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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동향

세포의 대화: 간극연접의 연구 방법과 생리적 역할

  • 등록일2024-12-10
  • 조회수706
  • 분류기술동향 > 생명 > 생명과학

 

 

세포의 대화: 간극연접의 연구 방법과 생리적 역할


 

◈본문

[이온통로와 간극연접]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소수성 지질막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이 지질막은 세포 내부와 외부를 구분해 세포 고유의 생리적 환경을 유지합니다. 이온통로(Ion channel)는 세포막을 관통하는 특수한 단백질로, 특정 이온이 세포 내외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합니다. 지질막 자체는 친수성 분자가 통과하기 어려운 소수성 장벽을 형성하고 있어, 이온과 같은 큰 극성 분자는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고 이온통로를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세포는 물질 이동이나 활동전압과 같은 전기적 신호 전달을 위해 이온통로를 활용합니다. 우리 몸에는 다양한 이온통로가 존재하며, 전압 변화, 리간드 결합, 기계적 자극 등 다양한 신호에 의해 열리거나 닫히도록 조절됩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이온통로는 신경 및 근육세포의 신호 전달, 세포 부피 조절, 칼슘 이동 등 여러 생리적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오랫동안 생리학자들의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일반적으로 세포 내부와 외부의 이온 농도와 전위 차이에 따라 이온이 세포 안팎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나 특수한 형태의 이온통로인 간극연접(Gap junction)은 인접한 두 세포를 연결하여 두 세포가 전기적 및 화학적 신호를 직접 교환할 수 있게 합니다. 각각의 세포에 개별적으로 발현된 커넥신(Connexin) 단백질이 상호 결합하면서, 안정적인 구조로 두 세포를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통로를 형성합니다 (그림1A-B).

간극연접은 단순히 이온만을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신호 분자, 대사산물과 같은 더 큰 분자들도 직접 이동할 수 있도록 하여 세포 간 빠르고 동기화된 신호 전달을 가능하게 합니다. 따라서 간극연접은 개별 세포의 내부 환경을 조절하는 이온통로와는 달리, 여러 세포가 하나의 단위처럼 기능하도록 돕습니다. 간극연접으로 인해 심장근세포나 신경계와 같은 조직에서 동기화된 활동과 신호 전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며, 생리적 기능이 조화롭게 유지됩니다.

그림 1.

그림 1. 이온통로는 단일 세포 막에 발현되어 있으며, 세포 내-외부의 전기적 신호를 만듭니다. 간극연접은 세포와 세포 사이의 전기적 신호를 만들어내고 (A), 분자적으로 안정된 구조를 보입니다 (B). Dual voltage-clamp 기법을 이용하여 간극연접의 전기생리 특성을 연구합니다 (C).


[간극연접의 생리적 역할]

심장은 전기 신호에 의해 조절되는 혈액 펌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혈액은 심장의 위쪽 방(심방)으로 들어온 후, 심방의 수축과 심실의 이완을 통해 아래쪽 구획인 심실로 보내집니다. 심실은 심방보다 약 0.5초 후에 수축하며, 이때 우심실은 혈액을 폐로, 좌심실은 전신으로 밀어냅니다.

심실의 펌프 작용에 중요한 근육층은 긴 끈처럼 심장벽의 바깥쪽에서 시작해 나선형으로 감싸면서 내려갔다가, 심장 끝(심첨부)에서 안쪽으로 다시 감겨 올라가는 이중 꼬임 배열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이 미세구조 덕분에 심장은 수축 시 복잡한 비틀림과 회전 운동을 동시에 수행하며, 마치 빨래를 짜듯이 강력하게 혈액을 밀어내게 됩니다 [1].

심장근세포는 수축할 때 개별 근절 길이가 약 15% 정도 줄어들지만, 심장 전체로는 이완기 심실 용적 대비 60% 이상의 혈액을 한 번의 수축으로 배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러한 이중 꼬임 배열을 통해 심장근세포들이 ‘동시에’ 수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즉, 심장근세포들이 동시 수축하는 것은 심장 기능에 매우 중요합니다.

심장근세포의 측면에는 세포 간 신호 전달과 전기적 연결을 담당하는 간극연접이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많은 양의 간극연접이 고속도로처럼 세포 간 전기 신호 전달을 지원하여, 심장의 푸르킨예 섬유(Purkinje fiber)와 더불어 심장근세포들이 하나의 세포처럼 동시 수축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3].


[간극연접 연구의 역사와 현재]

1960년대 전기생리학자들은 근육의 전자현미경 구조를 관찰하는 도중 이상한 구조를 발견합니다. 근접한 두 세포 사이에 구멍이 뚫린듯한 특수한 연결이 관찰되었고, 이 구조를 통해 세포간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는 가설이 등장했습니다 [4, 5]. 초기에는 이런 구조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세포 내 연결 (Intracellular connection)”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60년대 후반 몇개의 연구 그룹에서 초기 전기생리 기법을 이용하여, 연결되어 보이는 근접한 두 세포의 전기적 신호를 직접 측정했습니다. 놀랍게도 이온과 작은 분자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을 발견하였고, 세포 간 전기적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는 이론이 구체화되었습니다 [6, 7].

이후 패치클램프 기법이 개발되어 전기생리 방법론이 크게 발전한 뒤, 1990년대까지 많은 연구진이 세포 간 연결에 대한 전류를 기록하여 그 특성을 보고하였습니다 [8-10]. 이 시기의 연구를 통해 간극연접(Gap junction)이라는 개념도 정립되었고, 간극연접이 커넥신(Connexin)이라는 단백질로 구성된 일종의 이온통로라는 것도 규명되었습니다. 동시에 신경과 심장에서 간극연접이 생리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알려졌으며, 다양한 종류의 커넥신 단백질도 발견되었습니다. 인간은 21종의 서로 다른 커넥신을 발현하며, 각 분자의 크기에 따라 이름이 명명됩니다 (Cx43, Cx21 등). 각 동형 단백질(Isoform)은 고유한 생리적 특성을 갖고 다양한 조직에 발현되어 역할을 하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간극연접의 다양성과 생리 기능이 알려지자 많은 연구자들은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세포 간 환경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세포의 죽음 또는 손상에 의해 인접 세포가 영향을 받을 것이며 독립된 세포 내 환경의 유지가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러한 의문은 90년대 후반에 밝혀진 간극연접의 이온 선택성과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며 해소되었습니다. 칼슘 이온이나 pH의 작은 변화에도 간극연접이 쉽게 닫히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11]. 예를 들어, 옆의 세포의 세포막이 손상되어 세포 내로 칼슘이 유입되면 즉시 간극연접이 닫히게 됩니다. 침수 시 배 전체가 가라앉는 것을 막기 위해 선박의 내부에 수많은 격실이 있는 것처럼, 간극연접은 작은 자극에도 쉽게 닫혀 옆의 세포를 보호하는 특성이 발견되었습니다.

다양한 조직에 발현되어 특수한 생리 역할을 수행하며, 개폐 기전에 의해 정교하게 조절되는 간극연접의 연구는 많은 생리학자의 관심을 받아 크게 발전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간극연접의 전기생리 연구는 많이 수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간극연접의 전기생리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실은 3-5개 정도밖에 없습니다. 이는 새로운 간극연접의 발견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몇 개의 다른 단백질(Innexin, Pannexin)이 제한된 환경에서 간극연접을 형성하는 것이 보고되긴 하였으나 [12, 13], 새로운 간극연접 형성 단백질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연구 방법이 까다롭고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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