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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동향

한림원의 창 2022년 봄호

  • 등록일2022-05-16
  • 조회수332
  • 분류정책동향 > 기타 > 기타


한림원의 창 2022년 봄호


◈목차


│Cover Story│

 이 시대 과학기술의 역할

[① INTRO] 누가 과학기술을 가치중립적이라 하는가?
[② 기고1] 이 시대 과학의 역할
[③ 기고2] 이 시대 과학기술의 역할과 융합연구의 과제

│사람들│
[① 회원인터뷰]
[② 회원인터뷰]
[Dr.Y의 노트]

│한림원 인사이드│
[① 새 정부 과학기술 정책분석]
[② 해외한림원은 지금]

│쉼표│
[전문가기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국내외 과학기술계에 미치는 영향
[특별기고]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나
[연재기고] 양자정보기술의 여러 질문에 대한 모든 답: 찰스 베넷의 1996년 논문




◈본문


 

누가 과학기술을 가치중립적이라 하는가?
 
현대과학의 태동 이후 지난 300여 년 동안 인류의 삶과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과학기술이다. 
인간의 평균 수명을 2배 가까이 연장했으며, 수많은 질병으로부터 보호해주었다. 위험하고 더러우며 지루한 육체노동에서 벗어나게 했으며, 생활에 풍요와 편리를 제공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빠른 발전에 따른 부작용도 제기됐다. 핵폭탄과 장거리미사일 개발 등 군비경쟁과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으며 환경파괴와 기후변화도 심각하다. 국가 간, 개인 간 불평등과 격차는 심화되고 개인정보 유출 및 전자감시사회 출현 등 새로운 사회문제가 발생했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은 과학기술이 성공을 거둘수록 그 발전의 위험 또한 더욱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으며, 따라서 과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원천이기도 하지만 다른 문제들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과학사가인 오드라 울프는 여기서 더 나아가 국가권력, 안보, 번영, 사회에 있어서 ‘과학의 역할’을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냉전 시기 국가권력을 유지하는 데 특별한 역할을 한 과학기술을 다룬 책 ‘냉전의 과학’에서 “과학이 객관적이고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우리가 과학에 덧씌운 환상”이라며 “과학자들도 그들이 살아가는 시대와 호흡하며 자신의 이념, 정치적 권한, 시대의 관습에 영향을 받아 선택하고 기회를 누리는 존재일 뿐이며 만약 과학자들과 시민들이 과학기술은 어떻게 사회를, 더 나아가 지구를 도울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적절하고 진지하게 답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결과가 분명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어떠한가. 국제사회의 최대 공동목표인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는 중반을 향해 가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위기는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과학기술의 영향력은 이전 보다 커졌으나 역할의 확장은 실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사회와 지구를 도울 수 있을지 그 방향을 모색해본다.
 
JUST SCIENCE AND TECHNOLOGY
코로나19·기후위기가 빚어내는 카스트제도
"과학, 기술, 정치적 의지" 중요성 환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보건장관인 맨디 코언은 흑인 사회의 코로나19 사망률이 다른 인종 사회보다 3~6배가량 높다는 언론 보도를 두고 “우편번호가 건강상태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흑인 사회의 부족한 의료시설, 의료보험 취약계층의 높은 기저질환 발병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킬 수 없는 열악한 업무환경 등 빈부 격차로 인한 불평등한 사회 구조가 계층 간 생존에도 격차를 벌린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 위기로 격화된 인종, 빈부, 지역 간 불평등이 새로운 ‘코로나 카스트 제도’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한국도 코로나19 초기 집단감염이 주로 콜센터나 택배 물류센터처럼 원격근무가 불가능하고 근로 환경이 열악한 직종에서 발생했다. 바이러스는 우편번호에 따라 차별을 두지 않지만, 재난의 강도는 우편번호에 따라 다르다. 
 
전 지구적 위협인 기후위기에도 카스트 제도는 존재한다. 한림원이 주관한 ‘2018 한국과학주간(Korea Science Week 2018)’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인권을 위한 과학기술’을 주제로 다루면서 ‘기후 정의’ 문제를 논의했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자리 잡은 저개발국은 기후위기의 가장 작은 기여자이면서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가뭄과 홍수로 생활터전이 황폐해진 농어촌의 토착민들은 생존을 위해 도시로 이주할 수밖에 없다. 급격히 팽창한 인구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시 인프라가 무너지면 분노한 시민들의 시위가 정치 불안정과 종교분쟁으로 격화되면서 난민 발생이라는 국제적 재난으로 이어진다. 당시 패널토론에 참여한 제임스 피리 잠비아과학한림원 사무총장은 국가 간 과학 인프라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국제기후변화협약은 공허한 약속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과학연구를 마친 상태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는 선진국과 달리 동의하거나 반박할 데이터가 없는 저개발국은 일방적 규약을 따라야 하며, 과학 인프라 부족으로 국제규약을 실행하기도 어렵다. 탄소배출량 감소라는 유사한 메커니즘만 반복하는 기후협상으로는 기후위기의 가장 큰 기여자의 최소 손실만 보장해줄 뿐이다. 그는 국가 간 책임 비용과 과학 역량 차이를 반영한 기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국제규약 협상 과정에서 과학자의 참여와 발언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지구적 기후위기 카스트의 최하위층은 야생동물이다. 데이비드 콰먼은 2012년에 발표한 저서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에서 야생동물에서 비롯한 신종 바이러스의 대유행을 경고했다. 인간은 거대한 숲과 야생 생태계를 파괴하고 야생동물을 서식지에서 몰아냈으며, 야생동물은 기후변화로 높아진 기온, 인간과 밀접하게 살아야 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인수공통 바이러스에 적합한 숙주로 진화했다. 콰먼은 2020년 BBC코리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니라(과학자들의 오랜 경고와 숱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많은 나라가 이토록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부분”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인간이 생태계를 계속 파괴하는 한 신종 감염병은 언제든 출현하기 때문에 과학, 기술, 공공보건, 정치적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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