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인

선박에 딱 붙어 손실 입히는 따개비... 생체 접합체 개발 등 활용 '무궁무진'

 김세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본문

바닷가 바위에 부착해 있는 따개비를 떼어 본 경험이 있다면 그들이 얼마나 강력한 접착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된다.

따개비는 갑각류이면서 고착생활을 하는 동물로 다윈의 진화론에 기초가 된 생물이다. 이들은 3억 5천만 년 전(고생대) 지구상에 나타나 초대륙 판게아, 백악기 대멸종, 신생대 빙하기를 경험하고 현재까지 살아남아 번성한 생물군으로 지구 생명체의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 방향을 규명하고 예측하기에 유용한 모델 생물로 그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는 식용생물로 유럽, 남아메리카 등지에서 인기가 많으며, 일부 따개비 종은 배의 바닥에 정착(biofouling)하여 살며 배의 속도를 30-40% 감소시키는데 이로 인해 연료 손실 규모가 전세계적으로 연간 75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따개비는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조간대의 바위, 방파제, 배의 표면뿐만 아니라 고래, 거북이와 같은 살아 있는 생물에도 단단히 부착하여 살아가는 독특한 동물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특성에 대한 연구 결과, 따개비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액체를 분비하여 강력한 접착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처음에는 따개비가 접착제를 희석시킬 수 있는 바닷물을 밀어내는 오일 성분의 액체를 분비한 후, 다음으로 단백질 기반의 접착 물질(따개비 접착제)을 분비한다. 따라서 바닷물에 의해 접착제가 희석되거나 분리되지 않고 다양한 물체의 표면에 단단히 결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지난 150여년 동안 과학자들의 노력을 통해 따개비의 강력한 접착력의 비밀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으나 아직은 미스테리한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지구상에는 약 1550여종의 따개비가 보고되었다. 이들은 연근해에서 심해, 그리고 극지방까지 광범위한 서식처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이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김세주 박사)은 연근해와 심해 열수분출구에 서식하는 4종의 따개비에 대한 전장 유전체 분석 결과를 발표하였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열수분출구 따개비의 유전체를 세계 최초로 해독했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따개비 유전체는 481Mb에서 1054Mb의 범위를 갖고 있으며, 반복 서열은 20-50%로 확인되었으며, 높은 유전적 다양성과 이형접합성을 나타냈다. 더불어 따개비 접착제 관련 유전자 구조를 세계 최초로 해석하고 명명법을 수정하였다. 유전체 수준에서 따개비 접착제 관련 유전자를 탐색한 결과, CP100A 유전자는 모든 따개비 종에서 발견되어 따개비 종 전체에서 기질 정착에 필수적인 단백질임이 확인되었다. 반면, CP52와 CP19 유전자는 연근해 종에서만 확인되었으며 열수분출구 종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된 따개비 접착제 관련 유전자의 구조 다양성은 따개비 진화 계통학적 분석 결과와 일치했다. 결과적으로 여러 따개비 종들은 기질 정착을 위해 공통적으로 필수 단백질을 사용하며, 각 분류군에서는 독립적으로 필요한 개별 단백질을 확보하거나 또는 변형하는 방식으로 적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 생물로부터 추출한 천연물질을 의약품으로 활용하는 추세가 바이오 시장에서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따개비는 생체접착제 개발 관점에서 과학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따개비는 바닷물 속에서 표면이 균일하지 않은 다양한 물질에 단단히 부착할 수 있는 특성을 보여 주며, 이는 따개비 접착제가 마른 표면이 아닌 환경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가지기 때문이다. 또한, 합성 접착제보다 이 생체적으로 안전하면서도 높은 수중접착력은 의료용 생체접착제로서의 적합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2022년에 글로벌 생체접착제 시장이 63억 달러에 달하며, 2030년에는 126억 달러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시장 동향과 연결되어 있다.

해양 바이오 시장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따개비 접착제와 같은 생체적으로 안전하면서도 기능적인 소재 개발과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의약품 분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응용 분야(전자, 건축 등)에서도 혁신적인 발전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을 향한 과정에서 유전체 기반의 연구가 다양한 해양 환경에 대한 생물적응을 밝히며, 생명연구 자원의 가치를 제고하고 활용을 강화해 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지속적인 유전체 정보 확보가 이러한 발전을 향해 가는 과정의 디딤돌이 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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