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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바이오미래유망기술의 이야기 - 제10화 “바이오파운드리”편

2020 바이오미래유망기술의 이야기 - 제10화 “바이오파운드리”편

  • 발행일 2021-02-03
  • 출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 담당자 김무웅 ( 042-879-8375 / moongkim@kribb.re.kr )
  • 조회수 5924
  • 키워드
    #바이오 파운드리 #미래유망기술 #바이오미래유망기술
  • 첨부파일
    • pdf (21.02.03) 2020 바이오미래유망기술_10화_바이오파운드리편.pd... (다운로드 390회) 다운로드 바로보기

개요

 

[바이오로 열어가는 2040 미래사회 - “바이오파운드리” 편]


제10화  “미래 생명과학자에게 필요한 것”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서 지난 2월에 발표한 

'2020 바이오 미래유망기술(클릭)'에 대해서 10화의 소설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바이오가 열어가는 행복하고 희망찬 미래상 제시를 통해

바이오 미래유망기술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단장님. 이거 정말 저 혼자 해야 해요? 정말 다 못하겠어요.” 


  국가생명정보기술원 기술지원단의 김수민 박사가 단장실로 뛰어들어와 항의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기업지원 기술개발 분야 연구자로서 자기 몫을 할 수 있게 된 그녀는 최근 자신의 책임하에 프로젝트를 맡는 일도 많았다. 연구자로서 급성장한 모습에 직속 상관이던 강현 단장도 흐뭇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다. 그저 꼭 한가지. 일 처리가 죽도록 느린 것만 빼면.


  이번에도 프로젝트 하나를 홀로 맡게 되자 그녀는 입이 석 자는 튀어나와 있었다. 매일 같이 야근을 해도 맡은 일을 다 하기 어려웠고, 밀려드는 일정이 눈이 노랗게 될 지경이었다. 연구역량 자체는 크게 성장했지만, 그런 역량을 현실적으로 구현하고 결과물을 낼 경험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특유의 덜렁거리는 성격 때문에 일을 할 때 실수가 잦았다. 정확하고 빠르게,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내며 모든 일을 척척 처리해야 하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기엔 새롭게 배워야 할 일이 많다는 점을 그녀는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선배들은 다들 그 이상의 일을 하고 있네. 자네도 이젠 몫을 해 줘야지. 힘겨워도 공부를 해 가며 성과를 낼 생각을 해보는게….”

  “당장 일이 쌓여가는데 공부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요. 그리고 더 이상 뭘 공부해야 할지도 모르겠거요.” 

  “그렇다면 지금 하는 일은 조금 미뤄 줄테니까, 새로 일을 하나 더 맡아보겠나?”

  “예? 지금도 많은데 하나를 더 하라고요? 단장님 저한테 왜 그러세요.” 수민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날 믿고 한번 해 보게. 몇 개월 전 중국에 보냈을 때와는 달라. 그땐 정말로 경험 삼아 공부해 보라고 보낸 거고, 일이 틀어지면서 내부에서 도와주기도 했었지. 하지만 이번은 정말 믿고 보내는 거야.” 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수민은 어쩔 수 없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수긍하고 말았다.


***************



  다음 주가 되자, 수민은 연구소가 아닌 국내 로봇 전문기업 ‘레인브릿지’로 출근했다. 한국 최고의 로봇 전문가인 오정규 교수가 은퇴 후 세운 기업이었다. 오 대표는 초미세기계(MEMS) 분야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인물이라 수민도 그에 대해 알고 있었다. 유명 과학자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수민은 자기도 모르게 조금 흥분해 있었다.


  하지만 예상은 수민의 생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그날 아침, 수민을 만나자 오 대표는 인사도 제대로 받지 않고 혀부터 끌끌 찼다. 그리고 수민을 눈앞에 세워둔 채 그 자리에서 현에게 업무용 영상 전화를 걸고는 화가 난 목소리로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강 단장. 정말 이럴거야?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이래? 이런 어린 친구를 보내면 어쩌라는 거야? 엉?”

  “어유. 교수님. 고정하십시오. 나이가 어려서 그렇지 사고가 유연하고 똑똑한 친구입니다. 한 번 맡겨 보시지요.” 현이 너스레를 떨면서 말했다.

  “이러다가 일이 틀어지면 어쩔건가?”  “그땐 저라도 가 보겠습니다만,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믿습니다.”

  

  현이 단호하게 말하자 오 대표는 마음이 누그러졌다. 전화를 끊고 수민을 향해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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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박사라고 했나. 얹잖았으면 미안해요. 내 댁이 못 미더워서가 아니라, 가급적 강 단장이 직접 와 줬으면 했네. 최소한 경험 많은 친구라도 보내 줄 줄 알았는데, 너무 젊은 친구가 와서 내 당황했구먼.”



  오 대표가 이렇게까지 이야기 한 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생명과학연구의 최대 단점은 연구 성과를 볼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었다. 생명현상을 확인하려면 세대를 건너뛴 연구가 필요하고, 그러니 지루하고 시간이 걸리는 실험을 꾸준히, 차근차근 긴 시간 동안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2040년이 되자 그런 문제는 크게 줄어들었다. 꾸준히 전통적인 방법으로 연구해야 할 필요는 당연히 있었지만, 많은 경우 생명과학연구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처럼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디어를 빠른 속도로 제품으로 바꿔 내야 하는 기업체, 그리고 기업체의 기술지원을 주 업무로 하는 기술지원단으로선 이런 ‘초고속 연구’ 기술은 반드시 익혀야 하는 중요 역량 중 하나였다. 수민의 단점은 생명과학에만 몰입하다 보니 이런 기술에 대한 이해가 크게 떨어진다는데 있었다.



  2020년 이후 크게 주목받기 시작한 ‘바이오파운드리’ 기술, 즉, 합성생물학의 표준화기술, 인공지능, 로봇기술을 이용해 빠르게 생명과학연구를 진행하는 이 기술을 통해 인류가 얻은 성과는 적지 않았다. 합성 미생물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적은 에너지로 대량의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고효율 바이오연료전지 등이 이미 실용화 돼 있었다.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누비게 됐고, 수소를 연료로 쓰는 대용량 무공해 운송트럭, 초대형 무공해 화물선박 등이 실용화 된 이면엔 이 ‘바이오파운드리’ 기술이 있었다. 


  하지만 몇 가지 성공사례를 넘어 지금은 이 기술을 윤리적 문제를 넘지 않는 선에서 ‘어느 기업이나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다. 기업은 아이디어를 하루속히 제품화 하길 원하는데, DNA 설계나 유전자 편집 등으로 얻어낸 성과를 즉시 생산에 접목할 ‘바이오 산업용 로봇’ 개발이 절실했다.


  오 대표의 목표는 그런 기업들을 위해 은퇴 전 마지막으로 로봇 한 대를 개발해 놓고 싶었다. 다만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전적으로 현과 국가생명정보기술원에 의존하고 있었다. 로봇 분야에선 초일류 실력을 갖췄지만 바이오 분야는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예상치 못한 젊은 연구자가 나타나 일을 돕겠다고 하니 그만 소리를 치고 만 것이다.



*****



  오 대표가 경험 많은 생명과학자를 파견해 주길 원한 건, 생명과학분야 전반에 걸친 지식을 가진 전문가와 공동개발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레인브릿지의 연구자들이 목표와 진행과정을 설명해 주면, 회의와 보고서 등을 통해 필요한 생명과학지식을 전달해 주는 일, 그리고 다시 피드백을 받으며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일을 반복해서 진행하는 것이 수민의 일이었다.


  그러니 수민은 레인브릿지 파견근무를 진행하면서 막상 생명과학 관점에서 그리 어려운 일은 없었다. 연구의 전체적인 진행은 이미 계획이 다 서 있었고, 그 과정을 지휘하는 것도 수민의 역할이 아니었으며, 그저 맡은 바 일에 충실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일이 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일을 하다 보면서 진행이 막히고, 의외로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경우가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로봇 및 기계공학자들과 협업을 하려면 기계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었는데, 이 부분을 미리 꼼꼼히 공부해 두지 않으면 맡은 바 일을 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수민이 생각해 낸 방법은 염치불구하고 오 교수를 찾아가 물어보는 것이었다. 수민은 처음엔 오 대표의 무례한 태도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그의 말투는 매번 거칠었고, 간혹 후배나 제자들의 등을 후려치며 일을 할 만큼 태도도 거침이 없었다. 이런 행동 자체는 분명 문제 삼을 만한 것이었지만, 적어도 ‘배우겠다’고 방문을 두드리는 후배 연구자를 모른 척하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점을 은연중에 알게 되었다. 결국 그는 매번 오 교수에게 배운 것을 바탕으로 생명과학에 필요한 지식을 정리해서 회의장에 가지고 들어가곤 했다.



  “또 온 거야? 어디 이리 가지고 와 봐요. 에이.”

  “저…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제 MEMS(미세정밀기계)가 어떻게 DNA에 관여할 수 있는지 그 기계적인 원리를 좀….”

  “아니 이 정도는 말단 연구원도 아는 것 아니야. 나한테까지 가지고 와야 하나. 쯧쯧. 아무튼, 여길 보라고. 이 시스템의 특징은 이 미세로봇팔 끝에 있는 효소에 있는데…, 워낙 크기가 작다 보니 우리 회사에선 이 부분을 구현하기 위해 특수 개발한 리니어 모터를 채용하고 나노단위 와이어를 이용해….”



  수민은 그렇게 기계시스템과 자동화 기술에 대해 그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때마다 구박을 받으면서 느낀 점은, 오 교수가 연구에 바치는 열정만큼은 진심이라는 점이었다. 수민은 레인브릿지에서 하루 이틀 일을 하면 할수록, 이 ‘아버지뻘 과학자’에게 ‘연구자로서의 마음가짐’ 만큼은 꼭 배워가야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렇게 어느덧 2개월이 지나갔다. 그런 노력이 더해진 때문인지 레인브릿지는 공장용 인공지능 로봇 시스템 ‘BFAF-001(BioFoundry Auto Factory)’를 개발해냈다. 생명공학분야 기업체에서 생명체의 원하는 기능을 유전자 교정 등을 진행하면, 이를 반영해 제품 생산에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공장의 생산규모에 맞춰 바이오관련 실험을 자동적으로 진행하며, 효소나 화학용품, 에너지 분야 등 공장에서 두루 사용이 가능했다.



  오 대표의 명성과 맞물려 이 소식은 빠르게 알려져 나갔다. 향후 관련 산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계산하기조차 어려운 성과라서 이 소식은 진정 빠르게 퍼져나갔다. “로봇 분야 대가 오정규 교수, 이번엔 생명과학을 정복했다”는 제목을 단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왔다.  어디까지나 조력자 입장이었던 수민은 직접 스포트라이트를 받긴 어려웠다. 그러나 이만한 프로젝트에 자신이 참여했다는 사실은 큰 자부심과 이력으로 남았다.



************


  “저. 단장님.” 

  “응. 왜 그러나? 보고 마쳤으면 돌아가봐요.”

  “계속 궁금한 게 있었어요. 왜 저를 오 대표께 보낸 건가요? 분명 기업체를 돕는 건 우리 연구소가 하는 일 중 하나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만, 제 역량을 기르는 데 어떤 직접적인 도움이 된 건진 알기 어려웠어요.”


  다음날. 생명정보기술원으로 복귀한 수민이 그간 일을 현에게 보고하며 물었다. 현의 대답은 의외로 덤덤했다.


  “내일부터 그간 미뤄 뒀던 일을 시작해 보면 알게 될 거에요. 수고했어요. 그간 고생이 많았어요.” 

  “예…….” 어안이 벙벙한 수민은 조용히 단장실을 빠져나왔다. 


  몇 시간 후 퇴근 시간. 현은 부인인 권하선 박사와 함께 나란히 연구실 문을 나서며 입을 열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김수민 박사가 정말로 수고해 줬어. 다음 달부턴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될거야.”

  “왜 그렇게 되는 거에요? 저도 이해가 잘 안갔어요.” 하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친구는 지식이 너무 편중돼 있었어. 뭐랄까, 마치 우리 부모님 시대의 생명과학자 같았거든. 그래서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분야를 좀 더 경험했으면 했어.”

  “아. 그래서 오 대표가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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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부분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요즘 시대에 맞는 속도감 있는 연구를 하기 어렵거든. 그리고, 오 교수님처럼 사람 등 때려가면서 다그쳐서 공부시키는 타입이 저 친구에겐 오히려 잘 맞을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아. 오 대표님을 돕다 보면 싫어도 그 분야를 공부해야 하니까요?”

  “저 친구, 자기는 몰라도 이미 바이오파운더리 관련해선 이미 웬만한 부분은 다 꿰고 있을 거야.”

  “나 참.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는 거예요?”

  “아까 오 교수님이랑도 통화 했는데, 후계자로 삼을 거냐고 묻더라고. 뭐 꼭 그런 건 아니겠지만, 수민 씨는 곧 중요한 일을 맡아서 할 수 있게 될 거야. 그거면 충분하잖아. 아. 한 가지는 꼭 고쳐줬으면 좋겠는데.”

  “어떤 거요?” 하선이 갸웃거리며 묻지 현은 뒤통수를 긁으며 대답했다.

  “그…. 지각하는 거. 휴. 오늘도 복귀 첫날부터 늦었더라고. 휴.” 

 

 

글 : 전승민(에쎄넴) 

삽화 : 조진호(ING Interactive)

감수 : 김하성(한국생명공학연구원)

기획 및 편집 : 김무웅, 남연정(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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