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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동향

Microbiome-gut-brain axis의 비밀

  • 등록일2024-09-24
  • 조회수1411
  • 분류기술동향 > 생명 > 생물공학

 

 

Microbiome-gut-brain axis의 비밀



이원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본문

서론

 필자는 얼마전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박재형 교수님으로부터 본 원고 집필에 관한 e-메일을 받았다. 메일의 요지는 학회의 뉴스지편집위원회에서 "Neuroscience: Secret Code of Brain"라는 주제로 "마이크로바이옴-장-뇌 축 (microbiome-gut-brain axis; 이하 MGB axis라 칭함) 및 뇌과학 연구"의 연구동향에 관한 논단을 준비중이며, 운영위원들이 필자를 추천해서 연락 드렸다는 내용이었다. 뇌과학이 전공분야가 아닌 필자로서는 뇌과학분야에 대한 연구동향을 집필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 몇일간 고민을 하였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초파리(Drosophila) 동물모델에서 장(腸)의 선천성 면역을 주로 연구했던 필자가 MGB axis연구분야 에 어떤 과정으로 입문하게 되었는지를 설명 드린다면, 혹시 타 분야 연구자들도 해당연구분야에 좀더 관심을 가지게 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취지로 집필을 하기로 했다. 따라서 본 내용은 개인적인 연구 여정과 사견들이 일부 포함한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리면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본론
1. MGB axis와의 첫만남

 필자는 20여년전에 초파리 모델을 이용하여서 장의 선천성 면역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장내세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만 해도 장내세균에 대한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매우 미미한 시절이었다). 장내세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서 필자 실험실의 유지환 박사 (현: 연세대 의대 교수)는 그 당시에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초파리의 장내세균총을 처음으로 규명하였다 [1]. 흥미롭게도 장내세균총이 초파리의 장의 면역상태에따라 나쁜군집의 형태로 변화할수 있다 (요즘의 의미로는 microbiome dysbiosis 현상)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다 [1].

 상기연구로 장내세균의 중요성을 실감한 필자는 장내세균의 다양한 역할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하였다. 필자 실험실의 신승철 박사 (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는 실험실에서 분리된 장내세균들이 초파리 유충의 생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최초로 관찰하였다. 유충의 생장을 책임지는 성장호르몬은 뇌의 일부조직에서 분비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신승철 박사는 이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장에 있는 장내세균 (더 정확히 말하면 장내세균의 일부 유전자들이)이 조절한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2]. 해당 연구는 2007년경에 시작되었으나 2011년가 되어서야 논문으로 발표할 수 있었다. 초파리모델과 같은 비대중적(?) 동물모델을 활용한 연구논문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1000여회 이상 인용되고 있는 논문으로 MGB axis의 존재 및 역할을 최초로 보여준 연구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microbiome의 성장 신호가 어떻게 brain에 전달되어서 통합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하고자 2014년도에 필자는 삼성재단에 “Gut-brain axis in animal growth”라는 연구과제명으로 연구를 제안하여 5년동안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5년동안의 연구를 통하여 microbiome의 신호가 장세포 및 장신경계 (ENS, enteric nerve system)에 의해서 인지되어서 뇌와 같은 중추신경계 (CNS, central nerve system)에 존재하는 성장호르몬 분비세포를 자극한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고, 해당 연구 결과 중 일부는 조간만 논문으로 발간할 예정에 있다. 필자는 해당 연구를 통하여 CNS와 장/ENS를 연결하는 뉴런이 vagus nerve(VN)에 해당하는 미주신경이며, 이들 VN이 장과 뇌 상호간의 신호 전달을 책임진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신경생물학자가 아닌 필자는 본 연구 이전에는 VN이 무엇인지 전혀 무지한 상태였다). 현재는 본연구진이 발견한 VN들이 장의 어떤 신호들을 뇌에 전달하는지를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2. MGB axis 심층연구를 위한 K-Gut 프로젝트

  VN들이 장과 뇌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해 주는 전기배선 같은 역할을 한다. 만약VN의 활성을 인위적으로 차단한다면 장에서 발생된 특정 신호가 뇌로 가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특정 표현형 (예를 들자면 식욕을 조절하는 신호가 뇌로 가지 않는다면 섭식행위가 변하는 표현형을 보임)이 관찰될 수 있을 것이다. 실지로 필자 실험실의 김보람 박사과정생 (현: KAIST post-doc)은 장내세균의 특정 아미노산 분비 여부에 따라 장세포의 특정호르몬 분비가 조절되고, 이 호르몬을 인지하는 VN이 활성화 되면서 초파리의 습식활동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3]. 현재 김보람박사는 해당VN의 기능을 심화하는 후속연구를 활발히 진행중이다.

 상기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필자와 Greg Suh교수, 김영준 교수 (GIST), 그리고 권재영 교수 (성균관대)가 함께 만나서 다양한 공동연구를 논의하면서 이른바 “모든 ENS/VN을 시각화” 하는 매우 야심찬 과제인 가칭 “K-Gut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수행하자는데 합의하게된다. 본 프로젝트는 4개 실험실이 공동으로 수행하게 된다. 해당 프로젝트의 자세한 내용은 지면의 제약상 본 논단에서 자세히 설명드릴수는 없으나, 초파리 모델의 유전학적 장점을 극대화하여서 가능한한 모든 ENS/VN을 시각화하고 그후 유전학적으로 조작 가능하게 함으로서 ENS/VN의 기능을 대단위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자 하는게 목표이다. 본연구는 상기 연구팀에서 합동으로 시행되어서 현재 2,000여개의 형질전환 초파리를 확보하여서 그들의 발현을 개별적으로 시각화하였으며, 그중에 많은 수의 ENS/VN을 발굴하였다. 해당 동물자원 및 시각화 이미지 자료는 “한국 초파리 자원 은행 (www.kdrc.kr)” 사이트에서 검색이 가능하며 전세계 연구진에게 연구진흥 차원에서 초파리들을 분양하고 있다. 앞으로 K-Gut 프로젝트에서 도출된 정보와 동물자원이 MGB axis의 기능 이해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3. MGB axis 연구의 최신 동향

최근 발표된 두가지 연구를 간단히 소개하면서 본분야가 지금 가는 방향을 고찰해보 는 기회를 가지고자 한다.

 첫번째 연구는 올해 5월에 발표한 Charles Zuker그룹의 논문 "A body-brain circuit regulating body inflammatory responses"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4]. 이 논문의 배경이 된 연구는 20여년전에 Tracey 박사 그룹에서 VN이 TNF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억제할수 있다는 연구결과와 맥을 같이 한다 [5]. 하지만 정확히 어떤 VN이 그런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해당VN이 전달하는 신호가 뇌의 어느 부분에 전달되는지? 등은 그동안 알려져 있지 않았다. Zuker 그룹은 다양한 분자유전학적 기법을 사용하여서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두가지 종류의 VN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 내었다. 첫번째 항염증성VN (anti-inflammatory VN)은 항염증성 반응을 늘리는 신호를 뇌로 전달하고 두번째 염증성VN (pro-inflammatory VN)은 염증성 반응을 줄이는 신호를 뇌로 전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두 VN모두 caudal nucleus of the solitary tract (cNST)라는 뇌의 특정부위에 신호를 전달한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놀랍게도 두 VN을 인위적으로 활성화시키거나 또는 cNST부분을 인위적으로 활성화 시키면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에 의한 죽음을 90%이상 막아낼 수 있음을 생쥐연구로 보여주었다. 또한 만성적인 colitis 모델에서도 염증을 혁신적으로 줄였다. 본 연구는 VN의 활성을 조절함으로써 다양한 만성 염증 질환 (당뇨, inflammatory bowel disease, 자가면역)을 완화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였으며 또한 급성 감염에 의한 cytokine storm을 줄이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시하였다.

 감염이나 염증반응은 필연적으로 조직손상/괴사를 동반하게 된다. “뇌가 어떻게 면역시스템과 조화를 이루면서 감염/염증반응을 조절하는가?”는 면역학의 핵심 질문중 하나였다. 20여년 전부터 Tracey그룹은 “reflex control of inflammation”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6, 7]. 이 개념에는 조직의 염증/감염정보가 구심성 뉴런 (afferent neuron)에 의해서 뇌로 전달되고, 여기에 반사작용으로 원심성 뉴런 (예를 들어서 cholinergic neuron)이 활성화되어서 이들 뉴런들이 면역/염증반응의 진행을 조절한다는 개념이다. 필자가 소개할 두번째 연구는 이와 같은 reflex control of inflammation개념을 Drosophila모델에서 증명해 보인 논문이다 [8]. 초파리의 장은 조직 손상후에 재생시기와 회복시기로 나누어진다. 재생시기에는 장줄기세포가 빠르게 증식하고 분화가 유도된다. 회복시기에는 새롭게 분화된 장세포들이 손상된 장세포를 대체하면서 조직을 복원하는 시기이다. 특히 회복시기에는 장줄기세포의 과도한 증식을 막아야 하며 염증반응도 감소시켜 야한다. 본 논문은 초파리의 장손상 모델 (Dextran sulfate sodium-induced colitis model)을 이용하여서 초파리의 장이 손상된 후 회복시기에 원심성 뉴런인 cholinergic neuron이 초파리의 TNF유사체인 eiger에 의해서 활성화되어서 장줄기세포의 과도한 증식을 억제하고 염증반응을 감소시킨다는 논문이다. 필자가 소개한 두 논문 모두 기존의 면역/염증관련 세포가 아닌 뇌신경세포들이 중요한 면역/염증반응을 조절하는 기전을 규명한 내용이다. 만성염증반응은 수많은 중요 질환들의 원인임을 감안할 때, 뇌신경세포들을 통한 염증조절기전의 이해는 향후 의생명과학분야의 중요 이슈가 될 듯 하다.



4. 맺음말

 진화론적으로 장은 다양한 장기를 가진 다세포생명체로의 진화를 위한 최초의 장기였을 것이다. 물론 장은 지구상의 최초의 주인이었던 미생물과 접촉하면서 탄생했을 것이며 미생물과 협업하는 장기로 진화했을것이다. 최근 뇌/CNS가 없고 장/ENS만 있는 생명체인 히드라 같은 생명체도 수면을 취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9]. 이와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는 뇌라는 장기가 생기기 전에는 장이 뇌의 일부 기능을 대체했을 것으로 추정할수 있다. 진화하면서 뇌가 탄생한 후에는 장 (이미 마이크로바이옴과 협업하고 있었던)과 뇌가 더욱 정교하게 협업하면서 생명체의 다양한 생리에 관여했음을 추론할수 있다. 이제 과학자들은 수억년동안 유지되어온 MGB axis의 비밀을 풀어 내려 한다.





참고문헌

  • 1.Ryu JH, Kim SH, Lee HY, Bai JY, Nam YD, Bae JW, Lee DG, Shin SC, Ha EM, Lee WJ. Innate immune homeostasis by the homeobox gene Caudal and commensal-gut mutualism in Drosophila. Science. 319, 777-782 (2008).

  • 2.Shin SC, Kim SH, You H, Kim B, Kim AC, Lee KA, Yoon JH, Ryu JH, Lee WJ. Drosophila microbiome modulates host developmental and metabolic homeostasis via insulin signaling. Science. 334, 670-674 (2011).

  • 3.Kim B, Kanai MI, Oh Y, Kyung M, Kim EK, Jang IH, Lee JH, Kim SG, Suh Greg SB & Lee WJ. Response of the microbiome-gut-brain axis in Drosophila to amino acid deficit. Nature. 593, 570-574 (2021).

  • 4.Jin H, Li M, Jeong E, Castro-Martinez F, Zuker CS. A body-brain circuit regulating body inflammatory responses. Nature. 630, 695-703 (2024).

  • 5.Borovikova LV, Ivanova S, Zhang M, Yang H, Botchkina GI, Watkins LR, Wang H, Abumrad N, Eaton JW, Tracey KJ. Vagus nerve stimulation attenuates the systemic inflammatory response to endotoxin. Nature 405, 458-462 (2000).

  • 6.Tracey KJ. Reflex control of immunity. Nat Rev Immunol. 9, 418-428 (2009).

  • 7.Tracey KJ. The inflammatory reflex. Nature 420, 853-859 (2002).

  • 8.Petsakou A, Liu Y, Liu Y, Comjean A, Hu Y, Perrimon N. Cholinergic neurons trigger epithelial Ca2+ currents to heal the gut. Nature. 623, 122-131 (2023).

  • 9.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if-alive-sleeps-brainless-creatures-shed-light-why-we-slumber

저자약력

1994Sorbonne Université (formerly Université Pierre-et-Marie-Curie) Paris, France: Ph.D.

1994-1996Institut Pasteur de Paris, Paris, France: Post-doc.

1996-2001Yonsei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Assistant Professor

2001-2011Ewha Womans University: Associate, Full and Distinguished Professor.

2011-presentSchool of Biological Sciences, Seoul National University: Professor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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