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들이 신규 물질 개발을 위한 합성 실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생명연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들이 신규 물질 개발을 위한 합성 실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생명연 제공

고대 그리스 신화의 트로이 전쟁에서 유래한 ‘트로이 목마 작전’이 현대 과학에서 ‘세균 사냥용 항생제 전달 전략’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세균은 생존을 위해 철(Fe)이 필수적이지만 체내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시데로포어(siderophore)라는 특수 분자를 분비해 철을 끌어들이는데, 과학자들은 여기에 항생제를 결합해 세균을 속이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세균은 철을 삼켰다고 믿지만 실상은 자기 자신을 죽이는 무기를 받아들인 셈이다. 이 전략은 항생제 내성을 가진 세균에도 적용 가능하다.

◇ 철처럼 속이는 항생제

'트로이 목마 작전'처럼…세균 사냥용 항생제 전달 전략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 제약사가 개발한 항생제 세피데로콜(Cefiderocol)이다.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에 시데로포어 구조를 결합한 이 약물은, 트로이 목마처럼 세균 세포 안으로 침투해 세포벽 합성을 저해해 사멸을 유도한다.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시데로포어 기반 항생제다. 특히 내성균인 녹농균과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등에 효과가 입증됐다. 또 다른 후보물질 BAL30072는 아직 임상 단계지만 시데로포어 유도체와 강력한 항생제를 결합한 구조로 세균을 속여 침투한다. 철을 가장한 전사처럼 행동하며 내성균에 대한 대안으로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