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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동향

떠오르는 영양유전체학(Nutrigenomics)

  • 등록일2003-03-01
  • 조회수12157
  • 분류기술동향
  • 자료발간일
    2005-01-26
  • 출처
    biozine
  • 원문링크
  • 키워드
    #영양유전체학#Nutrigenomics


떠오르는 영양유전체학(Nutrigenomics)


지난달 27일 미국 CBS 방송에서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치명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여자 아이 앨리슨 업처치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됐다. 앨리슨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체에서 단백질을 독으로 인식하는 질병이 갖고 있지만 현재 보통 아이와 다름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앨리슨이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다름아닌 식이요법. 앨리슨은 특정한 음식만 섭취하는 방법으로 질병을 극복하고 있다. 


영양유전체학 관심

 

유전적 질병을 식이요법으로 치료하려는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양유전체학(Nutrigenomics)’이다. 유전자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영양유전체학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 특정 음식과 영양분이 유전자에 영향을 수 있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영양유전체학은 유전체학(Genomics), 영양학(Nutritional science), 의학(Medicine)이 결합된 새로운 분야다. 유전체학이란 명칭도 불과 3여년전에 처음 소개됐다. 지난해 3월 네델란드에서 제1회 국제 영양유전체학 회의가 열리면서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생명과학협회 낸시 포그 존슨 박사는 “영양유전체학은 유전자에 기초를 둔 식품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유전자 모형을 통해 개발된 식품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양유전체학은 첨단 바이오기술 덕분에 빛을 보게 됐다. 일반적으로 식이요법은 다소 비과학적 수단으로 취급돼 왔다. 식이요법이 단순한 경험 또는 제한적인 임상실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양유전체학은 이와 달리 특정 음식 성분이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따라서 인간 유전자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첨단 바이오기술이 필수적이다. 

개인별 유전적 차이에 주목


주변에서 민간요법으로 질병을 치료하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민간요법은 정확한 근원을 알 수 없지만 오래전부터 민간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질병치료법이다. 예컨대 천식환자에게 은행, 생강, 대추, 호두, 도라지, 살구씨 등을 끊인 물에 꿀을 타서 마시면 좋다는 것 등이다. 민간요법은 오랜 기간에 걸친 경험을 바탕으로 질병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민간요법 가운데 음식과 관련된 식이요법은 원시적인 형태의 영양유전체학인 셈이다. 민간 식이요법은 그러나 대개 한가지 결함을 갖고 있다. 한가지 질병에 대한 대처 방법이 전반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이다. 개인 차이를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물론 개인에 따른 차이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로 조선후기 이제마가 정립한 사상의학이다. 인간의 체질을 네 가지로 분류한 사상의학은 당시 과학기술 수준으로 볼 때 놀라운 식견을 보여준다.

 

이제마가 제시한 체질이 유전자에 근거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개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현대 과학기술 관점에서 체질은 유전적 차이를 말한다. 민간 식이요법이 일부 환자에게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다른 환자에겐 별 효과가 없는 것은 체질, 즉 개인의 유전적 차이 때문이다. 의사들이 추천하는 식이요법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개인의 유전적 차이를 고려할 만큼 영양유전체학이 발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식이요법 연구는 질병을 갖고 있는 수 백명 또는 수 천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런 연구 방법은 한가지 잘못된 가정을 깔고 있다. 모든 대상 환자들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는 가정이다.

 

휴먼게놈프로젝트 결과 인간은 DAN 구조가 99.9%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는 0.1%에 불과하다. 매우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0.1%는 실제로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영양유전체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0.1% 차이로 개인이 음식에 대한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이런 작은 DNA 구조 차이 때문에 담배를 많이 피우지만 폐암에 걸리지 않고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영양유전체학은 개인의 유전적 차이를 중요하게 여긴다. 음식에 대한 유전자 반응이 연구 대상이지만 더 구체적으로 개인 유전자 차이를 염두에 둔 반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유전적 차이에 대한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자. 미국 버클리대학 로널드 크라우스 박사는 LDL-콜레스테롤에 대해 연구했다. LDL은 Low-Density-Lipoprotein의 약자로 인체에 동맥경화를 유발,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일으킨다. 크라우스 박사는 LDL-콜레스테롤과 관련해 유전적으로 X그릅과 Y그룹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X그룹에 속한 사람은 입자가 크고 밀도가 낮은 LDL-콜레스테롤이 많다. 반면 Y그룹은 입자가 작고 조밀하게 모여있는 LDL-콜레스테롤이 주류를 이룬다. LDL-콜레스테롤 가운데 위험한 것은 Y그룹이 많이 있는 작은 입자다. 입자가 작고 잘 뭉쳐 동맥을 쉽게 막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Y그룹은 지방이 낮고 탄수화물이 높은 식이요법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작은 LDL-콜레스테롤 입자와 일부 섞여 있는 큰 입자가 모두 줄어든다. X그룹은 그러나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같은 식이요법을 쓸 경우 큰 입자는 줄지만 보다 상대적으로 위험한 작은 입자는 오히려 증가한다. 따라서 X그룹에 속한 사람은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이요법을 써서는 안된다. 이것은 개인의 유전적 구조에 따라 식이요법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미국 터프스 대학 영양유전체학 연구실 호세 오르도바스 박사는 “저지방 식이요법이 모든 사람들의 콜레스테롤을 낮추지 못한다는 것은 실험에서 확인됐다”며 “그 이유는 개인의 유전자 구성에 따라 효과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르도바스 박사는 영양유전체학 연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과학자다. 현재 심장질환에서 음식과 유전자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식생활과 건강

 

영양유전체학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식생활을 비롯한 환경적인 요인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다. 영국 더타임스는 현대인들이 원시시대와 달리 특정 질병에 많이 걸리는 것은 유전적 변화가 생활방식의 변화를 따라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원시시대 생활환경에 맞춰진 인간 유전자 진화속도가 현대 문명의 발달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질병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더타임즈는 미국 미시간 대학 랜돌프 네스 교수의 연구 결과를 예로 들며 전세계 근시인구가 전체 인구의 30%에 달하는 것은 읽는 것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문자를 갖고 있지 않은 부족의 근시 비율은 1%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들이 글을 배우면 비율이 크게 늘어난 사례를 지적했다.

 

영양유전체학은 첨단 바이오기술의 결합체

 

영양유전체학은 한마디로 음식이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돕는 연구를 의미한다. 이것은 휴먼게놈프로젝트를 포함한 최첨단 유전공학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영양유전체학은 특히 개인의 유전적 차이를 매우 중요하게 취급한다. 동일한 질병을 갖고 있는 환자에게 같은 식이요법을 실시해도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개인의 유전적 차이에 기인한다. 영양유전체학은 식이요법이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과 개인의 유전적 차이까지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최첨단 바이오기술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양유전체학은 또한 시스템적 연구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질병은 한가지 이유로 발생하지 않는다.

 

위암 유전자가 발견됐다고 하지만 위암을 일으키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유전자 변형으로 인한 유전적 이유, 대기오염이나 음식에서 비롯된 환경적인 요인, 스테레스에 따른 심리적 이유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영양유전체학은 질병의 원인을 개인의 유전자와 환경적인 요인을 모두 포함해 연구한다. 유전적 요소와 식생활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한부분이 아닌 시스템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맞춤 식이요법 시대


영양유전체학 발달로 앞으로 개인이 자기의 유전자 구조에 맞는 맞춤 식품을 상점에서 사게 될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 영양유전체학 전문가인 반 오멘 박사는 “앞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유전자 구조에 맞게 개발된 식품을 사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각종 질병이 생길 수 있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터프스 대학의 조엘 메이슨 박사는 녹색채소에서 발견되는 엽산(folate)이 특정 유전자 구조를 가진 사람들에게 대장암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엽산을 많이 필요로 한다”며 “그들이 엽산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대장암 발생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맞춤식이요법 시대가 열리면 대장암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양유전체학은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서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식생활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을 만큼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자신의 유전적 구조를 파악해 질병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식이요법을 선택하는 것이 일상화될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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