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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동향

분자 접착 기술 동향

  • 등록일2025-11-21
  • 조회수75
  • 분류기술동향 > 생명 > 생물공학

 

 

분자 접착 기술 동향


◈본문

요약문

분자접착제(Molecular Glue) 기술은 유도 근접성(Induced Proximity)이라는 혁신적 원리를 바탕으로 현대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차세대 치료 모달리티다. 1990년대 면역억제제 연구에서 우연히 발견된 이 기술은 2010년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의 분자 메커니즘 규명을 계기로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으며, 현재는 AI 기반 합리적 설계 기술과 융합되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진화를 경험하고 있다. 분자접착제는 링커가 없는 단일 화합물로서 두 단백질 간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PROTAC과 근본적으로 구별된다. PROTAC이 링커로 연결된 이분자 구조를 통해 주로 표적 단백질 분해(TPD)에 특화되어 있는 반면, 분자접착제는 작은 분자량(500 Da 이하)과 우수한 약물동태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단백질 분해를 넘어 단백질 안정화,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PTM), 신호전달 조절 등 광범위한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분자접착제 시장은 향후 10년간 전례 없는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분자접착제 시장은 2024년 5억 4,400만 달러에서 2030년 16억 8,5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성장률 20.8%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부터 현재까지 총 30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졌으며, Bristol Myers Squibb를 중심으로 한 대형 제약회사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파트너십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현재 20여 개의 분자접착제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성공이 업계 전체에 미칠 파급효과와 차세대 기술 발전 방향에 대한 통찰이 중요하다. 분자접착제 기술은 현재 '약물화 불가능한' 표적으로 여겨지는 인간 프로테옴의 85%에 접근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로 평가받고 있으며, 21세기 정밀의학의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하며 난치성 질환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키워드

#Molecular Glue(분자접착제)   #Induced Proximity(유도 근접성)   #Monovalent(단가)   #Bivalent(이가)   #PROTAC   #Neosubstrate(신생기질)   #CRBN (Cereblon)   #Event-driven Pharmacology(사건 기반 약리학)   #Rational Design(합리적 설계)  

분야

의약학 > 약학

목 차

1. 서론
  1.1 유도 근접성 기술의 개념과 중요성
  1.2 분자접착제 vs PROTAC: 플랫폼 기술로서의 차별점
  1.3 분자접착제의 역사적 맥락과 진화
2. 분자접착제 기술의 역사적 발전(과거)
  2.1 개념의 탄생과 과학적 기반 구축
  2.2 비극에서 희망으로의 전환
  2.3 상업적 성공과 시장 형성
  2.4 초기 단계의 한계와 도전
3. 현재 기술 현황과 생태계(현재)
  3.1 연구 및 기술개발 측면
  3.2 임상개발 측면
  3.3 사업개발 측면
4. 미래 발전 방향과 전망(미래)
  4.1 연구 및 기술개발 측면
  4.2 임상개발 측면
  4.3 사업개발 측면
5. 결론 및 제언
6. 참고문헌


1. 서론

1.1. 유도 근접성 기술의 개념과 중요성

신약 개발 분야에서 '유도 근접성(Induced Proximity)'은 저분자 화합물을 통해 두 개 이상의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가깝게 배치하여 특정 생물학적 결과를 이끌어내는 혁신적인 개념이다 [1]. 이 기술의 핵심은 자연 상태에서는 상호작용하지 않거나 매우 약하게 결합하는 단백질들 사이에 새로운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PPI)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전통적인 소분자 치료제는 특정 단백질의 활성 부위에 결합하여 그 기능을 억제하거나 활성화하는 "점유 기반(occupancy-based)"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명확한 활성 부위를 가진 표적에는 효과적이지만, 전사인자, 스캐폴딩 단백질,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등 "약물화 불가능(undruggable)"한 표적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보인다. 실제로 인간 프로테옴의 약 80-85%는 기존 소분자 접근법으로는 치료적 개입이 어려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

유도 근접성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시한다 [10]. 단일 화합물을 통해 두 단백질 간의 물리적 근접성을 유도함으로써,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다양한 치료적 전략을 구현할 수 있다:

- 표적 단백질을 세포 내 분해 기구인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Ubiquitin–Proteasome System, UPS)으로 유도하여 완전한 제거 달성
- 비활성 상태의 효소 복합체를 안정화시켜 새로운 촉매 활성 창출
- 전사인자와 보조 활성인자(co-activator)의 결합을 유도하여 특정 유전자 발현 조절

이러한 접근법의 이론적 장점은 매우 크다. 첫째, 촉매적(catalytic) 작용 메커니즘으로 인해 낮은 농도에서도 높은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 둘째, 삼중 복합체 형성 시 나타나는 협력성(cooperativity) 효과로 인해 높은 선택성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표적 단백질의 완전한 제거나 새로운 기능 창출을 통해 기존 억제제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넷째, 약물 내성 기전을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한다.

현재 유도 근접성 기술은 종양학을 중심으로 면역학/염증, 신경과학, 희귀질환, 심혈관대사 등 다양한 치료 영역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2022-2025년 기간 동안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지는 등 전례 없는 관심을 받고 있다.

1.2. 분자접착제 vs PROTAC: 플랫폼 기술로서의 차별점

유도 근접성(Induced Proximity) 기술은 두 개 이상의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근접시켜 새로운 생물학적 기능을 창출하는 혁신적 접근법이다. 이 기술은 결합 부위의 수와 작용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단가(Monovalent) 화합물과 이가(Bivalent) 화합물이다.

그림 1. 유도 근접성 기술의 2가지 방식 비교그림 1. 유도 근접성 기술의 2가지 방식 비교 - Monovalent vs. Bivalent
 (출처: Current Opinion in Structural Biology 2024, 86:102811)


1.2.1. 유도 근접성 기술의 분류 체계

Bivalent 화합물의 대표격인 PROTAC (Proteolysis-Targeting Chimeras) 및 기타 이기능성(bifunctional) 화합물들은 표적 단백질 결합 부위(target-binding warhead), 효과기 단백질 결합 부위(effector protein-binding moiety),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링커(linker)로 구성된 삼부분 구조를 갖는다[11]. 두 개의 독립적인 결합 부위를 통해 표적 단백질과 효과기 단백질(E3 ligase, DUB, 키나아제 등)에 각각 결합하는 "분자 클립"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bivalent로 분류된다.

반면, Monovalent 분자접착제는 단일 분자(single molecule)이면서도 두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유도한다 [12]. 핵심은 분자접착제가 두 단백질에 대한 별도의 결합 부위를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주로 효과기 단백질(주로 E3 ligase)에만 결합하여 그 표면 구조를 미묘하게 변형(surface remodeling)시키고, 이로 인해 표적 단백질과의 새로운 결합 인터페이스를 생성한다. 표적 단백질과의 결합은 분자접착제에 의해 유도되는 간접적 결과로, 이것이 monovalent로 분류되는 이유다.

1.2.2. 구조적 차이점과 약물학적 의미

이기능성(bifunctional) 화합물들은 bivalent 구조로 인해 일반적으로 분자량이 700-1,500 Da에 이르며, 복잡한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Lipinski의 5법칙(Rule of Five)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beyond rule of five" 기준이 개발되어 이러한 대분자 약물 후보물질들의 약물학적 가능성이 재평가되고 있다.

분자접착제는 링커가 없는 단일기능성(monovalent) 화합물로서, 일반적으로 분자량이 500 Da 미만의 작고 단순한 구조를 갖는다. 이는 전통적인 소분자 의약품과 유사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보이며, 우수한 경구 생체이용률, 뛰어난 세포막 투과성, 혈액-뇌 장벽 통과 능력, 대사 안정성, 제조 용이성 등을 제공한다 [13].

1.2.3. 작용 메커니즘의 근본적 차이

PROTAC과 같은 이기능성 화합물들은 두 개의 별개 결합 부위를 통해 표적 단백질과 효과기 단백질에 동시에 결합하여 삼중 복합체를 형성하는 직접적 이중 결합(direct bivalent binding) 방식이다. 링커의 길이와 유연성, 두 결합 부위 간의 상대적 친화도 등이 복합체 안정성과 생물학적 활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분자접착제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먼저 효과기 단백질(또는 표적 단백질)에 결합하여 그 표면을 재구성하고, 이로 인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인터페이스(neo-surface)를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신생기질(neosubstrate)이라는 새로운 기질이 탄생하거나, 신생(neomorphic) 단백질 복합체가 형성된다. 표적 단백질과의 결합은 분자접착제에 의해 유도되는 협동적(cooperative) 상호작용의 결과다.

1.2.4. 기능적 다양성과 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

초기에는 PROTAC을 비롯한 이기능성 화합물들이 주로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을 통한 표적 단백질 분해(TPD)에 특화되어 있었지만, 현재는 훨씬 다양한 기능으로 확장되고 있다. DUBTAC(DUB 리크루터)을 통한 단백질 안정화, HEMTAC(HSP90 매개 키메라)을 통한 샤페론 활용, 그리고 키나아제, 포스파타아제, 아세틸 전이효소 등을 리크루트 하는 다양한 이기능성 화합물들이 개발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분자접착제 역시 광범위한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표적 단백질 분해뿐만 아니라 단백질 복합체 안정화, 효소 활성 조절, 전사 조절, 신호전달 경로 재배선, 번역 후 변형(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유도 등이 가능하다. 최근 보고된 KRAS-CYPA 분자접착제는 분해가 아닌 신호전달 억제를 통해 항암 효과를 발휘하는 대표적 사례다.

1.3. 분자접착제의 역사적 맥락과 진화

분자접착제의 개념은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보다 훨씬 앞서 등장했다. 1990년대 초, Cyclosporin A와 FK506의 작용 메커니즘이 규명되면서 유도 근접성을 통한 기능 조절이라는 분자접착제의 개념이 처음 제시되었다. 이들은 각각 cyclophilin과 FKBP12라는 이뮤노필린(immunophilin)에 결합한 후, calcineurin phosphatase와 삼중 복합체를 형성하여 그 활성을 억제함으로써 T세포 활성화를 차단하는 면역억제 효과를 나타낸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와 그 유도체들의 작용 메커니즘이 밝혀지면서 분자접착제 분야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탈리도마이드는 E3 ligase인 CRBN (Cereblon)에 결합하여 그 표면을 재구성함으로써 IKZF1/3(Ikaros/Aiolos) 등의 전사인자를 신생기질로 만들어 분해를 유도한다는 것이 규명되었다. 이는 분자접착제가 단순한 기능 억제를 넘어 표적 단백질의 완전한 제거까지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 획기적인 발견이었다.

현재 분자접착제 기술은 단순한 TPD 도구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유도 근접성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AI 기반 합리적 설계 기술의 도입, 새로운 E3 ligase의 발굴, 다양한 생물학적 기능의 구현 등을 통해 차세대 정밀의학의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monovalent 분자의 장점을 활용하여 중추신경계 질환, 자가면역질환, 희귀질환 등 기존 약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어, 유도 근접성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본 보고서는 분자접착제 기술의 발전을 과거-현재-미래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각 시점에서 연구 및 기술개발, 임상개발, 사업개발의 세 가지 핵심 축을 통해 균형 잡힌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구 및 기술개발 측면에서는 기전 이해의 진전, 구조생물학적 발견, 합리적 설계 기술의 발전, 신규 표적 및 E3 ligase 발굴, AI/ML 기술 적용 등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임상개발 측면에서는 파이프라인 현황, 임상 성과, 안전성 및 효능 프로파일, 적응증 확장 전략, 규제 환경 변화 등을 검토한다. 사업개발 측면에서는 시장 규모와 성장성, 투자 동향 및 M&A 활동, 경쟁 환경 분석, 사업 모델의 진화, 가치사슬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다각도 분석을 통해 분자접착제가 단순한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을 넘어 유도 근접성 기술의 핵심 플랫폼으로 발전해 온 과정을 체계적으로 조망하고, 향후 정밀의학 시대의 게임 체인저로서의 잠재력을 전망하고자 한다. 특히 현재 20여 개의 분자접착제가 임상시험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들의 성공이 업계 전체에 미칠 파급효과와 차세대 기술 발전 방향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자 한다.

2. 분자접착제 기술의 역사적 발전(과거)

분자접착제 기술은 유도 근접성 개념이 처음 등장한 이후 약 30년간 과학적 발견과 기술 발전을 거듭하며 상업적 성공까지 도달했다. 우연한 발견으로 시작되어 메커니즘을 체계적으로 규명하고 실제 치료제로 발전시킨 과정은 전환 연구가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그림 2. 분자 접착제 기술 개발의 주요 이정표그림 2. 분자 접착제 기술 개발의 주요 이정표


2.1. 연구 및 기술개발 측면: 개념의 탄생과 과학적 기반 구축

2.1.1. 분자접착제 개념의 기원(1990-1995)

분자접착제의 개념적 토대는 1991년 하버드 대학의 Stuart Schreiber와 스탠퍼드 대학의 Gerald Crabtree가 주도한 면역억제제 작용기전 연구에서 시작되었다 [14]. 1987-1991년 4년간의 집중 연구를 통해, Jun Liu 박사는 친화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해 사이클로스포린 A(Cyclosporin A)와 FK506(타크로리무스)가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함을 밝혀냈다.

이들 면역억제제는 직접 표적을 억제하는 대신, 단백질 간 새로운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보였다. 사이클로스포린 A는 사이클로필린 A와 결합한 후 칼시뉴린(calcineurin)을 모집하여 삼원 복합체를 형성하고, FK506은 FKBP12와 결합 후 같은 방식으로 칼시뉴린을 억제했다. 1992년 Schreiber가 "분자접착제(molecular glue)"라는 용어를 Cell 논문에서 공식 제안하며, 이 혁신적 개념이 학계에 정착되었다 [15].

이 발견의 중요성은 전통적인 약리학 패러다임의 전환에 있었다. 기존의 'lock-and-key' 또는 'induced-fit' 모델과 달리, 분자접착제는 두 개의 별개 단백질 사이에 위치하여 새로운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PPI)을 창출하는 '삼원 복합체(ternary complex)' 형성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이는 후에 PROTAC과 구별되는 분자접착제의 핵심 특성이 되었다.

2.1.2. 식물 호르몬에서의 검증과 확장(1995-2005)

분자접착제 개념은 식물 호르몬 옥신(auxin)의 작용 메커니즘 연구를 통해 더욱 구체화되었다 [16]. 1990년대 중반부터 연구자들은 옥신이 SCFTIR1 E3 ligase complex와 Aux/IAA 전사 억제자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직접 매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옥신은 F-box 단백질인 TIR1에 결합하여 구조적 변화를 유도하는 대신, E3 ligase와 표적 단백질 사이의 간격을 채우는 방식으로 최적이 아닌 단백질-단백질 인터페이스를 최적화했다 [17]. 이는 분자접착제가 단순히 두 단백질을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결합 표면을 확장하고 최적화하여 안정적인 복합체 형성을 촉진한다는 메커니즘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라파마이신(Rapamycin) 연구 또한 이 시기의 중요한 성과였다. 라파마이신은 FKBP12와 결합한 후 mTOR의 FRB 도메인과 상호작용하여 mTOR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분자접착제로 작용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분자접착제가 서로 다른 단백질 도메인을 연결하여 새로운 기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개념이 확립되었다.

2.1.3. 탈리도마이드 메커니즘의 발견(2005-2015)

분자접착제 연구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2010년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Hiroshi Handa 연구팀의 발견이었다. 새로운 ferrite glycidyl methacrylate (FG) 비드를 이용한 친화정제법으로 세레블론(CRBN)을 탈리도마이드의 직접 표적으로 규명한 것이다. 이 발견으로 CRBN이 CRL4 E3 유비퀴틴 ligase 복합체의 기질 수용체로 기능하며, 탈리도마이드 결합 시 기질 특이성이 변화하여 새로운 신생기질(neosubstrate)들이 분해된다는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2013-2014년에는 탈리도마이드와 그 유도체들이 CRBN에 결합하여 그 결합 표면을 변형시키고, 이를 통해 원래 CRBN과 상호작용하지 않던 전사 인자 IKZF1 (Ikaros)과 IKZF3 (Aiolos)을 새로운 신생기질로 변환시킨다는 구체적 메커니즘이 규명되었다. 이는 분자접착제가 표적 단백질 분해(TPD)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였다 [4, 18].

구조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탈리도마이드-CRBN-IKZF1 삼중 복합체의 결정구조가 해석되면서, 분자접착제가 어떻게 단백질 간 결합 표면을 새롭게 창출하는지에 대한 분자 수준의 이해가 확립되었다. 이러한 구조적 기반은 향후 합리적 설계를 통한 새로운 분자접착제 개발의 토대를 마련했다 [5].

2.2. 임상개발 측면: 비극에서 희망으로의 전환

2.2.1. 탈리도마이드의 비극적 역사와 재발견(1950-2000)

분자접착제의 임상개발 역사는 20세기 의학사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인 탈리도마이드 참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1953년 독일 그뤼넨탈(Grünenthal) 제약에서 개발된 탈리도마이드는 초기에 진정제 및 임신부 입덧 치료제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그러나 1961년 임신부 복용 시 심각한 사지기형(phocomelia)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약 1만 명 이상의 기형아가 태어났으며, 현대 약물 안전성 규제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탈리도마이드의 항염증 및 항혈관신생 효과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1994년 결절 홍반성 나병(erythema nodosum leprosum) 치료에서의 효능이 재발견되면서 제한적 사용이 허용되었다. 1999년 Singhal 등이 다발성 골수종 환자에서 탈리도마이드의 항종양 효과를 입증한 연구는 이 약물의 재평가를 이끌어냈다.

2.2.2. IMiDs 계열의 체계적 개발 (2000-2015)

탈리도마이드의 작용 메커니즘이 부분적으로 밝혀지면서, 제약회사들은 이 원리를 응용해 항암 효능은 그대로 유지하되 심각한 부작용은 개선한 차세대 면역조절 이미드 약물(IMiDs)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셀젠(Celgene)이 가장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이 분야를 개척해 나갔다.

레날리도마이드(lenalidomide, Revlimid®)는 2005년 골수이형성증후군(MDS) 치료제로 최초 승인되었으며, 2006년에는 다발성 골수종 적응증이 추가되었다. 레날리도마이드는 탈리도마이드 대비 진정 효과와 기형 유발 가능성을 현저히 줄이면서도 더 강력한 항종양 효과를 보였다. 임상시험 결과 무진행 생존기간을 2배 이상 연장시키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

포말리도마이드(pomalidomide, Pomalyst®)는 2013년 재발성/불응성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로 승인되었다. 포말리도마이드는 레날리도마이드 불응성 환자들에게도 효과를 보이는 가장 강력한 IMiD로, 기존 치료법이 실패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했다 [6].

2.2.3. 안전성 관리 체계의 확립

IMiDs 계열 약물의 임상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체계적인 위험 관리 시스템의 구축이었다. 탈리도마이드의 역사적 교훈을 바탕으로, 임신 가능 여성에 대한 엄격한 피임 지침, 정기적인 모니터링 체계, 특수 유통망(REMS, Risk Evaluation and Mitigation Strategies) 등이 확립되었다. 이러한 안전성 관리 체계는 이후 모든 분자접착제 임상개발의 표준 프로토콜이 되었다.

2.3. 사업개발 측면: 상업적 성공과 시장 형성

2.3.1. 셀젠의 전략적 포지셔닝과 IMiDs 프랜차이즈 구축

초기 분자접착제 시장은 셀젠의 혁신적 사업 전략에 의해 형성되었다. 1991년부터 탈리도마이드 유도체 개발에 집중한 셀젠은 외부 R&D 전략과 특수 유통망 구축을 통해 IMiD 프랜차이즈를 구축했다. 셀젠의 접근법은 단순한 제약회사를 넘어 '바이오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했다.

레날리도마이드는 출시 이후 빠르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되어 2018년 9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는 셀젠 전체 매출의 63%에 해당했다 [18]. 이러한 상업적 성공은 단일 분자접착제가 얼마나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2.3.2. 특허 전략과 시장 지배력 확보

셀젠은 IMiDs 관련 핵심 특허들을 체계적으로 확보하여 강력한 진입 장벽을 구축했다. 화합물 특허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 결정형, 조성물, 의학적 용도 등에 대한 광범위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여 후발 업체들의 진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특히 레날리도마이드의 경우 2022년까지 미국에서 독점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교한 특허 전략을 구사했다.

2.3.3. BMS 인수와 분자접착제 기술 가치의 정점

2019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셀젠을 740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 규모로 인수한 것은 분자접착제 기술의 상업적 가치를 증명하는 결정적 사건이었다. 이 인수는 단순히 매출 규모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분자접착제 플랫폼 기술의 미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결과였다.

BMS는 인수 이후 차세대 분자접착제인 CC-92480 (mezigdomide), CC-90009 등의 개발을 가속화하며 이 분야에서의 선도적 위치를 공고히 했다. 이러한 대형 인수 사례는 다른 제약회사들의 분자접착제 분야 진출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했다.

2.4. 초기 단계의 한계와 도전

이 시기의 분자접착제 기술은 여러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대부분의 발견이 우연한 발견(serendipitous discovery)에 의존했으며, 합리적 설계(rational design)를 위한 기술적 기반이 미흡했다. 둘째, 표적 범위가 주로 CRBN-기반 시스템에 국한되어 있어 다양성이 제한적이었다. 셋째, 구조-활성 관계(SAR)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체계적인 최적화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 확립된 과학적 기반과 상업적 성공 사례는 2010년대 중반 이후 분자접착제 분야의 폭발적 성장을 위한 토대가 되었다. 특히 탈리도마이드-CRBN 시스템의 메커니즘 규명은 합리적 설계 기반의 차세대 분자접착제 개발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3. 현재 기술 현황과 생태계(현재)

3.1. 연구 및 기술개발 측면

3.1.1. 구조생물학적 기반의 확립과 메커니즘 규명

현재 분자접착제 연구는 2010년 탈리도마이드의 분자 작용 메커니즘이 밝혀진 이후 급속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2010년 Ito 등의 CRBN (Cereblon) 발견에 이어, 2014년 Fischer 등이 X선 결정구조 분석을 통해 IMiDs가 CRBN 표면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기질 결합 부위를 생성한다는 것을 규명함으로써, 분자접착제의 구조생물학적 기반이 확립되었다 [19].

현재까지 연구된 분자접착제들은 크게 두 가지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첫 번째는 신생 표면 생성(neomorphic surface generation) 메커니즘으로, IMiDs가 CRBN의 tritryptophan 포켓에 결합하여 글루타리미드 링을 삽입함으로써 새로운 기질 결합 표면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IKZF1/3, CK1α, GSPT1 등의 신생기질(neo-substrate)들이 CRBN에 결합하여 분해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존 상호작용 안정화(stabilization of pre-existing interactions) 메커니즘으로, 분자접착제가 이미 존재하는 약한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강화시키는 방식이다. 분자동역학 연구에 따르면, 레날리도마이드는 CK1α의 β-hairpin 루프와 CRBN 간의 수소결합을 소수성 차폐(hydrophobic shielding)를 통해 안정화시킴으로써 결합 친화도를 크게 증가시킨다.

표 1. PROTAC vs Molecular Glue 특성 비교
표 1. PROTAC vs Molecular Glue 특성 비교   출처: [BRIC Bio리포트] 박창욱, 분자 접착 기술 동향, https://www.ibric.org/s.do?hmrBEOuCEX


3.1.2. E3 ligase 다양성 확장과 표적 범위 확대

CRBN 기반 분자접착제의 성공에 이어, 인간 게놈에 존재하는 600개 이상의 E3 ligase 중 새로운 표적을 활용한 분자접착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19].

DCAF15는 항암성 설폰아마이드(aryl sulfonamides)인 인디설팸(indisulam)과 E7820이 RBM39와 RBM23 등의 RNA 결합 단백질을 분해하도록 유도하는 E3 ligase로 확인되었다 [21].

VHL (von Hippel-Lindau) 기반 분자접착제는 CDO1 (cysteine dioxygenase) 분해를 유도하며, SIAH1을 통한 BCL6 분해제(BI-3802)도 성공적으로 개발되었다 [22].

최근 주목받는 연구 성과는 RNF126, SCFβ-TrCP, CRL2VHL 등 새로운 E3 ligase들을 활용한 분자접착제 개발이다. 특히 조직 특이적(tissue-specific)으로 발현되는 E3 ligase들을 활용한 선택적 단백질 분해 기술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차세대 치료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표 2. 분자 접착제 분해제의 표적 기질 및 E3 ubiquitin ligase 요약(출처: Trends Biochem Sci. 2025 Feb;50(2):134-142.)
표 2. 분자 접착제 분해제의 표적 기질 및 E3 ubiquitin ligase 요약(출처: Trends Biochem Sci. 2025 Feb;50(2):134-142.)   출처: [BRIC Bio리포트] 박창욱, 분자 접착 기술 동향, https://www.ibric.org/s.do?hmrBEOuCEX


3.1.3. 합리적 설계 기술의 비약적 발전

기존의 우연한 발견(serendipitous discovery)에서 벗어나 구조 기반 약물설계(structure-based drug design)를 통한 합리적 접근법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IKZF2 선택적 분해제인 NVP-DKY709는 IKZF2의 H141과 π-π 상호작용을 형성하지만 IKZF1/3의 Q146과는 입체적 충돌을 일으키도록 설계되어 높은 선택성을 달성한 대표적 사례다 [20].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기술의 도입으로 분자접착제 발굴과 최적화 과정이 혁신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DeepMind의 AlphaFold와 같은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은 기존에 구조 정보가 없던 E3 ligase들의 3차원 구조를 정확히 예측하여 새로운 분자접착제 표적을 발굴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29]. Graph neural network와 transformer 기반 모델들은 화학 구조와 단백질 상호작용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분자접착제 화합물을 설계하는 데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3.1.4. Proteomics 기술을 활용한 포괄적 표적 발굴

정량적 질량분석법(Quantitative mass spectrometry)과 열 프로테옴 프로파일링(thermal proteome profiling)을 결합한 비편향 프로테옴학(unbiased proteomics) 접근법은 분자접착제가 세포 내에서 상호작용하는 모든 단백질을 포괄적으로 식별할 수 있게 했다. 2024년 Nature Communications 연구에서는 298개의 CRBN 모집 가능한 단백질 표적이 확인되었으며, 1,600개 이상의 CRBN 호환 G-루프 단백질이 예측되어 분자접착제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19].

3.2. 임상개발 측면

3.2.1. 차세대 CRBN 조절제의 임상 진전

Bristol Myers Squibb는 차세대 CELMoD (Cereblon E3 Ligase Modulating Drug) 프로그램을 통해 분자접착제 임상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Iberdomide (CC-220)는 재발/불응성 다발성 골수종 대상 3상 EXCALIBER 시험을 진행하며 레날리도마이드 대비 우수한 효능을 보이고 있다 [23].

Mezigdomide (CC-92480)는 여러 3상 시험(SUCCESSOR-1, SUCCESSOR-2)이 동시 진행되며, 세레블론 결합률 100%로 이베르도마이드의 50% 대비 현저히 개선된 특성을 보인다 [24].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Eragidomide (CC-90009)로, GSPT1을 표적으로 하는 혁신적인 분자접착제로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서 유망한 초기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이는 IKZF 계열을 넘어선 새로운 표적으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표 3. 분자접착제 기술 임상개발 현황
표 3. 분자접착제 기술 임상개발 현황   출처: [BRIC Bio리포트] 박창욱, 분자 접착 기술 동향, https://www.ibric.org/s.do?hmrBEOuCEX



그림 3. MGD (molecular glue degrader) 주요 개발사 현황   출처: [BRIC Bio리포트] 박창욱, 분자 접착 기술 동향, https://www.ibric.org/s.do?hmrBEOuCEX그림 3. MGD (molecular glue degrader) 주요 개발사 현황
(출처: Beacon Targeted Therapies) 


3.2.2. 비CRBN 분자접착제의 임상 진입

Eisai의 E7820은 DCAF15-기반 분자접착제로 RBM39를 표적으로 하며,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및 골수이형성증후군에서 Phase II 임상을 진행 중이다 [25].

Novartis의 DKY-709는 IKZF2(Helios) 선택적 분해제로 비소세포폐암과 흑색종에서 Phase I/Ib가 진행되어 고형암 영역에서의 분자접착제 활용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20].

C4 Therapeutics의 CFT7455(세미지도마이드)는 차세대 IKZF1/3 분해제로서 1/2상 시험에서 단일요법 및 조합요법 모두에서 항골수종 활성과 면역조절 효과를 보이고 있다. 14일 투여/14일 휴약 스케줄이 최적 용법으로 확인되었다.

3.2.3. 병용요법과 바이오마커 기반 정밀의학

현재 임상개발에서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는 조합 치료법(combination therapy)의 체계적 접근이다. 분자접착제와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 세포독성 항암제 등을 조합한 다양한 병용요법 임상시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분자접착제와 PD-1/PD-L1 억제제의 조합은 면역미세환경 개선과 항종양 면역반응 증강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바이오마커 기반 환자 선별과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 접근법이 임상시험 설계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표적 단백질의 발현 수준, 유전자 변이 상태, 단백질 분해 기전의 활성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분자접착제 치료에 가장 적합한 환자군을 사전에 식별하는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3.2.4. 안전성 프로파일과 관리 전략

기존 thalidomide 계열에서 확립된 위험 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되, 새로운 메커니즘의 분자접착제들에 대해서는 맞춤형 안전성 모니터링 체계가 구축되고 있다. 주요 부작용으로는 혈소판감소증, 호중구감소증, 말초신경병증, 혈전색전증 등이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표적 외 조직에서의 의도하지 않은 효과(on-target off-tissue effects)와 관련된 잠재적 독성에 대한 사전 예측과 관리가 임상시험 설계의 핵심 요소로 고려되고 있다.

3.3. 사업개발 측면

3.3.1. 폭발적 투자 증가와 시장 성장

분자접착제 분야의 사업 환경은 2022년부터 현재까지 전례 없는 투자 열기를 보이고 있다. 총 22건의 주요 거래가 확인되었으며, 총 거래 규모는 약 300억 달러에 달한다 [8]. 연도별 거래 동향을 보면, 2022년 2건(17억 5천만 달러)에서 2025년 9건(90억 달러 이상)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분자접착제 시장은 2024년 5억 4,400만 달러에서 2030년 16억 8,5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성장률 20.8%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7].

3.3.2. 질환 영역별 포트폴리오 다양화

현재 분자접착제 개발의 주요 질환 영역은 종양학이 4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면역학/염증(23%), 신경과학(18%), 희귀질환(9%), 심혈관대사(5%)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혈액암 분야에서 고형암 및 다른 질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발 단계별 분포를 보면 Discovery 68%, Preclinical 23%, Clinical 9%로 아직 초기 연구 단계가 주를 이루고 있어 향후 임상 파이프라인의 급속한 확장이 예상된다.

3.3.3. 플랫폼 기업과 빅파마의 전략적 제휴

분자접착제 전문 플랫폼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Magnet Biomedicine의 TrueGlue™ 플랫폼은 합리적 설계 기반 분자접착제 발견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으며, Degron Therapeutics의 GlueXplorer® 플랫폼은 10,000개 이상의 구조적으로 차별화된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다. Orionis Biosciences의 Allo-Glue™ 플랫폼은 화학생물학 도구와 맞춤형 세포 분석 시스템을 통합하여 AI 인프라와 로봇 자동화를 활용한 분자접착제 발굴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 바이어로는 Bristol Myers Squibb(4건), Sanofi(3건), Novartis(2건), Genentech(2건), Merck(2건) 등이 있으며, 이들은 "질병 불문(disease-agnostic)" 플랫폼으로서 분자접착제 기술의 가치를 인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3.3.4. 대형 제약사의 전략적 포지셔닝

2025년 7월 Novartis와 Monte Rosa Therapeutics 간 21억 달러 규모의 마일스톤 계약은 업계 최대 규모의 거래 중 하나로, 면역질환 분야에서의 분자접착제 개발에 관한 것이다 [26]. Biogen과 Triana Biomedicines 간 15억 달러 규모 제휴는 신경퇴행성 질환 영역에서의 분자접착제 활용 가능성을 탐색하는 혁신적 시도다 [27]. Neomorph는 Biogen(14.5억 달러, 신경질환), Novo Nordisk(14.6억 달러, 심혈관대사질환), AbbVie(16.4억 달러, 종양학/면역학) 등 다수의 빅파마와 연이어 대규모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플랫폼 기술의 가치를 입증했다.

표 4. 분자접착제 기술 관련 주요 거래 현황
표 4. 분자접착제 기술 관련 주요 거래 현황   출처: [BRIC Bio리포트] 박창욱, 분자 접착 기술 동향, https://www.ibric.org/s.do?hmrBEOuCEX


3.3.5. 벤처캐피털과 IPO 시장 동향

TPD(표적 단백질 분해) 시장의 벤처 거래 가치는 2022-2023년 사이 2,000% 증가했으며, 2018-2023년 전체 TPD 벤처 투자는 33억 달러에 달했다. 2021년이 10억 달러로 정점을 기록했다. Monte Rosa Therapeutics는 2.22억 달러 IPO로 티커 "GLUE"를 사용하며 분자접착제 기술의 상징적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분자접착제 분야는 기술적 혁신, 임상적 검증, 상업적 가치가 동시에 입증되면서 차세대 의약품 개발의 핵심 플랫폼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PROTAC 대비 우수한 약물성과 광범위한 기능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undruggable" 표적에 대한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며, 유도 근접성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4. 미래 발전 방향과 전망(미래)

4.1. 연구 및 기술개발 측면

4.1.1. AI 기반 합리적 설계의 혁신적 전환

분자접착제 연구의 미래는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기술의 전면적 도입을 통한 패러다임 전환으로 특징될 것이다 [28]. 현재까지 분자접착제 발견은 대부분 우연한 스크리닝에 의존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었으나, AI 기반 플랫폼이 특정 표적 단백질과 E3 ligase 사이의 미세한 상호작용 표면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최적의 분자 구조를 설계하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다.

Bristol Myers Squibb의 VantAI와 6억 7,400만 달러 파트너십, Montero의 QuEEN™ 플랫폼과 같은 AI 기반 설계 시스템들이 이미 실용화되고 있으며, AlphaFold2를 활용한 전 단백질체 분해 예측과 2억 3천만 개 구매 가능 화합물의 자동 스크리닝이 현실화되고 있다.

차세대 AI 모델들은 단순한 화학 구조 최적화를 넘어서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의 동역학, 세포 내 분해 기전의 효율성, 조직 특이적 발현 패턴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한 전체론적 설계(holistic design)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기반 모델(Foundation model) 기반의 생성형 AI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화학 구조의 분자접착제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4.1.2. 600개 E3 ligase의 체계적 활용

현재 주로 CRBN, VHL, MDM2에 의존하고 있는 분자접착제 개발에서 가장 큰 변화는 600개 이상의 미활용 E3 ligase들의 체계적 발굴과 활용이다 [19]. 조직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E3 ligase들을 활용한 정밀 표적 기술(precision targeting)은 전신 독성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적 접근법을 제공할 것이다. 특히 암세포에서만 과발현 되거나 활성화되는 E3 lig-ase를 이용하면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표적할 수 있는 분자접착제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다.

병리학적 조건에서만 활성화되는 조건부 E3 ligase 시스템(conditional E3 ligase systems)의 개발을 통해 질병 특이적 단백질 분해(disease-specific protein degradation)가 실현될 것이며, 이는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동시에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차세대 치료법의 기반이 될 것이다.

4.1.3. TPD를 넘어선 다기능 플랫폼으로의 진화

분자접착제의 기능적 범위는 표적 단백질 분해를 훨씬 넘어서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① 단백질 안정화를 통한 기능 회복
분자접착제의 가장 혁신적인 응용 중 하나는 단백질 안정화를 통한 기능 회복이다 [31]. 예를 들어, 낭포성 섬유증에서 ΔF508-CFTR 돌연변이는 단백질의 잘못된 폴딩과 조기 분해를 유발한다. 이론적으로 CFTR과 특정 샤페론 또는 탈유비퀴틴화효소 사이의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분자접착제를 통해 이 돌연변이 단백질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② 신호전달 경로의 선택적 조절
2024년 Nature에 보고된 KRAS-CYPA 분자접착제는 분자접착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 화합물은 cyclophilin A (CYPA)의 표면을 재구성하여 돌연변이 KRASG12C와 고친화성 결합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종양유전자 신호전달을 차단한다. 흥미롭게도 CYPA와 KRAS는 자연적으로 상호작용하지 않는 단백질들이며, 이는 분자접착제가 완전히 새로운 생물학적 기능을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③ 후성유전학적 조절 메커니즘
분자접착제는 전사 조절 복합체의 재구성을 통한 후성유전학적 재프로그래밍에도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전사 인자와 후성유전학적 변형효소(히스톤 메틸화효소, 아세틸화효소 등) 사이의 근접성을 유도하여 유전자 발현 패턴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④ 효소 활성의 알로스테릭 조절
분자접착제는 효소의 알로스테릭(allosteric) 조절 메커니즘을 모방하여 단백질 기능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다. 효소와 조절 단백질 사이의 근접성을 유도함으로써 효소 활성을 증강시키거나 억제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의 경쟁적 억제제보다 더욱 선택적이고 생리적인 조절을 가능케 한다.
⑤ 면역 시스템의 재프로그래밍
면역 관련 단백질들 사이의 새로운 상호작용을 유도하여 면역 반응을 재프로그래밍하는 것도 분자접착제의 흥미로운 응용 분야다. CAR-T 세포 치료에서 면역 체크포인트 단백질들과 면역 활성화 분자들 사이의 근접성을 조절하여 치료 효과를 최적화하거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다기능적 응용들은 분자접착제가 단순한 단백질 분해 도구가 아닌, 생물학적 시스템을 정교하게 재배선할 수 있는 혁신적 플랫폼임을 보여준다. 특히 monovalent 구조로 인한 우수한 약물학적 특성과 결합하여 차세대 정밀의학의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4.1.4. 시스템 생물학과 합성생물학의 융합

시스템 생물학적 접근법의 도입은 분자접착제의 설계와 최적화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단일세포 다중오믹스(single-cell multi-omics) 기술을 통해 분자접착제가 세포 내에서 유발하는 모든 분자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unintended consequences)의 사전 예측과 합리적 최적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합성생물학과의 융합은 분자접착제 분야에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공학적으로 설계된 단백질 회로(engineered protein circuits)와 분자접착제를 조합한 재설계 가능 세포 시스템(programmable cellular systems)은 질병 상태에 반응하여 자동으로 치료 활동을 개시하는 스마트 치료제(smart therapeutics)의 개발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4.2. 임상개발 측면

4.2.1. 정밀의학과 개인맞춤형 치료의 구현

미래의 분자접착제 임상개발은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과 개인맞춤형 치료(personalized therapy)의 완전한 구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 [30]. 환자 개인의 유전적 프로파일, 프로테옴 시그너처, 질병 표현형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최적의 분자접착제 치료법을 선택하는 알고리즘 기반 환자 층화(algorithm-driven patient stratification)가 표준 진료로 자리 잡을 것이다. 특히 환자별 E3 ligase 발현 프로파일, 표적 단백질 변이 상태, 약물 대사 특성 등을 고려한 맞춤형 분자접착제 선택이 가능해져 치료 성공률의 획기적 향상과 함께 의료비 절감 효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동반진단 기술의 발전으로 분자접착제 치료에 적합한 환자 선별이 정밀해질 것이며, 특히 표적 단백질의 발현 수준, E3 ligase 활성, 프로테아좀 기능 등을 평가하는 진단 기술들이 개발될 것이다.

4.2.2. 적응증의 혁신적 확장

현재 주로 혈액암에 집중된 적응증이 고형암, 신경퇴행성 질환, 자가면역질환, 대사질환, 심혈관질환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장될 것이다. 분자접착제의 작은 분자량과 우수한 약물동태학적 특성은 혈액-뇌 장벽 투과성 측면에서 유리하여,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의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병리학적 단백질 응집체(pathological protein aggregates)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분자접착제 치료법이 혁신 치료법(breakthrough therapy)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Biogen의 Neomorph와 알츠하이머병 치료용 14억 달러 계약, Novo Nordisk의 14억 6천만 달러 희귀질환 특화 협력은 이러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MRT-2359 (Montero)는 MYC 기반 고형암을, NVP-DKY709 (Novartis)는 암 면역치료를 표적으로 하며, 분자접착제-항체 접합체(MAC, Molecular glue-Antibody Conjugate) 기술인 ORM-5029와 ORM-6151이 2025년 임상시험에 진입하여 항체를 통한 표적 세포 특이적 전달로 전신 부작용을 줄이면서 효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다.

4.2.3. 조합 치료법의 고도화

조합 치료법(combination therapy)의 고도화는 분자접착제 임상개발의 핵심 전략으로 발전할 것이다. 분자접착제와 면역치료제,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을 체계적으로 조합한 다중 모달리티 치료 접근법(multi-modal therapeutic approaches)이 다양한 질환에서 표준 치료로 확립될 것이다. 특히 암 면역치료와의 시너지 조합(synergistic combination)은 현재 면역치료에 불응하는 냉각 종양(cold tumor)을 열성 종양(hot tumor)으로 전환시켜 면역치료의 적용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장할 것이다.

실제 임상 증거(real-world evidence)의 활용은 분자접착제 임상개발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전자건강기록, 웨어러블 디바이스, 디지털 바이오마커 등을 통해 수집되는 방대한 임상 데이터는 분자접착제의 장기적 안전성과 효과성(effectiveness)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최적화하는 데 활용될 것이다.

표 5. 연구, 임상 및 승인 단계별 TPD(타깃 단백질 분해제) 평가(출처: 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24, 164-165 (2025))
표 5. 연구, 임상 및 승인 단계별 TPD(타깃 단백질 분해제) 평가(출처: 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24, 164-165 (2025))   출처: [BRIC Bio리포트] 박창욱, 분자 접착 기술 동향, https://www.ibric.org/s.do?hmrBEOuCEX


4.3. 사업개발 측면

4.3.1. 시장 성장과 투자 생태계의 진화

분자접착제 시장은 향후 10년간 전례 없는 성장을 경험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분자접착제 시장은 2024년 5억 4,400만 달러에서 2030년 16억 8,5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20.8%에 달한다 [7]. 이러한 성장은 새로운 적응증의 지속적 확장, 기존 치료법 대비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 프로파일, 그리고 프리미엄 가격을 뒷받침하는 혁신적 가치 제안에 기반할 것이다.

2022년부터 현재까지 총 30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졌으며, 빅테크 기업들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이 경쟁 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Google, Microsoft, Amazon 등이 보유한 강력한 AI/ML 역량과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는 분자접착제의 발굴과 최적화 과정을 혁신적으로 가속화할 것이며, 이는 기존 제약회사들의 경쟁 우위를 위협하는 동시에 전체 산업의 혁신 속도를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4.3.2.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는 분자접착제 분야의 가치 창출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단순한 약물 발굴 서비스를 넘어서 AI 기반 설계 플랫폼, 자동화된 합성 및 스크리닝 시설, 통합적 임상개발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종합 플랫폼 제공업체(end-to-end platform providers)가 등장할 것이다. Neomorph, Orionis Biosciences, Degron Therapeutics 등의 플랫폼 기업들이 다수의 대형 제약회사와 동시에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TrueGlue™ (Magnet Biomedicine), GlueXplorer® (Degron Therapeutics), Allo-Glue™ (Orionis Biosciences) 등 차별화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은 다중 제약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신속한 포트폴리오 확장과 위험 분산(risk diversification)을 달성할 것이다.

4.3.3. 규제 환경과 시장 구조의 변화

글로벌 규제 환경의 조화(harmonization)는 분자접착제의 국제적 상용화를 크게 촉진할 것이다. FDA, EMA, PMDA 등 주요 규제기관들 간의 협력 강화를 통해 통합된 규제 경로(unified reg-ulatory pathway)가 확립될 것이며, 분자접착제에 특화된 규제 가이드라인이 정비될 것이다. 특히 표적 외 효과(off-target effects) 평가, 내성 발생 가능성, 장기 안전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분자접착제 개발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개발 비용을 절감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현재 Bristol Myers Squibb가 주도하고 있는 시장 지배구조는 향후 5년간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바이어 순위에서 Bristol Myers Squibb(4건), Sanofi(3건), Novartis(2건), Genentech(2건), Merck(2건) 등이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분자접착제는 600개 이상의 E3 ligase와 2만 개 이상의 잠재적 표적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여 현재 '약물화 불가능한' 85% 단백질을 표적화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술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5. 결론 및 제언

분자접착제 기술은 유도 근접성(Induced Proximity)이라는 혁신적 원리를 바탕으로 현대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차세대 치료 모달리티다. 1990년대 면역억제제 연구에서 우연히 발견된 이 기술은 2010년 탈리도마이드의 분자 메커니즘 규명을 계기로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으며, 현재는 AI 기반 합리적 설계 기술과 융합되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진화를 경험하고 있다.

분자접착제는 링커가 없는 단일 화합물로서 두 단백질 간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PROTAC과 근본적으로 구별된다. PROTAC이 링커로 연결된 이분자 구조를 통해 주로 표적 단백질 분해(TPD)에 특화되어 있는 반면, 분자접착제는 작은 분자량(500 Da 이하)과 우수한 약물동태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단백질 분해를 넘어 단백질 안정화, 번역 후 변형, 신호전달 조절 등 광범위한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플랫폼(universal platform)으로 발전하고 있다.

연구 및 기술개발 측면에서 분자접착제 분야는 과거 30여 년간 우연한 발견에서 합리적 설계가 가능한 정교한 플랫폼 기술로 진화했다. 초기에는 CRBN과 VHL 등 소수의 E3 ligase에 의존했으나, 현재는 600여 개의 인간 E3 ligase 중 새로운 표적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AI와 구조생물학 기술의 발전으로 동적 단백질 복합체의 구조 정보와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정밀 설계가 가능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에 '약물화 불가능(undruggable)'으로 여겨졌던 표적 단백질의 85%에 접근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임상개발 측면에서는 혈액암을 중심으로 시작된 적응증이 고형암, 신경퇴행성 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Bristol Myers Squibb의 CC-220, CC-92480 등이 Phase III 단계에서 유의한 효능을 보이고 있으며, 2025년 이후 여러 Phase III 결과 발표와 함께 새로운 치료 표준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추신경계 질환에서 혈액-뇌 장벽 투과성이 뛰어난 분자접착제의 장점이 주목받고 있으며, 개인맞춤형 치료와 조합요법의 고도화를 통해 치료 성공률의 획기적 향상이 기대된다.

사업개발 측면에서는 현재 3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평균 20.8%의 성장률로 2030년 16억 8,500만 달러 시장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Monte Rosa Therapeutics, Neomorph 등의 선도기업들이 혁신적 파이프라인을 통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빅파마의 대규모 투자와 빅테크의 기술적 역량이 결합되면서 폭발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와 글로벌 규제 환경의 개선은 이러한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분자접착제 기술의 성공적 발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과제들이 중요하다.

첫째, 분자접착제의 잠재력은 TPD를 훨씬 뛰어넘으므로, 단백질 안정화나 특정 번역 후 변형 유도와 같은 비분해성(non-degradative) 응용 분야에 대한 기초 연구 투자를 확대하여 차세대 혁신 신약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미래 기술의 성패는 합리적 설계 기술 확보에 달려있으므로, AI 및 계산화학 플랫폼 기술 개발에 집중하여 신약 개발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셋째, 조직 특이적 E3 ligase를 활용한 정밀의학 구현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표적 특이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며, 특히 신경퇴행성 질환과 같이 기존 치료법의 한계가 뚜렷한 영역에서 혁신적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32].

넷째, 국내 바이오 업계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높은 가치를 두는 신규 E3 ligase 발굴이나 독자적인 스크리닝 플랫폼 구축과 같은 차별화된 기술력에 집중하여, 기술 이전 및 공동 개발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분자접착제는 점유 기반 약리학(occupancy-driven pharmacology)에서 사건 기반 약리학(event-driven pharmacology)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하며, 향후 10년간 제약업계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계와 산업계 간의 지속적인 협력, 규제 혁신을 통한 개발 환경 개선, 그리고 윤리적 고려사항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전략적 투자와 함께 관련 인재 양성, 연구 인프라 구축, 국제 협력 네트워크 강화 등의 종합적 지원이 요구된다.

6. 참고문헌

==>첨부파일(PDF)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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