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동향
[6월호 테마 Genomics : The Secret Code of Biology] 3차원 후성유전체 분석법과 질병발병 기전에서의 임팩트
- 등록일2024-06-19
- 조회수1626
- 분류기술동향 > 종합 > 종합
-
자료발간일
2024-06-03
-
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 원문링크
-
키워드
#3차원 후성유전체 분석법#유전체#유전체 분석기술
[6월호 테마 Genomics : The Secret Code of Biology] 3차원 후성유전체 분석법과 질병발병 기전에서의 임팩트
◈본문
1. 서론
약 2미터 길이의 인간 유전체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크기의 핵 속에 들어있는데, 유전체가 이런 작은 크기에 들어가기 위해 여러 형태로 접히고 압축되는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형태의 3차원 구조체를 이루게 된다. 이러한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같은 모양을 과거에는 “특정한 모양새가 없다” 라는 의미에서 a-morphic이라고 불리었으나, 최근 여러 최첨단 분자생물학적 실험기법들과 차세대 염기서열분석기술(NGS), 초고해상도 현미경기술 등이 급격히 발전하며 이들의 구조를 자세히 분석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학계는 두가지 중요한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나는 유전체는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형태에도 불구하고 여러 단계의 계층을 이루며 정교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는 사실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수많은 유전자들이 이러한 3차원 유전체 구조를 통해 발현이 조절되고 이를 통해 여러가지 중요한 생물학적인 특징들을 제어한다는 것이었다.
본 논단에서는 이러한 3차원 유전체 구조가 어떠한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고, 이러한 구조를 분석하는 방법에 있어서 기초적인 원리가 무엇인지 논하게 될 것이다. 또한 3차원 유전체 구조와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진 질병기전들은 무엇들이 있는지 논하도록 한다.
2. 3차원 유전체의 계층적 구조
유전체가 계층을 이루며 higher order 구조를 이루는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는 nucleosome fiber이다. 이는 double helix DNA가 histone octamer를 감싸면서 만들어진 nucleosome들이 열을 맞춰 정렬되어 긴 가닥(fiber)을 이루는 구조인데, 동그란 형태의 nucleosome들이 긴 가닥을 이루는 모습이 마치 실에 줄줄이 엮인 구슬과 같다 하여 beads-on-a-string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1-4] (그림 1A). 일반적으로 우리가 잘 아는 euchromatin 및 heterochromatin들은 이런 nucleosome fiber 단계에서의 conformation과 그 기능을 묘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다양한 histone modification marker들 (H3K9me3, H3K27ac, H3K27me3 등)도 nucleosome fiber단위에서 볼 수 있다[5-8].
이러한 nucleosome fiber들은 cohesin, condensin, CTCF, YY1 등으로 대표되는 여러가지 구조단백질들의 도움으로 접히게 되어 마치 올가미 모양 혹은 고리 모양을 지닌 loop 구조를 이루게 된다[9-11] (그림 1A). 이러한 loop 구조는 어쩌면 우리가 본 논단에서 논하고자 하는 유전체의 higher order 구조들 중에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연구가 많이 이루어진 형태로 볼 수 있다. 핵 속의 3차원 공간에서는 이러한 loop 구조를 통해 2개 이상의 loci가 서로 상호작용을 이루게 되는데, 때론 gene promoter나 enhancer들도 이러한 loop를 통해 상호작용을 이루며 그 유전자의 전사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그림 1A). 이러한 현상을 보며 우리는 유전체의 loop 구조를 통한 상호작용을 통해 유전자의 전사량이 제어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마우스의 배아줄기세포에서는 Sox2 유전자가 약 120kb downstream에 위치한 super-enhancer와 loop 구조를 통해 서로 상호작용을 이루고 있는데, 이 구조는 배아줄기세포의 hallmark로 알려져 있다[12, 13].
그림 1. 3차원 유전체의 구조와 그를 나타낸 데이터 형식. (A) 3차원 유전체구조는 nucleosome fiber를 시작으로 loop, TAD, compartment, chromosome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에 걸친 계층적 구조를 이룬다. (B) 이러한 3차원 유전체 구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heatmap이 있으며, heatmap의 형태를 보며 각기 다른 종류의 3차원 구조를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들 여럿이 한데 모여 커다란 도메인 구조를 이루게 되는데 이를 Topologically Associating Domain (TAD) 라고 부른다[14]. 이 TAD라는 도메인은 데이터에서 볼 때 대략 sub-megabase 단위의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두개의 경계선(boundary)을 기준으로 그 안과 밖의 위상구조가 눈에 띄는 큰 차이를 가지게 된다[15] (그림 1B). 하지만, 이러한 TAD와 그 boundary들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도메인이 정확히 어떠한 형태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정확한 기능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실히 정의 내려지지 못하였다. TAD와 chromosome 사이에 위치한 다른 도메인이 더 있다. 약 수 megabase 크기의 커다란 이 도메인들은 compartment라고 불리운다[16]. 이 도메인은 유전자 전사활동이 활발한 (ie. transcriptionally active) compartment A와 전사활동이 적은 compartment B 이렇게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 있으며, 이 두 도메인들은 서로 번갈아가며 (예: A-B-A-B-A-B) chromosome의 각 구역에 위치하며 A는 A끼리 B는 B끼리 서로 뭉쳐있게 된다[17, 18] (그림 1A-B).
3. 3차원 유전체 구조의 분석법에 대한 개요
과거 NGS 보급 이전에는 현미경을 이용하여 세포 속 타겟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이들의 역할 등을 분석할 수 있었다. FISH 및 chromosome painting 등을 통해 각 loci들끼리의 상호작용을 확인하고 또 chromosome territory와 같은 크고 작은 크기의 genome organization을 발견하고 분석할 수 있었다[19-22]. 또한 SILAC 및 MS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cohesin, condensin 등 여러 종류의 구조단백질(structural proteins)들을 발견하며 이들이 higher order structure들을 구성하는 주요 구성원이라는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23, 24].
이렇듯 꾸준하게 발전되어가던 연구는 어느 순간 3C, 4C, 5C, 그리고 Hi-C 등으로 대표되는 chromatin capture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커다란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이중에서 가장 초창기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3C의 기본 원리를 살펴보자[25]. Job Dekker가 개발한 이 기술은 crosslink 되어있는 핵 속에 우선 제한효소(restriction enzymes)를 가하여 유전체들을 약 수 kb 길이로 잘라내고, 직후 이들을 다시 ligation시켜주게 된다. 쉬운 이해를 위해 그림 2를 살펴보도록 하자. 노란색과 빨간색의 genome fragment는 선형 상태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나 3차원 공간에서는 loop구조를 통해 서로 상호작용을 이루고 있다. 이 노란색과 빨간색 fragment들은 restriction enzyme digest와 ligation을 거치면 하나의 fragment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ligation products들을 분석하여 어느 loci끼리 얼마나 많은 빈도로 상호작용을 이루는지 파악하는 것이 3C를 기반한 기술들의 기본적인 원리이다. 이러한 원리를 고려할 때 아무래도 enzyme으로 잘려지는 fragment의 길이는 데이터의 해상도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최근에는 해상도와 정밀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하나의 제한효소가 아닌 두개 혹은 네 개의 제한효소를 사용하거나 micrococcal nuclease를 사용하여 fragment의 크기를 줄이고 있으며, 핵막을 파괴하기 전에 (nuclear membrane rupture) ligation을 일어나게 하여 의도하지 않은 부정확(non-specific)한 ligation을 막는 in situ 방식을 채택하여 실험에 필요한 세포 수, 시약, 인력, 시간 등을 크게 줄이면서 동시에 데이터의 정밀성을 높이기도 한다[9, 12, 26-28].
그림 2. 3C/4C/5C/Hi-C 등 proximity ligation을 이용한 기술들의 기본적인 실험 원리.
4. 3차원 유전체 구조를 heatmap으로 표현하는 법
이러한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들을 분석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qPCR, microarray, 그리고 NGS등이 있는데, 본 논단에서는 NGS에 집중하도록 하자. Massively parallel sequencing이라는 특징을 가진 NGS는 위에서 언급한 실험의 결과로 얻은 수많은 ligation fragments들의 염기서열을 동시에 분석함으로써 3차원 공간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상호작용들을 정밀하게 규명할 수 있게 하였다. 특히 5C를 NGS와 결합하여 유전체를 연속적으로 덮을 정도로 수많은 데이터포인트들을 생산하고 이를 높은 해상도의 2차원 heatmap의 형식으로 나타냄으로써 multidimensional data의 시대를 열었으며, Hi-C는 이러한 분석을 genome-wide scale로 크게 확장 시킬 수 있었다[9, 12, 16, 29].
이제 5C 혹은 Hi-C에서 사용하는 heatmap이라는 데이터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논하도록 하겠다. 2차원의 행렬(matrix)에 각 loci간의 상호작용을 나타내는 값들을 각기 다른 색으로 표현하는 heatmap을 이해하려면 우선 행렬을 어떻게 만드는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우선 5C/Hi-C library들을 paired-end sequencing 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그림 2에서 보았던 노란색과 붉은색이 서로 이어진 ligation fragment들이 어떤 loci들인지 NGS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그림 2).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통해 어느 locus가 또다른 어느 locus와 ligation을 이루었는지, 즉 어느 loci끼리 서로 상호작용을 이루는지 세어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얻게된 각각의 상호작용의 갯수를 하나하나 세어 어느 한곳에 기록해 둔다. 이제 그림 3을 보도록 하자. 앞서 언급했던 2차원의 matrix를 만들기위해 reference genome를 x축에 놓고 일정한 간격으로 칸을 긋는, 일종의 binning 작업을 한다. 일반적으로 칸과 칸 사이의 간격은 실험에서 사용한 제한효소의 restriction site 및 제한효소로 잘려진 fragments들의 길이 등을 고려하여 정하게 된다. 이러한 binning 작업을 y-axis에도 반복하게 되는데, 이러면 x와 y축의 칸(bin)들이 서로 90도 각도로 교차하며 2차원의 matrix를 만들게 되고 그 matrix 속의 각 칸들은 x축과 y축에 놓인 각 genome loci간의 interaction을 나타내게 된다. 이제 앞서 한곳에 기록하였던 각 loci 조합의 수를 지금 만든 이 matrix의 각 칸에 알맞게 넣어주게 된다. 이러면 앞서 언급하였던 노란색과 붉은색을 가진 fragment들 같이 3차원 공간 속에서 서로 상호작용을 갖는 loci들 사이에 주변보다 비교적 높은 숫자가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림 3 녹색표시). X축과 y축은 같은 genomic coordinate을 표현하기 때문에 matrix의 대각선을 기준으로 오른쪽 윗부분과 왼쪽 아래부분은 서로 대칭적인 숫자를 가지게 될 것이다. 실험에 있어서 가장 높은 빈도의 ligation은 원래 이웃하였던 fragment들 끼리가 되니 대각선에 들어가는 숫자들은 필연적으로 가장 높은 값을 가지게 된다. Matrix를 여기까지 이렇게 채워 놓으면 3차원 유전체 구조의 정보가 다 준비 되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숫자로만 구성된 matrix만으로는 그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해석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숫자만 가지고는 아마 matrix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데이터를 해석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matrix 속의 각 숫자들을, 예를 들면 높은 숫자는 짙은 붉은색이나 검은색, 낮은 숫자는 옅은 핑크색이나 하얀색 등, 각기 다른 색으로 칠해주게 된다. 이 작업까지 마치면 드디어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게 되는 heatmap이 완성되며, 이런 heatmap들을 분석하며 유전체의 어느 locus가 다른 어떤 locus와 어떤 종류의 3차원 구조를 이루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림 3. 앞서 그림 2에서 설명한 실험에서 얻은 샘플을 NGS로 분석하여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heatmap형식의 데이터를 만드는 원리.
5. 각종 질병속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형태의 3차원 유전체 구조의 교란
이러한 기술들의 발전과 보급으로 인해 다양한 임상샘플 혹은 질병모델 속에 존재하는 3차원 유전체들의 다양한 유전체 구조의 교란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챕터에서는 대략 3가지 정도의 예시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대표적인 예시를 들자면 신경발달질병 속 short tandem repeat의 비정상적인 길이 확장일 것이다. Fragile X syndrome, Hungtinton’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Friedreich’s ataxia 등 신경발달장애로 특징되어지는 이러한 질병들은 짧은 DNA sequence가 반복되는 short tandem repeat의 길이가 어느 특정 locus에서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며 발병한다. Jennifer Phillips-Cremins 연구팀은 이러한 short tandem repeat의 확장이 일어나는 loci들을 다양한 종류의 세포주에서 얻은 Hi-C 데이터들과 비교분석하였는데, 흥미롭게도 이 loci들은 모든 세포주들이 공유하는 TAD의 경계 (highly conserved TAD boundary), 즉 수많은 상호작용들이 집중되는 hotspot에 위치한다는 점을 발견하였다[30]. 연구팀은 short tandem repeat의 길이가 커지면서 genome structure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기 위해 fragile X syndrome 환자에게서 유래한 유도줄기세포(iPSC)들에 5C와 Hi-C 분석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FMR1 유전자에 위치한 short tandem repeat (CGG)의 길이가 fragile X syndrome을 발병시키는 200개 이상으로 늘어나자 그 주변 도메인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고 FMR1 및 그 도메인에 속한 몇몇 유전자들(예: SLITRK2)의 전사량도 크게 줄어듬을 볼 수 있었다[31] (그림 4A). 이는 유전체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신경발달장애가 발생하는 기전에 있어 유전체의 3차원 구조와 어느정도 연관이 있음을 나타낸다.
그림 4. 질병 속 3차원 유전체 구조. (A) Fragile X syndrome에서 발생하는 3차원 구조도메인의 변화. (B) 암에서 발견된 MYC의 발현을 조절하는 super-enhancer들과 이들간의 상호작용을 이어주는 master hub. (C) CTCF가 DNA에 결합하지 못함으로 인해 3차원 구조가 바뀌며 oncogene의 전사활동이 활성화됨[32].
유전체의 higher order structure가 일반적으로 cohesin, CTCF, condensin 등과 같은 구조단백질에 의해 구성되는 만큼 구조단백질들의 문제들 또한 질병과 3차원 유전체구조와의 관계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질병으로는 Cornelia de Lange Syndrome (CdLS)가 있다. CdLS는 지적장애, 안면 및 손발가락 기형 등으로 특징되는 발달장애인데, cohesin이 DNA와 결합하게 하는데 필요한 NIPBL에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질병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33, 34]. 이러한 이유로 CdLS가 발병하는 과정에 있어서 유전체의 higher order structure가 많은 영향을 받았고 또 질병의 증세에 어떠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 이에 대한 자세한 연구는 이루어 지지 못하였다. Condensin도 비슷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Cohesin과 같은 SMC family에 속하는 condensin은 mitosis과정에서 mitotic chromosome의 구조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구조단백질이다. 이러한 이유로 condensin에 의한 DNA 압축 제어는 mitosis가 잘 이루어지게 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데, 만약 condensin과 상호작용을 이루는 MCPH1이라는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겨 이러한 제어능력에 문제가 발생하면 DNA가 너무 일찍 압축되고 (premature chromosome condensation) 결과적으로 뇌가 발달하지 않는 microcephaly라는 장애가 발생한다[35, 36]. 이 두 SMC family 구조단백질(cohesin과 condensin)의 문제로 발생하는 질병들은 공교롭게도 발달장애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이는 아마 delayed cell cycle로 인해 세포의 발달이 지체되는것은 아닌지 추정되기도 한다[37-39]. 하지만 이들의 정확한 발병기전 및 이로 인해 발생하는 3차원 유전체 구조의 특징과 역할은 좀 더 자세히 연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3차원 유전체구조의 교란은 암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 중 암 특정 (cancer-specific) enhancer와 3차원 구조들간의 관계를 살펴보자. 약 10년전 MIT의 Richard Young 연구팀은 여러 enhancer들이 한데 모여 클러스터를 이루는 super-enhancer라는 컨셉을 발표하였고,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모든 암 세포주와 그 세포주와 같은 lineage의 정상세포주 속에 존재하는 모든 active super-enhancer들을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하였다[40, 41]. 이를 통해 암에서만 유독 발생하여 oncogene의 발현에 영향을 주는 암 특정 super-enhancer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이 super-enhancer들을 암이 발병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acquired enhancer”이라고 불렀으며, 이 enhancer들은 3차원 공간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MYC을 비롯한 다양한 oncogene들의 발현을 높여준다는 가설을 제안하였다[41]. 또한 연구팀은 대장암, 유방암 등 다양한 암종 속에 존재하는다양한 super-enhancer들과 MYC간의 상호작용을 이어주는, 일명 유전체 연결회로의 master hub를 발견하며 암을 타겟 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기도 하였다[42] (그림 4B). 그 외에도 대표적인 구조단백질인 CTCF의 문제로 인해 proto-oncogene과 enhancer간의 상호작용이 새롭게 만들어지며 T-cell acute lymphoblastic leukemia (T-ALL)이 발생한다는 기전도 보고되었으며 (그림 4C), 대장암 환자에게서는 커다란 구조도메인의 구조가 뒤섞이는 현상이 보고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암 발병 기전에 있어 3차원 유전체의 구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이터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43, 44].
6. 3차원 유전체의 구조를 조정하는 기법들의 개발
앞서 논한대로 유전체의 3차원 구조가 여러 방면에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이러한 3차원 구조를 바꿀수 있는 기술, 즉 looping engineering 기술의 임팩트는 생물학적으로나 임상적으로나 매우 클 것이다. 이를 위한 최근 노력 몇가지를 짧게 소개하도록 하겠다. 가장 먼저 소개할 방식은 LADL이라는 기술이다. Phillips-Cremins 연구팀이 주도해서 개발한 LADL은 특정 파장의 빛을 비추었을 때 CRY2와 oligomerization을 이루는 CIBN이라는 단백질을 dCas9와 결합한 광유전체 시스템으로써, 두개의 loci를 dCas9-CIBN으로 타겟하고 푸른빛을 비추면 타겟한 두 loci에 위치한 dCas9-CIBN이 CRY2와 oligomerization을 이루고 새로운 상호작용을 이루는 원리이다[45]. 연구팀은 이를 테스트하기 위해 LADL을 마우스의 배아줄기세포 속 Zfp462 유전자 및 이 유전자와 약 540kb 떨어진 super-enhancer를 타겟하여 보았다. 이후 세포에 24시간 푸른빛을 비추었더니 둘 사이에 전에 없던 새로운 상호작용을 만들어냈고, 이로 인해 타겟한 Zfp462의 전사량이 약 30% 증가함을 볼 수 있었다[45] (그림 5). 반면, 또다른 타겟인 super-enhancer의 경우 원래 이루고 있던 endogenous loop가 약해짐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를 볼 때 looping engineering을 이용하면 loop를 형성할 수 있음은 물론 타겟한 유전자의 전사기전을 바꿀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endogenous loop도 약하게 만들 수 있음을 알수 있다.
그림 5. LADL을 이용하여 유전자와 super-enhancer를 타겟후 푸른빛을 비추어 두 타겟 사이에 loop구조를 유도하였고 타겟한 유전자의 전사량을 증가시킴.
이 외에도 구조단백질을 dCas9과 결합시켜 looping engineering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Richard Young 연구팀은 어느 YY1 motif에 돌연변이를 유도하여 YY1이 결합하지 못하게 하고 loop구조를 사라지게 하였다. 이후 YY1를 dCas9에 붙인 dCas9-YY1을 돌연변이 motif에 타겟하였더니 사라졌던 loop가 다시 형성됨을 확인하였다[46]. 마찬가지로 Bing Ren 연구팀은 CTCF motif를 잘라낸 후 dCas9-CTCF로 그 잘라낸 곳을 타겟하였더니 사라졌던 loop가 다시 형성됨을 볼 수 있었다[47]. 이를 볼 때 dCas9을 구조단백질과 결합시킨 후 이용하면 looping engineering이 가능하단걸 볼 수 있다. 단지 LADL과의 다른 점이 있다면, LADL은 푸른색의 빛을 이용하여 looping을 유도한 반면 dCas9-CTCF 및 dCas9-YY1은 영구적으로 loop를 형성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LADL은 두개의 loci를 모두 타겟했던 반면, 구조단백질을 이용한 경우에는 다른 endogenous YY1 혹은 CTCF와 결합하여 loop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7. 결론
3차원 유전체에 대한 이해 덕분에 지난 십수년간 유전체 및 후성유전 데이터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크게 바뀌게 되었다. 다양한 chromatin capture기술들과 NGS의 보급, high-throughput 데이터 분석법의 발전은 우리에게 유전체가 3차원 공간에서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유전자의 발현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이렇듯 이전에 보지 못했던 다른 차원의 데이터들을 배우며 우리는 유전체 데이터를 바라볼 때 선형구조의 1차원적인 관점만이 아닌 3차원의 관점에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예를 들어 intergenic region에 위치한 variant들로 인해 수백kb 멀리 떨어진 다른 유전자들의 전사량이 변화하는 경우 3차원의 유전체 구조가 매우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것이다. 또한 3차원 유전체 구조에 대한 연구 덕분에 최근 우리는 fragile X syndrome이나 여러가지 암 등 다양한 질병의 기전분석에 있어서도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다양한 연구와 새로운 시각 만큼 이제 앞으로 이러한 유전체의 3차원 구조와 그 기능에 대한 validation이 점점 더 중요하게 여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looping engineering의 역할이 크게 주목된다. 우리가 찾아낸 3차원 유전체 구조들의 특징을 looping engineering을 통해 다시한번 테스트 해 볼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각각의 후성유전체의 요소들이 crosstalk을 하는지, 그리고 이들의 인과관계는 어떤지 확인할 수 있다. Loop 혹은 여러 도메인 구조에 있어서도 이들의 구성기전이나 기능 등에 대해 테스트 해 볼 수 있을 것이며, 질병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3차원 구조들을 validation 하고 이를 더 확장하면 새로운 치료표적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놀라운 유전체 분석기술의 진보는 생명의 암호라고 여겨지는 유전체의 새로운 비밀을 파해치는데 중요한 힌트를 제공하였다. 머지않은 미래에 더 급격히 발전할 기술로 인해 우리는 유전체의 어떤 또 다른 차원의 비밀을 찾아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계속)
☞ 자세한 내용은 내용바로가기 또는 첨부파일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지식
- BioINwatch 최대 규모의 오픈소스 Evo2를 활용한 유전체 모델링 및 설계 2025-03-21
- BioINwatch 후성 유전체 비트(Epi-bits)를 활용한 DNA 기반의 데이터 저장 기술 2025-03-18
- BioINwatch 작물 중개 유전체학에 거는 기대와 도전 과제 2025-01-24
- BioINregulation 유전체 데이터 2차 활용 관련 국가별 제도 비교 2025-01-24
- BioINwatch 시행 가능성이 높아진 미국의 생물보안법(US Biosecure Act), 바이오산업 공급망 재편 압박 2024-12-04
동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