 전자현미경 설비를 갖추고 단백질 구조연구에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기초과학연구원(IBS), 서울대학교, KAIST, 포항공과대학교 세포막연구소 등에 속속들이 해당 장비가 설치되어 가동되고 있으며, 국내 유일의 생명과학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에도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해당 장치가 설치 중에 있다. 이에 앞으로 대한민국에서도 이러한 새로운 기법을 활용한 생체 거대분자기계에 대한 구조생물학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극저온 전자현미경은 기존 연구의 한계를 넘어서서 생명현상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극저온 전자현미경은 저분자화합물 기반 신약, 혹은 항체의약품 개발에 있어서 생체분자기계의 약물 표적지점과 조절 방법에 대한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향후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견인차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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