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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동향

형광 편광 모달리티 접목을 통한 감염병 진단 기술의 고도화

  • 등록일2025-03-21
  • 조회수242
  • 분류기술동향 > 레드바이오 > 의약기술

 

 

형광 편광 모달리티 접목을 통한 감염병 진단 기술의 고도화

 

 

◈본문


1. 본문

   지난 수십 년간 SARS, MERS, 조류 인플루엔자, 지카, 에볼라와 같은 바이러스성 병원체들은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사회,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였다[1-3]. 특히 COVID-19 팬데믹은 감염병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고 공중보건을 위협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4, 5]. 전 세계가 서로 긴밀히 연결된 상황은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화하였고, 이와 함께 감염과 항생제 내성 문제가 더욱 심화되었다[6-8]. 미국은 매년 200만 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고, 그 중 9만 명 이상이 사망에 이른다[9-11]. 이러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려면 신속, 정확한 진단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적시에 질병을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행함으로써 감염병의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진단 표준, 세균 배양법은 시간(5~7일)이 오래 걸리고 복잡하다. RT-qPCR 기반 핵산 검사는 보다 간소화되었지만, 정교한 온도 조절 기능을 갖는 고가의 장비와 복잡한 작업 절차를 요구하여 병원 또는 전문진단센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12, 13].

등온 핵산 증폭법은 일정한 온도에서 작동하므로 별도의 장비를 동반하지 않아도 활용 가능하며, CRISPR/Cas 기술을 접목하여 민감도와 특이도를 향상하였다[14-18]. 하지만, 형광 검출 신호에 의존하므로, 외부 잡음(noise)에 취약하고 형광체(fluorophore)와 소광체(quencher)가 표지된 고비용 리포터(reporter)를 필요로 한다[19-21]. 한편, 형광 편광(fluorescence polarization)은 경제성과 민감도가 높은 진단 모달리티(modality)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현장진단(point-of-care, POC) 응용에 높은 잠재력을 갖는다[22].

본 칼럼에서는, 이름이 비슷하여 언뜻 형광과 같은 기술로 착각할 수 있지만 엄연히 그 본질은 다른 형광 편광 모달리티의 원리와 이를 활용한 감염병 핵산 진단, 현장진단으로의 응용, 그리고 미래 제언을 다루고자 한다.



2. 형광 편광의 원리

   형광 편광은 선형으로 편광된 빛으로 형광 분자를 조사한 후 방출되는 빛의 편광 상태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형광 분자의 미시적인 회전 속도는 분자의 분자량, 용매의 점도, 온도 등에 따라 달라지며, 회전 속도가 느릴수록 방출된 빛의 편광은 유지된다. 편광 값은 방출된 빛의 평행 및 수직 성분의 차이를 그 합으로 나누는 계산으로 산출된다. 비율적(ratiometric) 계산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형광 편광은 외부 잡음에 대해 안정적이고, 높은 신뢰도의 고 민감도를 제공한다. 즉, 미세한 신호 변화가 외부 잡음이 아닌 미량의 표적물질에 의한 것임을 전제할 수 있다. 또한 소광체가 필요 없으므로 값싼 리포터를 사용할 수 있어 형광에 비해 경제적이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형광 편광은 감염병 진단 분야에서 세척/분리 과정이 필요 없는 간편한 균질 검사(homogeneous assay) 개발에 활용되고 있고, 소형 진단 장치와 통합되어 현장진단 적용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21, 23].

3. 핵산 진단

3.1. PCR

  RT-qPCR은 감염병 핵산 진단의 대표적인 방법으로, 병원체의 유전자를 증폭하여 검출한다. 이 방법은 SYBR Green I과 같은 이중가닥 DNA 결합 염료나, 형광체와 소광체가 표지된 리포터를 활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리포터는 설계와 비용 면에서 한계가 있다.

형광 편광은 PCR에 소광체가 없는, 여러 파장대의 리포터를 도입해 검사 비용을 절감하고 병원체 다중 검출을 가능하게 하였다. 각 병원체 유전자가 공유하는 보존영역(conserved region)을 프라이머(primer) 결합 부위로 지정하여 한 쌍의 프라이머만 사용하고, 각 리포터가 병원체에 따라 다른 증폭 산물의 가변영역(variable region)에 결합하여 표적 병원체에 특이적인 형광 편광 신호를 확보한다. 이를 통해, B형 간염 바이러스(HBV) 유전자형을 분석하고, 생식기 감염 병원체 및 헤르페스 바이러스(HSV)에 의한 동시 감염을 진단하였다[24, 25].

또한, 단일 염기 신장 PCR (single base extension PCR)을 기반으로 특정 염기 변이에 기인한 HBV의 항바이러스제 내성 변이를 효율적으로 탐지하였다[26, 27].

3.2. 등온 핵산 증폭법

  등온 핵산 증폭법(isothermal nucleic acid amplification)은 온도 조절이 필요 없어 장비를 간소화하고 휴대성을 높이는 데 용이하다. 대표적인 등온 핵산 증폭법인 가닥 변위 증폭법(strand displacement amplification; SDA)에 형광 편광을 접목하여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 MTB)을 단 15분 만에 단일 유전자 수준으로 감지하였다[28]. 표적 유전자는 핵산중합효소(DNA polymerase)와 절단효소(nicking enzyme)와 함께 5’ 말단에 절단효소 인식부위를 갖는 프라이머와 반응하여 신장, 절단, 가닥 변위로 구성된 2개의 절단 증폭 순환 반응(nicking amplification cycle)을 유도한다. 두 순환 반응은 상호 간에 반응을 가속화할 수 있는 템플릿 DNA를 제공하며 기하급수적인 증폭을 촉진하여 많은 양의 증폭 산물을 생성한다. 리포터는 증폭 산물에 결합하여 분자량 증가에 따른 형광 편광 신호 변화를 보인다.

한편, 해당 기술은 다중 병원체를 동시에 분석하기에는 제약이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추가적인 리포터 설계와 그에 맞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3.3. 효소 활성 제어 기술 및 현장진단으로의 적용

  효소 활성 제어 기술은 한 종류의 리포터로 여러 종류의 표적 유전자를 검출할 수 있다[21]. 표적 유전자에 상보적인 단일가닥 돌출부(overhang)를 갖는 헤어핀 형태의 검출 프로브는 표적 유전자와 결합하여 핵산중합효소에 결합해 핵산중합효소 활성을 저해한다. 이 결과, 핵산중합효소에 의한 프라이머 신장 및 리포터 절단 반응은 일어나지 않고 리포터의 높은 형광 편광 값은 유지된다. 설계 측면에서 검출 프로브와 리포터는 독립적이므로 동일한 리포터를 여러 종류의 표적 유전자 검출에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설계가 간단하며 분석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단일 튜브에서 20분 이내에 식중독을 유발하는 Salmonella 균을 1 CFU/mL 수준까지 검출하였고, 서로 다른 Salmonella 균주를 구분하였다.

본 기술은 상온, 단일 반응기에서 한번에 분석 반응을 수행하므로, 소형 진단 장치에 결합하여 현장진단에 적용하기에 적합하다. 장치를 모듈화 하고, 각 모듈은 시료 홀더, 형광 편광 측정, 신호 처리를 담당하게 하였다. 특히, 잠금 신호 증폭 방식(lock-in signal amplification)을 통해 소음대비신호비(signal-to-noise ratio)를 증폭하여, 소형 장치라는 제약적인 설계 조건 하에서도 시중의 광학 신호 측정 장치에 버금가는, 신뢰할 만한 수준의 신호 측정 능력을 확보하였다.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과 연동하고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원격에서 즉각적인 검사 및 분석을 지원하였다. 이를 통해 원내감염(hospital-associated infection) 병원체 감염 여부, 균 종, 항생제 내성 및 병원성을 분석하였다[23].

3.4. CRISPR/Cas

  CRISPR/Cas는 본래 박테리아의 자가 면역 시스템으로 외부 유전자를 특이적으로 인식하여 절단한다. 이때, 외부 유전자 뿐만 아니라 주위의 유전자 또한 무작위로 자르는 것이 밝혀졌다[16]. 이후, 표적 유전자를 인식해 주위의 리포터를 무작위로 잘라 검출 신호를 증폭하는 방식으로 진단 분야에 널리 활용되었다. 특히, 등온 핵산 증폭법에 접목하여 DETECTR, SHERLOCK 기술을 개발하였고, 이는 민감도와 특이도를 향상하고 COVID-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진단 분야에 집중적으로 활용되었다[16, 18]. 하지만, 해당 기술은 등온 핵산 증폭 반응과 CRISPR/Cas 반응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므로, 활용도가 제한적이다.

이후, 등온 핵산 증폭법에 쓰이는 핵산중합효소의 가닥 변위 활성이 이중가닥 형태의 표적 유전자를 단일가닥 형태로 풀어주어 Cas12a/guide RNA 복합체의 guide RNA가 핵산 증폭 반응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표적 유전자에 결합하여 Cas12a의 리포터 절단 활성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 점에 착안하여, 등온 핵산 증폭 반응과 CRISPR/Cas 반응을 등온, 단일 반응기, 단일 단계로 수행할 수 있는, 이른 바, all-in-one 유전자 검출 기술이 개발되었다[29]. 이를 COVID-19 바이러스 검출에 적용하여 바이러스 RNA를 20분 내에 3 copies/μL 수준까지 검출하였다. 즉, 온도 조절 없이 20분 만에 PCR에 버금가는 수준의 민감도를 확보하였다.

4. 맺음말

   형광 편광은 감염병 진단 분야에 형광의 대안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소광체가 필요 없는 리포터와 호환되어 검사비용을 줄이고, 외부 신호 방해 요소에 대해 높은 안정성을 제공한다. 이는 세팅과 절차를 간소화하여 세척/분리 단계 없이 신속한 진단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강점은 특히, 현장진단 분야에서 빛을 발한다. 소형화된 장치에 손쉽게 접목될 수 있으며, 현장에서 다양한 병원체와 변이를 통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편, 형광 편광 기반 감염병 진단 기술의 발전을 위해 다음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시료 전처리와 유전자 검사 단계를 통합하여 사용자 개입을 줄이고 검사 속도를 높여야 한다. 이는 시료 오염으로 인한 위양성 신호를 방지하여 검사의 정확성 또한 높일 것이다.

둘째, 유전자 증폭 없이도 높은 수준의 형광 편광 신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해야 한다. 가령, 표적 유전자가 검출 프로브의 자기조립을 일으켜, 검출 프로브 내의 형광체의 드라마틱한 분자량 변화를 유도하는 반응 회로를 생각해볼 수 있다[30, 31]. 이는 반응은 단순화 하되 높은 민감도를 확보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접근법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종 감염병 및 변이의 출현과 대규모의 진단 수요에 항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기개발 또는 추후 개발될 진단 기술의 검출 프로브 설계 로직을 확립하여야 한다. 이는 유사시 검출 프로브의 즉각적인 설계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광학 시스템 설계의 정밀화 및 소형화를 통해, 진단 장치의 ‘휴대성’을 전제로, 다중 검출 및 고처리 성능을 확보하여야 한다[32, 33].

이와 같은 노력들이 수반된다면, 형광 편광 기반 진단 기술은 감염병의 효과적 관리와 공중보건 개선에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다. 더 나아가, 가까운 미래에 실제 의료 현장에서 형광 편광 기반 진단 장치가 활용될 날이 오길 기대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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