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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DNA 연구의 역사와 현재
- 등록일2024-04-17
- 조회수1958
- 분류기술동향 > 종합 >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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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발간일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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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BRIC
- 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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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생물고고학#고DNA#고고유전학
고DNA 연구의 역사와 현재
◈ 목차
1.서론
2.본론
3.고유전체학 연구의 활용
4.결론
5.참고문헌
◈본문
1. 서론
고고학 분야에는 최근 수십 년 간 발굴현장에서 수집된 다양한 생물학적 시료를 대상으로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여 과거 인류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정보들을 얻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인류의 건강 및 영양상태, 사육 동물에 대한 생물학적 정보, 감염성 인자에 대한 생물학적 정보 등은 과거에 기록을 남길만한 가치가 있다고 간주되지 않았기 때문에(혹은 문자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문화권의 역사 기록에서 공백 상태로 남겨져 있었다. 때문에 고고학 발굴현장에서 획득한 생물 시료를 연구자가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은 문헌사적 또는 고고학적 연구만으로는 알 수 없는, 옛 사회상에 대한 다양한 사실들을 밝혀내어 과거 사람과 그들이 살았던 사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러한 생물고고학(bioarchaeology) 연구는 최근 수십 년 간 인류의 진화와 이동, 고대 인류의 건강 및 질병 양상의 역사적 변천 등 많은 인문학적 주제에 대한 학술적 이해를 가능하게 하였는데, 지난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Svante Pääbo 박사의 고인류 유전서열 연구 역시 이러한 연구 발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생물고고학은 전술하였듯 고고학 발굴현장에서 발견된 생물학적 시료(이하 고 시료)들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데, 이러한 고 시료들은 현대 시료와는 달리 필요한 시료를 원하는 만큼 원하는 때에 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또한 파괴분석을 거쳐 사라지게 된 시료는 동일한 것을 다시는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한 상황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 적용가능한 모든 방법들 중 가장 최신의 분석방법을 선택하고자 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고 시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필연적으로 유전학, 법의학, 병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최대한의 성과를 얻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협력 분야 중에서도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고고유전학 분야이다.
고고학 유적에서 수집한 사람, 동물 혹은 유기물 시료 안에 남아있는 고DNA(ancient DNA)를 분석하여 과거 사람 및 동물의 건강 및 질병 상태, 유전적 특징, 인류의 기원과 이동, 가축의 사육 등, 고고학 및 역사학적 연구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설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학문 분야를 고고유전학(archaeogenetics)이라 한다. 이는 고유전체학(paleogenomics)과는 유사하면서도 상당 부분 차이를 보이는데, 고유전체학이 주로 종의 역사와 유전학적 형질에 대해 연구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한다면, 고고유전학은 옛 인간 사회를 해석하기 위한 증거 수집을 목적으로 유전체 연구를 수행하기 때문에 주된 연구 대상이 인간 혹은 인간과 관계를 맺고 있었던 가축, 감염성 병원체, 농작물 등으로 한정된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넓은 범위에서 본다면 고고유전학 또한 고유전체학의 일부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둘의 개념을 따로 분리하여 작성하지는 않기로 한다.
2. 고유전체 연구의 역사
2.1. 초기 고DNA 연구
1984년, Higuchi 등은 1883년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얼룩말(아종)인 quagga (Equus quagga quagga)의 말라붙은 근육에서 DNA를 추출하여 서열결정(sequencing) 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어 Pääbo가 대략 2,400년 전에 사망한 이집트 미라에서 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하면서, DNA 분석기법이 고 시료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초창기의 고DNA 분석은 상당히 낭만적인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새로이 접목된 이 기법으로 멸종된 동물 종의 복원부터 인간의 역사를 밝히는 데 까지, 고DNA 속에 숨겨져 있는 수많은 비밀들을 파헤쳐 알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대중매체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이후 1993년에 개봉하여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쥬라기 공원과 같은 영화는(비록 사실과는 다르지만) 고DNA 분석을 통해 공룡을 재창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게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학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1980년대 후반, 적은 양의 DNA를 증폭하기에 용이한 PCR(중합효소연쇄반응; polymerase chain reaction) 기법이 성공적으로 고 시료에 적용된 사례가 보고된 이후부터 수많은 유전학 연구자들이 고유전체 연구에 뛰어들었다. 당시 박물관에는 공룡 화석이나 매머드부터 시작하여 미라와 인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료들이 보관되어 있었고, 이러한 시료들은 실력 있는 유전학자들에겐 마치 흥미로운 장난감들이 가득 찬 상자와도 같았다. 때문에 수많은 연구들이 수행되고 이에 따라 그 결과물로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 어쨌든 새로운, 그리고 효과적인 유전자증폭기법의 도입으로 과거 사람, 동물, 그리고 박테리아에 이르기까지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쉽게 분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기법만 있으면 생명체 진화에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얻는 것은 매우 쉽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정말로 시간만 충분하다면 곧 그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었음이 드러났다. PCR 기법은 분명 소량의 고DNA도 다량으로 증폭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기법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문제는 샘플이 현대 DNA에 의해 오염되어 있을 경우 오염된 DNA 역시 증폭되어, 잘못된 결과를 보고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일반적인 생물학 실험을 수행할 때는 이러한 정도의 오염 DNA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초기 고DNA 연구자들은 이러한 점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문제는 고DNA의 보존상태가 현대 DNA와는 크게 달랐다는 점이었다.
2.2. 고DNA 연구의 특성
4개의 염기 즉 아데닌(adenine; A), 티민(thymine; T), 구아닌(guanine; G), 시토신(cytosine; C)으로 구성되어 있는 DNA는 유기체가 생명활동을 멈춘 시점부터 다양한 원인(환경적 원인 및 문화적 원인 등을 포함)에 의해 손상되기 시작한다. 여기서 손상이라 함은 산화 또는 가수분해(oxidative or hydrolytic) 반응으로 인해 DNA가 파편화되거나, 시토신이 가수분해에 의해 탈아미노화(deamination) 되어 우라실(uracil; U)로 치환되기도 하며, 보다 일반적으로는 시료 내 DNA 총량 자체가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PCR을 통해 고DNA를 증폭할 경우 일반적인 생물학 실험에서 시도하는 것보다 반복 횟수(cycle)를 늘려야 정상적으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상대적으로 보존상태가 좋은) 오염된 DNA 또한 뜻하지 않게 증폭되어 나와 고DNA 대신 검출되는 상황이 생기게 될 가능성이 있다.
초기 고유전학 연구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미 발표된 상당수의 연구성과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불거지게 되었으며, 다수의 논문이 철회되는 사태로까지 번지게 되었다. 당시 보고되었던 논문 중에는 발굴된 지 오래 지난 상태로 박물관에 보관되었던 것들을 시료로서 활용한 것들이 많았다. 따라서 현대 DNA에 의한 시료 오염에 인식이 없었던 상태로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연구자의 손을 거쳤을 시료(특히 인골이나 미라)들이 얼마만큼 오염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고DNA 연구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현대 DNA에 의한 오염 증폭을 가능한 배제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게 되었다. 특히 고DNA 분석 연구의 경우 시료의 양에 따라서는 재검증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 학계에 있었던 많은 연구자들은 고유전학 연구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연구 기준(criteria of authenticity)을 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2.3. 고DNA 연구에서 지켜야 할 조건들
이러한 연구 기준은 서로 다른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학계에 제안되었는데,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어 당시 연구자들의 의견이 대부분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은 학계에 널리 받아들여져 현재까지도 통용되고 있어 이 기준을 따르지 않은 연구결과물의 경우 정상적으로 학술지에 출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전술하였듯 매우 한정적인 양의 시료가 존재하는(따라서 재검증이 어려운 상황이 다수 존재하는) 고유전학 연구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많은 부분을 연구자의 양심에 의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도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고DNA 연구기준은 표 1과 같으며, 착용하는 복장 및 연구실 구조는 그림 1 및 그림 2와 같다.
표 1. 고DNA 연구에서 지켜야 할 조건들
그림 1. 고DNA 분석을 위한 연구실 개념도.
그림 2. 고고학 발굴현장에서 DNA 분석을 위한 시료를 수집하기 위한 복장의 예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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