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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리포트] 국가전략생명연구자원 영장류
- 등록일2023-12-20
- 조회수1662
- 분류기술동향 > 종합 >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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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발간일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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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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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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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영장류#실험용원숭이
- 첨부파일
[바이오리포트] 국가전략생명연구자원 영장류
허재원 / 국가영장류센터 센터장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본문
2023년 4월 12일, AFP통신, 스리랑카 현지 매체등을 비롯해서 중앙일보, 머니투데이, 아시야경제, MBC뉴스 등 다양한 언론사에서 국가부도상태에 있는 스리랑카 정부가 토종 야생 원숭이 10만 마리를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서 검토 중이라는 뉴스를 떠들썩하게 보도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 뉴스를 중심으로 중국이 식용 목적으로 수입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기사를 쏟아냈지만, 대부분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내용이었고, 중국 쪽에서는 동물원 전시용이라는 기사도 등장했다. 물론 대중에게는 단순히 흥미로운 먼 나라 원숭이 이야기일수도 있으나, 영장류 연구를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는 중국의 야심이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또한 야생원숭이를 10만 마리나 팔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스리랑카가 잠깐 부럽기도 했다.
사실, 그 많은 원숭이를 전시한다는 해명은 어불성설이며, 식용 목적도 말이 안 된다. 중국의 속내는 누가 봐도 영장류 자원일 것이다. 희토류보다 오히려 더 경제적 가치가 높으며, 희소성 높은 특수한 실험동물 자원을 대량으로 확보한다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실험용 영장류 보유 1위, 수출 1위 국가가 중국이며, 그들은 누구보다도 원숭이자원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다. 만약 10만 마리의 원숭이가 중국으로 수출되어 모체 원숭이가 되고, 2세대 원숭이가 생산되어 다시 10만 마리의 실험용원숭이가 된다면 경제적 가치만 계산해도 2조이상이다. 실험동물 영장류를 활용할수 있는 연구 수월성 및 향후 바이오산업 전반의 국가 경쟁력 강화까지 고려한다면, 국가적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미 동남아시아의 원숭이를 대대적으로 수입해서 전 세계에 팔고 있는 중국입장에서는 새로운 종 확보와 더불어 신 시장개척까지도 가능한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물론 해프닝은 전 세계적 관심과 쏟아지는 관련 기사로 인해 2달뒤 스리랑카 정부의 공식 철회 발표(원숭이 수출)로 마무리되었다.
실험용 원숭이 이슈는 지금도 진행 중인 국제적 핫 토픽이다. 2021년 코로나가 한참 유행하던 시절 원숭이 수입/수출 문제로 미국과 중국 정부 사이에서 많은 갈등이 있었다. 미국 과학자들은 정부를 대상으로 실험용 원숭이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중국 외교부에서는 원숭이 수출에 대해서 국제적 상황이 개선되면, 적극적으로 수출을 검토할 것이고 발표하였다. 중국 과학자들은 중국내 자국 원숭이도 충분치 않다고 볼멘소리를 내었다. 한국에서도 원숭이 몸값이 치솟아 구하기 힘들다는 보도가 나왔다. 작년 9월에 블룸버그 통신에서는 실험용 원숭이, 자전거, 반도체가 전 세계 시장에서 품귀현상을 보이는 품목이라고 보도하였다. 심지어 캄보디아, 모리셔스에서는 불법적으로 야생원숭이가 포획되어서 수출되는 사태까지도 생겨났으며, 베트남에서는 최고위 권력층까지도 원숭이 무역에 뛰어들었다.
과거에는 항상 윤리적인 이슈가 주된 논쟁거리였다. 약 10여 년 전, 동물보호단체 PETA가 원숭이 항공운송 중단을 요청하고, UPS와 FedEx가 운송 중단을 천명하고 이후, 수많은 항공사들이 동참하면서 ‘실험용 원숭이 물류대란사태’가 발발하였다. 동물윤리로 시작된 실험용 원숭이이슈는 펜데믹기간을 지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연구 때문에 실험용 원숭이는 필수적 자원이 되었고, 희귀한 자원이 되어 버렸다. 결국 전 세계는 실험용 원숭이 부족사태에 직면하게 되고, 원숭이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하였다.
1960년대 이후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영장류연구소를 건설하여 신약, 백신, 감염병, 장기이식, 신경과학, 재생의학, 행동, 중독, 뇌질환 등 다양한 연구를 지원하였다. 하지만 최근 펜데믹으로 인한 국가 차원의 바이오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영장류자원 및 활용연구 수요는 폭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 세계는 아직 이런 수요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다. 실험용 영장류자원은 기존에 우리가 많이 사용했던 마우스자원과는 너무나 다른 특성을 가졌기 때문에 우리의 대처가 많이 미흡했던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실험용 원숭이자원의 어떠한 특성이 이런 전 세계적인 어려움을 초래했으며,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하는 것일까?
실험용원숭이는 현존하는 실험동물중 인간과 유전적/진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종이다. 30억 DNA 염기쌍을 비교한다면, 평균 93%가 동일하다. 당연히 미지의 약물이나, 수술법등을 시험할 때, 다른 어떤 실험동물과 비교해 보아도 인간과 가장 유사한 결과를 보여줄 수밖에 없는 동물이다.
즉 첫 번째 특성은 과학적인 실험에서 인간을 가장 잘 Mimic (흉내낼 수 있는) 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험용원숭이는 인간처럼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지만, 실험용 마우스는 그렇지 못했다. 최근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유전자 가위 치료제가 임상허가를 받았는데, 이러한 유전자 치료제나 세포 치료제의 상용화를 위한 필수 관문으로도 실험용 원숭이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뇌신경 과학연구 분야의 경우에는 더욱더 대체 불가능한 자원으로 실험용 원숭이가 활용되고 있다.
두 번째는 상반된 인식의 차이 즉 실험용 원숭이 자원에 대한 인식의 이중성이다. 실험용 원숭이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 생산되어 바이오선진국으로 수출된다. 즉 한해 농사를 망치고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골칫덩이 해로운 동물로 인식되는 국가에서 야생에서 평화롭고 즐겁게 살며, 인간과 조화롭게 살고 있는 똑똑한 유전적 사촌정도로 인식되는 국가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반된 인식을 보여주는 특수한 자원이기 때문에 윤리적 감수성이 적은 국가에서 주로 수출되어 윤리적 감수성이 매우 높은 바이오 선진국(예 미국, 유럽 등)으로 수입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골칫덩이가 한 마리에 수천만 원에 팔린다고 하니 얼마나 아이러니 한가.
세 번째는 실험용원숭이 자원의 긴 생산 주기와 낮은 생산 효율이다. 야생원숭이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국가들은 긴 생산 주기와 낮은 생산 효율 때문에 아무리 많은 시설과 인력을 투입해도 효율적으로 실험용원숭이 자원을 생산할 수 없다. 실제 암컷 원숭이는 태어나 4년쯤 지나면 성성숙되고, 5-6달 정도의 임신기간을 거쳐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즉 수천마리가 있어야 지속적으로 수백 마리를 생산할수 있다. 물론 실험용원숭이의 고향처럼 온도와 습도도 조절해줘야 하며, 동물복지까지 고려된 고비용의 시설에서 동물을 사육해야 한다. 물론 중국은 예외이다. 현재, 중국은 엄청난 시설과 인력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고 세계 1위 수출국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미국, 독일 등의 국가에서는 원산지보다 싸게, 효율적으로 원숭이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연구 효율 및 접근성이 매우 낮다. 최근에는 이러한 낮은 연구생산성 때문에 원숭이 관련 연구는 상당부분 중국이 세계최고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복제원숭이 기술을 이용해서 다양한 질환모델 원숭이를 생산하는 국가는 중국이 유일하다. 그리고 중요 원숭이 관련 연구는 자원의 접근성과 희소성 등으로 인해 중국 현지에서 진행되는 경우도 매우 많다.
마지막으로는 실험용 원숭이 자원의 효용성 즉 가치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기술이 성숙하지 못해 활발히 진행되지 못했던, 유전자치료제연구와 세포치료제연구등으로 대변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연구와 장기부족 문제를 해결해줄 이종장기이식연구 분야의 경우는 실험용 원숭이 자원이 필수적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제적 발전가능성이 높은 이러한 분야에서 원숭이 자원의 활용 빈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만약 원숭이 자원이 없다면 연구개발의 속도가 느려지거나 아예 불가능해지고 있는 분야도 있다. 즉 실험용 원숭이 연구 인프라의 수준이나 규모가 바이오 선진국들을 추격하는 국가들에게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도 이러한 영장류자원의 중요성과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기에 1998년도부터 영장류연구에 투자를 시작했고, 2005년도에 국가영장류센터를 완공하여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게 하였다. 이후 2018년 영장류자원지원센터를 구축하여 늘어나는 영장류자원의 수요를 대비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K-BIO, IBS, 성균관대학교, 서울대학교 등 다양한 국공립기관들이 영장류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민간전문회사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바이오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면 아직 많이 부족하다. 정부가 국가전략생명연구자원으로 영장류를 선정한 것은 그만큼 국가관리가 필요한 자원이라는 뜻도 있지만, 그만큼 체계적이고 많은 지원이 필요한 자원이라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국가 간 연구자의 이동과 실험동물원숭이의 이동이 금지된 특수상황인 팬데믹 상황에서 영장류 자원의 보유, 인프라 시설/설비의 보유, 그리고 전문 인력의 보유 여부가 국민의 생명을 담보할 백신/치료제 연구 즉 국가 차원의 바이오안보에 얼마나 중요한 자원임을 온 몸으로 느꼈었다.
가장먼저,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영장류 자원이 필요하다. 이제는 국내 자원생산거점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해외 농장도 고민할 때가 왔다. 정치, 경제적으로 우방국들을 활용하여 국가적 영장류 자원거점 즉 지속가능한 영장류 자원거점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지원 인프라 시설/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1일 생활권이 가능한 대한민국의 경우 이러한 최고 수준의 영장류core-facility를 구축하면 비용측면에서, 시설 및 설비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장류 전문 연구자집단을 키우고 지원해야 한다. 흩어져 있는 영장류 연구자들이 힘을 합쳐 하나의 목표를 위해 융합할 수 있게끔 정부가 판을 만들어 줘야 한다. 자원과 시설/설비 인프라가 잘 되어 있어도, 전문 인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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