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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을 이용한 뇌연구
- 등록일2024-09-27
- 조회수1161
- 분류기술동향 > 플랫폼바이오 > 바이오융합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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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발간일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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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 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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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가상현실시스템#신경과학연구#실험환경
가상현실을 이용한 뇌연구
김형구
성균관대학교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본문
SF소설이나 영화에 자주 등장해 친숙한 소재인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VR)’은 인간의 공간 경험을 확장하는 기술이다. 파리 올림픽이 한창인 현재, 호주 수영 팀과 한국 사격, 양궁팀에서도 VR 특별훈련을 거쳐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뇌과학 분야에서는 20년 전부터 가상현실 시스템을 통해 많은 발견이 이루어지면서 중요한 실험 장치로 자리잡았다. Pubmed에서 ‘virtual reality’를 검색한 결과로 VR을 활용한 연구의 급격한 증가세를 확인할 수 있다.(그림 1). 본 기고에서 가상현실 시스템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그림 1. Virtual reality 키워드를 이용한 Pubmed 검색 결과
동물용 가상현실 시스템의 발전
컴퓨터 시스템이 가속화되고 그래픽 렌더링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시간으로 자극을 생성하는 것이 기능해졌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시각 연구에 우선적으로 이용되었는데, 사람이 공간을 이동할 때 방향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밝혀내기 위해 공간 이동 중의 자극의 패턴을 모사한 시각 자극을 만들어 사용하였다[1]. 동물에서의 연구 목적의 가상 현실 시스템은 영장류에서 처음 개발되었다[2,3]. 이는 영장류가 다른 동물에 비해 시각이 발달해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실험체는 조이스틱을 이용해 속도를 조절하여 가상 공간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가상 공간은 프로젝터를 통해 화면에 투사되었다. 가상 현실에서는 제시되는 물체의 위치나 배경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여 시각 정보 처리의 기전을 밝히는 실험들이 고안 되었다. 실제로, 필자는 가상현실 시스템을 이용하여 가상 공간의 특정 위치에 자극을 위치시켜 시각 피질에서 운동 시차(motion parallax)에 의한 깊이 지각이 일어나는 기작을 연구하였다[4,5].
영장류 뿐 아니라 설치류 연구에서도 가상현실 시스템이 적용 가능하다. 쥐의 특성상 사족보행을 하기 때문에 공간 탐색을 위해 머리나 허리 등의 신체 일부를 고정시키고 구형의 볼을 굴리게 하는 실험 장치가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6]. 설치류는 영장류보다 좌우로 넓은 시각 영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넓은 영역에 자극을 투사하도록 설계되었다.
가상현실 시스템의 구조
1) 화면. 화면은 하나의 모니터로 이루어진 경우도 있고, 프로젝터로 대형 화면을 구현한 경우도 있으며, 복수의 모니터를 배치함으로써 시야(visual field)를 덮어서 가상 환경의 몰입감(immersiveness)을 증대 시키는 것 또한 가능하다. 하지만 반드시 물리적으로 화면이 커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사람에서 눈을 덮는 가상현실 고글이 많이 개발된 것처럼, 최근에는 쥐를 위한 가상현실 고글도 개발되었다[7].
2) 그래픽 엔진. 렌더링은 가상 환경에서의 시점 (view point)이 주어졌을 때, 시점에서의 이미지를 주어진 투사 방법을 이용하여 스크린에 그리는 작업이다. 화면이 커도 정확한 형태로 자극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동물이 이상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픽 하드웨어 (Graphic processing unit, GPU) 와 Unity와 같은 렌더링 프로그램은 정교한 방법으로 가상 환경의 특정 위치에 원하는 자극을 그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3) 움직임 센서. 동물의 물리적 움직임을 가상현실상의 시점의 이동으로 변환해야 하는데, 물리적 움직임을 탐지하는 역할을 한다.
가상현실 시스템의 종류
동물 연구에서 가상현실 시스템은 가상공간의 차원에 따라 1차원 환경(1D 셋업)과 2차원 환경(2D 셋업)으로 구분된다. 1D 셋업은 직선으로 전진과 후진이 가능하며, 2D 셋업은 아레나 형태로 자유로운 방향 전환을 통해 공간 탐색 (spatial navigation)을 수행할 수 있다. 2D 셋업이 1D 셋업보다 고차원으로 설계되어 더 우수한 실험 방법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으며, 실험 목적에 더 적절한 환경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 1D 머리 고정 셋업
동물의 머리를 고정하고 달리는 움직임을 감지하여 가상 환경에서의 동물의 위치를 앞/뒤로 이동시킨다. 실린더 형태나 구형의 바퀴에 전기 혹은 광학적 센서를 달아서 회전 각속도(rotational velocity)를 측정한다. 머리를 고정하는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뇌의 신경 세포의 활동을 측정하기 위한 다양한 최신 기기들이 동물의 머리 바로 위에 안정적으로 위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Neuropixels 와 같은 세포외 신호 측정(extracellular recording)용 탐침을 이용하여 대용량 전기생리학 신호를 측정할 수도 있고, 이광자 현미경(2-photon micros)을 설치하여 다수의 신경 세포의 활동을 개별 세포 수준에서 광학적으로 관찰할 수도 있다. 빛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광유전학 기법을 이용하여 조절과 관찰을 동시에 수행 (all-optical electrophysiology)하는 것도 가능하다.
● 2D 머리 고정 셋업
머리를 고정한다는 점에서는 1D 셋업과 같지만, 동물로부터 방향 전환 신호를 읽어내서, 진행 방향을 좌우로 조절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유로운 공간 탐색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 다르다. 한가지 에는 구형의 바퀴를 앞뒤로 굴릴 경우에는 전진/후진을 구현하고, 좌우로 굴릴 경우에는 이를 회전 각속도로 변한, 가상 공간의 시점이 회전하도록 함으로써 방향 전환을 하는 경우이다[8].
● 2D 머리/몸통 회전 셋업
좀더 현실과 가까운 방향 전환을 위해서, 수직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셋업이다. 수직의 축은 머리가 될 수도 있고[9], 몸이 될 수도 있다[10]. 이러한 형태의 셋업은 잘 디자인된 경우에는, 매우 부드러운 방향 전환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정교한 공간 탐색 과제가 가능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실제 동물의 몸이 회전하며, 가상 공간의 시점은 변하지 않는다.
설치류에서의 가상현실을 이용한 발견
설치류에서 가상현실의 유용성을 알린 초기의 연구는 해마에서의 세포내 측정(intracellular recording)을 이용한 연구이다. 설치류의 해마의 신경 세포들은 공간 이동중에 신경 활동의 재생(replay) 등의 특정한 활동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기전을 밝히기 위해서는 세포내 측정을 이용해 막전위를 살펴보아야 한다. 하지만 세포내 측정은 매우 안정적인 탐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인지과제, 특히 공간 탐지 과제를 하는 이동 중인 동물에서 세포내 측정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 David Tank 연구실의 Christopher Harvey는 가상현실을 이용하여 머리의 움직임을 제한함으로써, 해마 뉴런의 세포내 활동을 측정할 수 있었다[11]. Harvey는 후속 연구에서 쥐가 가상의 통로를 이동하면서 특정 패턴을 이 나오면 이를 기억했다가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돌아서 선택을 해야 하는 인지과제를 개발 하였으며, 이를 통해 시각 자극의 기억이 필요한 의사결정 인지 과제에서 parietal cortex의 신경세포들이 순차적인 활동 패턴 (sequential activation)을 보임을 발견하였다[8].
가상현실의 또 다른 장점은 동물의 움직임과 시각 자극을 분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실제 환경에서는 한 걸음을 가면 반드시 한 걸음만큼의 시각 자극의 변화가 있지만, 가상 현실에서는 이 비율을 조절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실험적 조절을 통해 해마의 장소 세포(place cell)이나 내후각피질의 격자 세포(grid cell)의 성질을 연구하였다. 또한, 필자는 쥐가 보상을 향해 이동하는 도중에 순간 이동(teleportation)을 하거나 화면의 이동 속도를 변환하는 등의 조절을 통해 도파민 활동이 시간차 강화학습을 따른다는 것을 보였다[12].
초파리, 물고기에서의 가상현실 시스템
가상현실 시스템은 설치류와 영장류에 더하여 다양한 동물종의 뇌 활동 연구에도 이용되고 있다. 초파리에서는, 몸통을 고정한 채로 지름 1-2cm정도의 작은 구를 굴리면서 공간 탐색을 하는 셋업이 개발되었다, 이러한 셋업을 이용하여 초파리가 공간상의 방향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연구되었으며, 구체적으로는 방향 정보를 표상하는 뉴런의 활동이 ring attractor를 따른다는 것이 알려졌다[13]. 물고기에서는, 어항 주위에 시각 자극을 제시할 수 있는 모니터를 배치하여 물 속의 가상 공간을 헤엄치는 물고기(zebrafish)를 이용한 셋업이 개발되었다[14]. 물고기는 물 속의 가상 통로를 이동하며 특정 패턴의 통로는 약한 전기 자극이 주어지도록 하는 회피 과제가 개발되었다. 이광자 현미경으로 신경세포의 활동을 관찰함으로써, 특정 뉴런들이 회피학습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일 수 있었다[15].
마치며
가상현실 기술은 이미 교육, 안전, 스포츠,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본 기고에서는 동물 뇌과학 연구에 쓰이는 가상현실의 원리와 종류, 관련 연구에 대해 알아보았다. 가상현실은 기초과학 영역을 넘어서 이미 각종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치료를 위해 트라우마에 대한 간접 노출을 통한 행동 치료에 이용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각종 VR 고글 제품은 점점 대중화되고 있고, 뇌전도(electrocencephalography, EEG)등의 뇌 활동 측정 장치와의 결합은 가상 환경에서의 뉴로 피드백을 통해 정신 질환이나 뇌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공할 수 있으며, 뇌조절 장치와의 결합도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문헌
①Fajen, B. R. (2001). Steering toward a goal by equalizing tau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Human Perception and Performance, 27(4), 9537/0096-1523.27.4.953">https://doi.org/10.1037/0096-1523.27.4.953
②Leighty, K. A., & Fragaszy, D. M. (2003). Primates in cyberspace: Using interactive computer tasks to study perception and action in nonhuman animals. Animal Cognition, 6(3), 137 href="https://doi.org/10.1007/s10071-003-0177-8">https://doi.org/10.1007/s10071-003-0177-8
③Sato, N., Sakata, H., Tanaka, Y., & Taira, M. (2004). Navigation in virtual environment by the macaque monkey. Behavioural Brain Research, 153(1), 287 https://doi.org/10.1016/j.bbr.2003.10.026
④Kim, H. R., Angelaki, D. E., & DeAngelis, G. C. (2015). A novel role for visual perspective cues in the neural computation of depth. Nature Neuroscience, 18(1), 129-137. https://doi.org/10.1038/nn.3889
⑤Kim, H. R., Angelaki, D. E., & DeAngelis, G. C. (2016). The neural basis of depth perception from motion parallax. Phil. Trans. R. Soc. B, 371(1697), 20150256. https://doi.org/10.1098/rstb.2015.0256
⑥Holscher, C., Schnee, A., Dahmen, H., Setia, L., & Mallot, H. A. (2005). Rats are able to navigate in virtual environments. The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8(3), 56110.1242/jeb.01371">https://doi.org/10.1242/jeb.01371
⑦Pinke, D., Issa, J. B., Dara, G. A., Dobos, G., & Dombeck, D. A. (2023). Full field-of-view virtual reality goggles for mice. Neuron, 111(24), 3941-3952.e6. https://doi.org/10.1016/j.neuron.2023.11.019
⑧Harvey, C. D., Coen, P., & Tank, D. W. (2012). Choice-specific sequences in parietal cortex during a virtual-navigation decision task. Nature, 484(7392), 62-68. https://doi.org/10.1038/nature10918
⑨Chen, G., King, J. A., Lu, Y., Cacucci, F., & Burgess, N. (2018). Spatial cell firing during virtual navigation of open arenas by headrestrained mice. eLife, 7, e34789. https://doi.org/10.7554/eLife.34789
⑩Aronov, D., & Tank, D. W. (2014). Engagement of Neural Circuits Underlying 2D Spatial Navigation in a Rodent Virtual Reality System. Neuron, 84(2), 442-456. https://doi.org/10.1016/j.neuron.2014.08.042
⑪Harvey, C. D., Collman, F., Dombeck, D. A., & Tank, D. W. (2009). Intracellular dynamics of hippocampal place cells during virtual navigation. Nature, 461(7266), 941"https://doi.org/10.1038/nature08499">https://doi.org/10.1038/nature08499
⑫Kim, H. R., Malik, A. N., Mikhael, J. G., Bech, P., Tsutsui-Kimura, I., Sun, F., Zhang, Y., Li, Y., Watabe-Uchida, M., Gershman, S. J., & Uchida, N. (2020). A Unified Framework for Dopamine Signals across Timescales. Cell, 183(6), 1600-1616.e25. https://doi.org/10.1016/j.cell.2020.11.013
⑬Kim, S. S., Rouault, H., Druckmann, S., & Jayaraman, V. (2017). Ring attractor dynamics in the Drosophila central brain. Science, 356(6340), 849-853. https://doi.org/10.1126/science.aal4835
⑭Huang, K.-H., Rupprecht, P., Frank, T., Kawakami, K., Bouwmeester, T., & Friedrich, R. W. (2020). A virtual reality system to analyze neural activity and behavior in adult zebrafish. Nature Methods, 17(3), 343-351. https://doi.org/10.1038/s41592-020-0759-2
⑮Torigoe, M., Islam, T., Kakinuma, H., Fung, C. C. A., Isomura, T., Shimazaki, H., Aoki, T., Fukai, T., & Okamoto, H. (2021). Zebrafish capable of generating future state prediction show improved active avoidance behavior in virtual reality. Nature Communications, 12(1), 5712. https://doi.org/10.1038/s41467-021-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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