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동향
융합적 마이크로바이옴 기초-응용 연계연구를 통한 성공적인 바이오 미래시대 대비
- 등록일2022-10-20
- 조회수3412
- 분류기술동향 > 플랫폼바이오 > 바이오융합기술
[바이오리포트] 융합적 마이크로바이옴 기초-응용 연계연구를 통한 성공적인 바이오 미래시대 대비
이정수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마이크로바이옴융합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이제는 각종 매체에 등장하고 건강보조제와 같은 다양한 상품으로도 출시되어 대중에게도 친숙한 용어가 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일반적으로 ‘특정한 환경에 서식하는 미생물군(microbiota)과 그 유전체의 총합 (biome)’으로 정의되며,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의 경우 대부분 장 (腸, intestine)에 존재하지만 피부, 구강, 호흡기 등에서도 유의미하게 발견된다. 이미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가 ‘모든 질병은 장에서 비롯된다’라고 말한 바 있으며, 20세기 초 러시아 생물학자인 메치니코프는 유산균에 의한 장수효과를 관찰하여 유용미생물의 통칭인 ‘프로바이오틱스 (probiotics)’의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단순히 숫자로 비교해 보아도 한 개인을 구성하는 세포숫자가 약 10조개이며 유전자 숫자는 약 2만2천개인데 반해 장 마이크로바이옴 내 세균의 숫자는 그 열 배인 약 100조개, 유전자 수는 3백만개 이상으로 추산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장 마이크로바이옴이 인체의 정상 생리기능과 더 나아가 각종 질병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현대 생물학에서는 2000년대 들어 직접적인 미생물 배양 없이 대용량 염기서열 분석에 의한 미생물 동정법이 가능해진 기술적인 진보와 미국 고든박사 연구팀의 일련의 마이크로바이옴-비만 기전 연구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조명되었으며, 이후 일련의 후속 연구를 통해 장 마이크로바이옴이 각종 면역질환, 암, 신경질환 등과 관련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따라서 비정상적인 장마이크로바이옴을 개선하여 질병을 치료하거나 또는 장마이크로바이옴의 상태의 확인하여 질병을 진단하는데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하는 시도가 매우 활발히 진행 중이다. 가깝게는 락토바실러스와 같은 프로바이오틱스나 그 먹이가 될 수 있는 올리고당과 같은 프리바이오틱스 (prebiotics)를 섭취하는 대중적인 접근법에서부터, 임상적으로는 대변 미생물군 이식 (fecal microbiome transplantation, FMT)을 통해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C. difficile) 장염과 같이 정상 장마이크로바이옴이 붕괴되어 나타나는 심각한 설사병 환자에게 정상인의 장마이크로바이옴을 이식하여 높은 치료효과 (90% 이상)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나아가 비만, 당뇨와 같은 대사질환, 관절염, 장염증을 포함하는 면역질환, 각종 암과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 등과 같이 치료가 어렵거나 수요가 높은 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해서 장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의 상관성을 규명하고 비정상적인 장마이크로바이옴 개선을 통한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업적으로 현재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항암제의 기능향상 보조제, 자폐나 알츠하이머성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관련 질환 치료제, 아토피나 류마티스 관절염, 염증성장질환과 같은 면역관련 질환 치료제 개발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중 Seres Therapeutics에서 개발한 Firmicute 복합제인 C. difficile 감염증 치료제 SR109는 FDA승인이 가장 근접한 본격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치료제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하여 미국은 이미 2007년부터 2016년에 걸쳐 Human Microbiome Project (HMP)를 성공적으로 추진·완료하여 인간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과의 상관성 연구를 위한 대규모 기반을 확립하였으며, 특히 최근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는 인공지능과 연계된 대규모 데이터 분석처리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기전 규명을 통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차세대 신약개발에 앞장서고 있으며, 유럽연합, 중국 등의 경쟁국가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국가/인종 특이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정보를 구축·확립하고 관련정보의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미래유망기술로 마이크로바이옴을 선정하고 다양한 연구비 지원과 투자를 진행해 오고 있으며, 특히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장기적인 중추가 될 총 약 1조원 규모의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가 현재 기획 중에 있다.
장마이크로바이옴 연구와 활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장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간의 연관성에 대한 기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데, 그 중에서도 질병과 관련된 장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가 질병의 원인인지 결과인지를 결정하고 각각의 질병에 미치는 기전을 파악하는 것은 주요 연구 목표이나 주제에 따라 명확한 답을 얻기 어려운 난제 중 하나이다. 이러한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서는 마이크로바이옴과 기주 (寄主, host)간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배경(context)의 이해와 적절한 실험동물과 과학적 기법을 사용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통한 기전에 대한 이해는 원천기술로서 궁극적으로 질환의 제어법 확립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본 연구팀은 장염증에 의해 유발되는 대장암 발병 과정에서 숙주의 돌연변이 유전자 (p53 돌연변이)와 장마이크로바이옴의 상호작용 기전을 규명하고 그 기전에 기초한 장마이크로바이옴의 개선과 장염증 억제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Microbiome, 2022, 10:3). 기주의 암억제 유전자 p53 돌연변이는 유해균이 선호하는 먹이인 시알산 (sialic acid) 당이 비정상적으로 증가된 장내 미세환경(microenvironment)을 형성하고, 그 결과 장내 유해균이 과증식하여 장마이크로바이옴 불균형/붕괴 (gut microbiome dysbiosis)가 일어나며 장염증을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기전을 바탕으로, 시알산 이용을 억제하는 저해제 처리를 통해 유해균의 증식을 막음으로써 비정상적 장마이크로바이옴을 개선하여 장염증을 억제하고 더 나아가 대장암을 치료할 수 있는 실험적 근거를 확립하였다. 본 연구의 기존연구와의 차별적 특징은, 형광형질전환 제브라피쉬 동물모델의 무균(germ-free)조건을 국내 처음 확립·활용하여 p53 돌연변이체가 나타내는 장염증 증상이 비정상적 장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한 것임을 개체수준에서 검증하였으며, 또한 발굴된 기전을 바탕으로 약물 재창출 (drug repositioning)을 통해 독감바이러스 치료제인 타미플루® (성분명 오셀타미비르, oseltamivir)를 장염증 억제에 활용함으로써 장염증 치료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장염증 발병에 있어서 미생물-기주 상호작용 뿐만 아니라 장내 미생물-미생물간의 상호작용의 역할, 발굴된 기전의 인간질환에의 직접적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단일 학문분야와 제한적인 기술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그동안의 전통적인 연구방법과 달리, 미생물학, 면역학, 유전학, 생물정보학, 신경생물학, 암생물학과 같은 다양한 생물학 분야를 아우르는 동시에 각종 오믹스 (유전체, 전사체, 단백질체, 대사체)를 포함하는 대용량 실험정보의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분석, (무균) 동물모델 개발과 활용 같은 최신 분자생물학적 기술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현대 융합학문의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한 성공적인 성과창출을 위해서는 협력관계를 구축한 다양한 학문분야의 전문가들이 기초·기전연구를 유기적·융합적으로 수행하여 신규기전과 질환치료를 위한 적용점을 발굴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국가미래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기 위한 국가로부터의 꾸준한 전략적 지원이 필수적으로 생각된다.
다행히 전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에 기반한 신약개발이 아직 초기단계인 현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전문연구단 또는 전문연구소 설립,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기술지원 시설 구축, 관련연구기관 (학교-연구소-병원-산업계) 간의 연계 시스템 확립과 같이 국내연구자들의 연구역량을 발휘하고 실질적으로 연구자들 간의 협력연구와 교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성공적으로 구축된다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위한 세계적 수준의 연구역량을 확보하여 다가오는 미래 바이오 시대를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계속)
☞ 자세한 내용은 내용바로가기 또는 첨부파일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지식
동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